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222)
222화 불꽃처럼 (2)
예전의 나는 이렇지 않았다.
하면, 원래의 나는 어땠을까.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던 꼬마 이한수는 평범한 아이였다.
영웅을 동경했고.
언젠가 특별한 사람이 될 거라 믿었다.
다만, 그랬던 꼬마는 살아가며 배웠다.
감정은 감정일 뿐.
결국, 끝에 가서도 웃으며 살 수 있는 놈들은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움직인 녀석들이다.
그렇기에…….
‘미샤, 아이나르, 레이븐, 곰아저씨.’
나의 우선순위를 다시금 머리에 새긴다.
무슨 일이 생기든 이들만큼은 내가 살려서 되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결의를 하면서도.
카캉!
방패를 들어 동료를 노리던 짐승의 발톱을 막아낸다.
“괜찮나?”
“아, 아! 고맙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싶다는, 내 심장과 머리를 뜨겁게 달군 이 욕망을 놓고 싶지 않다.
머리가 뜨겁다.
지금 내가 토해내는 숨결만큼이나.
내가 이렇게 뜨거운 사람이었던가?
“다베르스, 힘들면 뒤로 가서 쉬어라.”
“……그럴 일 없다.”
“……?”
“네가 쉬러 가기 전까진.”
전사들은 왜 다 하나같이 미련한 걸까.
이럴 거면 이름을 물어보지 말 걸 하면서도, 통성명을 해둬서 다행이라 여기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따라서 의문을 버린다.
후회도 버리고.
내가 정말로 게임 캐릭터가 된 것처럼 오직 한 가지만을 생각한다.
동료를 지키기 위해 만든 방패 바바.
그 육성법을 그대로 따른 비요른 얀델.
그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니,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가.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회복(상) 효과로 인해 신체가 빠르게 재생됩니다.」
여전히 포션만으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듯 넝마 꼴을 유지한다.
신관의 케어를 받으면 훨씬 내가 안전해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포션 대신 힐을 넣어달라 요구하지 않는다.
생명력이 감소할수록 방어 스탯이 상승하는 오크 히어로의 패시브 스킬 [영웅의 길].
“베헬—라아아아아아!!”
내 생명력을 불태울수록.
나는 더 단단해진다.
그럼 더 많은 이를 살릴 수 있고, 살아남은 그들은 앞으로 남은 난관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 그러니까…….
“거의 다 왔다!!”
이건 합리적인 선택이다.
믿고 나아가자.
***
중심부를 벗어난 지 약 9시간이 흘렀다.
처음 두 시간은 스피드런이라도 하듯 있는 힘껏 내달리던 시간이었고, 남은 일곱 시간은 ‘심연의 안개’를 뚫으며 길을 열어내야 했다.
많은 피해가 있었다.
단순히 몇 문장으로 끝내기 어려울, 그런 끔찍한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도착했다.”
결국 우리는 첫 목적지에 도달했다.
그래, 첫 목적지에.
[어떤가, 포탈은 열려 있나?]나는 침음을 삼키며 애써 침착하게 답했다.
“아니, 포탈은 파괴된 상태다.”
수많은 시체와 피를 넘어 도착한 그곳에서 우리를 반긴 것은 파괴의 현장이었다.
비석이 있고 포탈이 열려 있어야 할 그곳엔 그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꽈악.
정말이지 오랜만에 부조리하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었다.
그렇게 많은 전사가 죽었건만.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가족이 있고, 버림패가 될 수 없을 소중한 것을 품은 존재였건만.
[헛걸음이었군.]“…….”
[정신 차리게. 아직 두 개의 포탈이 남아 있지 않은가. 어디로 갈지 선택을 해야 하네.]흘러 넘치는 감정을 억지로 내리 누르며, 최대한 머리를 식힌다.
그리고 생각한다.
북쪽인가, 남쪽인가.
여유롭게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
이 시간에도 전투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으니.
“얀델, 부담 갖지 마라. 그걸 어떻게 고르냐? 그냥 운이지.”
“하핫, 원래 전사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판단하는 법일세!”
“어느 선택을 해도 우리는 따라갈 거다.”
“설령 그것이 틀린 선택이라 한들, 그 어느 누구도 널 탓하진 못한다. 만약 그런 새끼가 있다면 내 도끼로 머리를 쪼개주지.”
짧은 시간 동안 함께 사선을 몇 번이나 넘어온 전사들이 내게 위로의 말을 해온다.
참 신기한 녀석들이다.
다들 그 모양 그 꼴을 하고서 웃을 수 있다니.
피식.
나는 눈을 감았다.
‘이제 기회는 한 번뿐.’
현실적으로 포탈 세 개를 전부 확인하는 건 불가능.
우리는 시간상으로도 전력상으로도 2번까지 기회가 있으리라 판단했고, 동쪽을 첫 목적지로 정했다.
이유는 여럿 있었다.
1. 동쪽을 택할 시, 첫 기회가 날아가더라도 북쪽과 남쪽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다.
일단 원정 도중에 새 정보를 얻는다면 루트를 바꾸는 것도 가능하며.
2. 심연 칼날늑대는 다른 몬스터에 비해 덜 까다롭다.
피해가 가장 적은 길이기도 하다.
또한…….
3. 짐승의 소굴이라면, 노아르크 놈들이 포위 진형을 구축하기 어렵다.
전투가 벌어진다면 이쪽이 좋다고 여겼다.
세 방향에 벽을 등지면서 버티고 버티다, 7일 차가 끝날 때 1층으로 내려간단 전략을 쓸 수가 있으니까.
‘……제기랄.’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뒤늦게 깨닫는 것이 하나 있다.
‘처음부터 글러먹은 판단이었군.’
내 입장에선 동쪽을 택하는 게 합당했다.
하지만 상대 측에서는 어떨까?
‘생각이 짧았어.’
나는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계획을 세웠다.
만약 그게 성공한다면 내게 가장 베스트니까.
최선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며 행동했다.
그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일 게 분명함에도.
‘놈들이라면 어디를 골랐을까?’
나는 다시금 스스로에게 물었다.
노아르크에게 가장 유리한 포탈은 어디일까.
그 답은 금방 나왔다.
‘북쪽.’
고블린 숲.
암만 생각해도 놈들 입장에서 이곳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다.
근거는 총 셋이다.
1. 심연 고블린은 1층의 네 몬스터 중에 제일 까다롭다.
이 길을 타고 넘어가려면 많은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으며.
2. 벽 역할을 할 지형지물이 없기에 포위가 가능하다.
심지어 전투도 유리하다.
무엇보다…….
3. 고블린 숲은 3층과 가장 거리가 짧다.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7개월간 미궁 탐사를 멈췄던 놈들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중일 터. 이번 작전이 끝나면 위층으로 올라가 마석을 캐려 했을 것이다.
그야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 효율충 아닌가.
‘멍청한 새끼.’
식량난에 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2층 앞에 대기 중인 인력이 그리 많지 않으리라고도 여겼다.
그래서 그걸 믿고 이 계획을 세웠다.
다만, 그걸 고블린 숲까지 연관 짓지 못했다.
그토록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또 돌렸음에도.
‘셋 중 하나는 무슨. 그냥 쉬운 길이었으면 했던 거겠지.’
나 자신의 우둔함에 욕이 나온다.
그러나 더 자책하기보다는 메시지 스톤을 꺼내 손에 쥔다.
꽈악.
혼자 무너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그러니, 이제 중요한 건 그다음의 대처일 터.
“우리는 북쪽으로 간다.”
메시지 스톤을 통해 결정을 통보하자, 카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블린 숲이라…….]“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아니, 사실 자네가 무엇도 고르지 않으면 내가 먼저 그곳을 추천할 생각이었네. 지금에야 든 생각이지만, 그쪽이 의심스럽거든.]그래, 아저씨도 나랑 같은 생각이 든 거구나.
조금만 더 깨닫는 게 빨랐으면 좋았을 것을.
나도, 이 아저씨도.
‘됐어, 투정은 여기까지.’
나를 믿고 이곳까지 온 무리를 이끌고 이동을 재개했다.
“준비해라. 이만 다시 출발하겠다.”
목적지는 북쪽의 고블린 숲.
“하, 휴식도 이제 끝이구먼.”
“가보자고. 쉬는 건 나가서 해도 충분하니.”
진형을 무너뜨리며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대신, 조금 돌아가더라도 방향을 틀어 우회하듯 움직였다.
“그르릉……!”
“캬아아아악!”
포탈 근처를 벗어나자 어김없이 나타나는 짐승 새끼들.
놈들과 다시 피 터지게 싸워가며 길을 열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그륵, 그르륵!!”
서서히 심연 고블린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칼날늑대가 출현하는 동쪽지구에서 상당한 거리를 이동했다는 뜻.
“그르륵.”
평소와 다름없는 왜소한 체구.
그러나 피부만큼은 불길할 정도로 검게 물든 고블린이 나를 응시한다.
“크륵, 크르륵!”
놈은 웃고 있었다.
내가 처음 이 동굴에 떨어졌을 그때처럼.
“전투 준비!”
지금부터 우리는 어려운 길을 걸어갈 것이다.
***
9등급 몬스터 고블린.
이 새끼들은 별거 없다.
덫만 조심하면 그만이고, 그 덫조차 제대로 된 장화 하나면 무력화된다.
하지만…….
「심연 고블린을 처치했습니다 +EXP 5」
앞에 심연이 붙은 5등급 고블린은 다르다.
이 빌어먹을 새끼들은 트롤보다도 까다로운 존재로 탈바꿈한다.
「심연 고블린이 [무작위 덫]을 시전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무작위 덫].
효과는 간단하다.
철컥.
밟았을 시, 5등급 이하의 랜덤 스킬이 대상자에게 시전된다.
아, 참고로 버프 같은 건 제외다.
발동되는 건 오직 공격 및 저주 계열 스킬뿐.
화르르르륵-!
덫이 발동되는 소리가 들려온 순간, 전사 한 명의 몸이 불길에 뒤덮였다.
뭔지는 보자마자 알았다.
5등급 스킬 중에서도 단일 딜로는 최상위에 속하는 그것.
“제기라아아알!! 신관! 신관, 신과아안—!”
그토록 부르짖던 신관은 불길이 일자마자 힐을 넣는 중이었으나 소용없었다.
털썩.
무려 2시간 넘게 최전선에서 길을 뚫던 전사가 새까맣게 타서 쓰러졌다.
실로 허무한 죽음.
심연 고블린의 지랄맞은 점이다.
“크륵, 크르르륵!!”
어떤 육성법을 취하든 카운터 속성은 있기 마련인데, 무작위 공격이라니?
운이 나쁘면 한 방에 골로 갈 수밖에 없다.
한데 그런 와중에…….
“씨발, 미치겠군.”
심연 고블린의 덫은 육안이나 마법으로 미리 탐지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냥 밟는 수밖에 없는 것.
“나, 나는 더 이상 못 가겠소. 미안하오.”
칼날늑대에게 팔이 뜯겨져 나가고도 웃으며 치료받고 돌아왔던 전사가 뒷걸음질 쳤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내가 약해서, 적의 공격을 피하지 못해서 다쳤다면 모를까.
그냥 운이 나쁘면 죽을 수 있다니?
숯한 역경을 넘어온 전사라도 심리적 공포를 이겨내는 건 어려운 일일 것이다.
따라서…….
“내가 먼저 가겠다.”
먼저 나아간다.
나라고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를 위해 웃으며 희생할 만큼 숭고한 마음가짐을 지닌 것 또한 아닐 테지만.
“너희들은 내 뒤를 따라와라.”
전부 겁먹어서는 답이 없다.
결국 그 선택은 나를 포함한 모두를 죽이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에서는 필요하다.
철컥.
공포를 이겨내고 첫걸음을 내딛는 자가.
그래, 한 명쯤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베헬—라아아아아아!!”
두려움을 이겨내고 속도를 올린다.
철컥.
스무 걸음 간격으로 덫이 발동했다.
「캐릭터의 기력이 크게 감소합니다.」
저주 계열 디버프.
「캐릭터의 몸이 뜨겁게 불타며 재생 능력이 일시적으로 봉인됩니다.」
지속형 화염 공격 [거머리불꽃].
「캐릭터가 입는 냉기 피해가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합니다.」
물벼락과…….
콰콰쾅!
진짜 벼락.
온갖 종류의 스킬들이 내게 중첩된다.
그러나 나는 나아갔다.
만티코어로 맞춘 +200의 항마력을 믿으며.
내가 내디딘 첫걸음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으며.
철컥.
계속해서 걸음을 내디뎠다.
어느샌가 사람들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나, 나는…….”
“추태는 그만두고, 뒤로 물러나시오. 그다음은 내가 갈 테니.”
“제기랄, 나는! 나는 왜…….”
멈춰서고 넘어진 이들을 지나친 이들이 내 뒤를 따른다.
“우리는 위대한 전사를 따라간다!!”
“베헬—라아아아아아!”
시작은 바바리안.
“하핫! 자넨 가족이 있다고 했지 않나. 이런 건 나처럼 홀몸인 사람이 가야지.”
팀을 잃은 리더.
“……이 또한 왕가의 책무를 다하는 것일 터. 그다음은 내가 서리다.”
버려진 기사.
“돌겠군. 이런 적은 처음이라.”
“하, 진짜 여기서 어떻게 내빼란 거야?”
“아까부터 느꼈지만, 진짜 미친놈이군.”
웅성임이 커지고.
바로 뒤에서는 동료의 존재가 느껴진다.
다만 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오늘 이 자리에 필요한 자는 의심하고 불안해하는 자가 아니다.
묵묵히 나아가는 자.
“다, 다들 미쳤어! 그런다고 누가 인정이라도 해줄 거 같아!! 어? 영웅이라고?”
그대로 주저앉은 자를 탓하지 않으며.
“니미럴……. 그래도 나는 가련다. 결국 누구는 해야 할 일이니까.”
다시 일어난 자와 함께.
철컥.
나아간다.
더 이상 무언가를 버리지 않기 위하여.
***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아이나르에게 업혀 있었다.
하나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고는 묻지 않았다.
이것으로 벌써 세 번째였으니까.
덫을 밟고 밟고 또 밟다가 못 버티고 기절한 것도.
“얼마나 지났지?”
“제발… 좀 더 쉬어랑, 비요른……. 응?”
미샤의 걱정을 뒤로하고 아이나르에게서 내린다.
카일이 보였다.
이 아저씨라면 말해 주겠지.
“얼마나 지났나?”
“앞으로 두 시간이면 도착할 걸세.”
“그래, 그렇군.”
30분 정도 기절해 있었던 거 같다.
신관의 신성력은 진작에 바닥이 난 상황.
과연 내가 없는 동안 앞에서는 얼마나 또 죽었을까.
“아저씨…….”
막 걸음을 옮기려는데 에르웬이 내 팔목을 잡는다.
“안 가면 안 돼요……?”
“…….”
“어차피 지금은 다른 분들이 길을 열고 있잖아요. 네?”
지독히 이기적이면서도 매혹적인 말.
또한, 예전의 나였으면 합리적이라 생각했을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야 한다.”
“왜… 그렇게까지 하시는 건데요.”
“누군가 죽는 건 지긋지긋하니까.”
내게는 높은 수준의 항마력이 있다.
그래서 수백 번 덫을 밟고도 기절에 그쳤다.
고작해야 5등급 스킬 아닌가.
[거대화]가 없어도 내 몸은 몹시 튼튼했다.그러면서 깨달은 것인데, 적어도 나는 이 미친 짓에서 죽지 않는다.
그러니까…….
“비켜라.”
에르웬을 밀어내고 전방으로 향한다.
더 이상 동료들도 날 붙잡지 않았다.
이내 속도를 더 올리자 금방 최전방 측에 다시 합류할 수 있었다.
“질리지도 않고 또 왔군.”
거진 200에 달하는 전사로 막힌 통로.
3분의 1로 나눈 그룹 구분 없이 전사를 닥치는 대로 모았더니 이렇게 되었다.
여긴 칼날늑대 지구와 다르니까.
덫만 앞에서 밟아 준다면, 샛길에서 나오는 적은 크게 위험하지 않다.
조건은 5등급 이상.
그중에서도 방어 수치가 높을 것.
아, 근딜형 전사도 받기는 했지만, 전사가 아닌 직업군은 철저하게 배제했다.
심연 고블린의 특징은 덫 하나가 아니니까.
놈들은 투척 무기를 쓴다.
명칭은 ‘괴물주머니’.
던졌을 때 터지며 5등급 이하의 무작위 몬스터가 출현한다.
그것도 코앞에서.
거리 조절이 생명인 연약한 주문쟁이나 활쟁이들로서는 버틸 수 없는 환경인 것.
“……저기 업힌 건 신관인가?”
“아, 그냥 가만히 있으라니까. 자꾸 신성력을 쓰다가 기절하지 뭔가.”
참고로 업힌 건 신관만이 아니다.
중상을 입고 뒤로 물러나 포션에 헐떡이는 전사들이 전사들 어깨에 둘씩 업혀 있다.
아마 정신을 차리면 일어나 그놈이 다른 전사를 또 업겠지.
“그렇군. 일어나면 억지로라도 막아라. 정말로 필요해질 때를 위해 아껴야 하니까.”
“하지만 이 여신관님은 어찌나 고집이 센지, 도무지 우리 말을 안 듣는데?”
“그럼 그 전에 기절을 시키면 되지 않나?”
“오, 그것도 그렇군.”
신관을 향해 불경을 저지르란 말임에도, 전사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걸 가릴 상황이 아니란 거겠지.
“그럼 먼저 가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아가려는데, 전사들이 어깨로 나를 밀쳐낸다.
잠깐만, 나 지금 어깨빵을 당한 거야?
이 몸에서 깨어나 처음으로 있는 경험.
“……이게 무슨 짓이지?”
내가 묻자 전사들이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 줄 기다리고 있는 거 안 보이나?”
“암만 네가 대장이라 해도, 지킬 건 지켜야지.”
“비요른 얀델, 너는 무슨 자기가 영웅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건가?”
뭐?
아니, 대체 이게 뭔 개소리야?
어처구니가 없지만 전사들의 표정은 진심이었다.
“조금 더 쉬어라, 얀델.”
“넌 그럴 자격 있으니까.”
허, 이 상황을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중.
“저, 정지!!”
앞에서 소란이 들려왔다.
이 상황에서 멈춘다고?
분명 뭔가 일이 벌어진 게 틀림없다.
“비켜라.”
나는 다급히 전사들을 제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번엔 당황한 전사들도 막지 않았다.
“어, 어?”
“잠깐!”
“얀델? 네가 왜 여기에?”
“분명 쉬게 두자고 했었는데…….”
최선두에 도달하자 낯이 익은 탐험가들이 나를 반긴다. 하지만 그들의 의문보다 먼저 해결할 것이 있었다.
대체 무슨 소란이었는가.
굳이 물을 필요도 없이 답은 눈앞에 있었다.
“아무튼, 잘 왔다. 얀델, 저게 그 마법사님이 말한 그거 맞지?”
통로 너머.
빛을 잡아먹는 어둠 속에서 깜빡이며 나를 바라보는 거대한 눈동자.
“그래, 맞는 거 같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정해서 뭘 어쩌랴.
저 눈과 마주친 이상 심연의 군주 베르자크와 마주치는 게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 지금까지 안 만난 게 기적이긴 했지.
“자, 이제 어쩔 거지?”
뭘 어쩌긴 어째, 계획대로 해야지.
“다들 물러나라.”
나는 메이스를 들고서 앞으로 나아갔다.
무기를 들고 접근하고 있음에도 저 거대한 눈은 끔벅끔벅거릴 뿐 물러나지 않았다.
꽤나 기분 나쁜 시선이었다.
따라서…….
‘거, 바바리안 처음 보나?’
있는 힘껏 눈깔에 메이스를 처박아주었다.
콰직-!
9등급 토큰 몬스터답게 평타 한 방에 빛이 되어 사라지는 눈동자.
「심연의 감시자를 처치했습니다 +EXP 1」
「심연의 군주 베르자크가 당신에게 강한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후, 깨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고생하겠네.
나는 메시지 스톤을 꺼내 카일에게 사후 보고를 했다.
“방금 심연의 감시자를 죽였다. 이제 어서 너도 이쪽으로 와라.”
플랜 B로 갈 차례다.
Any updates? I know it’s on a break but still some more chapters r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