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21
21
소드마스터 힐러님 021화
7장 소드마스터의 사냥(2)
“힐러부터 노리는 건 나쁘지 않았어, 그런데 상대가 나빴네?”
성준은 싸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지석을 노려 보았다. 살기를 담은 차가운 시선에 지석은 두려움을 느꼈다.
“P, PK다! 누가 먼저 시작한 거야?”
“한지석 씨가 먼저 공격했어요!”
부상을 입은 파티원의 상태를 살피고 있던 파티장과 또 다른 파티원 하나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는 성준을 돕기 위해 달려오려 했다.
“제가 처리할게요.”
성준은 비어 있는 손을 들어 올려 그들의 개입을 막았다.
“하, 하지만 강성준 씨는 힐…”
끝까지 들을 필요는 없었다. 대화를 하는 척하면서 성준은 기습적으로 움직였다. 지석은 급히 방어 자세를 취했지만 한 발 늦고 말았다.
그가 방어를 위해 자세를 바꿨을 땐 이미 성준의 검 끝이 지석의 허벅지를 깊게 베고 지나간 뒤였다.
“크악!”
아찔한 고통에 지석이 비명을 내질렀다. 사람을 베고 찌르는 것엔 익숙했지만 고통은 여전히 반갑지 않은 존재였다.
“빠, 빨라!”
“회복계가 저런 움직임이 가능해?”
파티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성준을 보았다. 전투계 헌터들조차 놀랄 만한 속도였다. 던전 솔플과 수련 덕분에 지금의 성준은 한계를 넘지 않아도 동급의 전투계 헌터보다 빨랐다.
신체 활성화는 덜 진행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전생의 기억 덕분에 근육의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어서 훨씬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크, 크윽…!”
지석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 성준이 휘두른 검에 치명상을 입은 것 같았다. 피는 멈출 생각없이 자꾸만 흘러 내렸다.
“자신만만했는데, 그런 건 다 어디갔어?”
“그, 그건…”
성준이 물었다.
휙.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성준이 휘두른 검이 지석의 상처 입지 않은 오른쪽 다리를 노렸다. 지석은 급히 검을 들어 올렸다.
두 개의 검이 충돌하면서 튕겨져 나왔다.
“느려.”
검을 회수하는 속도는 성준이 더 빨랐다. 전생에 전장에서 셀 수 없이 많이 펼쳤던 동작이었다. 익숙하고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근접전에서 검을 빨리 회수하는 건 적이 대비하기 전에 먼저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앞이 텅텅 비었어.”
성준은 검을 회수하지 못해 비어 있는 지석의 상체를 노리고 검을 내찔렀다. 날카로운 칼날이 지석의 복부를 꿰뚫었다.
성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검을 뽑기 전에 손목을 한 차례 비틀었다.
“끄, 끄아아아아악!”
지석이 비명을 내질렀다. 내장이 엉망이 되었다.
‘검을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야.’
성준이 싸우는 모습을 보며 파티장은 생각했다. 그는 경험 많은 헌터였지만 성준의 대인전 실력에는 명함도 못 내밀 것 같았다.
“주, 죽여줘…”
지석이 애원했다. 왼쪽 다리와 복부에 치명상을 입으면서 그는 이미 성준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살고자 하는 마음도 사라졌다. 그저 이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왜 그 부탁을 들어줘야 해?”
평소의 성준은 그 누구보다 온순하지만 누군가 그를 자극하는 순간 전생이 깨어나고 살귀가 눈을 떴다.
휙.
성준이 다시 검을 휘둘러 복부를 베었다.
“아, 아아악!”
지석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검을 놓치고 말았다. 복부의 상처들에서 내장이 쏟아졌다.
“주, 죽이라고 이 새끼야…!”
“울어?”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의 연속에 지석은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성준은 어이가 없었다.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가 PK를 시작할 때부터 이렇게 될 건 예상했어야지.”
“크아아악!”
짧은 순간, 성준이 휘두른 검이 지석의 왼팔을 잘랐다.
“허억!”
지석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기절했다. 성준은 그를 보며 입 꼬리를 끌어 올렸다.
“죽으면 안 돼, 힐!”
죽이고 싶었지만 협회에 넘겨서 정보를 얻는 것도 좋다고 생각되었다.
몸을 포박하고 힐을 시전하자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중상이라서 완치는 되지 않았지만 당장 생명은 건졌다.
-새로운 아이템의 존재를 확인.
계측기가 반응했다. 성준은 게측기를 꺼내 로엘에 가져갔다.
[깨어난 로엘.]D급.
경량화 효과 확인.
출혈 저주 효과 확인.
잠재 능력 확인.
전생 각성 효과 확인.
추가 효과 알 수 없음.
‘봉인된 로엘’에서 ‘깨어난 로엘’로 아이템 이름이 바뀌어 있었고 출혈 저주 효과가 추가되어 있었다.
“강성준 씨! 괜찮아요?”
부상이 심한 파티원을 제외한 나머지 둘이 황급히 달려왔다. 성준이 끼어들지 말라고 한 이유도 있었지만 도와줄 필요가 없기도 했기에 그들은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괜찮습니다.”
성준의 대답에 파티장과 파티원 한 명은 마른침을 삼키며 지석과 성준을 살폈다. 보스전에서 나름 활약한 지석은 처참한 상태였지만 회복계인 성준은 상처조차 없었다.
‘한지석 씨는 보스전에서 눈에 띌 정도로 경험이 많아 보였는데… 회복계 헌터인 강성준 씨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하다니…’
파티장은 지석이 PK범이라는 사실보다 근접전에서 전투계 헌터를 압도하는 회복계 헌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정리하고 나가죠.”
성준의 말에 파티장과 파티원들은 부상입은 다른 한 명을 데리고 던전을 나왔다. 그리고 파티장이 던전 관리국 직원에게 PK를 신고하는 사이, 성준은 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해결했습니다. 예상대로 한지석은 PK범이 맞았습니다.”
-생존자는 몇 명입니까?“중상자가 한 명있지만 다들 생존했습니다. 한지석이 저부터 기습했거든요.”
-전원 생존이라니! 정말 대단합니다!
현성이 감탄하는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입금만 확실하게 해주시고 한지석 회수팀이나 보내주세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사팀이 귀환하는 대로 바로 입금하겠습니다.
“아참, 그러고 보니 한지석을 생포했습니다.”
-잘 되었군요. 조사해보겠습니다.
이윽고 그들은 던전 관리국에서 보내준 차량에 회수팀과 동승하여 이동 후, 지석을 현성에게 넘겼다. 그리고 간단한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조사가 끝나자 파티장을 대표로 던전에서 주운 마정석과 아이템을 매각했다.
정산금은 4억원이었고 지석이 PK범이 아니었다면 8천만원씩 나눠야했겠지만 그가 PK를 시도하면서 1명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2천만원 오른 1억원이 되었다.
“강성준 씨, 고마워요. 다음에 또 만나면 제가 술 한 잔 사겠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요.”
“그래도 강성준 씨가 바로 힐을 넣어주지 않았다면 저는 죽었을 겁니다.”
조사실에서 나오면서 오우거의 몽둥이에 당해 쓰러졌던 파티원과 마주쳤다. 그는 던전 관리국에 위치한 의무동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는 성준을 보며 진심을 담아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다른 파티원도 떠나고 파티장과 성준만 남았다.
성준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파티장이 입을 열었다.
“강성준 씨가 아니었다면 파티는 전멸했을 겁니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아니었어도 파티장님이 잘 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성준은 겸손하게 말하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파티장은 고개를 저었다.
“한지석, 그 새끼… 보스전에서 모습만 보면 제가 상대할 수 없었던 놈입니다. 저는 분명 졌을 겁니다.”
파티장의 시선이 성준에게 향했다.
“강성준 씨가 저희를 살린 겁니다.”
파티장은 그 말을 남기고 떠났다.
집으로 돌아온 성준은 1억원이 추가로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 침상에 몸을 던졌다. 그리고 잠에 빠져 들었다.
그날 성준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전생의 죽음과 관련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