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019)
제 1111화
247화. 라프라로사 해방 전쟁(8)
“카하아앗!”
테탈론이 진의 가슴팍을 스쳤다.
상대의 힘을 이해하기 어려운 건 진뿐만이 아니었다. 시마트 역시 이미 부서진 몸으로 몇 번이나 진에게 닿은 것이다.
뼈가 드러나고, 장기가 쏟아져도 테탈론은 점점 더 예리해졌다. 그 검은 때때로 투신의 감각마저 벗어나고 있었다.
마치 각성하고 있는 듯 보였다. 과거 검황성전에서 론 하이란이 그랬던 것처럼, 파엘리토를 상대하며 진이 그랬던 것처럼.
지독하고 집요한 악령 하나가 들러붙은 기분이었다. 광기와 악의, 집념과 투쟁심으로 붉게 물든 테탈론이 쉴 새 없이 푸른 뇌전을 걷어내고 있었다.
리마가스를 비롯한 적명족들의 눈에는 무의미한 발악처럼 보일지 모르나 진과 반, 동료들에겐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위험한 적이며, 계속 더 위험해지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진이 패배할 일은 없었다. 승리는 이미 확정된 상태, 관건은 싸움이 완전히 종료되는 시점과 라프라로사의 완벽한 해방일 뿐.
“히, 이게 무슨 일이지. 얼른 던지자, 무불멸. 공중요새가 멈춰 있을 때.”
요나의 말에 베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베일은 진과 시마트의 전투에 압도되고 있었다.
투신과 투신의 싸움, 그야말로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싸움. 진이 월등히 더 강한 듯 보이기는 하나, 그도 시마트의 숨통을 쉽사리 끊지는 못하고 있었다.
‘예전…… 테마르를 보는 것 같군.’
베일이 테마르 같다고 생각한 건 진이 아니다.
그는 시마트를 보며 테마르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 어떤 절망 속에서도 빛나는 눈으로 검을 휘두르던 그의 모습을, 그때마다 펼쳐지고는 한 기적을.
계속 공중요새를 묶은 뇌기의 사슬이 해제되고 다시 채워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주포가 라프라로사를 다시 강타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한 번씩 정지 상태에서 풀려나더라도, 진의 검은 그전에 이미 그림처럼 굳어 있는 주포를 흩어버리고 있었다.
파아아아……!
뇌기에 잠식된 주포들이 파괴될 때마다 굉음이 일었다. 파훼된 주포는 적뇌의 붉은 기운이 온데간데없이 부서져서, 거대한 청금석 같은 파편을 떨궜다.
그 파편들은 진이 방출하는 열기에 녹아 다시금 명왕군림검의 파동 안으로 수렴했다. 반면, 네 기의 공중요새는 이제 처음보다 훨씬 작아져 있었다.
외부 장갑의 5할 이상이 파괴된 까닭이었다. 승무원들도 그만큼 사망했고, 이제 공중요새는 오로지 주포를 지키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비록 적뇌포가 닿지 못하더라도, 이조차 사라지면 반격의 수단이 아예 남지 않기 때문이었다.
‘투신 동포의 투혼만으로는 상황을 뒤집을 수 없다. 놈들이 재기 불가할 만큼 상처입힐 수도 없어.’
살아남은 적명족 간부들은 그 사실을 절감하고 있었다.
공중요새를 제외한 함대는 이제 단 한 척도 남아 있지 않다. 사실상 크리를 제외한, 전체 병력의 8할 이상이 지금 이 자리에서 산화하는 중인 것이다.
“무불멸, 지금이야!”
요나가 해방 장치를 베일에게 던졌다. 상자를 받은 순간, 베일은 순간적으로 시마트와 눈이 마주친 듯한 착각에 휩싸였다.
그래서 움찔하며 장치를 지키려 했으나, 시마트는 이제 라프라로사의 해방에 관심이 없었다.
장치만이라도 파괴해야 한다는 생각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진을 베기 위해 모든 의식을 집중하고 있을 뿐.
다음은 없다. 그런 사치스러운 마음으로 싸운다면 단 한 합도 버틸 수 없는 사태에 다다른 것이다.
“흡!”
베일이 있는 힘껏 라프라로사로 해방 장치를 던졌다. 공중요새가 굳어 있고, 차원의 균열이 가장 커진 순간이었다.
‘차원 내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이제 곧 해방 장치가 떨어질 겁니다.’
‘잘 받아보도록 하지. 그런데, 진 형제.’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알 것 같군요.’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사막에 아군이 더 오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래…… 놈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숨을 끊어내기까진 앞으로도 꽤 시간이 필요할 테지.’
변수.
시마트의 투쟁심은 전장에 계속 변수가 들어올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수는, 꼭 적명족을 통해서만 발현되리라는 법이 없다.
지플, 킨젤로, 태양신교, 가네스토.
얼마든지 그들이 전장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은 그중 가네스토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애초에 시마트가 최초의 혼돈을 사용하도록 끌어들인 건 가네스토니까 말이다.
진은 최초의 혼돈을 확인한 순간부터 가네스토의 참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어쩌면, 투신합일이 이토록 빨리 가능했던 것도 가네스토가의 뜻이었을지 모른다는 의심도 있었다.
지금껏 모든 상황이 이상하리만치 유리하게 흘러왔으니 말이다. 마족 3인방이 나타났을 때도, 대사막에 최초의 혼돈이 풀린 지금도.
‘하나 너무 많은 인원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다. 진 형제의 본진도 위험해질 수 있고. 그러니 나는 확실한 인원으로 두세 명 정도만 추가하면 어떨까 싶군.’
진이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베일의 위치를 확인했다.
“어딜 보는 것이냐!”
시마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적천신검을 펼쳤다. 진은 그 시뻘건 광파를 쳐내곤 빠르게 베일에게 접근했다.
[루나 누님과 룬티아 누님을 모셔 와. 요나 누님은 복귀시키고.]베일은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바로 진과 거리를 벌렸다. 조금만 늦게 움직였어도 테탈론에 몸통이 반으로 갈렸을 터.
등골이 오싹했다. 진이 이런 검을 매초 몇 번씩 쳐내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도 믿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굉장하군, 시마트.]진이 거리를 벌리려는 베일을 엄호하며 말했다.
시마트는 이제 사람 형상을 한 핏덩이처럼 보였다. 명왕군림검의 뇌파에 살갗이 모두 녹아 근섬유와 뼈가 드러났고, 장기는 도무지 산 사람의 것이라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한 상태였다.
그러나 붉은 광심장은 푸른 폭풍 속에서도 제 색을 잃지 않고 강렬하게 빛났다. 진을 응시하는 두 눈동자도 흔들림이 없었다.
[태양신 같은 허황한 존재를 위해 사용하기엔 아까운 집념이다.]“이제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너를 넘어서고, 죽는다.”
[그렇다면 허망한 각성이로군. 평생 태양신을 부활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왔으면서, 최후는 그 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죽음을 향해, 전력으로 달리는 것인가.]“그래, 나는 지금에서야 깨닫고 있다. 진 룬칸델…… 네 말대로 태양신 같은 건 허황한 이야기였어. 우린 날 때부터 길이 하나라고만 믿었지. 하지만 이렇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었군……. 나는 지금, 태양신의 추종자로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적명족의 긍지를 지키려는 것일 뿐, 나는 그들의 유일한 투신이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있을 뿐.
씨익, 시마트의 찢어진 입이 씰룩였다.
“길을 벗어나는 게 이리 즐겁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우린 태양신을 되찾겠다는 마음으로는 단 하루도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오롯이, 우리의 힘만으로 명왕의 이름을 쟁취하기 위해서만 싸웠을 것이다.”
[결국 나를 만난다는 결과는 같았겠군.]“그래, 하지만 과정과 의미가 달랐을 테지. 나는 지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런 싸움을 하는 것이다.”
스걱-! 시그문드가 시마트의 왼팔을 베었다. 그 팔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뇌정에 휩쓸려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잠시 후, 시마트의 육체가 붉은빛으로 물들며 이글거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붉은 뇌기는 순식간에 그의 온몸을 집어삼켰다.
광심장과 테탈론만이 그가 서 있던 위치에 그대로 떠 있었는데, 잠시 후 그 자리로부터 붉은 뇌기가 다시 사람의 형상을 빚기 시작했다.
평생 단련해온 육신은 사실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듯, 다시 진과 마주 선 시마트는 마치 붉은 그림자가 일어선 것처럼 보였다.
“이제야 너를 벨 수 있을 것 같구나, 진 룬칸델.”
언뜻, 그 모습은 론처럼 죽음을 극복한 것처럼 보이나.
진과 반은 알아보고 있었다. 그저 그는 한계에 다다른 육체를 싸움에 적합한 형태로 변형한 것이다. 한정적인 시간 동안만이라도 계속 싸울 수 있도록.
그건 적명족의 기술력 따위가 아닌, 오로지 창성의 의지로 실현한 기현상이라 할 수 있었다.
허락된 시간이 모두 지나면, 시마트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진과 반도 창성의 통찰력으로 그 사실을 알아보고 있었다.
“이 상태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군. 한 시간? 두 시간? 그보다 짧을 수도, 길 수도 있을 테지. 어떻든 상관은 없다. 어차피 너는 내게 허락된 시간이 끝날 때까지 여길 떠날 수 없을 테니.”
“크하하, 우리 적명족은 서로를 그만큼 아끼지 못해 몰락했다는 말이 하고 싶은 것인가?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겠군! 안 그런가, 동포들이여!”
적명족들은 시마트의 목소리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엄습하는 푸른 뇌기 속에서도, 모두가 그의 말을 들으려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는 투신의 이야기였다.
“킨젤로의 부재, 태양의 질서에 종속된 삶, 청명족, 그리고 빌어먹을 대봉인까지. 동포들아, 돌아보면 우린 한 번도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없다. 그러나 멸망을 앞둔 오늘만큼은, 우리만을 위해 산다. 싸우고, 다치고, 죽는.”
키이익, 끼기기긱……!
시마트가 발산한 적뇌가 명왕군림검의 푸른빛을 조금씩 밀어내자 공중요새들이 다시 움직였다.
공중요새의 동력원에 녹아 있는 적명족들의 광심장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듯이, 최후의 결전을 앞둔 전사들처럼.
“우린 약자를 유린하고 그들의 땅을 빼앗고 노예로 만드는 일에 아무런 죄책감이 없다. 그리고 그 반대로, 우리보다 강한 자들에게 짓밟히고 고통받고 살해당하고 종말을 맞이하는 일도 두렵지 않다. 그것이 적명족이다.”
대답처럼 공중요새들이 주포를 발사하고 있었다. 진은 검기를 일으켜 라프라로사로 떨어지는 주포들을 베어버리며 시마트와 눈을 맞췄다.
[너희가 본질적으로 더럽고 추악하고 잔인한 족속에 불과하다는 걸 아주 자랑스레 떠드는군……. 하지만, 그조차 태양신이 어쩌네 질서와 운명이 어쩌네 지껄이는 것보다는 낫구나, 시마트. 오늘은 그 야만과 오만에 종지부가 찍히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