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05)
제 666화
156화. 혼돈 정화(10)
* * *
‘대체 이게 몇 번째 기절이냐.’
눈을 뜨자마자, 진은 언제나처럼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형제들을 볼 수 있었다.
“깨어났군, 진 형제.”
“그 말도 벌써 몇 번째로 듣는 건지 모르겠네요. 이젠 의식을 잃는 게 지겨울 정도입니다. 이번엔 얼마나 지났습니까?”
“이틀.”
“후.”
패배감, 혹은 분노.
그런 감정들이 진의 가슴속을 화로처럼 뜨겁게 만들고 있었다.
벌컥, 벌컥! 나타가 내민 냉수를 연거푸 들이켜도 열기는 가실 기미가 없었다. 생각할수록 열이 뻗치고 혼돈이 얄미워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들어가서 1, 2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렇게 당해서 돌아올 줄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진 형제가…….”
“일단 이야기 좀 해봐.”
“들어갔더니 놈의 아공간이었고, 놈은 더 커져 있었고, 바로 제 앞에 있었으며, 저를 한 방에 꺾었습니다. 심지어 제 생각까지 모두 읽었고 말이죠. 제가 바깥에서 그랬던 것처럼.”
길게 설명할 게 없었다. 승부는 정말로 일격에 판가름이 났으니까.
“거기서는 영기도 별로 위협적이지 않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 빌어먹을 놈, 말을 할 수 있었어요. 강력한 앞발 휘두르기 맛이 어떠냐며 절 조롱하기까지 했는데…… 이렇게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한 건 처음입니다.”
“정말 처음인가?”
반이 진이 누운 침대 옆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심각한 진, 그리고 다른 형제들과 달리 반은 이 상황이 재미있는 듯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처음 진 형제가 이곳을 찾아왔을 때, 형제들은 대부분 진 형제를 철없는 천재라고 생각했지. 아마도 바깥에선 패배를 별로 겪지 못했을 거고, 때문에 정신력이 약하리라 짐작한 거야.”
“투신 형제.”
“그러나 진 형제는 사실 패배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처음 라프라로사에 왔을 때, 진 형제는 나갈 때까지 내내 다른 형제들에게 손도 못 쓰고 당하기만 했어.”
“그렇기는 합니다.”
“그러니 이번 패배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말도록.”
진은 번쩍 정신이 깨어나는 기분이었다.
반의 말대로, 그는 이미 수많은 패배를 경험해왔다. 혼돈에게 힘을 빼앗긴 것보다 더 큰 절망과 부조리도 수없이 겪었다.
특히 회귀 전, 저주에 빠졌던 시기에 비하면 지금은 ‘그럭저럭 할 만한’ 상황이었다.
“진 형제.”
“말씀하십시오, 투신 형제.”
“한 가지만 묻도록 하지. 여전히 나와 형제들의 도움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놈을 상대하고 싶은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수련이다.”
반은 간단명료하게 결론을 내렸다.
“진 형제에게 주어진 시간은 3년, 그 안에 형제가 놈을 꺾을 수 있도록 직접 나와 다른 형제들이 수련을 시켜주겠다. 그리고 진 형제는, 일정 경지에 다다를 때마다 놈과 재대결을 할 것이다.”
명왕족들은 진과 달리 아공간 속의 혼돈을 겪어보지 못했다. 그들은 진의 설명을 토대로 놈의 무위를 유추할 수밖에 없으며, 진도 격차가 너무 커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현재로서는 진을 초전박살 낼 수준이라는 정도다.
하루 이틀 수련한다고 어떻게 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니, 진은 매번 죽음을 각오하고 아공간을 찾아야 했다.
“운이 좋았던 건지, 다른 이유가 있던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진 형제는 지금도 살아서 돌아왔다. 다음에 싸워서 지더라도, 또 그렇게 생존해서 탈출하면 된다.”
당연히 위험한 일이지만, 명왕족들은 반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으음, 진 형제가 걱정되긴 하지만. 투신 형제의 말씀대로, 훈련은 원래 죽을 수도 있는 거니까…….”
“진 형제가 혼자 싸우겠다면, 사실 그것 말고는 답이 없기도 하고.”
진과 명왕족들은 순식간에 반의 의견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다른 형제들도 진 형제와 함께 수련을 행하도록 한다.”
“반 형제, 그럼 제 다음 재대결은 언제쯤으로 생각하십니까?”
“한 달 후.”
격차를 좁히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 대목에선 명왕족들조차 그렇게 빨라도 괜찮겠냐는 표정이었으나 반은 단호했다.
“한 달 후에 다시 싸워서 놈에 관한 정보를 더 얻어오도록. 정찰, 파악, 전투, 도주. 모두 진 형제밖에 할 수 없으니 길고 위험한 싸움이 될 것이다. 모두 제2훈련장으로 이동하라.”
* * *
그 한 달은 진의 인생에서 그야말로 가장 지옥 같은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했다.
‘내가 훈련이 괴로워서 다음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날이 올 줄이야…….’
웨엑, 위액을 토해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명왕족의 훈련은 본래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이 거칠다. 그러나 ‘투신’의 기준은 그보다도 높다.
다른 명왕족들도 거의 빈사에 빠진 채 멍한 눈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몇 시간만 휴식해도 금세 원기를 되찾았고, 진은 내내 맛이 간 채 훈련에 임해왔다.
반은 그런 진에게 가차 없이 예정된 재대결의 날짜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진 형제는 하루 휴식하고 내일 문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오늘 훈련은 종료다.”
진은 그녀의 목소리를 ‘문으로 들어가서 휴식하라’는 뜻으로 잘못 들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어기적어기적 2훈련장을 벗어나, 중앙 훈련장으로(반은 당연히 진이 휴식을 취하러 방으로 가는 줄 알았다) 가 문으로 들어서려다 보초를 서고 있던 탄텔과 샤쿠에게 제지를 당했다. 두 사람이 없었다면 그대로 혼돈과 다시 맞닥뜨렸을 것이다.
“진 형제, 문으로 들어가서 쉬겠다니? 투신 형제가 그렇게 말했을 리 없어!”
“훈련…… 훈련의 일환…….”
“확인할 테니까 기다려봐, 음. 쓰러졌군.”
“어휴, 방으로 옮기자.”
다시 눈을 떴을 땐 익숙한 천장이었다.
‘투신 형제가 문으로 들어가서 쉬라고 했는데……! 아니, 뭔가 이상한데. 내가 잘못 들은 거였나?’
반은 의식을 차리자마자 허둥대는 진의 모습도 재미있는 듯 큭큭 웃었다. 그러다 진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표정을 싹 지운 뒤 이렇게 말했다.
“가자, 2차전이다.”
언제나처럼 형제들 모두가 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직전까지 지옥 같은 훈련이 이어졌던 터라, 명왕족들은 한껏 벼려진 검 같은 기세였다.
진은 겨우 하루 잠들었을 뿐이다. 당연히 피로감은 가시지 않았고, 온몸이 물에 잠긴 듯 무거웠다.
진은 그 상태 그대로 2차전을 치러야 했다.
‘이쯤 되면 투신 형제가 날 죽이려고 작정한 것 같기도 하고.’
형제들, 그중에서도 특히 투신 반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 그게 없었다면 진은 이건 미친 짓이라며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다녀오겠습니다.”
“무운을.”
“살아서 돌아오게, 진 형제!”
문으로 들어서니 저번과 똑같았다. 난데없는 어둠이 펼쳐졌고, 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왔어?]울컥!
혼돈을 마주하자마자 쌓인 피로가 모조리 분노로 치환되는 느낌이었다. 지옥 훈련의 성과를 확인할 시간이었고…….
진이 다시 문밖으로 빠져나온 것은, 그로부터 정확히 3분이 지난 다음이었다.
[하여간, 애송이 놈. 그래서 어느 세월에 싸움 같은 싸움을 하겠냐? 하아암, 하품 나온다, 하품!]혼돈은 이번에도 진이 영검으로 벤 균열이 닫히기 전에 한껏 진을 조롱하는 모습이었다.
“진 형제가 살아 돌아왔다!”
“오투왕 형제, 치료를!”
명왕족들이 호들갑을 떨었으나 반은 담담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3분, 저번보다는 훨씬 나아졌군.”
“투신 형제, 하지만 진 형제의 부상도 저번보다 심각합니다. 이번에도 운 좋게 빠져나온 것 같은데, 3차전은 좀 미루는 게……!”
“아니, 3차전도 예정대로 한 달 후에 진행하겠다. 오투왕 형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 형제가 밤부터 수련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
진으로서는 악마가 둘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문 너머의 혼돈, 그리고 투신 반.
대신, 진은 분노와 더불어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어쩐지 반 형제는…… 내가 절대 죽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는 것 같은데. 착각인가?’
진득하게 생각할 시간 따윈 없었다. 정말로 보라스는 진을 밤부터 ‘움직일 수는 있도록’ 치유했고, 곧바로 한 달 동안 지옥 훈련이 재개되었으니까.
“다녀오겠습니다…….”
[또 멍청이가 찾아왔네. 저번엔 운 좋게 도망쳤지? 오늘은 죽어!]죽지 않고 돌아왔다.
“2분 34초. 저번보다 오히려 줄었습니다!”
“하지만 부상도 줄었지. 투신 형제가 지난 두 달 동안 도주 훈련만 시킨 게 빛을 보기 시작한 것 같군. 진 형제, 적절한 시기에 탈출하느라 전투 시간이 줄어든 거지?”
또 한 달이 지나 펼쳐진 4차전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매번 진은 허무하리만치 손쉽게 당했고, 혼돈은 간발의 차로 진을 놓치는 모양새인 것이다.
“3분 57초!”
[캭캭, 백날 덤벼봐라!]“4분 12초!”
[아니지, 아니지. 그래서는 내 비늘 하나도 벨 수가 없어.]“12분 36초! 게다가 이번엔 진 형제가 겨우 팔 하나만 부러지고 돌아왔습니다!”
“겨우? 겨우라고? 형제가 한번 부러져볼래?”
[강력한 앞발 휘두르기를 이제 꽤 잘 피하잖아? 그런데 어쩌지, 초강력 꼬리치기는 아직 보여준 적도 없는데.]“18분 27초……!”
[칫, 또 잘도 도망가는군……! 다음엔 꼭 저세상으로 보내주마!]18분 27초를 기록한 날은, 어느덧 1년이 흐른 다음이었다.
진은 그때쯤부터는 어느 정도 심적 여유를 가진 상태로 혼돈을 상대하고 있었다. 아직 아주 작기는 하지만,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매번 날 놓치는 주제에. 지난 1년 동안 가만히 지켜보니까, 네놈도 입만 살았어. 한 달 후에 보자, 목 빼놓고 기다려라. 내 기운들 잘 보관하고.”
[싫은데, 싫어! 에베베벱!]진은 저도 모르게 처음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1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오, 진 형제가 드디어 큰 부상 없이 복귀했다! 유효타는?”
“아직입니다. 생채기를 몇 번 내기는 했지만,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게 어디야, 진 형제. 장하다!”
그날, 명왕족들은 다치지 않고 돌아온 진을 보며 거의 축제라도 열 분위기였다.
몇몇 형제는 그간 진이 겪은 끔찍한 수련 과정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훔치기도 했다.
반 역시 처음으로 진의 머리를 헝클며 그를 칭찬했고 말이다.
“잘했다, 진 형제. 다음번 싸움에서는 놈을 진짜로 위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투신 형제. 놈으로부터 힘을 더 되찾기도 했고, 곧 익히고 있는 영검 궁극기 한 가지가 경지에 다다를 것 같으니 말이죠…….”
그렇게 대답한 진은 문 너머의 허공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문득, 혼돈은 자신이 없을 때 저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한 마음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