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04)
제 777화
179화. 피할 수 없는 함정(4)
고개를 돌린 단테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하며 일그러졌다.
차원문을 빠져나온 디푸스의 군대가 순식간에 지상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었다.
조슈아의 침공 때문에 이미 수도 전역이 긴급 방어 태세로 들어선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난데없이 출몰한 혼돈룡과 흑선 함대를 곧장 막아내는 건 역부족이었다.
‘빌어먹을, 조슈아는 미끼에 불과했다는 말인가……!’
디푸스의 군대를 위한 미끼.
그 미끼에 불과한 놈을 붙잡느라 벌써 몇천에 달하는 백성들, 그리고 그들을 지키려던 기사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이제 막 조슈아를 제압했건만, 그보다도 더 거대한 규모의 병력이 제국 땅을 또 침공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새로운 혼돈의 군대를 지휘하는 디푸스가 가진 힘은, 이토록 먼 거리에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조슈아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강한 힘이 온 하늘과 지상을 진동시켜댔다.
[푸, 푸흐흐흐…… 크하하하……!]허탈한 웃음을 터뜨린 조슈아.
그건 실패감에서 비롯된 자조적인 웃음이지만 단테에게는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작전에 성공한 적의 비열한 비웃음을 듣는 것 같았다.
서걱!
라시드의 칼날이 조슈아의 목을 그었다.
조슈아는 목이 떨어지고도 두 눈에서 검은 눈물을 흘리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패착이다. 추가 공격을 대비해야 했어……!’
단테로서는 ‘백성의 목숨’을 가장 우선했기에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자신은 홀로 침공한 적들을 도륙하며 추격하고, 나머지는 모두 백성 구출에 투입하고.
현실적으로도 그게 최선이기도 했다. 현재 제국 내에 홀로 혼돈의 군대를 상대하며 지상전과 공중전을 동시에 펼칠 수 있는 인원은 오직 단테뿐이었다.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떠나기 전에 조슈아를 육편으로 흩어놓더라도 놈은 죽을 것 같지 않았다. 자신이 부재한 사이 회복해서 다시 난동을 부리거나, 적과 합류하거나, 도주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일단 이놈을 버리고 저쪽으로 가야 한다.’
이내 결정을 내린 순간.
단테는 디푸스의 군대가 나타난 쪽에서 한 익숙한 기운이 퍼지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
뇌기와 영기.
진의 기운이었다.
또한 단테는 그 근처에서 함께 일어나고 있는 화염 속성과 처음 보는 녹빛의 마법도 보았는데, 그건 베라딘의 힘이었다.
때마침 도착한 두 사람이 전장에 합류한 것이다.
진과 베라딘은 단테를 먼저 만나려다가 하늘에 차원문이 열린 걸 보고는 곧장 상황을 읽어냈다.
[크하핫, 카하하하, 앜!]조슈아는 그때까지도 웃음을 멈추지 않다가 단테에게 짓밟혀 머리가 부서졌다.
부서진 머리통이 기괴한 형상으로 허공에 모여들며 회복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무엇이 그리 재밌나, 쓰레기. 너 따위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진짜 룬칸델이 이곳에 왔다. 스스로가 우스워서 그러는 것이라면 이해가 가는군.”
단테가 다시 조슈아를 상대하기 시작한 사이, 베라딘은 광역 보호막을 펼치고 있었다.
도시의 한 구역을 뒤덮을 만큼 거대한 보호막이었으나, 먹구름처럼 어둡고 거대한 디푸스의 두 날개에서 쏟아지는 혼기와 더불어 혼돈의 군대까지 날뛰고 있으니 모든 백성을 지키는 건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무고한 자들의 죽음이 쌓여가고 있었다. 폭발의 굉음과 비명, 혼돈룡들의 포효가 뒤섞이며 혼기에 젖은 하늘을 찔러댔다.
“내가 디푸스를 쫓겠다, 여긴 네가 맡아라!”
진이 소리치자 베라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기대하지는 마라, 모든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 내 나름대로 저울질은 잘 해보도록 하지.”
진이 혼돈의 군대를 돌파하기 위해 검을 휘두르자 곧장 길이 열렸다.
뇌전을 품은 채 직선으로 날아간 검기에 혼돈룡들이 수수깡처럼 찢겨나갔다.
진은 떨어지는 혼돈룡의 시체와 흑선의 파편을 계단처럼 밟으며 하늘을 올랐다.
자꾸 어디서 나타나는 것인지, 디푸스에게 가까워질수록 아귀처럼 더 많은 혼돈룡이 몰려들었다.
“4기수!”
저도 모르게 악에 받친 목소리가 나왔다. 날개도 없이 디푸스를 쫓는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가 저지르고 있는 일들이 너무 아득해서 보기가 괴롭기 때문이었다.
지상에서 죽어가는 제국 백성들의 원한이 뿔처럼 자신의 등을 찌르고 있는 것 같았다.
디푸스는 과거 글리엑이 죽으며 전 세계에 뿌린 혼돈으로부터 가장 많은 일반인을 구한 인물 중 하나다.
또한 그는 룬칸델의 4기수로서 끝까지 흉신에게 저항했고, 자신을 희생해 7기수를 비롯한 저항자들을 살렸으며, 단 한 번도 ‘검’이라는 가문의 상징을 벗어나 힘을 얻고자 한 적이 없던 순수한 기사였다.
그랬던 디푸스가 지금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아득한, 학살을 저지르고 있었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그를 죽여야 했다. 그가 더 이상 흉신의 뜻대로 사람을 죽이고 세상을 부수지 않도록.
혼돈룡의 시체를 밟아 뛰는 발에 자꾸만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진은 계속 마음을 다잡으며 그를 쫓았다.
망설이지 않고 베어야만 한다는 의지를 바로잡았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직감이 강렬했다.
이미 그는 도망칠 모든 준비를 끝냈을 것 같았다.
키이잉-!
진이 연속으로 쏜 광속 찌르기가 디푸스의 날개를 스쳤다. 정통으로 맞았다 한들 그에게 별다른 타격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디푸스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계속 앞으로만 나아갔다. 지금 싸워줄 생각이 없다는 듯이.
“계속 도망치는 이유를 내가 모를 것 같나, 4기수. 나를 이렇게 묶어둬서 군대가 다른 곳을 수월하게 타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계획일 테지.”
진이 한 첨탑 옥상에 발을 딛으며 말했다. 그의 뒤쪽 허공에 혼돈룡의 시체를 대신해 밟아온 마법의 얼음들이 혜성처럼 이어져 있었다.
[잘 알고 있군.]디푸스가 잠시 비행을 멈추며 뒤를 돌아보았다.
드디어 듣게 된 디푸스의 목소리는 진이 알던 것이 아니었다. 마치 흉신이나 흑해의 왕들처럼, 머릿속에 음울한 구덩이를 파내는 것 같은 목소리.
얼굴 또한 로사와 똑같이 이마 한가운데 뿔이 돋았으며 눈동자는 흑요석처럼 검게 빛났다. 대검 볼가르만이 그가 디푸스였다는 사실을 알리는 듯했다.
[알면서 왜 계속 날 쫓는 거지?]“이미 외통수에 당했다. 내가 당신을 전선에 묶어두는 게 그나마 지상에 피해가 덜 가는 선택이지. 내가 당신을 쫓지 않았으면, 계속 직접 타격했을 게 아닌가?”
조슈아와 그의 군대를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단테뿐이었듯, 지금 디푸스를 묶어둘 수 있는 건 진이 유일했다.
[그래, 맞다. 어머니께선 혹 네가 제국에 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날 보내셨지. 넌 어머니의 뜻에 완전히 놀아났다는 뜻이다. 뒤를 봐라.]“굳이 볼 필요 없을 것 같군. 제국 수도 한쪽이 완전히 파괴되어 무너진 모습일 테니…….”
혼돈의 군대가 퇴각하고 있었다. 하늘에 벌집처럼 열린 검은 차원문들 속으로, 인질을 태운 흑선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진은 계속 디푸스를 주시했다.
“그런데. 내가 당하고만 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완전히 잊어버린 건가, 4기수.”
[어머니가 널 지금까지도 아끼고 사랑하시는 이유지. 보여다오, 지금부터 어떻게 내게 한 방을 먹일 계획이냐? 나도 이제 떠날 건데 말이다.]디푸스의 등 뒤로 차원문이 형성되고 있었다.
순간 이동.
처음 흉신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 진은 반드시 그 순간 이동에는 커다란 대가가 필요하리라고 확신했었다.
아무런 대가가 필요치 않다면 이미 전쟁은 임시 동맹의 패배로 끝났어야 했다.
진으로서는 지금도 그 대가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그저 인간이나 절망이 매개로 사용되리라고 추정할 수만 있을 뿐.
그래도 한 가지는 명확했다.
로사가 무엇을 매개로 순간 이동을 펼치든, ‘본신’ 혹은 ‘분신’에 타격을 받는 순간부터는 결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진은 디푸스를 흉신의 분신으로 보고 있었다.
‘디푸스 형님은 흉신의 힘을 나누어 받았다. 단지 조슈아나 다른 기사들처럼 혼돈으로 강화된 수준이 아니야.’
물론 디푸스는 본래도 강한 무인이다. 게다가 근본부터 조슈아 같은 작자와는 다르니, 놈과 같은 과정만 겪었어도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강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디푸스로부터 느껴지는 혼기는 인세로 와서 처음 마주했던 로사에 준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디푸스가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면, 그건 곧 로사가 타격을 받는 것과 다르지 않을 터.
진이 검을 브라다만테로 바꾸었다.
[브라다만테? 이제 와서 영기로 뭘 어쩌려는 셈이지? 차라리 명왕군림검을 꺼내지 그랬나. 아, 그건 지상의 인간이 너무 많이 휩쓸려 죽을 테니 고르지 못한 건가.]디푸스가 씨익 웃으며 지상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그 손바닥에 혼기가 응축되자 허공이 일그러졌다.
[그래도 조금은 재미있었다, 12기수. 가기 전에 선물을 하나 줄 테니, 잘 받도록 해. 복수를 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찾아와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거기까지 말한 디푸스가 지상으로 혼기를 쏘려는 순간, 진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디푸스로서는 진이 당연히 자신이 아니라 지상을 향해 몸을 던질 줄 알았다. 자신의 손에서 혼기가 떨어지는 순간, 지상에선 최소 만 단위의 인간이 순식간에 사라질 테니까.
그래서 비웃으려고 했다. 이제 무고한 인간들 따위는 어떻게 돼도 상관이 없는 것이냐고, 그저 분노에 취해 의미 없이 자신에게 검을 휘두르려는 것이냐고.
그러나 진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디푸스는 지상으로 날리려던 혼기를 황급히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
‘브라다만테를 고른 게, 영기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었군……!’
직감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브라다만테를 휘감은 흐릿한 불은, 위험하다고 말이다.
영원화.
진은 지금을 위해 줄곧 그 비기를 아껴왔다.
영원화엔 흉신과 디푸스에게 본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힘이 있으리라 기대한 것이다.
디푸스는 혼기를 대검 볼가르로 옮기며 급히 브라다만테를 가로막았으나, 이미 영원화에 물든 칼날은 그의 왼쪽 날개를 사선으로 찢으며 가슴팍까지 들어가고 있었다.
‘회복이……!’
영원화에 찢긴 부분은 재생이 되질 않았다.
환부에 남은 불이 회복을 방해하고 있었다.
디푸스는 본래 몸이 찢기더라도 지상에 혼기를 다시 투하하려 했으나, 결국 이어지는 진의 공세에 밀려 곧장 차원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