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23)
제 999화
230화. 침공과 습격(5)
‘방금 파엘리토는 헤도 경에게 전력을 쏟지 않았다. 모든 살기를 내게 집중시킨 채로 헤도 경을 공격했어.’
그런데도 헤도는 치명상을 입을 뻔했다.
혹은 죽을 수도 있었다. 만일 파엘리토가 모든 원한을 헤도에게 쏟고 있었다면 분명 치명상을 입거나 죽었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파엘리토는 지금 전장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강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격차가 크게 느껴지는 건, 일행은 파엘리토를 전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가 어떤 검술을 사용하는지, 어떻게 힘을 운용하는지 아는 바가 거의 없는 것이다.
비셉스와 오르갈로부터 들은 정보가 있기는 하나 세세하지는 않았다.
‘방금 헤도 경을 죽일 뻔한 검은 감각을 교란하는 능력이 있었다. 헤도 경은 자신의 자세가 무너졌다고 인식해 억지로 고치려다 빈틈을 보인 것이다.’
진은 헤도가 설명하기 전에 황천검의 특성을 알아보았다. 지금 그에게 대적하는 네 사람 모두가 그랬다.
방금 베인 아율라의 창이 완전히 입자로 분해되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남은 창들은 언제든 쏘아질 듯 파엘리토의 주위를 맴돌았고, 헤도는 거리를 벌리며 상처를 확인했다.
다행히 환부에서 독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전투는 문제없이 이어갈 수 있었다.
쿠드드득……!
파엘리토가 마기를 발산할 때마다 지축이 흔들리고 있었다. 바위가 먼지처럼 튀어 오르며 부서졌고 일행은 온몸이 무거워지는 걸 느꼈다.
이내 파엘리토의 검이 다시 움직이자마자 아율라의 창들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속도로 내리꽂히는 창들이 파엘리토의 의지로 발산된 검기와 뒤섞이고 있었다.
강하다.
지토의 개가 아니라면 존경과 찬사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진은 이토록 강한 자가 어째서 지토의 세뇌를 이겨내지 못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지토 님을 위해서라면 사키엘뿐만이 아니라 나 역시 얼마든지 바칠 수 있다. 그것이 우리 진마계 마족들의 가장 옳은 운명이기 때문이다.”
두 자루의 창이 더 소멸된 찰나, 진은 파엘리토의 옆을 파고들어 광속 찌르기를 내질렀다.
시퍼런 섬광이 파엘리토의 귀를 스쳤다. 손가락 한 마디도 되지 않는 오차, 그러나 그건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결과가 아니었다.
과연 좁혀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거대한 오차였다. 진의 공격뿐만이 아니라 무라칸, 헤도, 단테 모두의 공격이 그렇게 빗나가고 있었다.
허상을 치는 것만 같았다.
일행은 힘, 속도, 파괴력 모든 면에서 파엘리토에게 압도당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감각을 교란하는 황천검 때문에 더욱 그랬다.
황천검을 마주한 이들은 매 순간 자신을 의심해야만 했다.
과연 지금 자신의 시야가 멀쩡한 상태인가, 초인들의 초인이라 칭해지는 네 사람조차 자신의 감각과 인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매번 헤도처럼 자세가 무너지는 이들이 나왔다. 그때마다 다른 동료와 아율라의 창들이 그를 지켜주었으나, 전투가 계속 이렇게 흘러가면 결국 승기는 파엘리토가 쥘 터였다.
“오르갈에게 네놈은 한때 지토에게 대항하는 진마계 저항군의 수장이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 거지 같은 운명론은 타락한 자신을 합리화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아.”
츠걱-!
진이 자신 쪽으로 튄 아율라의 창을 쳐냈다. 곧바로 쇄도한 파엘리토의 일격을 가까스로 막아내자, 분노와 원한으로 어둡게 번들거리는 그의 눈동자가 보였다.
‘……마안!’
정확히 어떤 효과를 가진 마안인지는 알 수 없다.
몸이 보내는 위기의 신호는 선명했다. 진은 시선을 피하며 거리를 벌렸고, 동료들이 몸을 던져 그 틈을 메워주었다.
“큭……!”
그러나 완전히 피한 것은 아니다. 별안간 마기로 빚어진 자줏빛 창들이 허공에 형성되고 있었다. 그 창들은 오로지 진만을 노리며 쏟아졌다.
복제.
벨가시움 가문 고유의 ‘나락안’이 가진 권능이었다. 지금 파엘리토가 복제한 건 아율라의 창인 것이다.
‘마안의 능력으로 복제한 건가. 진짜 아율라 님의 창과 위력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충분히 쳐내면서 싸울 수 있어. 하지만, 문제는 마안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다른 힘을 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진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미 파엘리토는 무라칸이 펼친 영기 장막을 복제하고 있었다. 검은 영기 장막과 자줏빛 장막이 겹쳐지며 두 힘이 일그러지는 모습이 이어졌다.
복제된 장막은 흑쇄까지 똑같이 발산하고 있었다. 그 역시 원본에 비해 위력이 낮기는 하나,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원본보다 떨어질 뿐이지, 어지간한 초인의 목숨을 건 절기라 표현해도 부족하지 않을 위력인 것이다.
“타락한 게 아니라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애초에 세상이 무질서하지 않았다면 사키엘은 결코 죽을 일이 없었지. 하물며 인간 따위에게.”
아율라의 창은 이제 겨우 한 자루만이 남았다.
그조차 별다른 의미를 가질 수는 없었다. 이미 열아홉 자루가 부서지는 동안 파엘리토는 단 한 번도 그 창에 유효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복제된 창 역시 진을 상처 입히지는 못하고 있으나, 파엘리토가 본격적으로 진에게 파고들면 부상은 피할 수 없었다.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생각이 진의 뇌리를 스치고 있었다. 지금 성국에 지원을 온 넷만으로는, 파엘리토를 끝장낼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돌아보면 ‘창성’이란 그런 영역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열세에 빠지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 영역.
시론이 그랬고 반이 그랬다. 진은 설령 연합의 초인 전원이 두 사람 중 누군가와 싸우게 된다 할지라도, 그들이 수세에 몰리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실제로 싸워보면 결과가 다를 수도 있으나 예상과 인식만으론 그런 모습이 전혀 그려지지 않는 것이다.
계산할 수 없이 강한 존재, 그게 창성이라 부르는 영역이었다.
‘나 또한 창성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이 정도 동료들과 함께라면 어쩌면 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건만. 역시 세계가 다른 건 어쩔 수 없군.’
세계가 다르다.
아무리 그에 가까운 격에 닿았어도, 보유한 힘의 수치가 아무리 비슷해도, 창성과 그 이하는 다른 세계였다.
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고, 같은 현상도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파엘리토가 싸우는 감각과 진 일행이 싸우는 감각 사이엔 그렇게도 큰 격차가 존재했다.
그나마 진은 창성, 그중에서도 역대 최강임이 분명한 반의 감각을 경험했기에 어느 정도는 파엘리토의 시선을 더듬어볼 수 있었다. 그가 전투에 임하는 시선과 감각을 말이다.
또한 진은 확신하고 있었다.
‘힘을 복제하는 마안이나 감각을 교란하는 검은 분명 위험하지만, 아버지나 투신 형제에 비하면 조잡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뇌가 놈의 격을 떨어뜨린 거다.’
그 사실을 계속 파고들면 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일단 누님들과 연합의 다른 초인들이 영토를 정리하고 지원을 올 때까지, 치명상을 피하면서 버틴다.’
치이이잉-!
단테의 천공일섬이 진에게 달려드는 파엘리토를 가로막고 있었다. 단테는 용검갑으로 그의 반격을 막아내며 재차 라시드를 휘둘렀다.
일행 모두가 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단테는 조부를, 헤도는 시론을, 무라칸은 테마르를 떠올리며 파엘리토를 가늠하고 있었다.
그가 그들보다는 약하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꺾을 수 있을 테니까. 지원을 기다리든, 세뇌된 그의 정신을 자극하든, 아니면 모든 것을 쏟아 정면으로 깨부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든.
투신합일.
가장 먼저 일행의 머릿속에 떠오른 수는 그것이었다. 흉신조차 압도했던 투신합일이라면 단숨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파엘리토는 처음부터 그 사실을 염두에 둔 채 성국을 찾았다.
통신과 공간 도약을 차단했다는 건, 곧 ‘파장 추적’ 전체가 차단되었다는 뜻. 투신합일은 파장 추적 원리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니, 차단을 해제하기 전까지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인세에 탄생한 흉신을 상대할 때도, 너흰 인간이 가져선 안 될 거대한 힘을 빌려왔었다더군. 반이라 불리는 명왕족 후예의 힘을. 명왕족이 그만함 힘을 갖는 건 인정할 수 있다. 그들은 그만한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자들이니까. 그러나 인간인 너희가 감히 나를, 극마를 넘본다는 말이냐?”
처엉-!
파엘리토의 일격이 진을 짓눌렀다. 공격을 막느라 잠시 자세가 고정된 진은 두 자루의 복제된 창이 옆구리와 허벅지를 스치는 걸 느꼈다. 동료들이 궤도를 틀어주지 않았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카아아아……!”
파엘리토와 진의 기운이 뒤엉키고 있었다. 주변 지형을 지워버리는 폭발이 이어지는 와중, 동료들은 파엘리토를 떼어내고자 악을 쓰며 달려들었다.
“내가 극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긴 세월이 필요했을 것 같나? 만 년 이상이다. 우린 너희 인간이란 족속이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힘을 쌓아왔으며, 인류가 멸망과 재생을 반복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투쟁해왔다. 그토록 길고 아득한 역사 속에서, 극마에 다다른 자는 나를 포함해 겨우 둘에 불과하지.”
콰드득! 진이 디딘 땅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에선 벌써 넷이 넘는 극마가 나왔다더군. 채 백 년 남짓한 수명에 그토록 나약한 육신을 갖고 태어나는 자들로부터 말이다…… 이것이 바로 무질서라는 것이다. 너희로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 그저 당연한 삶을 살고 있을 뿐인데 갑자기 질서 운운하는 자들이 나타나 너희를 핍박하려 하고 있으니.”
“크, 잘 아는군…… 파엘리토.”
“그러나 너희 또한 개미떼가 너희의 도시에 자리를 잡으면 그것들을 죽일 것이며, 노예가 반란을 일으키면 그들을 짓밟을 것이다. 너흰 운명과 질서를 부정하고 있으나 너희에게 이득이 되는 경우에 한정해 편협한 수긍을 하고 있지. 그것이 절대적인 질서가 필요한 이유다.”
콰앙, 크지직!
마침내 동료들이 파엘리토의 검기를 뚫고 진에게 도달했다.
진은 그 틈에 파엘리토를 밀쳐냈는데, 그 순간에도 파엘리토는 진의 얼굴로 한 차례 검을 뻗었다. 칼날이 뺨을 스치며 시뻘건 선혈이 튀었다.
파엘리토가 멀어지자마자 진은 광심장의 뇌기를 증폭시켰다.
명왕군림검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일단 명왕군림검으로 복제된 창들을 없애고, 파엘리토가 함부로 날뛰지 못하도록 전장을 더 한정해야겠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진은 흠칫하며 광심장을 움켜쥘 수밖에 없었다.
‘뇌기가, 형성되지 않는다!’
-[파엘리토 벨가시움이라는 인물이다. 마계에서는 검마라 불리는 인물이고, 그가 사용하는 검 바스칼라에는 권능을 차단하는 능력이 깃들어 있어. 손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당했다.]
불현듯 오르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진도 내내 그 사실을 인지한 채 전투에 임했으나, 설마 바스칼라가 광심장의 힘까지 차단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진이 인식하기에 그건 분명 권능이 아니라 온전한 자신의 힘이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방금까지 전투를 하는 동안엔 아무 이상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파엘리토는 무표정한 얼굴로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방금 전에 말하지 않았나, 진 룬칸델. 인간은 그런 힘을 가질 자격도, 사용할 자격도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