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460)
EP.461)골탕의 대축제! # 2
외전 – 사탕과 골탕의 대축제! # 2
요즘 강하게 느낀 건데.
사람의 삶에는 큰 전환점이 있다.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려는 것처럼 변화하고 노력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야 할까?
가볍게 예를 들자면 학교의 졸업이나 입학 등을 예시로 들 수 있겠다.
임프 모르모르가 곧 열릴 임프 겨울 캠프에 입학해서 “임프 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내가 되는 것이야…!”라고 열의를 다지고 있는 것처럼.
사람은 어떠한 계기가 생기면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존재였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엔 그래. 계기만 있다면 누구나 더 나은 자신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은 큰 사건이다.
결혼은 사람의 생활환경이나 여건을 크게 바꾸기 때문에 사람을 바꾸기에 충분하고도 넘치는 사건이었다.
실제로 아이라나 엘가는 결혼을 하고 난 뒤에 제법 사람이 바뀌었다. 아이라의 마음에는 조금 여유가 생겨났고 엘가의 경우에는 사람이 조금 더 동글동글해진 느낌.
반면에.
결혼을 해도 그리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내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미르나 폰 드레이코가 바로 그러한 종류의 사람이었다.
“이상하다. 언니가 이 근처에서 일하고 있을 텐데?”
나르미는 넓은 앙그마르 왕궁의 한 곳에 마련된 미르나의 집무실을 두리번거리며 언니의 모습을 찾았다.
미르나는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와 만나고 싶다면 집무실이나 그 근처를 찾아보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좋은 방법이었지.
만약 내 현실이 게임 속이었다면 미르나를 만나기 위해 ‘집무실’을 선택했을 때 열중에 아홉은 만날 수 있게 된다는 소리다. 그럼 서로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고 호감도가 오르겠지.
그런데.
오늘은 집무실에서도 미르나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근처에 산책이라도 나갔나?
매일 같이 의자에 앉아서 글자들만 보고 있으면 산책을 나가고 싶어도 당연한 일이니까.
특히 앙그마르의 궁전 정원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났기 때문에 그냥 걷고 있어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구석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미르나를 찾기 위해 집무실 근처와 그 너머의 왕궁 정원을 살폈다. 그러나 미르나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미르나 아가씨, 여기 계시나요?”
미르나가 아닌 척 하면서도 은근히 좋아하는 임프 디저트룸까지 찾아봤지만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고 생각해 나는 궁정의 파티시에르, 설탕물의 님프 슈가노이에게 물었다.
“미르나 아가씨 못 봤니?”
“미르나 아가씨라면 여기 없는 것입니닷…! 요즘 미르나 아가씨를 못 본 지 며칠은 되는 것입니닷…! 미르나 아가씨를 위해 만든 케이크들이 상하고 마는 것입니닷…!”
미르나는 영애들 중에서 디저트 먹는 걸 누구보다 좋아했다.
그녀의 아버지인 알레이스터 드레이코가 가주로 있었을 때는 사탕 한 알 조차 먹는 것이 쉽지 않았다지.
그 때 누리지 못했던 걸 전부 먹어보려는 건지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를 맛보고 그 평가를 남기는 노트를 쓰는 것이 미르나가 유일하게 사치를 부린다고 할 수 있는 취미.
나도 그런 미르나와 데이트를 할 때 모나크 시티의 디저트 맛집들을 순회했었지.
좋아하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나도 반요정이라 단 것은 특히 좋아했기 때문에 서로 취향도 잘 맞았지.
그런 미르나가 며칠이나 디저트룸에 오지 않았다니?
내가 요새 바쁘긴 했지만 미르나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는 것에 살짝 반성하게 되었다.
미르나 아가씨야 원래 무엇이든 알아서 잘 한다는 느낌이라, 마치 든든한 장녀 같다고 해야 할지.
그래서 살짝 신경을 써주지 못했던 모양이다.
짝.
나는 내 두 볼을 손바닥으로 때리며 정신차렸다.
하렘의 남자는 그래선 안 돼. 아내가 다섯이라고 소홀해진다면 하렘의 남자로서 자격이 없는 거야. 아내가 다섯이라면, 다섯 배로 노력해야 하는 거라니까.
스스로를 다독이며 미르나가 어디에 있을지 떠올려본다. 집무실도 아니고 디저트룸도 아니면 미르나 폰 드레이코가 가장 있을 확률이 높은 곳은….
* * *
“궁전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두리번 거리는 나르미에게 나는 가볍게 답했다.
“올 일이 드문 곳이기는 하죠. 평소에는 방치되어있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곳이구요.”
앙그마르의 궁전은 문자 그대로 궁전이다.
역대의 왕들이 살았던 곳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것에 필요한 시설이나 건축물은 대부분 있다고 보면 된다.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는 것. 거기까지의 모든 것이 왕궁의 높고 튼튼한 성벽 안에 전부 있으니 당연히 묘지도 있었다.
앙그마르의 묘지는 영묘(寧廟)라 불리며 궁전의 한 구석에 잘 모셔져 있다.
매장식보다는 납골식을 선호하는 앙그마르 가문 사람들이기 때문에 제법 많은 세대가 정갈한 대리석 건물의 하나에 다 들어가 있다나.
앙그마르의 후예인 내게 있어서는 그들 모두 먼 할아버지나 친척들이 되는 셈이지만. 솔직히 만나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그냥 무덤덤하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런 묘지에 대한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가. 바로 드레이코 가문의 사람을 발견하는 데에 있어서 묘지보다 더 확실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역시 여기 계셨네요.”
“태오 경. 여기는 어쩐 일로?”
앙그마르 가문의 납골당을 돌아다니고 있던 미르나가 나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하얀 얼굴에는 제법 긴 다크서클이 어울리지 않게 내려와 있다.
나르미가 말했다.
“언니,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같이 할로윈 축제나 즐기지 그래!”
“나르미. 할로윈은 단순히 변장하고 웃고 떠드는 축제가 아니라니까. 망자의 날이 우리 드레이코 가문 사람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 몰라서 그래?”
미르나의 타박에 나르미는 “몰라!”라고 대뜸 답한다. 그에 대해서 미르나는 “모르기는.”이라 말하고는 미간을 와락 찌푸린다.
“망자의 날에는 영과 혼의 주파가 흐트러지니까.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고 그랬잖아. 그 이상한 망토는 뭐야?”
“흡혈귀!”
나르미가 손톱을 세운 뒤 크앙-하고 위협을 가한다. 물론 미르나는 제법 피곤한 느낌으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래서 태오 경, 이 납골당엔 어쩐 일이시죠?”
“아뇨, 그냥 오늘 저녁에 가장 무도회가 있는데. 리오네스 가문의 친척들이 대부분 참가하는 자리니까 미르나 아가씨께서도 부디 참석해 주십사 하고요.”
“가장 무도회…, 분명 맛있는 디저트도 잔뜩 있겠죠? 멋진 분장을 한 사람들도 잔뜩 있을 거고.”
미르나의 루비색 눈동자가 한 순간 햇살을 받은 석류알처럼 빛났다. 몹시도 기대하는 표정을 보며 나 역시 한 숨 놓을 때였다.
“…하지만 보다시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네요. 드레이코의 가주들은 망자의 날에 유난히 바쁘거든요. 올해는 특히 더더욱.”
잘은 모르겠지만 미르나는 여유가 없는 듯했다.
“오늘 저녁 전까지 이 많은 납골당들을 전부 확인할 수가 있을지…. 누군가는 오늘 영묘를 관리 해야하잖아요.”
내가 물었다.
“영묘 관리를 오늘 꼭 해야하는 건가요?”
“오늘이라서에요.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변했지만. 망자의 날은 한 해 중에서도 음기가 가장 강한 날. 그런 날에는 망자의 세계와 현실 세계의 균형이 불균형해져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묘지기를 맡은 드레이코 가문의 사람들이 대대로 무덤가를 순회하며 망자들과 영들을 올바른 장소로 이끌어준다고 하는 모양이다.
“특히 이 앙그마르의 납골당은 오래 방치되어서 그런지, 상태가 그리 좋질 못하네요. 하나씩 정화하고 확인하고.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어요.”
“언니랑 나는 몸이 두 개 맞잖아!”
“그런데 네가 안 도와주잖아.”
그렇구만.
남들에게는 웃고 떠들썩한 축제로 지나갈 날들이 미르나에게 있어서는 업무의 연장선이구나. 사정이 몹시 딱하다.
내가 물었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나요?”
“이건 제 일이라서요. 나르미의 일이기도 하지만. 나르미는 도통 도와줄 생각도 안 하고.”
은근히 눈치주는 말에 나르미도 지겹다는 것처럼 인상을 찌푸린다.
“굳이 이렇게 안 해도 된다니까. 요즘 세상에 누가 고리타분하게 일일이 무덤을 확인해? 새로 나온 이 부적만 착 붙여놓으면 되는데.”
“나르미, 그래도 정성과 노고를 들이는 전통이라는 것이….”
“언니는 너무 보수적─.”
미르나와 나르미가 가문의 일을 두고 서로 논쟁을 펼치기 시작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기 때문에 끼어들기가 조금 그랬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까 전 디저트룸에서 받아왔던 케이크 조각이 담긴 종이상자를 미르나에게 건네는 것 뿐.
“그럼, 이거 드시면서 하세요.”
“고마워요, 태오 경. 역시 저를 생각해주는 것은 태오 경 밖에 없네요. 한 몸으로 나고 자랐던 동생인 나르미는 사사건건 말대답인데.”
꽈아악.
“꺅! 미르나, 너, 지금 내 옆구리 꼬집었어!?”
“나르미, 지금 언니보고 너라고 했어!?”
자매들의 매서운 싸움은 그 뒤로 한참이나 계속 됐다.
* * *
“언니는 너무 고집불통이야.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옛날 방식을 고집한다니까? 마법 태블릿이 나온지 언제인데 아직도 일일이 종이로 서명하고.”
미르나와 한참 투닥투닥거렸던 나르미는 내게 자신의 언니 흉을 잔뜩 보았다.
가문의 운영방침에 있어서 미르나는 전통을 중시하는 면이 강하고 나르미는 편의주의적인 부분이 있어서 아무래도 충돌하는 부분이 많은 듯하다.
“일일이 무덤 확인해서 언제 다 정화하려고? 이 납골당 말고도, 궁전에는 무덤이 정말 많단 말이야. 그렇게 혼자 해서는 오늘 저녁 안에 못 끝내.”
“이 납골당 말고도 무덤이 더 있다구요?”
“잔뜩 있어! 정원에도 파묻혀 있는 뼈가 몇 구 있고. 그 뒤쪽 예배당의 입구 쪽이나 테라스에도 무덤이 몇 개 있어. 묘비도 없는 버려진 묘지만…!”
“전혀 몰랐어요. 나르미 님은 어떻게 그리 잘 알고 계시나요?”
“그야 나도 드레이코 가문 사람이니까. 언니 좀 도와줄까 싶었지. 그런 줄도 모르고 언니는 내가 놀고만 있는 줄 알지!”
나르미가 계속해서 툴툴거린다.
“언니는 정말 미련하다니까? 오늘 가장 무도회 때문에 열심히 의상도 준비했으면서 이래서야 참가 못하겠네.”
나는 나르미로부터 미르나가 오늘 밤의 궁정 연회장에서 있을 가장 무도회를 위해 의상을 열심히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색은 안했지만 미르나 역시 오늘의 축제를 즐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원래 미르나는 아닌 척하기를 잘하지. 그렇지만 오늘처럼 바빠서야 모처럼 열심히 준비한 의상을 입어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미르나가 많이 실망할 텐데.
걱정스러워진 나는 나르미에게 물었다.
“저희가 미르나 아가씨를 어떻게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저희가 잘 도와주면 미르나 아가씨도 오늘 무도회에 참가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흐으응…,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으스스한 유령들 잔뜩 볼지도 모를 텐데. 괜찮겠어?”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하여 나르미와 나 그리고 몇몇 임프와 님프들이 뭉쳐서, 할로윈 축제 때의 묘지기 파티를 이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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