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the Villainess RAW - Chapter (504)
EP.505)– 완결? 메가 완결! # 4
외전 – 완결? 메가 완결! # 4
사람들이 나를 쫓아온다.
나는 그들에게 붙잡히지 않기 위해 열심히 앙그마르 시내를 달렸다. 지금 사람들에게 붙잡히면 가진 것을 몽땅 빼앗겨버릴 게 확실한 일.
“흐에엑, 흐에엑….”
숨이 차오르고 가슴이 아프다. 다리와 옆구리도 욱신욱신 아프기 시작했지만 붙잡히고 난 후의 일을 생각하니 도통 멈출 수가 없었다.
“저쪽이다…!”
“반요정이 저쪽으로 갔다…!”
심지어 님프나 임프들 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나를 붙잡는 데 하나 둘 동참하기 시작했다. 내 손에서 찰랑거리는 금빛의 향기가 그들의 머리를 뒤흔든 게 분명하다.
이렇게 쫓길 바에야 내가 혼자 확 마셔버려?
나는 손바닥에 담긴 금빛 액체를 바라봤다. 이 넘실거리는 액체는 무척 향기도 나고 보기도 좋고 그 맛도 느껴본 적 없는 천상의 것일 게 분명했다.
“이 꿀을, 나 혼자 골목에서 독식…. 마이, 마이 프레셔스….”
━크르릉…!
“앗, 따거!”
그때 무언가 내 가슴팍을 무는 기분이 느껴졌다. 그 덕분에 나는 이 묘한 금빛에 홀리고 있던 정신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
“…바엘, 덕분에 정신 차렸어.”
━히오옹…!
바엘이 나를 깨물지 않았다면 나는 이 멋진 꿀을 혼자 후루룹 다 마셔버렸겠지. 그것은 그것대로 좋은 일이겠지만, 행복은 나눌수록 배가 되는 법.
나는 가능하면 내 가족들이나 더욱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맛을 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혼자 마셔도 안 되고.
“저쪽이다! 붙잡아!”
폭도로 돌변해버린 저 사람들에게 이 결실을 빼앗겨서도 안 됐다. 그래서 나는 있는 힘껏 뛰었다.
도중에 금빛 액체의 향기에 정신을 빼앗길 때면 바엘이 내 가슴을 깨물어주어서 계속해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흐으, 흐이이….”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는 말이 절실히 와닿는다. 사람들에게 쫓겨 도주하는 것이 대체 얼마만이지? 마지막으로 전력을 다해 달렸던 적이 언제지?
어느 순간부터 평화로운 삶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쫓기는 흥분을 느끼는 건 정말정말 오랜만이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눈앞이 핑핑 돌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처럼 ‘살아있다’라는 기분을 느낀 적도 없었다.
“저기다!”
“포위섬멸진을 펼쳐!”
“천라지망을 구사해라!”
과연 앙그마르 모나크 시티의 상비군인가.
동원에 불참하면 고소를 남발해 악명 높은 예비군 연락망과 강도 높은 훈련으로 단련된 시민들의 협동이 나의 행동을 그물처럼 조여오고 있다.
이렇게 달리고만 있다간 언젠가 붙잡히고 말 거야!
아내들에게 갈까? 왕궁으로 가는 거지.
“…….”
아니, 아냐.
내 아내들이 만약 내게서 이 금빛 보물을 빼앗기 위해 돌변하면 나는 막아내기 버거울 것이다. 강인한 나의 정신력조차 유혹하는 액체니까 그녀들의 정신마저 매혹시킬 게 분명해.
대체 이 앙그마르의 모나크 시티 그 어디로 가야 내가 안심할 수 있단 말일까?
━히오옹…!
그때 바엘이 내 가슴 안쪽을 두드렸다. 저쪽에 매우 조용해 보이는 골목이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얼른 몸을 숨겼다.
━어디로 사라졌지?
━몰라! 너는 저쪽! 나는 이쪽!
“…….”
….
…갔나?
모두가 보이지 않는 골목에서 잠깐 숨을 돌리려던 찰나.
“왕국의 모든 사람들이 아빠를 찾고 있는 것입니닷…!”
레오노이가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레오노이, 여기까지는 어떻게 왔어!”
“이 레오노이는 아빠의 첫 딸…! 아빠가 어디에 있든 「님프비기-뿌리 찾기」로 찾아낼 수 있는 것입니닷…!”
“뿌리 찾기? 그런 비기도 있어? 그건 나도 모르는데.”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닷…! 이 레오노이는, 그 진귀하고 맛있어 보이는 꿀이 꽃잎에서 떨어지는 것을 그라시아의 아크에서 느꼈습니닷…!”
레오노이는 이 꿀이 꽃잎을 타고 촤르르 미끄러지는 것을 앙그마르 왕국과 멀리 있는 아크에서 느꼈다고 그랬다. 그래서 강의를 빼먹고 차원문을 통해 왕국으로 왔다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 꿀의 냄새를 맡았습니닷…!”
“세상 모든 사람들이?”
레오노이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닌 것 같았다. 꽃이 피어나 이 금빛 액체가 내 손바닥으로 촤르르 떨어지는 것을 세상 모든 생명체가 느꼈을 터.
주의를 기울여보면 온갖 곳의 새와 짐승들도 내게로 몰려오는 게 느껴졌다. 왕국, 아니 세상 모든 생물들이 내 쪽으로 향하고 있을 터.
그 말은 세상의 모든 것이 나를 적대하고 있다 봐도 좋았다. 내가 그 짐을 감당할 수 있을까? 생각보다 사태가 심각했다.
그때 레오노이가 말했다.
“…아빠는 더는 백성들을 위해 희생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닷…. 더는 그 꿀의 무게를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닷…!”
“뭐라고?”
“아빠는 어서 그 꿀을 이 몸 레오노이에게 상속해주는 것입니닷…! 그것을 상속받음으로, 이 레오노이는 금수저를 뛰어넘는 꿀수저가 되는 것입니닷…!”
내가 어디에 있든지 레오노이는 나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에는 약간 찡한 감동을 느꼈다만. 그렇게 해서 찾아낸 내게서 이 금빛 꿀을 상속받으려 한다는 건 조금 괘씸했다.
날 도와주러 온 게 아니었다니!
파지직. 화르륵.
레오노이의 양 손에서 각각 번개와 불꽃이 일렁였다. 각각 3위계의 마법 화염구와 라이트닝 볼트가 준비되고 있는 것이다.
“레오노이, 지금 뭘 하려는 거냐!”
“유산을 상속 중입니닷…!”
파지직, 화르륵-!
레오노이의 손에서 마법이 발사되었다. 첫 딸의 뜨거운 효도에 나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 같았다.
“아빠는 웬만해서 눈물이 안 나는 사람인데 눈물이 나오네.”
팡, 팡-!
내 눈앞에서 마력이 폭발했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이 3위계 마법에 휘말려서 꽤나 아픈 꼴을 봤겠지만 나에게는 전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레오노이도 그것을 당연히 알고 있을 터.
그럼 어째서 레오노이가 내게 이런 무의미한 공격을 강행해온 걸까? 레오노이와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는 나는 딸아이의 속셈이 속속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 뜨거운 효도는 연막.
진짜 노림수는 이것이겠지.
─님프비기, 리모콘 빼앗기…!
내 눈에는 마법의 폭발을 틈타 내 뒤로 은밀히 돌아오고 있는 레오노이가 훤히 보였다. 나의 눈 《십리안》은 어지간한 속임수 따위야 간파해버리고 마니까.
“아빠 안 잔다.”
나는 꿀을 담고 있어 자유롭지 못한 양 손대신 발을 바닥에 굴렀다. 쿵-하고 땅바닥에 발이 닿자 곧 골목길의 흙바닥에서 손이 나와 레오노이의 팔과 다리를 붙잡는다.
“의도는 좋았다만 아직 멀었구나, 레오노이.”
“그아앗…!”
레오노이는 몹시도 분한 것처럼 버둥거렸다. 그러나 아직 레오노이의 실력으로는 내 어스그립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레오노이는 버둥거리기를 포기했는지 축 늘어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푸른 눈동자를 영롱하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크윽, 이 기술은…!”
님프들의 비기 중 하나인 도랑눈…! 이것은 도랑눈이었다…! 맑은 도랑물처럼 영롱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면, 상대의 마음에는 나약한 빈틈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레오노이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자 딸아이와 함께했던 추억이 내 머릿속에 마치 필름처럼 촤르르 나열되었다.
레오노이가 태어났던 날. 방의 바깥에서 가슴 졸이고 기다리고 있었던 순간. 하얀 수건에 싸여 있었던 내 첫딸.
레오노이가 처음으로 일어서서 아장아장 걸어 다녔던 모습. 볼을 찌르면 갸르르 거렸던 작은 천사.
처음으로 아빠라고 말했던 날. 태양사자 솔라에게 자신을 놓고 갈까 봐 내 무릎을 붙잡고 엉엉 울었던 레오노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춘기 아이 특유의 틱틱거림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를 가장 잘 따르고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딸도 레오노이였다.
딸이면서 동시에 나이 어린 친구 같은 느낌. 언젠가 내가 붙잡았던 레오노이의 손을 다른 남자의 손에 넘겨주는 결혼식 때 나는 정말 펑펑 울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내 딸 레오노이는 무척 귀여웠다. 팔불출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니 어서 꿀을 주는 것입니닷…!”
“앗, 다시 보니 별로 안 귀엽다…!”
“아앗…!?”
꿀에 대한 물욕이 도랑눈의 시전을 방해했구나.
생각해보면 나는 레오노이가 태어나는걸 보지 못했다. 방금 것은 도랑눈의 환각 같은 것이겠지.
“레오노이, 감히 아빠한테 덤벼들다니 다음 달 용돈 절반으로 삭감이야. 그리고 너희 엄마한테 네가 땡땡이 치고 나왔다는 것도 말할 거다.”
“히에엑…!”
* * *
레오노이의 습격으로 느낀 것이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가족을 포함해서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은 나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영화 막바지에 이유 없이 탑을 오르는 거대 고릴라처럼 모나크 시티의 모나크 타워를 올라갔다.
참고로 모나크 타워는 쌍둥이 공주의 첫 생일을 기념하여 왕국의 유명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엄청 높은 탑인데.
그냥 에펠탑 비슷한 걸 생각하면 된다. 모양도 비슷하고 높이도 비슷하다.
그 위로 올라서자 모나크 시티 시내가 한 눈에 보였다.
그리고 저 멀리서 이곳을 향해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고 있는 새들이나 짐승들 그리고 타워 아래에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는 사람들의 곤란한 표정도 한 눈에 들어왔다.
삐이이익-.
그때 내 귀를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쓸데없는 짓하지 말고 얌전히 투항해!”
곧 마도공학 확성기를 통해 엘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사람들이랑 뭐하자는 거냐! 도시가 마비됐잖아!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지만 어서 내려와서 그 꿀인지 뭔지 왕궁 국고에 환수해!”
엘가도 내 손바닥에 놓인 꿀을 노리는 것 같았다. 옆을 바라보니 엘가뿐만 아니라 미르나와 나르미 그리고 스텔라와 아이라도 팔짱을 낀 채 이 상황을 긴장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올라가! 올라가!
그때 타워를 오르는 사람들이 보였다. 리오네스 가문의 친위대들인가? 이대로 있으면 그들이 올라와서 나를 붙잡는 것도 기정사실.
“모두 움직이지 마시죠! 누구 하나라도 그 이상 타워를 올라온다면 문답무용으로 이 내용물을 홀로 다 마셔버릴 겁니다! 각오하시죠! 알겠습니까!”
나는 사람들을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이것은 더할 나위 없는 진심. 내 진심이 잘 전해진 것인지 타워를 오르고 있던 사람들도 모두 움직임을 멈춘다.
세상은 이제 숨을 죽이고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자들로 적막해졌다.
그 모든 사람들 머리 위에서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의 별처럼 빛나는 내 모습은,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마지막 커튼콜의 무대 위에 선 주인공 같았다.
고개를 들어 올리니 떼를 지어 날아오고 있는 새무리의 너머로 나른한 구름과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는 노을이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노을은 멋졌다. 스타노이가 뿌려놓은 먹물 그림 중에 이런 그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이 위의 풍경을 보고 그렸던 모양이다.
화아아아-.
내 손에 담긴 금빛 꿀에 노을이 태양처럼 반사되어 빛났다. 그 모습이 꼭 자그마한 바다에 가라앉는 일몰 같이 보이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로는 동그란 사탕 같기도 했다.
“사탕….”
무언가 머릿속에 번뜩이는 것 같다.
이 꿀을 이용해 사탕을 만드는 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물을 왕왕 타면 모두가 맛을 볼 수 있을 터.
━히오옹….
그럼 꿀의 함유량이 너무 낮아지는 거 아니냐고?
원래 과자란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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