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190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190화
190. 스페셜 상점
잠에서 깨어난 류민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다름 아닌 동생이었다.
“형, 돌아왔구나! 걱정했다구!”
“걱정할 거 없어. 이번 라운드는 좀 오래 걸린 것뿐이니까.”
사실 이 정도는 약과다.
앞으로는 더 오래 걸리는 라운드도 나온다.
“이제는 이렇게 뜬눈으로 기다릴 필요 없어.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걱정되는 걸 어떡해…….”
“그냥 숨 쉬고 있는지만 확인해. 그럼 별문제 없다는 뜻이니.”
“알았어.”
걱정됐지만 형이 저렇게 말하니 류원도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탁-
방에 들어온 류민이 피식 웃음 지었다.
‘내 정체를 알면 저런 걱정도 안 할 텐데.’
뭐,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
자신은 지금 검은 낫이 아니라 약하디약한 예언자였으니까.
‘어디 그럼 스페셜 상점 좀 살펴보실까.’
침대에 누운 류민이 상점창을 열었다.
그러자 전에 없던 스페셜 상점 버튼이 보였다.
터치하니 새로운 상점창으로 넘어간다.
무기부터 반지까지 다양한 종류의 장비들이 보인다.
일반 상점과는 급이 다른 아이템들이다.
‘일반 상점에선 노말부터 잘하면 에픽까지만 얻을 수 있었지만…….’
스페셜 상점은 다르다.
‘기본이 에픽이고 비싸면 유니크도 살 수 있어.’
차이점이라면 골드가 아닌 포인트로만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어마어마한 포인트가 든다는 건 덤이고.
지금 보는 익스퍼트급 유니크 장비만 봐도 구매 가격이 10만 포인트나 된다.
‘웬만한 플레이어들은 뭐, 유니크 하나 사면 끝이겠네.’
그래도 조합으로만 구할 수 있는 장비를 살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장비뿐이랴?
스페셜 상점에선 조합 재료도 판다.
비록 갓 등급 재료는 없지만.
‘그래도 레전더리 재료들이다. 조합식만 알면 누구든 만들 수 있어.’
다만 포인트가 괴랄하다.
재료 하나에 10만 포인트나 든다.
레전더리 템 하나를 만들려면 최소 50만 포인트는 써야 한다는 거다.
‘재료 하나가 유니크 장비값이라니. 살 엄두도 안 나겠군.’
아마 무슨 재료가 이렇게 비싸냐며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대다수일 거다.
레전더리 재료라는 걸 알게 되면 눈빛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재료만이 아니야. 각종 포션과 소지품, 경험치 팩까지. 없는 게 없는 게 스페셜 상점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건 경험치 팩이다.
구매 즉시 경험치가 오르는 아이템으로 원하는 포인트만큼 구매할 수 있다.
‘포인트를 경험치로 치환한다고 보면 간단하지.’
류민도 마음만 먹으면 이 경험치 팩으로 99레벨을 찍을 수 있다.
대신 500만 포인트라는 거금이 들겠지만, 그렇다 해도 1,500만이 남는다.
당장이라도 만렙을 만들 수 있다는 뜻.
하지만 류민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이미 99레벨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충분히 강해진 류민이다.
악마의 축복으로 얻은 스탯 덕분에 기본 스탯만 천 단위를 넘어간다.
여기에 각종 버프를 받으면 만은 우습게 넘어갈 테고.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만렙을 찍어 주목받을 필요는 없지.’
오히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찍지 않는 게 더 좋다.
99레벨이 되면 모든 체력이 회복되며 일시적인 무적 효과가 생기니까.
‘그 효과를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만렙은 되도록 미뤄둔다.’
언젠가 때가 올 것이다.
만렙 달성 효과인 무적이 필요한 때가.
그때까지는 일부러라도 찍지 않기로 했다.
‘다른 플레이어도 마찬가지야.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보다 나처럼 포인트 사용을 미루는 게 최선이지.’
물론 스페셜 상점이 열렸고 어차피 더는 모을 수 없는 포인트이기에 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천사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포인트 또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을 말이지.’
거래 기능을 이용해 포인트 역시 남에게 줄 수가 있다.
공급이 끊긴 데다 골드보다 상위 화폐로 분류되는 포인트를 거래할 수 있다면?
‘아마 부르는 게 값일 거야.’
포인트를 쓰지 말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묵혀두면 비트코인처럼 알아서 가치가 상승할 테니까.
물론 평생을 써도 모자랄 만큼 가진 류민은 그럴 필요가 없지만.
‘일단 레전더리 장비부터 만들어볼까?’
스페셜 상점에서 레전더리 재료들을 산 류민은 곧장 아이템을 조합했다.
[조합 성공!] [‘죽음의 그림자 부츠’를 만들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 부츠]-분류 : 신발
-등급 : 레전더리
-방어력 : 600
-효과 : 민첩+100, 밤에는 이동 속도+50%, 발소리가 나지 않는다.
-내구력 : 10,000/10,000
-사용 제한 : 마스터 등급 이상
-설명 : 죽음의 신이 술래잡기할 때 즐겨 신었다는 신발. 밤에 잡히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조합 성공!] [‘악마의 펜던트’를 만들었습니다.] [악마의 펜던트]-분류 : 목걸이
-등급 : 레전더리
-효과 : 모든 스탯+20, 스킬 대미지+30%, 천사 도발 효과
-내구력 : 10,000/10,000
-사용 제한 : 마스터 등급 이상
-설명 : 악마들이 전쟁에 나갈 때 착용했다는 펜던트. 천사들이 싫어한다.
[조합 성공!] [‘초저항의 반지’를 만들었습니다.] [조합 성공!] [‘초저항의 반지’를 만들었습니다.] [초저항의 반지]-분류 : 반지
-등급 : 레전더리
-효과 : 운+100, 저항력+40%
-내구력 : 10,000/10,000
-사용 제한 : 마스터 등급 이상
-설명 : 상태 이상에 대해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저항력을 가진 반지.
레전더리 등급의 신발, 목걸이, 반지를 만들었다.
초저항의 반지는 똑같은 걸 하나 더 만들었다.
확장의 룬으로 두 개 낄 수 있었으니까.
‘다 해봤자 재룟값으로 200만 포인트밖에 안 들었네.’
보통의 플레이어라면 꿈도 못 꿀 가격이지만 류민에겐 기별도 안 갔다.
‘이번에는 갓 등급을 만들어볼까?’
재료야 이미 다 준비되어 있다.
조합만 하면 끝난다.
[주재료]-품질 좋은 가죽장갑
-응축된 에테르
-흑철가루
-부글거리는 마력 용액
-윤기 나는 말꼬리
-신소재 가죽
장갑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였다.
조합 버튼을 누르자 아이템이 만들어진다.
[갓 등급 아이템을 조합하고 있습니다.] [현재 직업에 걸맞은 아이템으로 변환됩니다.] [조합 성공!] [‘타나토스의 장갑’을 만들었습니다.] [타나토스의 장갑]-분류 : 장갑
-등급 : 갓
-방어력 : 1,200
-효과 : 모든 스탯+50, 스킬 ‘죽음의 손아귀’를 사용할 수 있다.
-내구력 : 20,000/20,000
-사용 제한 : 마스터 등급 이상
-설명 : 죽음의 신 타나토스의 신격을 이용해 만든 장갑. 세트 아이템 착용 시 추가 효과를 부여받는다.
-타나토스의 의복 세트 효과 (3/5)
-2세트 효과 : 저항력+20%
-3세트 효과 : 스킬 대미지+10%
-4세트 효과 : ?????
-5세트 효과 : ?????
갓 등급 장갑을 만들자 3세트 효과가 발휘됐다.
스킬 대미지를 올려주는 좋은 효과였다.
‘15라운드 전까지 갓 등급 3개를 확보하는 게 목표였는데 드디어 이뤘군.’
대천사를 죽여서인지 예정보다 훨씬 빨랐다.
타나토스의 장갑을 낌으로써 유용한 스킬도 생겼고.
[임시 스킬 – 죽음의 손아귀]-효과 : 강한 염동력으로 상대를 끌어당기거나, 밀칠 수 있다. 사정거리는 30m다. 상대의 격이 높으면 염동력에 저항할 수도 있다.
‘이게 있으면 날아다니는 천사도 끌어내릴 수 있지.’
쿨타임이 없는 스킬이었기에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손을 뻗어야지만 사용되는 데다 상대에 따라 저항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제 남은 포인트로 할 일은 하나다.’
99레벨을 만드는 것.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무적 효과가 필요할 때, 그때 99레벨을 만들어야 해.’
그렇게 나중을 기약하며 잠을 청했다.
제프리의 전화 때문에 곧바로 깨버렸지만.
“무슨 일이지?”
-안녕하십니까, 류민 님. 다름 아니라 보고드릴 게 있어서 말입니다.
제프리는 얌띠에게 명령을 받았다.
류민을 주인처럼 섬기고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보고하라고.
녀석이 류민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래, 해봐.”
-곧 크리스틴이 류민 님을 만나러 한국으로 갈 겁니다.
“나를? 왜?”
-예언으로 검은 낫의 위치를 알고 싶어 하거든요. 아버지와 함께 직접 만나서 사례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또한 사령술사에 대한 단서도 얻고 싶어 하고요.
그러고 보니 크리스틴은 자신에게 호감이 있었다.
이계에서 따라오겠다고 집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정말 사례만 하려고 만나려는 건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니고?’
서아린도, 크리스틴도, 현실의 검은 낫을 왜 이렇게 만나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다.
만나봤자 달라지는 건 없을 텐데.
“알았다. 그만 끊어라. 나랑 대화하는 걸 들켜서 좋을 거 없으니.”
-예. 그럼 이만…….
통화가 끊기자 류민은 다시 눈을 감았다.
솔직히 고민할 것도 없는 문제였다.
‘현실의 검은 낫을 만나겠다고?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앞으로도.’
상대를 아군으로 만들려면 만나서 보답을 받는 것보다 빚으로 남겨두는 게 훨씬 이득이다.
미안한 마음을 남겨놔야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검은 낫에 대해선 모른다고 잡아떼야지, 뭐. 사령술사도 마찬가지고.’
녀석은 12라운드에 자신이 이용해 먹어야 한다.
크리스틴에게 정보를 넘겨줄 순 없다.
‘게다가 슬슬 메시아란 조직이 창설될 텐데 그 멤버로 사령술사가 들어갈 가능성이 커.’
국제연합조직 메시아와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선 사령술사를 살려둘 필요가 있다.
검은 낫이고 사령술사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떼면 해결될 문제다.
미래를 보지 못했다는데 뭘 어쩌겠는가?
어차피 목줄은 예언자인 류민이 쥐고 있다.
‘그 대신 12라운드 정보를 던져줘야지.’
그렇게만 해줘도 크리스틴은 만족하고 돌아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때마침 핸드폰이 진동한다.
발신인을 보니 마경록의 전화였다.
“예, 대표님.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때 보도록 하죠.”
할 말이 있으니 크리스틴과 함께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예상대로다.
하지만 통화를 끊은 류민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잠자긴 글렀네.’
어느새 잠이 다 달아나버렸다.
* * *
이계에서 돌아온 지 12시간이 지났지만 존 델가도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일어날 수 없었다.
팔다리가 잘린 이계에서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내 팔다리는? 잘 붙어 있나?’
누워서 손발을 까딱거려보니 잘만 움직인다.
그런데도 일어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색해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
팔다리가 온전히 붙어 있음이.
그래도 언제까지 누워 있을 순 없기에 가까스로 일어나본다.
“크으…….”
통증은 없었지만, 통증이 느껴지는 듯하다.
재활 치료하듯 천천히 걸었다.
거실을 걸으며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자를 떠올려본다.
‘검은 낫.’
그 빌어먹을 개새끼를 죽여 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하지만 존 델가도는 나름 이성적인 사내였다.
혼자만의 힘으론 죽이지 못한다는 걸 잘 안다.
이 상황에서 복수가 사치일 뿐이라는 것도.
‘복수는 무슨. 여기서 끝내고 만족해야겠지.’
비록 성녀는 죽이지 못했지만, 추종자들을 죽임으로써 목적은 이뤘다.
경쟁 세력을 무너뜨렸으니 절망교를 더욱 키우는 일만 남았다.
‘세력을 키우면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 개새끼의 면상을 갈기갈기 찢을 기회가.’
그리 생각하던 존이 문득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 복수는 사치라고 해놓고선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다.
‘후우…… 열 받아도 단념해야지. 별수 있나.’
그때였다.
띵동-
초인종 소리에 택배라도 왔나 싶어 문을 열어봤다.
그런데 웬 정장 차림에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서 있는 게 아닌가?
“누구요?”
“사령술사 존 델가도 되십니까?”
존이 순식간에 장비를 착용했다.
“너 누구야? 우리 집은 어떻게 알았어?”
살벌한 눈빛으로 지팡이를 겨누자 상대가 진정하라는 듯 손을 든다.
“워, 전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그럼 뭐하러 온 건데?”
“그저 명함 하나만 건네주러 왔을 뿐입니다.”
남자는 정말로 품 안에서 명함만 꺼내 들었다.
받아보니 단체명과 닉네임이 쓰여 있다.
“메시아 소속? 스패냐드?”
“이번에 설립한 저희 국제연합조직 메시아에서 12사도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구하고 있거든요.”
“12사도?”
“나라별로 최강의 자리에 오른 랭커들로 구성된 간부직이죠. 미국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존 델가도 님을 영입하고자 찾아온 것도 이 때문이고요.”
“그러니까 나보고 메시아라는 단체의 간부직을 줄 테니 들어오라고?”
“정확합니다. 혹시 관심 있으십니까?”
스패냐드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존 델가도가 입을 열었다.
“다 떠나서 이거 하나만 묻지.”
“말씀하십시오.”
“그 12사도라는 자리에 검은 낫도 들어올 예정인가?”
스패냐드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왜지? 한국의 검은 낫이라면 영입 1순위의 랭커일 텐데?”
“그게 말입니다…….”
뜸을 들이던 스패냐드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당초 저희 메시아는 검은 낫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거든요.”
“검은 낫에?”
존이 놀란 눈으로 보자 스패냐드가 부연 설명을 했다.
“존 님도 아시겠지만 검은 낫은 90레벨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존재입니다. 끽해야 50레벨인 저희로선 그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소리죠.”
“대항할 수단을 만들겠다는 건가?”
“맞습니다. 회사의 부당한 갑질에 대항하기 위해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듯, 저희도 힘을 합쳐야 합니다.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모르는 검은 낫을 이대로 성장하게 내버려 둘 순 없는 노릇 아닙니까?”
동의한다는 듯 존이 주억거리자 스패냐드는 직감했다.
거의 다 넘어왔다는 것을.
“어때요? 저희 메시아에 가입하시겠습니까?”
“가입하겠냐고?”
이를 갈고 있던 존에겐 고민할 것도 없는 제안이었다.
“당연히 해야지, X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