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281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281화
281. 해산
방법이 있다는 말에 사람들의 눈자위가 커졌다.
“팀킬 할 방법이 있어요?”
“단, 나만 가능한 방법이지. 다른 사람은 불가능해.”
“아…….”
신도들의 얼굴에 실망이 스쳐 간다.
어지간히도 천사를 돕기 싫은 모양이다.
‘미안하지만 팀킬은 불가능해. 시스템을 얕보지 말라고.’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팀킬 하는 방법을 기대했겠지만, 편법은 통하지 않는다.
이계에서 시스템의 규칙은 절대적이다.
서로 동맹으로 설정되어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도 해제할 수 없는 법이다.
‘진영 변경권을 사용하지 않는 한 말이지.’
1위 보상으로 받은 이 임시 스킬을 사용하면 혼자서만 유일하게 진영을 변경할 수 있다.
천족이 아닌, 마족 측에 서서 싸울 수 있는 것이다.
‘이때 마족이 승리하면 나 또한 살아남을 수 있지.’
같은 팀이 이기면 통과한 걸로 인식되는지라 굳이 천족에 붙어 있을 필욘 없다.
박쥐처럼 상황에 따라 이길 것 같은 팀으로 옮겨가는 게 스킬의 핵심.
한마디로 동료를 배신하라고 있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난 알지. 동료들을 버리고 혼자서 살아남아봤자 결국 20라운드에서 막힌다는 걸.’
5인 이상을 요구하는 보스룸에 들어가기 위해선 되도록 많은 사람을 20라운드에 데려가야 한다.
마족 팀에 붙어 혼자서 살아남느니 그냥 소멸당하는 것이 낫다.
‘그런데도 이 스킬을 고른 건 천족을 팀킬 하기 위해서지. 다른 이유는 없어.’
그렇기에 이 자리에서 미리 말해둘 필요가 있었다.
갑자기 혼자서 천사들을 도륙하면 꽤나 놀랄 테니까.
“천족을 배신할 수 있는 건 지난 라운드 1위였던 나뿐이다. 그러니 내가 갑자기 천사들을 살해해도 놀라지 말도록.”
“처, 천사들을 죽이려고요?”
“왜? 죽이지 않았으면 하나?”
“그건 아닙니다만…….”
천사들은 인간의 주적이라 봐도 무방하다.
생존게임에 집어넣은 당사자이니만큼 그들에겐 수십억의 인간을 죽인 책임이 있다.
그렇기에 당연히 천사에게 한 방 먹였으면 하는 게 모든 이들의 바람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천족과 함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게 18라운드 미션이지.’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에 혼란이 온 이유였다.
같은 편인 천족을 죽여봤자 이득 없는 제 살 깎아 먹기였으니까.
물론 악마의 축복이 있는 류민에겐 엄청난 이득이 있지만.
“걱정하지 마라. 천사 좀 죽인다고 전쟁에서 패배하진 않을 테니.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을 승리로 이끌 것이다.”
양치기 소년의 말이었다면 설득력이 없었겠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검은 낫.
확신을 담은 그 말에 사람들은 누구랄 것 없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동안 보여준 행보로 보아 그의 말은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심지어 사이비에 미친 광신도처럼 믿는다고 중얼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류민은 이어서 어떻게 하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 공략법을 알려줬다.
딱히 대단한 정보는 아니었다.
그저 마족의 습성과 조심해야 할 녀석의 생김새 정도를 말해줬으니까.
“……내가 알고 있는 공략은 여기까지다. 듣느라 수고했고 이제 모두 해산하라.”
류민이 단상에서 내려오자 사람들도 흩어지며 핸드폰을 쳐다봤다.
돌아가는 항공편을 예약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일부는 허공을 터치하며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렸다.
공략을 듣느라 미처 보지 못했던 갓 등급 아이템을 제대로 살펴보는 것이었다.
“와아…… 이게 바로 갓 등급…….”
다른 아이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옵션에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교주인 허태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검은 화살의 개수, 대미지, 투사속도를 50% 향상시킨다고? 완전 미쳤네?’
그가 만든 갓 등급 갑옷인 [모로스의 로브]의 옵션은 엄청났다.
여태 본 아이템 중 단연코 최강이라 자부할 수 있다.
하나가 아닌지 정보 밑에 모로스의 의복 세트 효과 (1/5)라고 쓰여 있다.
‘2개 이상 갓 등급을 만들면 세트 효과를 받는 건가?’
이런 엄청난 아이템이 하나 더 있다면?
자신도 검은 낫처럼 강해질 수 있다.
플레이어의 가치가 강함에 있는 이상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갓 등급을 만들려면 응축된 에테르인가? 그 아이템이 있어야 하는 거 같던데…….’
어떻게 구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구하기만 한다면 검은 낫 님이 지금처럼 나머지 재료를 충당해 주실 거다.
그럼 2세트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응축된 에테르를 어디서 구하지? 검은 낫 님에게 한 번 물어볼까?’
아이템 창을 닫고 골똘히 고심하고 있는데 재수 없는 인간과 눈이 마주쳤다.
알렉스 피어슨이다.
‘X발 코쟁이 돼지 새끼.’
보기만 해도 역겨운 녀석이 자신을 한 번 째려보더니 휙 고개를 돌린다.
대놓고 무시하는 모습을 보니 머리에 열이 뻗친다.
‘평신도 주제에 감히 교주를 무시해?’
비록 지난번 사건의 오해가 풀렸다곤 하나, 앙금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고 그건 알렉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이후로 대화는 해보지 않았지만 딱 보면 안다.
자신을 봐도 인사는커녕 무시하는 저 눈빛과 분위기를 뭐라 설명할 수 있겠는가?
‘저 새끼 것을 빼앗았어야 했는데 아깝게 됐네.’
응축된 에테르가 이렇게 귀한 물건인 줄 알았다면 알렉스 것을 강탈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 허태석이 아쉬움에 혀를 차는 와중, 서아린은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아, 여기 있었네요. 민주주의 님.”
“응? 서아린 배우님? 저 찾으셨어요?”
“네. 물어볼 게 있어서요.”
“저한테요?”
민주리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서아린이 말했다.
“혹시 예언자님 못 보셨어요?”
“어어, 못 봤는데…….”
“둘이 친구시잖아요. 같이 안 왔어요?”
“네. 같이 가자고 하면 한사코 거절해서요. 알아서 간다고는 하는데, 여기에 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사신교에 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의아한 눈빛을 보내는 서아린을 향해 민주리가 물었다.
“그런데 민이는 왜 찾아요?”
“이웃이잖아요. 집이 부서졌다고 해서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진짜 이유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말하기를 망설이던 서아린이 민주리의 팔을 잡고 사람들이 없는 구석으로 이끌었다.
“왜, 왜 그러세요?”
“사람들이 들으면 좀 그래서요.”
“무슨 말을 하려고…….”
주변 눈치를 보던 서아린이 이제 말해도 되겠다 싶었는지 입을 열었다.
“예언자님이 이상한 거 같아요.”
“네? 이상하다니. 그게 무슨…….”
“추적하기가 안 먹혀요. 분명 이름이랑 얼굴을 알고 있는데도 위치를 찾을 수가 없어요.”
“…….”
“못 믿겠으면 지금 당장 시험해 보세요. 아까 연설이 끝났을 때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나왔으니 분명 그렇게 나올…….”
서아린은 말하던 와중 뭔가 이상한 기류를 눈치챘다.
응당 놀라야 할 민주리의 표정이 뭔가를 고민하는 얼굴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그러세요?”
“어, 그게…….”
“뭔가 알고 계신 거예요?”
정곡을 찔렸는지 민주리가 움찔 어깨를 떤다.
‘참하게 생긴 게 어쩐지 거짓말 못 하는 성격 같더라니…….’
역시나 관상은 과학이다.
“알고 계신 게 있으면 말해주세요.”
서아린의 물음에 민주리는 하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비밀이니까…… 어디 가서 말하지 마세요?”
“물론이죠.”
“저도 최근에 그 문제 때문에 민이랑 얘기했었거든요. 추적이 안 되는데 어떻게 된 거냐고.”
“그래서요?”
서아린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집중했지만 민주리는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알고 보니 추적을 교란하는 룬이 있다더라고요. 원할 때 다른 사람의 추적을 막을 수 있는 룬인가 봐요.”
“아아…….”
비밀이 풀렸다는 듯 서아린이 고개를 주억였다.
“그런 거라면 이해가 되네요.”
“거봐요. 별거 아니죠?”
“근데 의문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에요.”
“또 뭐가 있나요?”
“사신교에 가입한 지 몇 달이 됐는데 예언자님의 얼굴을 통 못 봤단 말이에요? 정말 예언자님이 사신교에 가입하신 게 맞나요?”
민주리는 그 또한 이유가 있다는 듯 대답했다.
“저도 똑같이 물어본 건데 가입하긴 했다더라고요. 단지 이름만 올렸을 뿐 참가는 거의 안 했다고…….”
“인원이 똑같잖아요. 그런데 참가를 안 했다니요?”
연이은 질문에 민주리가 술술 답했다.
저번 달에 자신 또한 똑같은 의문을 품었었기에 설명하기도 쉬웠다.
“예언자라는 직업이 알려지면 사람들 사이에 혼란이 올까 봐 일부러 닉네임도 다르게 말하며 정체를 감추고 있는 거래요.”
“근데 정말 그 말만 하고 끝난 거예요? 다른 얘긴 없었어요?”
“그거 말고도 이해되지 않는 소릴 하긴 했지만…… 신경 쓰실 만한 일은 아니에요.”
“뭔데요?”
“그냥 단순한 농담이었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연신 신경 쓰지 말라 했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감추려고 하면 더 듣고 싶은 법.
“그러지 말고 말해봐요. 예언자님이 무슨 농담을 했다는 거예요?”
끈질기게 캐묻자 민주리도 서아린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검은 낫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더라고요.”
“예?”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한 사실에 서아린이 확인하듯 되물었다.
“그, 그러니까 예언자님이…… 자기가 검은 낫이라서 못 찾는 거라고…… 그렇게 말했다는 거예요?”
“그렇다니까요? 말하기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될 걸 별 시답잖은 농담을 하는지…….”
구시렁거린 민주리였지만 서아린의 귀에 그런 것은 들어오지 않았다.
‘검은 낫 님과 예언자님이 동일 인물이라고?’
서아린은 그 말을 농담으로 치부하지 않고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자신이 알기에 예언자는 쓸데없는 농담을 할 성격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둘이 동시에 서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신체적으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동일 인물로 생각할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서아린은 그 발언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어쩌면…… 진실을 말한 것일지도 몰라.’
스킬로 죽은 사람도 되살리는 마당에 모습을 바꾸는 능력이 없다고 단언할 수야 있겠는가?
‘모습을 바꾸며 이중생활을 했다고 가정하면? 예언자님에 대한 모든 의문이 해결돼.’
진지하게 예언자가 검은 낫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서아린이었지만 민주리의 반응은 달랐다.
“배우님도 듣고 보니 어이없지 않아요? 농담도 그런 농담을 하다니…….”
“민주주의 님은 안 믿네요?”
“그럼요. 생김새가 다른데 어떻게 믿어요.”
“생김새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그렇다 해도 사람 성격이 있잖아요. 지킬 앤 하이드도 아니고, 두 사람은 완전히 성격이 다른데요?”
“그것도 그렇게 보이도록 꾸몄다고 생각하면…….”
민주리가 말도 안 된다는 듯 손을 저었다.
“고등학교 동창인 제가 민이를 모를까 봐요? 절대 뭔가를 숨길 수 있는 애가 아니에요.”
“…….”
워낙 단호하게 말하니 서아린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사람은 보고 싶은 부분만 본다고 했던가?’
무지개가 있으면 사람은 보고 싶은 색만 보기 마련이다.
자신이 그렇다고 믿는다면 그건 어쩔 수가 없다.
남이 이러쿵저러쿵 얘기해서 바꿀만한 일이 아니다.
‘바꾸려고 하면 그건 참견이지.’
그렇기에 서아린은 민주리가 믿든 말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중요한 건 예언자가 검은 낫일지도 모른다는 정보였으니까.
‘한번 확인해봐야겠어.’
서아린의 두 눈이 검은 낫이 떠난 단상 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