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305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305화
305. 마르바스
[스물한 번째 사망자가 발생하였습니다.] [사망자 닉네임은 ‘노폐인노게이’입니다.]자신이 심어둔 씨앗의 죽음을 알았을 때, 플루닉토스는 어떤 미련도 가지지 않았다.
입가에 비웃음만 가득 담았을 뿐.
[결국 죽어버렸구나.] [대공 각하께서 악마의 씨앗을 심어놨다는 인간 말입니까?] [그래.]해골의 얼굴을 한 서열 3위 바사고가 붉은 눈을 번뜩였다.
[위치를 탐색해 보니 여기서 5㎞ 떨어진 거리에서 죽었습니다.] [누가 죽였지?] [검은 낫입니다.]그 이름을 듣자마자 플루닉토스가 비웃음을 흘렸다.
자신의 손으로 동료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라니.
검은 낫의 심정이 어떨지는 몰라도 엿 먹이는 덴 성공했다.
[예상보다 일찍 죽었군. 검은 낫이 죽이리라 예상은 했지만.]다른 플레이어가 악마의 씨앗을 주입받은 인간을 죽이기는 힘들다.
자신의 힘 일부를 떼어 받은 만큼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전투력을 가지게 되니까.
어쩐지 아쉬워하는 플루닉토스의 표정에 바사고가 물었다.
[아쉬우십니까? 장기 말 하나를 잃으셔서?] [그런 통제 안 되는 놈이 죽은 게 뭐가 아쉽겠느냐. 그저 다른 인간이 더 죽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이지.]노폐인노게이를 악마화시켜 수많은 인간을 죽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절묘한 타이밍에 검은 낫이 나타나는 바람에 계획은 악마화된 인간이 죽는 것으로 끝났다.
‘그래도 모로스 님이 정보를 준 덕분에 주요 인맥 한 명은 처치했군.’
이런 식으로 인간들이 보이는 족족 악마화시키고 싶었지만, 자신의 힘을 떼는 만큼 남용할 순 없다.
더구나 살생의 마음이 가득한 인간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필요하고.
‘그러니 이렇게 72 귀족 악마들을 데려온 것이 아닌가?’
플루닉토스가 바사고 옆에 있는 부하들을 바라봤다.
서열 4위와 5위가 나란히 부동자세로 서 있다.
[상황 보고해라, 바사고.] [보고하겠습니다. 현재 명령에 따라 10위까지의 고위 악마들이 이계로 도착한 상황입니다. 오자마자 플레이어들을 찾아 살육하라는 명을 수행 중이고요.] [여기 올 때는 걸리지 않는 루트를 이용했겠지?] [그렇습니다. 아르타로스 님께서 열어주신 경로를 이용했으니 문제는 없을 겁니다.] [없을 겁니다가 아니라 없어야 한다. 다른 신의 눈에 띄면 나는 물론 아르타로스 님의 입장도 곤란해져.] [최대한 조용히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래서 너희 여덟 명을 부른 것이다.]이계에 나타난 악마 귀족은 여덟이었다.
1위 바알과 2위 아가로스는 지난 라운드에서 이미 죽었고 3위부터 10위까지만 인간 사냥에 동참하도록 불렀다.
플루닉토스가 3위 바사고와 4위 가미긴, 5위 마르바스를 한 번씩 쳐다봤다.
[늦게 온 너희 셋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이미 흩어져서 인간을 죽이고 있다는 말이구나.] [그렇습니다. 그나저나…….]말투에 가시가 있다는 걸 눈치챈 바사고가 제일 먼저 고개를 숙였다.
[늦게 도착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대공 각하.] [죄송합니다.]셋이 한마음으로 고개를 숙이니 플루닉토스의 불편했던 마음이 한결 가셨다.
[뭐, 일이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오히려 잘 됐다. 한꺼번에 나타났다면 신들도 눈치챘을지 모르니.]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이라도 인간들을 몽땅 죽이면 되는 거 아니겠느냐?]이렇게 대화하는 와중에도 사망자는 쌓여 서른을 넘어가고 있었다.
자신이 부른 고위 악마들이 본격적으로 인간들을 사냥하니 사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사실 천족의 게임에 마족이 간섭하는 건 규정 위반이지만…….’
아무렴 어떠랴.
대천사장인 아르타로스가 지원해 주는 데다 그보다 훨씬 높은 태초의 신이 뒷배로 있는 마당에.
‘일이 잘못되면 아르타로스 그놈이 뒤처리해 주겠지.’
자신은 그저 시킨 대로 부하들을 풀어 검은 낫을 제외한 모든 플레이어를 말살하고 사라지면 그만이었다.
[이제 너희도 출발하면 되겠군.] [알겠습니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냥하기 위해 흩어지도록.] [물론입니다. 여기 있는 인간 따위야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나약한 종족이 아닙니까?]말하지 않아도 혼자서 행동할 생각이었다는 듯 바사고를 비롯한 악마 귀족들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드러냈다.
플루닉토스도 딱히 걱정은 안 한다.
악마 귀족 3, 4, 5위라면 대천사 3위급의 실력자들.
여기 있는 플레이어가 모조리 달라붙어도 이길 수 없는 전력이라는 건 확실했다.
다만, 한 명이 마음에 걸렸을 뿐이다.
[방심은 금물이다. 노파심에 다시 말하지만 검은 낫. 그 인간만큼은 절대로 건들지 말아라. 인간의 모습을 했지만, 엄연히 신. 아르타로스를 빈사 상태로 만들 정도의 이레귤러이니 정면 대결이든 기습이든 어림도 없다. 무조건 피해야 할 상대다.] [그 점도 염려 마십시오. 녀석의 얼굴도 이미 다 숙지한 상태입니다. 털끝 하나라도 보이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하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도주할 틈은 없을 거다. 곧장 마계로 귀환해야 한다. 워프 능력이 없는 놈이라 마계까진 따라오지 못할 테니.] [그리하겠습니다. 염려 놓으십시오.]부하들의 말에도 플루닉토스는 쉽사리 걱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
상대는 다름 아닌 검은 낫이었으니까.
‘뭐, 문제는 없겠지. 제각각 흩어져서 사냥을 벌이고 있으니 제깟 놈이 혼자서 어떻게 막겠어?’
모두 떨어져 있으니 부하가 당했다는 소식을 들어도 자신이 도주할 시간은 벌 수 있을 거다.
씩 웃은 플루닉토스가 흩어지라고 명령을 내릴 때였다.
[대공 각하. 50m 반경에서 인간 셋이 접근하고 있습니다.]바사고의 말에 플루닉토스가 고개를 돌렸다.
정말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면 마중 가줘야지.]가장 가까이에 있던 플루닉토스가 먼저 움직였다.
단숨에 거리를 좁히자 인간 여성이 히익 놀라며 물러선다.
[후후, 때마침 먹잇감이 굴러들어왔구나.] [그러게나 말입니다.] [셋 다 여성 인간들이군요.] [첫 사냥으론 운이 좋네요.]3, 4, 5위 귀족 악마들이 제각각 말을 덧붙였다.
셋 다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 사냥감으로서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이다.
플루닉토스가 인심을 베풀듯 말했다.
[사냥감은 너희에게 양보해 주도록 하지. 누가 나설 테냐?]그 말에 가미긴과 마르바스가 동시에 바사고를 바라봤다.
[서열이 높은 바사고 님이 결정하시지요.] [난 괜찮다. 인간 여자엔 흥미가 없어서. 너희 둘이 결정해라.]그때 사자 얼굴의 마르바스가 말의 얼굴을 한 가미긴을 쳐다봤다.
‘나도 좋아하는데…….’
속으로만 말한 가미긴이었지만 군침을 흘리며 말하는 마르바스를 보자 양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상관 둘이 양보한 탓에 자신까지 양보하지 않으면 모양새가 이상해지는 상황이었고.
[알겠다. 마르바스, 너한테 맡기지.] [감사합니다. 크흐흐.]결정이 나자 플루닉토스가 말했다.
[그럼 마르바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흩어져서 사냥을 시작하도록 하지. 바사고, 너는 나랑 같이 가도록 한다.] [예, 대공 각하.]부복한 귀족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플루닉토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리에 남은 것은 오직 마르바스뿐이었다.
* * *
‘무, 무슨 상황이야.’
얌띠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대화를 못 들은 건 아니다.
통역 기능이 악마의 말까지 해석해 줬다.
그저 혼자만 남기고 간 상황이 이해되지 않을 뿐이었다.
‘저 사자 얼굴을 한 악마만 남기고 다 가버렸잖아?’
얌띠가 이를 꽉 물었다.
자신들이 얼마나 만만해 보였으면 혼자 남기고 떠났단 말인가?
물론 상대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
얼굴이 사자라 인상이 더러운 건 당연하고 덩치도 불곰 두 마리를 붙인 것마냥 육중했다.
‘그래도 한 명쯤은 우리 셋이 합심하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테이머인 자신과 소환술사인 서아린, 버퍼인 민주리.
소환사 둘에 서포터 한 명.
나쁘지 않은 조합이다.
‘숲에서 몬스터를 처치한 걸 보면 서아린의 화력은 최소 3인분 이상이야.’
자신의 몬스터들도 전부 꺼내면 존 델가도의 소환수에 버금갈 정도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할 테고.
‘셋이 합공한다면 이길 수 있어.’
세 여성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여차하면 공격하자는 뜻이었다.
그 모습을 봤는지 사자가 히죽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미천한 인간들아. 내 눈치 보지 말고 어디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보아라. 죽기 전에 어디 한번 발버둥 쳐보란 말이다.]“…….”
“…….”
“…….”
[하여간 인간들은 먼저 공격할 기회를 줘도 눈치만 본단 말이지. 정 그렇다면 내가 먼저 움직여주지. 어디 어떤 인간의 비명부터 들어볼…….]입맛을 다시며 접근하는 그때, 마르바스가 곰 발바닥만 한 손을 들었다.
카앙-!
나름 기습적으로 찌른 영혼 기사의 검이 간단하게 막혀 버렸다.
캉- 캉- 캉!
빠르게 검을 찔러댔지만 마르바스는 생긴 것과 달리 움직임이 빨랐다.
고작 한 손으로 검날을 모두 막아낼 정도였으니.
[흐아아암. 이렇게 느려서야 내 털끝이나 벨 수 있겠느냐?]그러나 영혼 기사는 한 명만 아니었다.
휘익!
또 한 명의 기사가 뒤에서 기습적으로 베고 들어왔지만 마르바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날렵하게 몸을 틀었다.
캉캉- 캉캉- 캉!
곧이어 두 기사의 합공이 이어졌지만 마르바스는 여전히 하품 나온다는 얼굴이었다.
[이거, 이거, 한 손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느려터졌잖아?]재미없다는 표정의 마르바스가 아예 손으로 검날을 잡은 뒤 부러뜨려버렸다.
챙강- 챙강-!
한순간에 무기를 잃은 영혼 기사들이었지만 서아린의 소환수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치이이이이익-!
페어리 네 마리가 발사한 빛이 고스란히 마르바스의 머리를 태웠다.
그러나 어떻게 된 게 털에 약간의 그을림만 생길 뿐, 대미지는 전혀 입지 않는 모습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서아린이 공격을 멈추자, 마르바스가 웃는 낯으로 쳐다봤다.
[왜? 더 해봐. 뜨뜻하고 좋던데? 흐흐.]“다, 다시 공격!”
서아린의 지시에 페어리, 골렘, 영혼 기사가 동시에 마르바스를 덮쳤다.
그러나 그 합공이 무색하게도.
[크하아아아아아-!]소환수들은 사자후 한 방에 깔끔하게 소멸되었다.
“아아…….”
고작 고함 한 번에 사라지는 소환수들을 보자 서아린과 민주리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렇게 강하던 소환수들이 한 방에…….’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민주리가 물었다.
“더, 더 소환할 수 있죠? 이게 끝 아니죠?”
“이제 소환 못 해요. 소환하려면 10분의 쿨타임을 기다려야 해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다고요? 60레벨에 배웠다던 소환수 강화는요?”
“이미 썼어요! 영혼 기사에게!”
그런데도 깔끔하게 발리고 말았다.
전투 능력이 없는 민주리로선 할 말이 없었다.
‘버프존까지 깔면서 지원해 줬는데 이렇게 쉽게 당하다니…….’
두 사람이 절망하는 반면, 마르바스는 여유만만했다.
[너무 절망할 필욘 없어. 달걀이 바위를 못 이기는 건 당연한 이치니까.]마르바스로선 벌레보다 못한 실력이라는 걸 확인했으니 이제 즐길 일만 남았다.
[자아, 그럼 누구의 팔다리를 먼저 뜯어보실까. 목소리가 아름다운 인간이었으면 하는데…… 그래! 너.]마르바스의 지목에 민주리가 흠칫 놀랐다.
[방금 들은 목소리가 내 스타일이었어. 너부터 뜯으면 좋겠…….]그때였다.
수십의 몬스터가 소환되더니 마르바스의 앞을 벽처럼 가로막았다.
[소환사가 또 있었나 보군. 그래 봐야 바람 앞의 등불이지만.]히죽히죽 웃은 그가 다시 한번 사자후를 질렀다.
몰려오던 몬스터가 일거에 소멸되었다.
‘흥, 바보 같은.’
시간 벌이도 못 하고 의미 없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마르바스였지만, 아니었다.
[호오?]세 여성이 어느새 몬스터와 함께 하늘을 날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