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306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306화
306. 마르바스의 주특기
세 마리의 하피가 각자 여성들을 붙잡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저 사자 갈퀴 악마 놈. 우리가 상대할 수준이 아니야.’
사자후 한 방에 서아린의 소환수들이 정리되는 걸 보고 얌띠는 깨달았다.
자신들이 맞서 싸울 레벨이 아니라는 것을.
녀석의 말마따나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것을.
‘의미 없이 죽을 순 없어.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도망이라도 치자는 것이 얌띠의 판단이었다.
몬스터의 벽을 세워 시선을 막은 사이, 하늘로 도주하자는 게 그녀의 작전이었고.
‘속도로 보면 지상에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해. 그러니 하늘로 날아가는 게 최선이야.’
놈의 등에 날개 같은 건 보이지 않았기에 날지 못할 거라고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굳이 셋으로 찢어놓은 것도 혹시나 쫓아올 걸 대비해서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는 의도였고.
물론 민주리, 서아린과는 상의 되지 않은 작전이다.
그럴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래서인지 표정들에 당황스러움이 역력하다.
“얌띠 언니!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언니가 명령한 거예요? 하늘을 날아 도망치라고?”
“그래요! 그러니 잔말 말고 살아남길 기도해요! 당장은 이게 최선이니!”
당황은 이내 수긍으로 바뀌었다.
얌띠의 판단은 지금으로선 최선이었다.
저 사자 악마는 무슨 수를 써도 이기지 못한다.
‘제발 날지 못하는 악마이길……!’
그러나 세 사람의 희망은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후후, 재미있는 작전을 떠올렸구나. 설마 내가 날지 못할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사자의 등에 날개를 단 격이 이런 경우일까?
마르바스의 등에 아까는 보지 못한 커다란 박쥐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그깟 몬스터에 의지해서 도망갈 생각을 하다니. 하찮은 인간들이구나.]‘모두 찢어져!’
불길함을 느낀 얌띠가 하피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셋이 갈라지면 한 명이라도 살 수 있으리란 희망에서였다.
그러나.
퍼억!
마르바스는 하피의 머리를 한 손으로 쥐어 터트려버렸고 그 동작은 매우 신속했다.
세 마리의 하피를 거의 동시에 죽일 만큼.
“으아아!”
“꺄아아!”
세 여성이 10m 아래로 추락했다.
쿵!
다들 평범한 인간이 아니어서인지 크게 다치진 않았다.
그나마 더 높은 지점에서 떨어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
그렇다고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으으윽…….”
다리를 삐끗했는지 셋 다 움직이기 힘들었다.
신음을 흘리는데 마르바스가 그 옆에 사뿐히 착지했다.
[한심한 사냥감들이군. 그런 어설픈 도주가 통할 줄 알았더냐?]“…….”
[자, 이제 도망은 못 칠 테고, 또 뭘 보여줄 거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아라. 기회를 줄 테니.]마르바스가 팔짱을 끼며 느긋한 태도를 보였지만 세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서아린은 아직 쿨타임이 남아 있었고 민주리는 전투 기술이 없다.
얌띠 또한 저장해 놓은 몬스터를 모조리 꺼낸 상태였고.
[없어?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단 말이지? 그럼 슬슬 시작해도 되는 거겠지?]뭘 시작한다는 건지는 묻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어렴풋이 짐작이 갔으니까.
[자, 누구의 팔다리를 먼저 뜯어볼까나?]사자의 눈동자가 민주리를 향했다.
그건 재미없다는 듯 시선을 돌린 마르바스가 서아린을 바라봤다.
[그래. 네년의 소리가 앙칼질 것 같구나. 너부터 해보자.]마르바스의 커다란 손이 서아린의 팔을 잡았다.
두려움에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는 그때, 의외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잠깐만요!”
민주리의 목소리였다.
“절 먼저 선택하셨잖아요. 왜 다른 사람으로 바꾸시는 거예요?”
[호오.]고개를 돌린 마르바스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민주리를 바라봤다.
[내 여태껏 수많은 인간을 죽여봤지만 이런 인간은 처음이군. 자기 팔을 먼저 뜯어주길 원하다니.]“처, 처음 타깃을 저로 정했으면 바꾸진 마셔야죠.”
[근데 너는 비명이 재미없을 것 같아서 말이지.]“재, 재미있게 해드리면요?”
[음?]“최대한 크게 비명 지르면서 아파하면 되는 거죠?”
마르바스의 입꼬리가 귀까지 걸렸다.
[큭큭, 그렇다면야 더할 나위 없지. 그런데 뭔가 요구 사항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군.]“재미있게 해드릴게요. 그 대신…….”
민주리가 서아린과 얌띠를 한 번씩 쳐다봤다.
“다른 사람은 보내주신다고 약속해 주세요.”
“민주리 씨…….”
[큭큭, 이게 인간들이 말하는 희생이라는 건가? 정말 눈물겹군.]말만 눈물겹다고 할 뿐이지 마르바스의 얼굴엔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남을 위하는 희생정신은 높이 사주마. 정말이다. 하지만.]어느새 웃음이 사라진 얼굴엔 날카로운 눈빛이 대신했다.
[자신의 주제는 알지 못하는군, 여성 인간.]마르바스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그 순간, 펑- 하며 민주리의 몸이 양으로 변했다.
“메에에.”
진짜 양이었다.
그 비현실적인 모습에 서아린과 얌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목숨을 구걸해도 모자랄 마당에 감히 나한테 제안을 걸어?]“미, 민주리 씨!”
“민주리 씨를 어, 어떻게 한 거예요?”
놀란 여성들의 물음에 마르바스는 피식 실소를 흘리며 잘난 체하는 표정을 지었다.
[보면 모르냐? 너희 동료는 양으로 변했다.]“야, 양?”
[내 주특기가 변신이거든. 하찮은 인간을 그나마 쓸만한 존재로 만들어주지.]“메에에!”
양으로 변한 민주리가 소리쳤지만, 양은 양일 뿐이었다.
[뭐? 재미있게 비명을 질러줘? 가당찮은 것. 스스로 광대가 되고 싶다 하니 광대로 만들어주는 수밖에.]“미, 민주리 씨를 돌려주세요!”
이번엔 서아린이 용기를 냈다.
그러나 용기와 만용은 한 끗 차이라는 걸 그녀는 몰랐다.
[변신을 풀면? 상황이 달라지기라도 하나? 아니면.]턱-
마르바스가 서아린의 팔을 다시 붙잡았다.
[너도 나한테 제안하게? 동료들을 풀어달라고?]“아악!”
손아귀에 힘을 주자 부러질 듯이 아팠다.
[크흐흐, 이거 봐. 비명이 아름답잖아?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재밌다는 듯 웃은 마르바스가 돌연 사나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기껏 잡은 사냥감을 놔줄 수야 없지.]“아, 안 돼!”
얌띠의 비명을 뒤로하고, 마르바스가 히죽 웃으며 손에 힘을 줬다.
그대로 잡고 있던 서아린의 팔을 뜯어버렸다.
뿌드득!
소름 끼치는 소리에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서아린이 아니었다.
[끄아아아아아악!]마르바스가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까무러칠 듯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떨어진 건 서아린의 팔이 아니었다.
“하마터면 늦을 뻔했군.”
서아린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한 남자를 올려다봤다.
나타난 남자는 황용민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순간 움찔했지만 서아린은 그 실체를 알아봤다.
“거, 검은 낫 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용민의 모습이 일렁이더니 검은 낫으로 바뀌었다.
그 반가운 얼굴에 눈물이 나올 뻔했지만 류민은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저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자 얼굴의 악마를 무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
[끄아아하아악, 헉, 헉, 어떤 새끼가……!]뒤늦게 상대를 확인한 마르바스가 흠칫 몸을 떨었다.
‘검은 낫?’
플루닉토스가 그토록 신신당부했던, 보자마자 무조건 도망가라던 위험인물 1순위.
그가 5m도 되지 않는 거리에 서 있었다.
‘나름대로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꿀꺽하고 사자의 목울대가 넘어간다.
‘도, 도망칠 수 있을까?’
도주하기엔 거리가 너무 가깝다.
악마 대공의 조언대로 워프하는 것만이 답이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주시하면서 조용히 워프 주문을 외웠다.
10초의 시간.
고작 그 정도만 필요할 뿐이다.
그럼 이 위기도 손바닥 뒤집듯 벗어날 수 있다.
마르바스가 남몰래 주문을 외우며 검은 낫을 노려봤다.
그러다가 자기도 모르게 눈을 깜박이는 순간.
뿌드드득-
[끄아아아아아아!]끔찍한 고통이 반대쪽 어깨에서 밀려왔다.
나머지 팔이 뜯겼다.
주문이 취소됐다.
이 빌어먹을 고통을 견디며 주문을 외울 정도의 정신력은 마르바스에게 없었다.
아니, 그 누구에게도 없을 것이다.
“어딜 도망가려고. 내 사냥감 주제에.”
[끄흐흐흐, 흐흐흑…….]마르바스의 몸에서 피와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언제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상대의 주 무기는 낫이라고 들었는데 아직 꺼내지도 않았다.
그저 순수한 힘만으로 자신의 팔을 뜯어버린 것이다.
힘의 차이를 실감한 마르바스가 공포에 젖은 눈으로 바라봤다.
[거, 검은 낫, 우, 우리 얘기 좀, 하, 하자.]“무슨 얘기.”
[그, 그러니까…….]류민은 대답도 듣지 않고 낫을 꺼냈다.
그러더니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정확히 마르바스의 눈알을 찔러버렸다.
푹-!
[아, 아아악!]“내 동료의 팔을 뜯으려던 놈이랑 무슨 얘기.”
류민의 낫이 휘릭 움직이더니 반대쪽 눈알도 터트려 버렸다.
[끄아아아아!]마르바스의 양쪽 눈두덩이에서 피눈물이 흘렀다.
“내 동료를 양으로 만든 놈이랑 무슨 얘기.”
앞은 보이지 않았지만 마르바스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허억, 허어어억. 너, 너 실수하는 거야. 날 죽이면 네 동료의 변신은 영영 풀 수 없을…… 끄아아아악!]이번엔 한쪽 다리가 잘려 나갔다.
쿵-
마르바스의 몸이 볼썽사납게 엎어졌다.
“넌 어차피 죽는다. 다만 고통스럽게 죽을지, 편하게 죽을지의 차이일 뿐이지.”
[아, 알았어! 알았다고!]마르바스가 변신을 풀었다.
펑-!
민주리의 몸이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왔다.
“검은 낫 님!”
류민은 정상으로 돌아온 그녀를 말없이 훑어보고는 사지가 잘린 채 누워 있는 사자 한 마리를 내려다봤다.
완전히 공포에 젖은 마르바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제 됐지? 빠, 빨리 날 죽여…….]“기껏 잡은 사냥감을 쉽게 죽일 수야 없지.”
류민의 낫이 남아 있는 다리를 찍었다.
[끄하으으읅! 아, 알았어! 저, 정보를 줄게!]“정보?”
류민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필요 없어.”
이미 마르바스의 생각을 읽고서 전부 파악했으니까.
푹!
낫이 머리통을 꿰뚫었다.
마르바스의 몸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졌다.
‘역시 황용민의 모습으로 변신하면 알아보지 못하나 보군.’
검은 낫이 아닌 황용민으로 변신해서 그런지 기습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괜찮나, 다들?”
류민의 물음에 세 사람은 울먹이는 얼굴로 끄덕였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인사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은 낫 님.”
조금만 늦었으면 요단강 건널 뻔했다.
그 사실을 류민도 인지하고 있었기에 심각한 표정을 지울 수 없었다.
‘플루닉토스가 여덟 명의 악마 귀족을 데리고 플레이어들을 학살하고 있다.’
모두 뿔뿔이 흩어져서 움직이는 데다 얼굴도 모르기에 한 명 한 명 추적하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어떡한다? 이대로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텐데…….’
심각한 표정을 짓는 류민의 옆으로 얌띠가 다가왔다.
“저희가 본 악마는 넷이었어요. 아마 다른 사람들도 악마에게 당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어떡하죠?”
결단을 내린 류민이 고개를 들었다.
“너희는 원래 목적지인 협곡으로 가 있어라. 악마들은 내가 처리하지.”
“하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텐데 어떻게 찾으시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류민에겐 3초 만에 지구를 스무 바퀴 이상 돌 수 있는 룬이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