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312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312화
312. 이제 믿어.
라운드 종료 알림과 함께 플레이어들이 무채색의 공간으로 이동됐다.
하늘에서 기다리고 있던 천사가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이거 신기하네요. 정확히 72명이 살아남다니. 더 줄어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단합이 잘 되는가 봐요?]놀랄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라? 의외로 다들 혈색이 좋네요? 원래는 못 먹어서 골골거리고 있어야 하는데…….]마치 배부르다 못해 나른한 표정을 짓는 인간들을 보며 천사가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상한 일이네요. 어쨌든 좋아요. 19라운드를 클리어하신 걸 축하드려요. 그럼 클리어 보상부터 받아볼까요?]천사의 신호에 맞춰서 플레이어들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19라운드 클리어 보상으로 전원에게 경험치와 골드를 지급합니다.] [경험치+0%] [해당 플레이어는 더 이상 경험치를 올릴 수 없습니다.] [골드+9,000,000]류민이야 만렙이었으니 더는 경험치를 올릴 수 없었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었다.
“마, 만렙이다!”
“드디어 만렙이야!”
“새로운 스킬도 얻었어!”
류민을 제외한 71명이 만렙을 달성함과 동시에 찬란한 이펙트에 휘감겼다.
만렙 달성 기념으로 받은 1분 무적 효과다.
‘보스전에서 저 무적을 활용한다면 좋을 것을.’
자신은 아르타로스를 상대할 때 유용하게 써먹었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저 이펙트를 감상하는 것으로 끝내야 한다.
보는 자신이 다 아쉬웠지만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다.
[이펙트를 보니 전원 만렙이 되었군요? 축하드려요. 그럼 이제 집계 결과를 확인해 볼까요?]“순위 측정 방식은요?”
항상 그랬지만 이번에도 순위 측정 방식은 비공개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궁금하다는 얼굴로 대답을 기다렸다.
대답은 예상외로 간단했다.
“사람을?”
“아…….”
“그럼 많이 죽인 사람이 1등이겠네.”
하지만 순위권에 오른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을 죽여서 차지하는 자리였기에.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서로 간의 눈치를 봤다.
순위권에 오른 사람이 있다면 이 중에 살인자가 있다는 뜻.
당연히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1위가 누굴까?”
“난 아니야. 한 명도 안 죽였으니 순위권에 들지도 못했을 거라고.”
“어쩌면 검은 낫 님이 처음으로 1등 자리를 내어줄지도 모르겠네.”
“그렇겠지. 사람을 죽이지 않으셨다면.”
속닥거린 사람들은 처음으로 순위권에 오르지 못한 검은 낫을 보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 19라운드 결과 집계 ★
[통합 구역 CA-EA001]└1위. 검은 낫 (Lv99 사신) 죽인 사람 수 63명
└2위. 없음
└3위. 없음
예상치 못한 결과에 사람들은 놀란 눈을 떠야 했다.
“검은 낫 님이…….”
“1위라고……?”
그 말은 사람을 살해했다는 뜻.
63명이나 죽였다고 보란 듯이 쓰여 있다.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검은 낫을 바라봤다.
해명을 요구하는 눈빛들.
생존을 위해 남을 죽일 정도로 악한 사람은 아닐 거라 믿고 있던 그들이었기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류민이 해명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을 믿는 동료들이 변호사처럼 대변해 줬으니.
“검은 낫 님이 플레이어를 죽였을 리 없어요.”
“혼자서 63명이나 죽였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래요. 애당초 조건은 인간이 아니라 사람이잖아요? 지성체라면 전부 포함될 수도 있어요.”
“그 말은 악마를 죽인 것도 포함되었다는 뜻이네요?”
“악마도 사람으로 친다면 그렇겠죠.”
“그렇다면 1위 하신 게 이해가 가네요. 마왕이 되기 위해 수많은 마족을 죽였다고 하셨잖아요?”
사람들의 추리는 합리적이었다.
애초에 순위 측정 조건은 인간이 아니라 사람.
사람의 범위엔 천족, 마족, 신족 등, 지성체 모두가 포함된다.
그것이 류민이 1위를 한 이유였다.
-역시 검은 낫 님이 플레이어를 죽였을 리 없지.
-바보같이. 내가 오해했어.
사람들이 그런 생각으로 류민을 쳐다봤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내가 죽인 63명 중 2명은 플레이어니까.’
한 명은 악마화로 변한 허태석이었고, 다른 한 명은 지나가다가 우연히 만난 플레이어였다.
‘닉네임이 레오날드였지?’
다소 지친 듯 보였던 그 녀석의 마음엔 욕망과 흑심이 가득했다.
이미 수많은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고.
그것이 그를 죽인 이유였다.
가만히 뒀다간 사달을 일으킬 게 분명했기에.
‘게다가 놈을 죽이면 72명이 되는 상황이었으니.’
물론 이런 비하인드까지는 다른 플레이어가 알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류민은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사람들이 마족만 죽인 것으로 생각하게끔 조용히 넘어갔다.
[축하합니다! 해당 구역의 1등으로 퀘스트를 달성하였습니다!] [현재 ‘검은 낫’ 님의 순위는 해당 구역 1위입니다.] [해당 구역 랭킹 1등 보상으로 ‘갓 등급 장비 선택권’이 지급됩니다!] [해당 구역 랭킹 1등 보상으로 ‘특별 보상 선택 상자’가 지급됩니다!]마지막이라 그런지 보상이 후하다.
류민은 갓 등급 장비 선택권부터 사용했다.
[다음 중 원하는 부위를 터치해 주세요.]└ 1. 갓 등급 장갑
└ 2. 갓 등급 신발
└ 3. 갓 등급 목걸이
└ 4. 갓 등급 반지
목록에서 무기와 갑옷은 제외하고 나왔다.
1위 했다는 이유로 비싼 부위까진 나오지 않는 모양.
‘어차피 필요 없다. 내게 필요한 건 하나뿐이니까.’
류민은 4번, 반지를 골랐다.
유일하게 갓 등급이 없는 부위였다.
[4번, 갓 등급 반지를 선택하였습니다.] [아이템이 당신의 수준에 맞춰서 변화합니다.] [축하합니다! ‘죽음의 반지’를 얻었습니다.] [죽음의 반지]-분류 : 반지
-등급 : 갓
-효과 : 모든 스탯+50, 대상을 죽일 시 모든 보상 2배
-내구력 : 20,000/20,000
-사용 제한 : 마스터 등급 이상
-설명 : 죽음을 이해할 수 있는 자에게 주어지는 반지다.
‘워어. 이런 아이템이 나오다니.’
이전에도 보상으로 반지를 고르긴 했지만 이런 반지는 처음이다.
‘사용자의 수준을 고려해서 결정되다 보니 그때보다 더 좋은 반지가 나와 버렸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은 류민이 이번엔 특별 보상 선택 상자를 사용했다.
[다음 특별 보상 중 하나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원하는 보상을 터치해 주세요.]└ 1. 스탯 50% 증가 버프 (20라운드 한정)
└ 2. 임시 스킬 – 무적 (20라운드 한정)
└ 3. 갓 등급 무기 선택권
이번 보상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다음 라운드에 대한 정보가 없어.’
보통 3번 항목에 다음 라운드 정보가 보상으로 들어 있었는데 이번만큼은 없다.
류민이 20라운드에서 어처구니없이 소멸했던 이유다.
‘뭐, 그렇다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5인 이상이어야 보스룸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안다 해도 이제 와서 어쩌겠는가?
소멸한 플레이어를 되살릴 수도 없는 것을.
‘미리 알고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살려놨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거하게 뒤통수 맞을 뻔했지.’
맞을 뻔한 게 아니라 이미 한 번 맞았다.
그러니 두 번 맞을 생각은 없다.
‘20라운드에 대한 정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어. 보스룸에 대한 정보만 모를 뿐이지.’
그렇기에 류민은 1번과 2번 중에서 보상을 고민했다.
3번인 갓 등급 무기 선택권은 고려할 가치도 없었다.
이미 가지고 있었으니까.
‘이터널 선택권이었다면 고려했겠지만 말이지.’
턱을 쓸며 류민은 고민에 빠졌다.
1번을 고르면 스탯이 50% 증가하며 더욱 확실하게 보스를 압도할 수 있다.
‘혹시라도 나타날 아르타로스를 상대할 때도 유용할 테고.’
2번을 고르면 무적으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위험해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종의 보험이다.
‘뭐가 나을까. 20라운드 보스를 상대하는데 뭐가 더 도움이 될까?’
마지막 기회이니만큼 신중했다.
뭘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그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게 더 좋겠지.’
아르타로스는 지금도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만일을 대비하기로 했다.
‘2번을 고른다.’
선택을 마친 류민의 귓가에 천사의 응원 소리가 들렸다.
[그럼 여러분. 마지막 라운드까지 힘내시길.]◀ ROUND 19 종료 ▶
[통합 구역 CA-EA001]└생존자 : 72
[잠시 후 기존 차원의 신체로 영혼이 전이됩니다.] [2023년 8월 1일 자정에 20라운드가 시작됩니다. 그럼 다음 라운드에서 뵙겠습니다. 생존을 축하합니다.]* * *
[19라운드 종료, 돌아온 플레이어는 72명!] [72명의 초월자, 3일의 수면 끝에 생환하다!] [마지막 20라운드를 남겨둔 플레이어들은 누구?] [72명 중 한국 플레이어 17명, 나머지 플레이어의 국적은?]수많은 기사가 올라왔다.
모든 시민이 72명을 주목했다.
선택받은 자라고 떠받들기도 했다.
18억 명의 인간 중에 72명만이 살아남았으니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민주리에게 그런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녀에겐 다른 걸 신경 쓸 여력이 없을 만큼 큰 고민거리가 있었으니.
‘정말로 민이가 검은 낫이라고?’
서아린이 그렇게 확신하며 말했지만 믿기지 않았다.
변신하는 걸 직접 눈으로 봤음에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니, 변신할 수 있다고 둘이 동일 인물이라는 뜻은 아니잖아.’
애써 부정해 봤지만, 의심을 지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모든 정황이 검은 낫이 류민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민이가 닉네임을 알려주지 않은 것도, 이계에서의 만남을 계속해서 피하던 것도, 전부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서였다고?’
그럴 가능성이 크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진실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혼자서 이렇게 끙끙 대봐야 답은 나오지 않으니까.
‘민이를 만나야겠어.’
민주리의 손가락이 바삐 움직였다.
톡톡톡톡-
[민주리 : 민아. 할 얘기가 있는데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중요한 얘기야.] [류민 : 그래. 1시간 뒤에 명동역에 있는 무인카페에서 만나자.]약속은 금방 잡혔다.
어느새 카페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주문을 시켰다.
“캐러멜 마키아토 먹을 거지?”
“더블 에스프레소 먹을 거지?”
동시에 터져 나온 말에 보통이라면 서로가 미소 지었겠지만, 두 사람은 알았다.
이 자리가 웃음이 끼어선 안 되는 진지한 자리라는 것을.
“내가 사 올게.”
커피를 가져온 류민이 자리에 앉자 민주리가 말했다.
“고마워.”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류민은 속마음을 읽고서 올 게 왔다는 얼굴이었지만 그 사실을 민주리가 알 리는 없었다.
그저 진실을 알고 싶은 자의 얼굴을 하고 있을 뿐.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뭔데?”
“전에 나한테 농담처럼 말했잖아. 네가 검은 낫이라고.”
“응.”
“그거 정말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었어?”
류민은 침묵을 지켰다.
말할까 말까 고민하는 모양새.
그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민주리가 다시 한번 물었다.
“정말 네가 검은 낫이야? 이번엔 솔직하게 말해줘.”
“이번만이 아니야.”
류민이 진지한 얼굴로 입을 뗐다.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솔직히 말했어.”
“그 말은…….”
“내가 검은 낫이라는 소리지.”
류민이 자신의 정체를 한 번 더 밝혔지만 민주리는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얼굴이었다.
“증거, 보여줄 수 있어?”
류민은 끄덕이며 자신의 모습을 변형시켰다.
울렁울렁-
순식간에 로스트야크의 생김새가 된 그가 가방에서 하얀 가면을 꺼내 썼다.
“이게 바로 네가 알고 있던 현실에서의 검은 낫의 모습이겠지. 그리고.”
류민은 장착 시동어를 외움으로써 인벤토리의 아이템을 모두 착용했다.
“이건 이계에서 알고 있던 검은 낫의 옷차림이고.”
손님 없는 무인카페였기에 놀랄 사람은 없었다.
오직 민주리만이 입을 벌리고 있을 뿐.
펄럭-
류민의 등 뒤로 날개가 돋아났다.
“이건 검은 날개. 검은 낫이 쓰는 거 많이 봤지?”
“…….”
“스킬도 보여주고 싶지만 차마 여기선 못 보여주겠네.”
류민의 날개가 언제 생겼냐는 듯 사라졌다.
“이래도 믿기 힘들어?”
“아니…… 이제 믿어. 네가 검은 낫이라는걸.”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을 마주한 민주리의 목소리는 왜인지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