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323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323화
323. 공명의 울림
“아린 씨!”
“네?”
민주리가 다급히 서아린을 찾았다.
“공명의 울림을 활용해서 다음 공격을 막으면 어떨까요? 소환수를 벽처럼 세워서요.”
“아……!”
민주리의 아이디어는 단순했다.
소환수를 벽처럼 세운 뒤 서아린의 만렙 스킬인 공명의 울림을 이용해 무적으로 만든다.
그럼 한 번이라도 광역기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가정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다.
“무적이 된 소환수를 방패로 쓰자는 말이군요?”
“그렇죠. 얌띠 언니랑 존 델가도 님의 소환수를 활용하면 지금 있는 인원 정도는 충분히 지킬 수 있을 거예요.”
가능성 있는 방법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테스트 삼아 얌띠의 몬스터와 존 델가도의 소환수 모두 무적이 되는 걸 확인해 봤으니.
“좋아요. 민주리 씨 방법대로 해보죠. 얌띠 언니! 존 델가도 님!”
“무슨 일이에요?”
“……?”
두 사람을 부른 서아린이 민주리의 방법을 설명해 줬다.
그러자 두 사람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네요.”
“검은 낫 님께서 우릴 지키려고 저렇게 애쓰고 계시니 뭐라도 해봐야죠.”
“그런데 소환수들이 빛과 같은 공격을 막아줄 수 있을까?”
“최대한 틈이 없도록 밀집하는 수밖에요.”
“공명의 울림 쿨타임이 어떻게 되죠?”
“1시간이에요. 두 번은 쓰지 못할 거예요.”
“한 번은 막을 수 있겠네.”
“시간이 없어요. 바로 시작해요.”
의견이 일치한 네 사람의 작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크롸아아아아!”
삼두용을 비롯한 얌띠의 몬스터들이 줄줄이 소환되었다.
존 델가도도 질 수 없다는 듯 대천사 사리엘과 아홉의 악마 귀족, 수십의 언데드들을 소환했다.
서아린도 적은 수나마 소환수들을 보탰고 사람들을 모았다.
“다들 이쪽으로 모이세요!”
“소환수로 벽을 만들 거예요. 모두 뒤에 숨으세요!”
크기가 큰 소환수를 앞에 세우고 중간중간 빈틈을 작은 소환수들이 메꿨다.
그렇게 소환수를 줄지어 놓자 굳건한 벽이 만들어졌다.
광역기가 쏟아지더라도 막을 수 있을 만한 벽이.
“전부 소환수 뒤로 이동했나요?”
“네! 61명 전원 확인됐어요!”
준비됐다는 얌띠의 말에 서아린은 긴장하며 검은 낫에게 썰리고 있는 천사를 바라봤다.
‘공명의 울림 무적 시간은 5초야. 최대한 타이밍에 맞춰서 사용해야 해.’
자신의 스킬 타이밍에 따라 전원이 살 수도 있고 몰살당할 수도 있다.
부릅뜬 서아린의 두 눈이 놓치지 않겠다는 듯 천사의 움직임을 좇았다.
* * *
서걱-!
주홍빛 피가 튀어 오르며 아르타로스의 목이 떨어졌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달라붙더니 무적이 된 잠깐의 틈을 이용해 조금씩 앞으로 움직였다.
지겹도록 보아온 광경이다.
‘젠장. 곧 있으면 네 번째 광역기가 준비되겠어.’
자신이야 빠른 속도로 피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그러지 못한다.
‘지금 타이밍에 광속의 룬을 써야 하나?’
만일을 대비해 아껴두려고 했는데 지금이라도 써서 사람들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걱-!
아군을 향해 접근하는 아르타로스를 막기 위해 또다시 목을 베어버렸다.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거리를 가늠하려고 고개를 돌리던 순간.
류민의 눈에 예상치 못한 광경이 들어왔다.
‘뭐 하는 거야? 소환수들을 뭉쳐놨잖아?’
그 뒤에 소환수를 방패 삼아 숨어 있는 61명의 플레이어를 확인한 류민은 대번에 작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설마 공명의 울림으로 막으려고?’
아니나 다를까, 선두에 있던 서아린의 생각을 읽어보니 역시나였다.
‘민주리의 아이디어라고? 나름 기특한 생각을 해냈군.’
피식 웃은 류민은 아르타로스의 생각을 읽고서 광역기가 준비됐음을 알아챘다.
[어리석은 인간들. 죽이기 좋게 모두 한곳에 뭉쳐 있다니. 그럼 소원대로 해주마.]“지금이야, 서아린!”
[천신의 분노.]류민의 목소리에 반응한 걸까?
아니면 그러지 않아도 사용하려고 했을까?
서아린은 광역기가 도달하기 전, 공명의 울림을 사용해 소환수들을 무적으로 만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
모든 것을 태울 듯 맹렬한 기세로 퍼져나간 빛이었지만 무적이 된 소환수까지는 뚫지 못했다.
그 뒤에 있던 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였고.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자 거북이처럼 움츠리던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들었다.
“사, 살았다.”
“성공이야!”
사람들이 환호를 질렀다.
광역기를 아무런 피해 없이 막아냈다.
영락없이 떼죽음할 줄 알았던 아르타로스로선 어처구니없을 따름이었다.
[소환수를 무적화해서 견뎌내다니. 잔머리는 칭찬해 주지. 하지만 네놈들이 죽는 건 시간문제…….]서걱-!
“시간문제인지 아닌지는 지켜봐야 아는 법이지.”
류민의 낫에 굴러떨어진 머리가 빛과 함께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참으로 질리지 않을 수 없다.
‘한 번은 막아냈지만, 그다음이 문제야.’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까지.
모든 광역기들을 막아낼 수 있을까?
보란 듯이 주문을 외우는 아르타로스를 보며, 류민은 조급함을 느꼈다.
서걱-!
‘방금의 낫질로 40번은 죽였어.’
계산하면 100%였던 스탯이 1.65%로 떨어진 상황.
이 정도면 엄청나게 힘이 약해진 셈이지만 그래도 다른 플레이어들에겐 위협적이다.
‘놈이 위협적이지 않으려면 스탯이 백만 분의 1로 줄어야 해.’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92번을 더 죽여야 한다.
‘그때까지 광역기를 막을 순 없어. 지금이 시도하기 좋은 타이밍이다.’
충분히 죽였다고 생각한 류민은 준비했던 계획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슬의 룬. 속박.’
촤라라락-
아르타로스를 죽이지 않는 대신, 사슬을 소환해 놈을 억압했다.
양팔과 다리가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사슬에 묶여 팽팽하게 당겨진다.
[뭐 하는 거지? 이딴 걸로 날 억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아르타로스가 힘을 주자 사슬이 철렁거리며 움직인다.
‘설명에 사슬 내구력이 무한이라고 쓰여 있으니 끊어질 염려는 없겠지만…….’
그것이 상대를 속박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저렇게 힘으로 당기면 그만이니까.
핏- 핏- 핏!
류민은 놈이 힘을 쓰지 못하도록 손발의 힘줄을 끊어버렸다.
추가로 아르타로스의 눈도 베어버렸다.
주홍빛 핏물이 튀었지만, 고통에 익숙한지 몸 한번 움찔거리지 않는다.
[움직임을 봉쇄하고 시야까지 가린다? 그래서 무슨 의미가 있지?]‘의미가 있지. 시간을 느리게 만들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류민은 괜한 정보를 줌으로써 자신의 의도를 간파하게 두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그저 대꾸 한번 없이 묵묵히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낼 뿐이었다.
실수하면 그걸로 기회는 날아가 버리니까.
[무슨 짓이지?]천리안으로 보고 있는지 아르타로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무슨 아이템이냐? 대체 뭐 하는 거냐?]“뭐 하는 거냐고?”
류민의 손이 아르타로스의 턱을 붙잡았다.
“보면 알아.”
[므, 므슨지슬……!]누가 봐도 아이템을 먹이려는 모양새.
당연히 수상한 아이템을 먹을 생각이 없던 아르타로스가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팽팽하게 당겨진 사슬은 아르타로스가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다.
스탯이 2억이 넘는 그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아니, 1.65%로 줄었으니까 300만 정도 되겠지.’
그렇다 해도 무시할 수 없는 스탯양.
속박을 풀기에 모자람이 없었지만, 손발의 힘줄을 끊은 것이 컸다.
우우우웅-
아르타로스의 전신에 신력이 뿜어져 나온다.
일전에 봤던 타오르는 광휘라는 기술로, 스탯을 50% 향상시키는 버프다.
[으므으으으!]절대로 먹고 싶지 않다는 듯 버프까지 사용하며 필사적으로 몸을 흔들었지만, 사슬은 굳건했다.
‘스탯이 높았었다면 아마 힘으로 사슬을 풀었겠지. 하지만.’
나약해진 지금은 이렇게 속박당한 채로 정체 모를 물약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아르타로스의 입속에 물약을 탈탈 털어 넣은 류민이 입을 강제로 닫았다.
텁-!
“뱉지 말고 그대로 삼키라고.”
입을 벌리지 못하게 턱을 꽉 붙잡고 있었지만 아르타로스는 머금기만 할 뿐 삼키지 않았다.
곧바로 손날로 목젖을 쳐버리자 꿀꺽- 하고 목울대가 움직인다.
“옳지. 그렇게 먹으라고.”
아르타로스에게 강제로 물약을 먹이는 데 성공한 류민이 그제야 입꼬리를 올렸다.
놈에게 먹인 건 다름 아닌 기억 말소 포션이었으니까.
‘포션이 하나 더 있어서 다행이야.’
빙그레 웃던 류민이 눈알을 부릅뜬 아르타로스를 바라봤다.
“눈빛을 보니 독을 먹였다고 생각하나 본데, 아니야. 내가 먹인 건 기억을 지우는 포션. 전투의 신이라는 네놈도 백치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기적의 물약이지.”
[…….]“그러니 저항은 그만하고 받아들여. 곧 있으면 너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아르타로스는 대답할 새도 없이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류민에게 시간이 주어졌다.
아르타로스의 기억을 훑어보고 지워버릴 수 있는 시간이.
* * *
속마음의 룬은 상대의 생각은 물론 무의식에 숨겨놓은 심상까지도 끄집어내 읽을 수 있다.
그야말로 정보 획득에 있어서는 사기적인 룬이었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의 과거를 모두 캐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기억 말소 포션은 가능하지.’
약을 먹인 상대의 기억을 마음대로 삭제시킬 수 있는 이 포션은, 아르타로스가 지낸 세월을 영상처럼 모조리 훑어볼 수 있게 만들어줬다.
천족으로 태어난 그가 어떻게 해서 신이 되었고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는지까지.
‘천마 대전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고 창조신의 눈에 띄어 신으로 신분 상승한 케이스였군.’
신과 천족 사이에 있어서 아르타로스는 천재였다.
그야말로 전투의 천재.
신 중에선 상대가 없다 할 정도로 강했던 그였고, 이른 나이에 힘과 명예를 모두 차지한 그의 콧대는 높아져만 갔다.
그래서일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일어났다.
힘에 심취한 나머지 건들면 안 되는 지구를 건드린 것이다.
‘신들 사이에서도 금기시되는 다른 차원의 지구를, 아르타로스가 건드렸다가 인간의 저주를 받았다고? 그것이 불사의 저주고?’
한낱 인간에게 그런 저주를 받았다는 게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었다.
그로 인해 죽지 않는 몸이 된 아르타로스는 참교육 당한 일진처럼 콧대가 꺾였고…….
‘수많은 죽음을 반복한 결과 감정이 마모되었다는 비하인드가 있었군.’
영원히 죽지 않는, 영생의 몸이 된 것이 뭐가 저주라고 하겠냐마는, 그건 겪어보지 않고서 하는 말이었다.
모든 존재는 죽음으로써 삶의 마침표를 찍고 기나긴 여정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아르타로스는 영원히 여정을 이어가야 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끝도 없는 세월을 살아가며.
그런 건 아르타로스도 원치 않는 삶이었다.
그렇기에 죽기 위해 수없이 많은 자해를 저지른 거고.
‘그런데 죽을 수 없었지. 수백 수천 번을 죽어도 되살아나니까.’
도저히 못 견딘 나머지 자신에게 저주를 건 인간을 찾아가 풀어달라고 애걸복걸했지만…….
인간은 의외로 속이 좁았다.
아르타로스가 땅을 치며 후회한 건 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고.
‘알고 보니 불쌍한 놈이었군.’
아르타로스의 기억을 읽고 있는 류민이기에 그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더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봐줄 생각은 없지만.’
놈의 기억을 깡그리 지움으로써 위기를 종결시킨다는 계획엔 변함이 없다.
그래도 기억을 읽는 과정은 필요하다.
놈이 가진 기억을 통해 무의 공간을 해제하고 20라운드를 통과할 방법을 알아낼 생각이었으니까.
게다가 녀석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배후의 얼굴까지.
‘아마 닉스라는 신일 거야.’
그런 생각으로 과거를 훑어보던 류민은 닉스의 얼굴을 알아냈다.
태초의 신은 바로 저 녀석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 명이 더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