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100th Regression of the Max-Level Player RAW novel - Chapter 82
만렙 플레이어의 100번째 회귀 82화
82. 6라운드 시작
류민에게 다가온 사람은 다름 아닌 서아린과 안상철이었다.
“오랜만이에요, 검은 낫님.”
그렇게 말하며 서아린이 힐끔 민주리를 쳐다봤다.
“그런데 이분은……?”
“내가 말해야 할 이유는 없을 텐데?”
“아, 그, 그렇죠…….”
서아린이 맞는 말이라는 듯 웃음 지었지만 속은 말이 아니었다.
‘이 여자한텐 웃어주면서 왜 나한텐…….’
차가운 반응에 내심 서운한 감정이 든 서아린이었다.
“그런데 나한테 무슨 볼일이지?”
“아, 그게…….”
류민은 이유를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
‘내가 검은 낫과 파티하라고 예언했으니 찾아온 거겠지.’
반면 두 사람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심하는 눈치였다.
예언이라고 솔직히 말할 순 없었으니 말이다.
안상철이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저, 검은 낫님. 솔직히 말해 저희는 검은 낫님과 파티를 하고 싶습니다.”
“파티? 너희가 나랑?”
“압니다. 저희가 방해만 된다는 거. 하지만 최대한 검은 낫님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서아린과 안상철은 진지했다.
예언자가 검은 낫과 함께해야 6라운드를 쉽게 깰 수 있다고 말했기에 물러설 수 없었다.
“흠.”
류민이 고민하는 척 턱을 쓸었다.
솔직히 말해 둘은 머릿수만 채우는 용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대체할 사람은 주변에 널렸다.
두 팔만 벌리면 누구든 자신과 파티하고 싶어서 달려올 테니.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을 제치고 두 사람을 파티에 끼워준다면?’
안상철이 이 사실을 보고할 테고 마경록은 검은 낫을 좀 더 우호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나중을 생각하면 우호적인 이미지를 쌓아둬서 나쁠 건 없지.’
이미 결정한 류민이 고민하는 척했지만 보는 사람으로선 진땀이 나는 상황.
안상철이 조급한 마음에 제안을 걸었다.
“공짜로 파티에 들여달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저에게 6라운드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다. 만약 파티해 주시면 정보를 공유할 생각이…….”
“필요 없다.”
‘그거 내가 너희한테 다 알려준 정보잖아.’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안상철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왜, 왜 필요 없으시다는 거죠? 6라운드 공략법을 미리 알게 되면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난 내 식대로 공략한다. 그깟 믿을 수 없는 정보에 의지할 생각 따윈 없다.”
“하, 하지만…….”
‘혹시 모르니 장난 좀 쳐볼까?’
당황하는 안상철을 보자니 약간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그런데 그런 정보는 어디에서 얻은 거지?”
“예? 어, 어떤 정보 말씀이신지…….”
“방금 말한 6라운드에 대한 정보 말이다. 소스 제공자가 누구냐.”
파티는커녕 오히려 예언자의 존재가 들킬 위기에 처하자 안상철이 당황했다.
“말 못 하겠나? 말하면 파티에 끼워준다 해도?”
“아, 그, 그게…….”
갈팡질팡하던 안상철이 고개를 푹 수그렸다.
“죄, 죄송합니다.”
안상철은 의외로 입이 무거웠다.
‘예언자의 존재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니.’
물론 마경록의 눈 밖에 날까 봐 말하지 않은 거였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반면 안상철은 시무룩했지만.
‘젠장, 계획대로 검은 낫과 파티하지 못했어.’
파티 하나 못 끼어들다니.
대표님을 볼 낯이 없었다.
그때 류민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파티에 받아들여 주지.”
“후, 어쩔 수 없…… 네?”
의외의 말에 서아린과 안상철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째서……?”
“정보 제공자를 발설하지 않는 걸 보니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내가 입이 가벼운 사람은 싫어해서 말이야.”
“아…….”
예언자를 들먹였으면 오히려 찍혔을 거란 생각에 안상철이 숨을 돌렸다.
“가, 감사합니다! 저희를 받아주셔서!”
“감사해요, 검은 낫님.”
두 사람이 감사를 표하고 민주리에게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그녀와의 관계가 궁금한 모양이다.
“이쪽은 나와 계약관계에 있는 버퍼다.”
‘계약관계? 버퍼?’
‘어떻게 알게 된 관계지?’
두 사람은 질문할 게 많았지만 일단 계약 먼저 물어보기로 했다.
“계약관계라면…….”
“그런 게 있다.”
“…….”
물어보려던 마음이 쏙 들어갔다.
말해봐야 안 알려줄 것 같은 느낌이다.
서아린이 시선을 돌려 민주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서아린이에요. 반가워요.”
“아, 네……. 민주주의라고 합니다. 혹시 연예인 서아린은 아니죠? 그냥 닮은 얼굴로 바꾸신 거죠?”
“아니요, 이게 제 얼굴이에요.”
“예? 그럼 [아이고, 내 팔자야] 찍은 서아린 배우 맞아요?”
“네. 제가 그 배우 서아린이에요.”
“저, 정말요? 얼굴이랑 이름이 똑같아서 혹시나 물어본 건데!”
민주리가 격하게 기뻐했다.
TV에서 나오던 연예인을 보니 신기한 모양이다.
“아이고, 내 팔자야, 잘 보고 있어요! 우리 아버지가 좋아하는 드라마거든요! 그중에 서아린 배우를 엄청나게 좋아하셔요!”
“아, 그래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아린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
민주리가 신나서 몇 마디를 더 하는 동안, 안상철이 류민을 쳐다봤다.
“그…… 정말로 6라운드 정보를 안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필요 없다. 괜히 알려줄 생각하지 마라. 도움받았다는 말은 듣기 싫으니.”
“아, 그러시다면야…….”
칼같이 선을 그어버리자 안상철은 내심 아쉬웠다.
‘정보라도 제공해서 빚을 갚을 생각이었는데…….’
싫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다.
‘혹시라도 공략과 어긋나게 행동하면 옆에서 넌지시 귀띔이라도 해줘야겠어.’
류민이 제공한 정보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도움을 줄 생각이었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다.
검은 낫이 류민이고, 류민이 검은 낫이니까.
안상철이 시선을 돌리니 여성 둘이 아직도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민주주의님. 직업이 버퍼라고요?”
“네. 버프 걸어주는 직업인데 이따가 다 같이 걸어드릴게요.”
“저도 버프 비슷한 거 있는데…….”
“정말요?”
“페어리라는 소환수가 보호막을 걸어주거든요.”
“소환수? 소환수가 있어요?”
“제 직업이 소환술사거든요. 총 세 마리 소환할 수 있는데 이따가 보여드릴게요.”
그때 안상철이 불쑥 끼어들었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안상철이라고 합니다.”
“아, 반가워요. 아까 보니 검은 낫님이랑 아는 사이 같던데…….”
“일전에 도움 좀 받았습니다. 검은 낫님이 저희 두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셨죠.”
“아…… 그랬었구나.”
민주리가 놀라며 검은 낫을 바라봤다.
위험에 처한 사람도 구해주다니.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민주리는 검은 낫이 의외로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였을 때.
[안녕하세요. 인간, 여러분. 한 달간 잘 쉬고 오셨나요?]프리실라가 빛과 함께 나타났다.
플레이어의 눈앞에 어김없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 ROUND 6 ▶
└6시간 내로 보스 한 마리 처치하기
[전 구역]└참가자 : 16,120,590
└달성자 : 0/8,060,295
[해당 구역 C-ESKS007]└참가자 : 1,010
└달성자 : 0/505
퀘스트를 본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보스 한 마리 처치하기?”
“드디어 보스가 나오는 건가?”
“혼자서 어떻게 보스를 잡으라고?”
중얼거림을 들은 프리실라가 픽 하고 실소를 흘렸다.
[설마 보스를 혼자서 잡으라고 하겠어요? 걱정 마세요, 어차피 혼자서는 절대 못 잡으니까.]“절대로 못 잡는다고?”
“그럼 어떻게…….”
[당연히 여럿이서 잡아야죠. 그러기 위해서 준비한 게 있습니다. 바로 파티 시스템이죠.]“파티 시스템?”
[파티는 그룹을 형성하여 서로가 협력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5인이 모여야 파티를 결성할 수 있으며, 파티가 되면 서로 아군으로 인식해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죠.]“오, 대미지가?”
“그럼 싸울 때 아군 등에 칼 맞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네?”
“그거 편리한데?”
[대신 다른 파티의 공격이나 몬스터의 공격은 통합니다. 자기 파티원의 공격만 무효가 될 뿐이죠.]플레이어들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의 난이도도 납득이 됐다.
5인이 모여서 보스를 잡는 거라면 할만하리라.
[파티가 되면 몬스터를 잡았을 때 경험치와 골드가 균등하게 분배됩니다. 파티원 중 누가 잡더라도 말이죠. 다만 100m 이상으로 거리가 벌어지면 분배가 되지 않으니 참고하시고요.]“오, 경험치랑 골드가 동일하게?”
“무슨 공산주의 같잖아?”
“난 공평해서 좋은 거 같은데?”
“그럼 아이템은 어떻게 분배되지?”
[아이템은 경험치나 골드와 달리 기여도에 따라 확률적으로 지급됩니다. 예를 들어 몬스터 사냥에 70%와 30%를 기여한 두 명의 인간이 있다면 아이템이 나왔을 때 얻을 확률은 그 퍼센티지만큼의 확률을 가지게 되죠.]“아, 그러니까 몬스터 처치에 기여를 많이 한 사람이 높은 확률로 아이템을 차지하는 거구나.”
[잘 이해했네요, 인간.]“그럼 반대로 기여도가 낮아도 운 좋으면 아이템을 먹을 수 있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1%를 기여했더라도 운이 좋으면 아이템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확률은 낮겠지만 말이죠.]“천사님! 질문 있습니다!”
[해보세요, 인간.]“기여도라는 건 어떻게 측정되나요? 무조건 대미지를 많이 주면 높은 기여도를 얻나요? 만약 그렇다면 대미지가 낮은 사람만 불리한 거 아닌가요?”
[좋은 질문이네요. 보통은 대미지가 높으면 기여도도 크겠지만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닙니다. 시스템이 모든 상황을 고려하고 판단해서 측정되는 게 기여도거든요. 즉, 버프만 걸어준 플레이어가 있더라도 기여도에 영향을 받는 거죠.]“헐……. 버프만 걸어줘도 기여도를 챙긴다고?”
“와, 버프 거는 직업은 개꿀이겠네?”
천사의 말대로다.
기여도는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책정된다.
대미지가 낮더라도 몬스터 처치에 치명적인 기여를 했으면 높은 기여도가 나온다.
반대로 아군을 살렸지만, 결과적으로 몬스터를 처치하는 데 도움이 됐다면, 그 또한 높은 기여도가 나온다.
‘그래서 프리스트나 버퍼 같은 비전투 직업군도 파티에서 높은 기여도를 챙길 수 있는 거지.’
파티 시스템은 이번 라운드만 특별히 개시하는 게 아니다.
종종 필요한 상황이 오면 개방되며 맺어야 하는 인원도 제각각이다.
‘지금의 나로선 파티는 걸리적거리기만 할 뿐이지만…….’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다.
방금 천사가 한 말처럼 시스템이 파티를 강제하기 때문이다.
솔로잉을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장점이 없는 건 아니지.’
파티의 장점은 서로가 등을 내주며 마음 놓고 협력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파티를 맺은 뒤 보스를 한 마리만 잡아도 그 즉시 라운드를 통과합니다. 다섯 명 전원이 말이죠.]“다, 다섯 명 모두?”
공동운명체인 만큼 퀘스트가 공유된다는 점이다.
[현재 필드에 101마리의 보스를 풀어놓았습니다. 즉, 보스를 처치하는 505명만이 생존할 수 있죠.]천사가 웃으며 날갯짓을 했다.
[이걸로 파티에 대한 설명은 끝났습니다. 퀘스트도 알고 보니 별거 아니죠? 보스 한 마리만 잡으면 통과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퀘스트니까요.]‘조롱하는 것도 아니고 뭐만 하면 간단하다 그러네.’
류민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
말처럼 그리 간단한 퀘스트가 아니기에.
[그럼 인간들. 열심히 보스를 잡아보세요. 아 참, 서브 퀘스트는 없으니 참고하시길.]날개를 펄럭인 천사가 빛과 함께 사라졌다.
6라운드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