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31st Piece Overturns the Board RAW novel - Chapter 181
제180화
질서의 관.
그 이름을 듣자 강설도 동요를 감출 수 없었다.
‘이게 여기 있었어?’
워낙 유명했던 물건이기에 강설도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오래된 과거, 판데아 대륙의 중부 지역에서 거대한 유적지가 발견되었었다.
그 당시 많은 세력이 그 유적지에서 나온 물건들을 차지하기 위해 충돌을 불사했었는데, 질서의 관은 그 유적지에서 나온 물건 중 대표적인 보물이었다.
권능에 대한 것은 딱히 알려진 바가 없었지만, 적어도 평범한 물건은 아니라는 인식이 주류였다.
다만, 꽤 오래전 일이라 강설도 호사가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로만 전해 들었던 내용이었다.
‘이거 잘하면….’
약속에 대한 대가로 끌려갔던 알카트론이었지만 그래도 온 힘을 다해 도왔더니 이런 행운도 찾아오는 게 아닐까.
‘근데 천칭은 질서의 관을 어떻게 손에 넣은 거지?’
리드웬과 카르테진은 침까지 튀겨가며 보르누일의 판단이 잘못되었음을 말하고자 했다.
“질서의 관은 천칭의 힘의 상징이자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얻어낸 보물입니다! 그것을 어찌 한낱….”
“질서의 관이 언제부터 천칭의 상징이었지요? 장물이나 마찬가지였던 물건이고 우연히 우리 손에 들어온 것 아니었나요? 오호호호….”
– 장물이었어?
– ㅋㅋㅋ 장물이 천칭의 상징이었구나
– 당황하는 거 보니 진짠가 본데;;
리드웬이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렇다 한들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질서의 관은 이제 우리 천칭의 탑에 자리했고 앞으로도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할 겁니다.”
그러자, 프래넌이 물었다.
“그저 물건일 뿐이지. 그마저도 누군가 사용하지 않는다면 괜히 공간만 차지하는 쓸데없이 번쩍번쩍한 짐 덩이.”
“프래넌! 값어치가 있는 물건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역할을 하는 것이야!”
“내 가치관과는 맞지 않는군.”
“흥!”
보르누일이 서리라도 내릴 것 같은 분위기에 끼어들었다.
“이 늙은이가 한마디 하자면, 이번 원정은 알게 모르게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소. 알카트론에서 있었던 일이 쓸데없는 곳까지 퍼지는 것은 최대한 자중시키겠지만, 모두를 구한 이의 위명이 퍼져나가는 것은 막을 수 없소.”
“바람을 아무리 꽉 쥐어도 그것은 어떻게든 손아귀를 빠져나갈 테니까. 경의나 험담이나 마찬가지인 부분이지.”
프래넌이 보르누일의 말을 거들었다.
보르누일이 흡족해하며 말을 이었다.
“모두를 구한 이요, 더더군다나 새로운 천칭의 임명 문제로 관심이 모두 이곳에 쏠릴 터인데 원정의 가장 큰 공로를 세운 자에게 섭섭한 대접을 해줬다는 게 알려진다면, 천칭이 얼굴을 어찌 들고 다닐까?”
“크흠….”
“부디 고려해주시오.”
리드웬과 카르테진의 미간에 깊은 강이 생겨났다.
그들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
“프래넌, 묻겠소. 이자에게 진정 그럴 만한 가치가 있소?”
“가치?”
“세력도 없고 신분도 불확실한 이자에게, 천칭이 손에 넣은 보물을 넘기는 게 그만한 가치가 있냐는 말이지.”
“그거라면….”
스륵…
준비해온 것으로 보이는 돌돌 말린 종이를 그들에게 내미는 프래넌.
“이게 뭐지?”
강설이 잠시 종이의 내용을 힐끗 쳐다보다가 놀란 눈으로 프래넌에게 물었다.
“제 뒷조사를 하셨습니까?”
“자네뿐만이 아니라 원정대 전원의 이력을 살폈었지. 책임자로서 당연한 일이야.”
카르테진이 종이를 읽어내려가다가 당황했다.
“이, 이건… 이게 사실인가?”
“놀랍지? 이렇게 단시간 내에 이만한 업적을 이룩한 개인… 아니, 세력이라도 있었던가?”
그간 강설이 겪어온 일은 한 개인이 겪은 일치고는 조금 지독한 면모가 있었다.
뾰족 바위산 바위 어금니 토벌, 요그나툰 유황 해골 침공 저지, 고행의 미궁 돌파, 일리아에 난입한 흑기사 퇴치까지.
남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업적을 제외했는데도 강설은 이미 대외적으로 꽤 유명인사였다.
“…….”
“그렇게 살아온 젊은이지. 그리고 그 힘을 현명하게 사용해 우리에게 보탬이 된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네. 질서의 관? 이 친구가 가진 물건 중 질서의 관만큼의 가치를 가지는 물건도 여럿 있네.”
“으음….”
“아마 그는 질서의 관에 큰 관심이 없을 거야. 그런데도 굳이 그에게 그 물건을 넘기는 이유는 미래의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서일세. 원정대 과반이 해내지 못한 일을 이자 혼자서 해냈으니까. 더군다나, 성장 속도가 빠른 전이자이니 미래에 또 어떤 보탬이 될지 모르고.”
프래넌의 말 중 틀린 구석은 단 한 가지뿐이었다.
강설이 질서의 관에 큰 관심이 없을 거라는 가정.
– 눈 겁나 초롱초롱한데 ㅋㅋㅋㅋ
– 스승님… 잘못 알고 계시는군요…. 제자는 속물입니다…
보르누일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근거가 남아있지요, 프래넌?”
“맞습니다. 이 젊은이가….”
프래넌이 강설을 힐끗 쳐다보고 답했다.
“일단은, 내 하나뿐인 제자라는 점이지.”
* * *
원정대원들은 천칭의 탑에 꽤 오랫동안 머물러야 했다. 보상도 보상이었지만, 그들로서도 더 머물러야 하는 이유가 또 있었기에.
철사자 닐이 마엘의 어깨를 툭 쳤다.
“유물회에 복귀하지 않아도 되는 거야?”
“원정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까지 확인하고 보고하면 됩니다.”
“핑계는… 그게 아니라 사실은 좀 더 있다가 가고 싶은 거지?”
“하하하… 닐도 보상은 이미 챙기시지 않으셨습니까? 굳이 이곳에 남을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철사자가 지금의 명성을 유지하려면 새로이 대원들도 구하셔야 할 텐데요….”
“이미 대원 몇을 귀환시켜서 일을 처리 중이지. 대주인 나는 여기서 천천히 떠나도 돼.”
둘 사이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차멜리가 둘의 옆구리를 찔렀다.
푹…
“윽….”
“차, 차멜리….”
차멜리가 방긋 웃었다.
“좋은 날인데 자꾸 쓸데없는 얘기하고 있을래요? 다들 좀처럼 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을 보려고 남은 거잖아요?”
“으, 으흠… 나는 그냥….”
“차멜리, 그렇게 말하면 우리가 할 일 없는 족속들처럼 느껴지잖습니까?”
“아니었어요? 할 일 없으면 뭐, 안 되는 건가?”
“…….”
“많은 사람을 잃었어요. 그들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선 그보다 많은 이의 기쁨이 필요한 법이에요. 오늘 새로운 천칭이 임명되는 날이니 여러분들도 충실히 기뻐해 주세요!”
“그러면 사양하지 않고 즐겁게 있어야겠지.”
“정말로 보기 드문 광경이니까요, 새로운 탑주가 임명되는 순간은.”
“다른 탑주들도 모두 오는 건가?”
“거리상으로 멀어서 그건…. 아마 령패를 지닌 다른 마법사의 몸을 빌려서 올 거라고 들었어요. 저기 오네요!”
각기 다른 문양을 견장에 매단 마법사들이 줄지어서 탑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대체로 나이가 지긋하긴 했지만, 탑주로 보이는 마법사는 좀처럼 없었다.
“어! 전갈… 전갈이 왔어요.”
“진짜네? 저분이 전갈 맞지?”
꼬장꼬장하게 생긴 키가 작은 마법사가 등장하자 주변이 시끌시끌해졌다.
“흐흥… 보르누일 그놈 매번 여유로운 척하더니 결국엔 가버렸군, 내 예상이 맞았지?”
전갈자리 마법사의 뒤로 양자리 마법사가 등장했다.
“양! 양이다!”
“산티오 님이야!”
산티오라는 이름의 머리가 푸슬푸슬한 마법사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전갈에게 답했다.
“이상하군요. 제가 본 인상으로는 보르누일은 오래 살 것처럼 보였는데….”
“마법사가 그따위 미신을 언제까지 믿을래?”
“타고난 걸 어떻게 합니까? 아무튼… 음?”
그런데 갑자기, 산티오가 손님들에게 내어준 길을 약간 벗어났다.
“이봐, 산티오?”
“흐으음… 특이한 인상이군요. 늘 죽음과 가까운 곳에 몸을 던지는 유형입니까?”
“…예?”
산티오가 말을 건 상대는 강설이었다.
‘…뭐지?’
강설은 다짜고짜 괴상한 물음을 던져온 산티오를 경계하며 살짝 물러났다.
“당신에게서 수많은 죽음이 보이는군요. 평범한 삶을 살 것 같지가 않아요.”
그때, 천칭의 마법사가 다가와 산티오를 안내했다.
“저, 산티오 님… 임명식이 곧….”
“오! 미안합니다. 바로 가지요.”
산티오는 강설을 바라보며 뒷걸음질로 식장으로 입장했다.
그 기행이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서늘했다.
이어, 다른 탑주들과 탑주의 령패를 지닌 고위 마법사들이 차례차례 식장으로 입장했다.
마엘은 땀이 흐르는 손을 꽉 쥐었다.
“이게… 조디악….”
“느껴지는 마력이 대단하군….”
“인간 사회의 지식의 정점이라고 할 만한 존재들이니까요. 이런 대단한 광경을 제 눈으로 이렇게 일찍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자리로 가지.”
강설의 그림자 공간 속에서 우르가 꿈틀거렸다.
– 제법이군… 고작해야 도둑들 주제에…
식장은 최상층과 가까운 연회실에서 진행되었다.
특이하게도 연회실에 들어선 순간, 마치 야외에 나온 것처럼 풍경이 바뀌었다.
드넓은 들판에 구름이 둥실 떠다니는 풍경. 거기다 서늘한 바람까지 때때로 불어와 이곳에 모인 이들의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그리고, 모든 인원이 자리를 찾아 앉은 순간 임명식이 시작되었다.
리드웬과 카르테진이 단상으로 올라섰다.
“오늘 와주신 마법사 여러분, 모두 천칭을 대표해 감사드립니다.”
“바쁘신 가운데 시간을 내어주셨으니, 식을 시작하기에 앞서 잠시 질문을 받겠습니다.”
이례적인 순서였다.
아마도 알카트론 원정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이 자리에 굳이 시간을 내어 온 고위 마법사들도 있을 테니 미리 순서를 그렇게 배정한 것 같았다.
냉막한 인상의 마법사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알카트론 원정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실패로 돌아간 건가? 많은 인원이 목숨을 잃었다고 알고 있는데.”
성위에게 감히 하대할 정도의 젊은 마법사.
하나, 리드웬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지금 질문을 던진 자는 영패의 힘을 빌려 젊은 마법사의 입으로 말하는 염소자리 마탑의 탑주였으니까.
“애당초 원정의 목적은 달성했으나, 많은 인원이 죽었으니 성공도 실패도 아닌 셈이지요. 다만, 알카트론의 위험도를 따져보았을 때 다수의 인원이 귀환할 수 있었던 건 소소한 성공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흥… 원정대원이 모두 그렇게 생각할까?”
그러자, 여기저기서 소리가 들려왔다.
“원정에 참여했던 철사자 대주요. 우리는 원정이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유물회의….”
“순례자….”
다들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어진 염소자리의 탑주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이번엔 전갈이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알카트론은 결국 무너졌다고 들었는데… 그곳엔 뭐가 있었나?”
“그건….”
이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흉악한 고대의 악이 존재했고, 원정대가 힘을 합쳐 그를 다시 쓰러트렸다고만 말을 맞춘 정도.
“흐음… 뭔가 석연치 않은데….”
질문은 이밖에도 몇 개가 더 던져졌지만, 리드웬과 카르테진은 훌륭하게 답변했다.
“그럼, 이후의 질의응답은 따로 해드리기로 하고… 오늘의 가장 중요한 일인 천칭의 임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지이이잉…
연회실의 입구에서 탑주의 복장으로 갈아입은 프래넌이 등장했다.
한쪽 눈에는 안대를 쓴 모습이 야인과도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
뚜벅… 뚜벅…
“눈을 잃었다더니 정말이로군….”
“실력만큼은 부정할 수 없던 친구지.”
“기운이 조금 변한 것 같은데?”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지나쳐 단상 앞에 섰다.
리드웬이 엄숙하게 말하였다.
“천칭 보르누일의 실종 소식이 전해지며, 천칭자리의 마법사들은 큰 혼란에 빠졌었다. 하나, 위기에서 영웅은 탄생하는 법. 천칭의 성위 프래넌이 원정대를 이끌어 보르누일의 생사를 확인하였고 그를 숨지게 한 거악과 싸워 지하로 돌려보냈으니.”
다소 낯간지러운 말.
하나, 아무도 웃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의 균형을 수호할 새로운 천칭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은….”
리드웬이 말했다.
“바로 당신이오, 프래넌.”
카르테진과 리드웬이 견장에 매달 표식을 꺼냈다.
“당신이 우리의 수평을 유지해주길 원하오. 받아들이시겠소?”
프래넌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사무적으로 마법사의 맹세를 했다.
“지식은 칼날, 지혜는 손잡이. 나는 전능하며 무능한 자, 진리를 따르되 모순된 생각을 가진다.”
“…….”
“나는, 마법사다.”
프래넌이 입매만 틀어 살짝 미소지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네.”
전갈이 일어나 소리쳤다.
“천갈궁은 새로운 천칭을 인정하네!”
지이잉!
하늘에 전갈 모양이 떠올랐다.
“쌍어궁 또한 새로운 천칭을 인정하겠다!”
“처녀궁은….”
계속해서 떠오르는 문양들.
마침내 11개의 문양이 하늘에 떠올랐다.
견장에 매달아지는 천칭의 무게.
새로이 천칭이 된 프래넌이 단상 위로 올라서 말을 시작했다.
“아아, 드디어 지루한 임명식이 끝이 난 건가? 이제부터 내가 천칭인 거지?”
프래넌의 예의를 밥 말아 먹은 듯한 말투에 모두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게 방금까지는 점잖고 무게 있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다가 뜬금없이 왈패처럼 말을 뱉어댔으니까.
“이제 조디악에서 나와 동격인 자들은 있을지라도 나보다 높은 녀석들은 없다. 맞지?”
“…뭐, 뭐?”
“아, 조디악의 설립자인 서리대공이 혹시라도 돌아올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다수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많았다. 특히나 몇몇 전갈을 포함한 몇몇 탑주들은.
“크하하하하! 재밌구나! 나와 잘 맞을 것 같구나!”
“보르누일은 조금 심심한 편이었는데 이번 천칭은 괴팍하군.”
리드웬이 엉거주춤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탑주들이 손을 휘저었다.
“어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만큼 해봐라.”
“아무도 너를 말릴 사람은 없으니. 지루하던 차에 잘 됐다.”
프래넌의 하나 남은 눈이 진지해졌다.
“그럼… 우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그가 말했다.
“나는 너희 마법사들이 싫다. 이 빌어먹을 망아지들아.”
프래넌의 시선이 거동 보조 장치에 몸을 맡긴 노인과 그녀를 부축하는 젊은 여마법사에게 향했다.
노인과는 달리, 여인은 어두운 분위기를 풍겼다.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다. 마법사는 대부분 저 잘난 맛에 살잖아? 나도 그랬다. 나도… 그랬어.”
그의 눈이 깊어졌다.
어두운 과거들이 떠올랐다.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뒤처지는 자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 나는… 그들보다 뛰어나니까.”
“큭큭… 다들 그럴 때가 있지.”
“나를 바로잡으려 했던 몇몇 고리타분한 마법사들이 있었다.”
그를 거둔 베일.
– 마법사니까. 남들이 마법사들은 대단한 줄 아는데, 사실은 전부 저 잘난 줄 아는 바보들이거든.
그리고 어린아이가 된 유린.
– 장담하는데, 결코 첫 번째 마법사를 제외한 어떠한 마법사도 바닥에서 시작한 적 없어. 인간은 약하지만, 지식을 축적하고 쌓는 종족이야. 마법이 발전해온 이유도 그것이고.
“전부 제멋대로야… 사람을 근본부터 바꾸려 했으니까.”
“오지랖이 넓은 족속들이긴 하지.
“하하하! 맞다, 천칭! 그래, 지금도 그러나?”
프래넌이 차갑게 말했다.
“아니.”
“…….”
“결국엔 내가 졌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이번 원정에서 내 한계를 느꼈다. 고약한 마법사는 줄곧 혼자였으니까.”
“…….”
“한데, 하늘이 도와 이런 내게도 믿을 만한 사람들을 곁에 내려주었다.”
프래넌의 눈이 가장 먼저 강설을 훑었고 다른 원정대원들까지 찾았다.
“원정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알량한 마법이 아니었다. 따분한 얘기였지만 동료들 덕분이었지.”
“뻔한 말이구나, 프래넌.”
“그래서?”
그가 말했다.
“그러니까, 너무 늦게 이런 뻔한 말을 하게 된 어른이라… 이제야 이 말을 진심을 담아 전한다.”
프래넌은 정신연령이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유린과 그녀의 곁에 있는 제자 에버니에게 말했다.
“에버니.”
“…예.”
“유린이 널 구하기 전, 내게 부탁을 남겼다.”
“어떤….”
에버니는 죄인의 심정으로 유린의 곁에 머무르고 있었다. 한데, 유린이 사고를 당하기 전 에버니에게 말을 남겼다니?
프래넌이 눈을 질끈 감았다.
– 프래넌, 혹시라도 내가 실패하면….
– 싫어! 안 할 거야!
– 떼쓰지 말고, 그럼… 부탁해.
유린이 마지막으로 그에게 부탁했던 것.
– 괜찮다고 말해줄래? 내 귀여운 제자에게… 나는… 괜찮다고.
“괜찮다, 에버니.”
“…예?”
“유린은, 괜찮다고 말했어.”
“…….”
“그녀가, 혹시 자신이 잘못된다면 이 얘기를 전해달라고 했었다.”
“으…….”
“너무 늦게 이 얘기를 전해 미안하다. 이 말을 진심으로 내뱉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구나.”
“우우으….”
이제야, 그녀는 죄인의 신분에서 벗어났다.
이런 몹쓸 꼴이 된 유린이 혹시라도 그녀를 원망할까 맘 졸였던 세월에서.
에버니는 울음이 고인 웃음을 보이며 프래넌의 천칭이 된 모습을 눈에 담았다.
리드웬과 카르테진이 상황을 살피다 얘기가 끝난 것 같자, 다음 순서를 진행했다.
“그럼, 마지막으로 원정의 최대 공로자에 대한 포상이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저벅… 저벅…
강설이 천칭이 된 프래넌과 눈을 맞추었다.
[매력적인 존재가 발동합니다. 추가 호감도를 획득합니다.]
[조력자 ‘삐뚤어진 천칭 프래넌’을 얻습니다.]
[‘삐뚤어진 천칭 프래넌’의 등급은 초월입니다.]
[조력자는 모든 모험에서 등장할 확률이 있습니다.]
[그들은 호감도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도움을 줍니다.]
[세력 : 천칭자리 마탑에 대한 당신의 영향력이 증가합니다.]
[세력 : 조디악에 대한 당신의 영향력이 증가합니다.]
[세력 : 천칭자리 마탑과 우호적인 관계로 바뀝니다.]
[세력 : 천칭자리 마탑과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세력 : 천칭자리 마탑이 당신의 행보에 깊은 관심을 가집니다.]
천칭 프래넌이 다른 성위들에게 말했다.
“그것을.”
귀한 상자에 담긴 무언가를 프래넌이 앞으로 내밀었고, 그가 상자를 열었다.
끼이익…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는 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세출 : 질서의 관을 획득합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물건을 손에 넣었습니다.]
……
그리고 이 물건을 마지막으로, 강설의 다음 한 걸음에 힘이 실렸다.
[불세출 등급의 장비를 5개 이상 보유했습니다.]
[숨겨진 모험 ‘거머쥘 영광’의 정보를 얻었습니다.]
[조건을 충족할 경우, 돌발 모험이 발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