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bsolute on the Tennis Court RAW novel - Chapter 68
테니스 코트 위의 절대자 068화
여행자(Tourist)
#. 2016년 3월 10일
#-1.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
#-2. 발보아 코브즈
토미치 형제의 노력으로, 안드레이는 생각보다 빠르게 에이스 조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
뉴포트비치에 있는 펍 주인에게 이야기를 들은 것인데, 해변 위쪽 발보아 코브즈라는 곳으로 가면 찾을 수 있을 거랬다. 그러면서 주소 하나도 적어주었다.
그런데, 도착한 장소가 조금 예상 밖이다.
‘대체 이건···.’
렌트한 차량에 내비게이션을 찍어 도착한 곳은 호화로운 저택들이 즐비한 동네였다.
주춤거리며 한 저택의 앞으로 다가간 안드레이가 잠깐 망설이다 벨을 눌렀다.
삐이-!
얼마 지나지 않아,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뉘슈?”
“아, 그게.”
“서둘러요-! 이 몸은 바쁘니까!”
들려오는 재촉에 안드레이가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그러곤 바로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
“혹시 에이스 조이스란 사람이 이곳에 삽니까?”
“··· 당신 누군데?”
“저는 존 메켄로씨의 소개를 받고···.”
찌이–
딸깍!
존 메켄로의 이름이 나오기 무섭게, 잠금 장치가 풀리는 큰 소리가 나더니 거대한 대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자, 건물 안쪽에서 매우 편한 복장을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추를 모두 풀어헤친 셔츠 안엔 아무것도 입지 않았고, 커다란 하와이언 반바지는 다리 한쪽에 날씬한 여자가 통째로 들어갈 것만 같았다.
뜻밖에 보여준 해맑은 미소와 함께, 친근한 모습으로 안드레이에 다가선 에이스가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얼떨결에 그것을 맞잡는 안드레이.
자신보다 손이 한참 컸다.
“그 영감탱이가 최근 귀찮게 굴길래,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예상하던 중이었죠.”
“영감탱이라고요?”
“57살이면 영감탱이죠. 뭐, 저도 벌써 40대 중반이지만요.”
어깨까지 내려오는 레게머리.
주름 하나 없는 피부.
어디를 봐도 에이스 조이스는 30대 초반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나이가 있다.
‘하긴, 샘프러스의 파트너였어.’
곧바로 나이에 관한 부분을 수긍한 안드레이를 마당에 있는 긴 의자로 이끄는 에이스.
그는 이제야, 상대방의 이름을 물었다.
“안드레이 시미치라고 합니다.”
“흠- 어디죠? 세르비아?”
“네. 어떻게 아셨죠?”
“발음. 세르비아인들의 영어는 독특한 억양이 있거든요. 아무튼, 존이 보냈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실은 부탁하고 싶은 게···.”
“거절하죠.”
“네? 하지만 아직 제 얘길 듣지도 않으셨습니다.”
“대충 짐작이 되거든요. 코치가 되어달라. 맞죠?”
“맞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에이스가 마당에 세워진 천막 아래의 테이블에서 음료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러곤 자신의 저택을 가리켰다.
“봐요! 이 저택을! 지금 제가 제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고는 그러는 거예요? 제가 왜 피트나 존 영감탱이의 연락을 받지 않았을 것 같아요? 죽을 때까지 평생 놀고먹을 돈 정도는 충분히 쌓여 있어요. 그러니, 미안하지만 당신의 제안을 거절할게요.”
피트 샘프러스는 통산 대회 상금으로만 4,3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각종 후원 계약과 방송 출연 그리고 광고 등을 종합하면, 커리어 동안 1억 달러를 훌쩍 넘는 돈을 벌었을 거란 계산이 선다.
피트 샘프러스 정도 되는 선수의 전담 코치로 10년 이상 일을 했다면, 천 만 달러 안팎은 벌었을 수 있다.
이런 저택이야 꼭 매매하지 않더라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에 월세로 살 수 있다.
빠르게 계산을 끝낸 안드레이가 바로 알겠다고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수조차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에게 굳이 신우주를 맡기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탁.
“응?”
에이스가 안드레이의 팔목을 붙잡았다.
안드레이는 의아해져 물었다.
“왜 그러시죠?”
그러자 대번에 에이스의 태도가 바뀐다.
“그냥 해본 말이었어요”
“··· 뭐라고요?”
“젠장! 있죠? 난 정말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려고 했다고요!”
묘하게 돌아가는 상황.
붙잡힌 팔목을 뺀 안드레이가 상대의 말을 일단 듣기로 한다.
에이스의 표정은 아까와는 전혀 달랐다.
어딘지 모르게 찌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보면 지루해하는 것도 같았다.
수영장이 있는 곳으로 에이스가 먼저 걸어가고, 안드레이가 그 뒤를 천천히 따른다.
“집 안에 있는 수영장. 해변. 개인 선착장과 요트. 무엇보다 싱글. 모든 남자의 꿈 아닌가요?”
“그런가요? 저는 잘···.”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럴 줄 알았다고요!”
“뭐가 말이죠?”
에이스는 안드레이를 봤을 때부터, 여행자(Tourist)의 냄새가 강하게 났다고 했다.
“투어를 아는 사람들은 절대 이런 것들에 매료되지 않죠!”
“··· 당신처럼 말인가요?”
“정답!”
심각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안드레이는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알아챘다.
에이스는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다.
테니스인이라면 알만한 무료함을.
은퇴한 테니스 선수 중 상당수가 현역 시절의 투어에 지쳐 테니스와 떨어진 삶을 살아가는데, 일부는 은퇴 뒤에도 이 세계를 잊지 못해서 돌아온다.
신우주가 알려준 ‘역마살’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건 바로 여행자였다.
울분을 토해내듯 쌓인 것을 전부 뱉어낸 에이스는 상당히 홀가분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리고 곁에서 묵묵히 긴 이야기를 들어주던 안드레이는 다시 한번 자신이 존 메켄로의 소개로 왔으며, 현재 신우주란 15살 소년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살이라고요?”
“네. 설명해 드리자면···.”
“오! 오, 세상에나.”
“?”
신우주에 관해 설명하려던 안드레이.
하지만 그 전에, 에이스가 이마를 탁 두들겼다.
“호주 오픈! 주니어 우승자! 설마, 걔라는 거예요?”
“맞아요, 에이스. 그가 바로 우주죠.”
“Oh, God. 이건 운명이에요.”
“운명?”
“네! 당연히 저도 호주 오픈을 봤죠! 저 지긋지긋한 거실에 처박혀서! 이런, 젠장! 전 걔를 알아요! 그럼 지금 그 아이도 여기에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인디언 웰스를 보고 있죠.”
“망할 조코비치.”
“?”
“아, 실례. 실은, 조코비치를 싫어하거든요. 인간미라는 게 좀 있고 그래야지. 제가 가장 싫어하는 부류가 테니스 기계들이에요. 당신도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죠?”
뜻밖의 취향 고백에, 살짝 당황했던 안드레이는 이내 미소를 되찾으며 그런 부분이라면 전혀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 아이는 사랑스럽거든요.”
“뭐라고요?”
“하하. 직접 보시면 압니다.”
안드레이는 TNU가 곧, 실력 있는 왼손잡이 테니스 코치를 추가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을 했다.
***
#. 2016년 3월 17일
#-1.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 데저트
#-2. 데저트 폴스 피트니스&테니스
코치님들이 말해주셨다.
3월은 쉬어가는 기간이 될 거라고.
그래서 테니스 코트에 들어서는 게 무척 오랜만이었다.
ITF 퓨처스 투어가 끝난 뒤로는 처음이다.
“뭐, 그래 봐야 일주일이지만. 어때? 괜찮아?”
“네! 너-무 좋아요!”
“하하. 그래. 그런 것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코트에 서고 싶은 걸 참을 수 있었던 이유는 ATP 마스터스 경기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침부터 시작해 8시간 이상 이어지는 ATP 마스터스 경기들을 전부 보고 나면, 빌린 숙소로 돌아와 그것을 정리하고 한 번 더 읽어보는 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그래서 코트에 서고 싶으면서도, 그것이 딱히 아쉽지는 않은 이상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오늘은 일정이 있다.
새로운 코치님 때문이다.
지난달 스페인에 있을 때 안드레이 코치님은 나를 위해 왼손으로 테니스를 해줄 수 있는 코치가 필요하다고 말을 하셨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이해했다.
안드레이 코치님과 코트에 서는 게 좋아서 별생각을 안 했었는데, 왼손으로 연습을 해주는 분이 있다면 정말 멋질 것 같았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 일정이 잡혔다고 들었다.
잠재적인 코치님과 만나는 첫 번째 날이다.
“안녕들 하쇼!!”
코트 한쪽에서 큰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어떤 사람이 있었다.
저렇게 딴 머리카락을 뭐라고 하더라?
드레드였나?
이곳저곳을 다니며 머리를 땋은 사람을 본 적은 많았는데, 저 정도로 길게 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저분이 내 새로운 코치님인 것 같다.
“우주? 소개할게. 여긴 에이스 조이스야.”
“Hey, G. 그냥 에이스라고 불러.”
“네. 그런데, G라고요?”
“아. 난 뉴욕 출신이거든. 뉴욕에선 친구를 G라고 불러. 비록 우린 오늘 처음 만났지만, 앞으로 친구가 될 수도 있잖아? 난 딱딱하게 코치 그런 건 싫어. 그냥, 편하게 지내자고. 알겠지?”
“아. 네.”
에이스는 조금 쿨(Cool)한 분인 듯했다.
“히팅부터 가자고!”
“네-!”
몸은 아까 전부 풀어뒀다.
그래서 바로 그라운드 스트로크부터 시작했다.
탕.
탕.
센터 마크에 서서, 포핸드와 백핸드를 번갈아 가며 했다.
보통 이럴 때 나는 깊게 보내는 데에 신경을 쓴다.
감각을 찾는다고나 할까?
코트에서 보는 뷰(View)에 따라 거리 재기의 느낌이 달라지곤 하는데, 이때 감각을 익혀두지 않으면 나중에 실전일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낮게.
높게.
다양한 방식으로 베이스라인에 볼을 떨어트려 본다.
연습이라 인/아웃은 중요하지 않다.
길면 긴 대로 받아치고, 짧으면 그냥 새로 볼을 받는다.
탕.
탕.
그렇게 얼마간을 라켓을 휘두르다 보면, 거리 감각이 대강 잡힌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럼 그때부턴 샷의 강도를 높인다.
탕!
탕!
여기서부터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낮고 예쁘게 잘 날아가는지를 본다.
그리고 다시 어느 정도 지나면, 슬라이스를 쳤다.
이 과정까지 전부 끝나고 나면 발리를 시작하기 전까지 랠리를 주고받는데, 구질에 맞춰 다양한 스트로크를 가져간다.
탕!
탕!
“그만! 이젠 발리로 가자!”
“벌써요?”
“하하. 어때?”
어떠냐고?
정말 대단했다.
호흡이 거의 끊기지 않았다.
ATP 랭커들의 훈련도 자주 호흡이 끊긴다.
센터 마크를 중심으로 거의 움직이지 않고 그라운드 스트로크를 하는 것뿐인데도, 선수나 코치가 샷을 실수하거나 훈련에 적합하지 않은 샷을 받아치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온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실수가 나오지 않았다.
에이스가 그만큼 나를 편안하게 해줬단 거다.
더 좋았던 건, 샷의 낯선 정도였다.
경험하지 못했던 위치와 각도에서 샷이 출발했다.
“헤이, G! 준비됐어?”
“그럼요! 서둘러요!”
“하하. 너 조금 불붙었네. 그래! 가보자!”
탕.
지금 하는 이 훈련이, 난 무척 즐겁다.
***
※ 2016 ATP 월드투어 마스터스 1000
-> 인디언 웰스 마스터스 결과
우승 :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준우승 : 밀로스 라오니치(캐나다)
***
#. 2016년 3월 21일
#-1. 아메리칸항공 1067편
#-2. 퍼스트클래스 좌석
시종일관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인디언웰스 정상에 올랐음에도, 노박 조코비치는 100% 만족하고 있지 못했다.
이유는 64강 비요른 프란탄젤로(Bjorn Frantagelo)와의 경기에서, 첫 번째 세트를 2:6으로 내어줬기 때문이다.
이는 노박 조코비치가 인디언웰스에서 허락한 유일한 세트 실점이었다.
32강부터 세트 실점 없이 2-0의 완승을 이어갔는데도 불구하고, 현(現) 테니스 세계 랭킹 1위는 본인의 경기력이 충분하지 못했다 느끼고 있었다.
“가는 즉시 준비해 줘.”
“정말 안 쉬어도 되겠어?”
“체력은 충분해. 힘들었던 시합이라곤, 8강전이 끝이었으니까. 라파와의 경기 때도 2세트 때 체력을 아꼈어. 오히려 쉬는 쪽이 리듬이 무너질 것 같아.”
“알았어. 그렇게 전할게.”
고개를 끄덕인 남성이 비즈니스석으로 이동한다.
에도아르도 아르탈디(Edoardo Artaldi)란 이름의 이 남성은 노박 조코비치의 에이전트다.
팀(Team) 사이에서는 도도란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그는 동시에 한 여성의 남편이었다.
조코비치의 물리치료사인 울리 바디오(Uli Badio).
이들은 조코비치가 첫 그랜드슬램을 가져간 2008년 처음 만났고, 이후 지금까지 함께 투어를 다니고 있었다.
“마리안?”
“바로 시작인가?”
“네. 부탁해요.”
“그러지. 보리스에겐 내가 전하겠네.”
고개를 끄덕인 도도가 부인의 곁으로 돌아간다.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보리스 베커의 모습이 보였다.
“노박이 바로 시작하자고 했어?”
“응. 그러자 하더군.”
“전형적인 노박이네.”
“너무 과해. 팔꿈치가 조금씩 나빠지고 있어.”
“내가 잘 돌봐줄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
모든 프로 테니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겠지만, 도도는 노박 조코비치만큼 이 세계에 미친 사람은 없다고 확신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되는 삶 속에서도, 조코비치는 단 한 번도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았다. 이는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든 삶의 방식이다.
그래서 도도는 늘 이런 조코비치를 존경해왔다.
테니스 선수로서 또 인간으로서.
하지만 최근은 조금 걱정이 됐다.
수많은 도전자 속에서 항상 최고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 쫓기듯 살아가고 있었지만, 근래엔 그런 모습이 더 커졌다.
전이었다면, 세트 패배 하나에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일 역시 없었을 것이다.
몸이 풀리지 않은 첫 매치 첫 세트에서의 패배.
모든 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자넨 분명 우승은 우승이라 말하던 남자였어.’
진흙 바닥에 구르더라도 우승하면 그것 자체로 챔피언인 것이라 말하던 사람은 지금, 바닥을 굴러 유니폼이 더러워지는 것을 허락할 수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지나친 강박인 것은 아닐까?
강박은 전혀 좋지 않다.
이를 해결할 방법을 알곤 있었지만, 그것 역시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노박 조코비치가 퍼펙트에 집착하는 이유.
도도는 이것이 한 소년 때문임을 알고 있다.
“···.”
퍼스트 클래스를 가리는 커튼이 쳐지기 전, 고개를 슬쩍 옆으로 뺀 도도가 노박 조코비치의 좌석을 바라본다.
어김없이 태블릿 PC는 켜져 있었고, 조코비치는 지금까지 수십 번도 돌려보았을 ‘2016 호주 오픈 주니어 소년 단식’의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응?”
촤악-!
눈이 마주친 스튜어디스가 가벼운 미소와 함께 양손을 움직여 커튼을 치고, 앞 좌석과 단절된 도도는 어쩔 수 없이 바른 자세로 앉아 본인의 태블릿을 켰다.
오늘 발표된 ATP 랭킹 기준, 노박 조코비치는 무려 16,540점을 기록하게 됐다.
2위인 앤디 머리의 포인트인 8,370점보다 거의 두 배가 많은 수치다. 그 뒤를 잇는 페더러(7,695)/바브린카(6,405)/나달(4,990)의 포인트를 더한 것보다는 3,000점이 적다.
독주(獨走).
꽤 오랜 시간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가 신경 쓰고 있는 상대는 지금.
‘572위.’
ATP 랭킹 572위에 머물러 있었다.
아직, 챌린저스 레벨도 아니다.
‘후우- 한참 걸리겠어.’
신우주를 만나 그에게 완벽한 승리를 거두는 것.
오직 그것만이, 노박 조코비치가 현재 겪는 강박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다.
***
#. 2016년 3월 22일.
#-1. 미국 플로리다주, 키 비스케인
#-2. 토스카나 마레
“에이스가 받아들였다고?”
“네. 그도 여행자더군요.”
“흠- 그래서였나?”
“무슨 뜻이죠?”
전날 저녁 플로리다에 도착한 신우주와 TNU.
신우주가 토미치 형제와 마이애미 오픈 예선전 관전에 나선 사이, 안드레이는 존 메켄로를 만나기 위해 그가 있다는 지중해식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러곤 자리에 앉아,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풀었다.
에이스 조이스는 공식적으로 TNU에 합류했다.
“나는 그를 아카데미로 데려오려고 했네. 미국에 내 아카데미만 다섯 개야. 우수한 코치는 늘 필요하지.”
“아- 그 이야기로군요.”
“하지만, 눈이 높은 것도 맞아.”
“전에도 제안이 있었나 보죠?”
“많았지. 이스너. 퀘리. 존슨. 전부 에이스와 함께하길 원했어. 하지만 그때마다, 녀석은 이제 편하게 살 거라 했다더군.”
“그건 사실일 거예요.”
“무슨 말이지?”
에이스 조이스 집에서의 일을 말하자, 존 메켄로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는 단순한 핑계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말로 영구 은퇴를 고려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런 의미에서는 타이밍이 무척 좋았던 셈이었다.
인연은 항상, 타이밍이 중요한 법이다.
“그건 자네들의 복이겠지.”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에이스도 이곳에 있나?”
“아뇨. 집과 자산들을 정리해야 한다더군요. 5월 투어 때부터 합류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군. 그럼? 자네들 일정은?”
“챌린저를 생각 중인데, 쉽지 않군요.”
“흠- 그럴 단계가 되긴 했지.”
호주 오픈과 ITF 투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신우주는 챌린저에 참가할 자격을 갖췄다.
근래엔 TTA의 사무실로, 신우주를 본인들의 투어에 초대하고 싶다는 연락 역시도 늘었다.
하지만 그것들 전부 퓨쳐스 레벨이라는 게 문제다.
일단 보류하곤 있지만, 기왕이면 챌린저가 좋다.
“아무래도, 랭킹이 아직 많이 떨어지니까요.”
“흠- 지금 몇 위지?”
“572위입니다.”
“그 정도면···. 잠깐만 기다려보게.”
“?”
자세를 살짝 옆으로 틀어 앉은 존 메켄로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통화는 5분가량 이어졌고, 남아 있던 디저트를 전부 비워냈을 때에서야 메켄로가 전화를 끊었다.
“이탈리아 쪽에 아는 사람이 있지. 그에게 부탁했네.”
“네?”
“하루 이틀 안으로 주최 측에서 연락이 갈 거야.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4월 챌린저에 참가하는 건 어렵지 않을 걸세.”
“?!”
뜻밖의 전개에 몹시 놀라는 안드레이.
그는 기쁘면서도 동시에 궁금했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일반적으로 얻을 수 있는 호의의 범위를 넘었다.
유능한 코치를 추천받았고, 투어 참가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보통이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거죠?”
“단순한 호의··· 라 하는 건 신뢰가 부족하겠군.”
“그렇습니다.”
“어째서라···.”
대화가 잠시 멈추고, 시원한 바람에 테라스에 분다.
휴양지의 기분을 한껏 느끼게 만드는 식당의 전경은 환상적이었지만, 지금 그런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존 메켄로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곤 말했다.
“지루해졌다고 해두지.”
“네?”
“노박, 로저, 라파엘, 앤디. 언제까지 이 네 사람이 트로피를 독식할지 상상도 잘되지 않네. 특히 노박. 그 친구는 도무지 정상에서 내려올 것 같지 않아. 난 그를 끌어 내리고 싶네. 특별히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야. 그저, 더 재미있는 걸 바랄 뿐이지.”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라는 말.
어쩐지 그편이 더 신뢰가 가는 안드레이다.
“물론, 아무에게나 이러진 않았을 거야.”
“그러시겠죠.”
“우주는 타고난 선수일세. 그도 나나 노박처럼···.”
“Tourist.”
“그래. 그도 우리와 같은 여행자야.”
“···.”
늘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닌가 했던 메켄로의 호의.
속마음을 듣게 된 지금, 안드레이 시미치는 이 위대한 테니스 전설의 마음을 감사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
※ 2016년 4월 신우주의 투어 일정
1. 2016 카프리 와치 컵
-> 기간 : 2016.04.04.~2016.04.10.
-> 대회 등급 : Challenger 90
-> 포인트 분배 : 90/55/33/17/8 (예선통과시 +5)
-> 총상금 : £42,500+환대 있음
2. ATP 챌린저 토리노
-> 기간 : 2016.04.18.~2016.04.24.
-> 대회 등급 : Challenger 90
-> 포인트 분배 : 90/55/33/17/8 (예선통과시 +5)
-> 총상금 : £42,500+환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