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01)
한편 다르담이 입원한 병원.
그곳의 입원실 침대에 누워있던 다르담은 일레인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레인, 네게 해야 할 말이 있단다.”
“해야 할 말이라니요?”
“지금까지 네게 숨겨와서 미안하구나······. 8년 전이었단다.”
8년 전, 다르담은 영웅 가문 중 하나인 에르만 가문의 가정 교사였다.
당시 중위 마법사인 그는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별생각 없이 교사로 파견을 나왔지만.
다르담은 그때 시대를 풍미할 천재를 만났다.
-허······, 그러니까 이 마법을 네가 구현한 것이라고?
-네.
9살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소년.
에르만 가문의 장남 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처음 이 아이를 봤을 때 다르담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작 9살밖에 안 된 아이가 홀로 독학하여 중급 마법을 발현했으니
-거참······,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군.
그는 믿기지 않는 능력을 보여준 아이를 바라보며 침음을 흘렸다.
고작 9살이었다.
그것도 아직 초인으로 각성한 지 1년밖에 되지 않는 소년이 벌써부터 중급 마법을 구현한 것이다.
-선대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았구나.
현 에르만 가문의 가주는 초인으로서의 재능이 없었다.
애초에 초인으로조차 각성을 하지 못했으니.
-혹시, 네가 바란다면 마탑에 너를 추천할 수 있단다. 네 생각은 어떻느냐?
적어도 이 아이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마법사 혹은 최상급 영웅이 될 아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것도 최연소로.
-지금의 너라면 추천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거 같구나.
다르담은 한눈에 보자마자 리베르의 재능을 파악했다.
고작 각성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소년이 중급 마법을 발현했다.
적어도 마력은 중급 마법을 발현할 정도로 거대하며 그 마력을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감각, 마지막으로 중급 마법의 복잡한 술식을 암기하는 머리까지.
마탑에 추천해도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다르담이었다.
그러나 리베르는 다르담의 말에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서재 문밖에서 힐끔힐끔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소녀를 바라봤다.
곧이어 리베르와 시선이 마주친 소녀, 일레인은-.
-아!
몰래 지켜보는 걸 들켰다는 사실에 도도도- 발소리를 내며 도망갈 뿐이었다.
리베르는 잠시 소녀가 있었던 문을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다르담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나중에 생각하겠습니다.
-흠······, 그래 아직 시간은 많으니.
그 말과 함께 리베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 창밖을 바라봤다.
정확히 정원에서 차분한 표정으로 빗자루질을 하고 있는 남자.
이 저택의 집사인 로반 체스터를 유심히 바라볼 뿐이었다.
* * *
사건이 일어난 것은 1년 뒤의 일이었다.
쏴아아아아-.
비가 유수처럼 쏟아지던 그날.
다르담은 심하게 취할 정도로 술을 퍼마시고 있었다.
그로서는 억울할뿐더러 당시 집사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주가 죽자마자 나를 자르다니. 집사놈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원······.
그것은 사고사였다.
가문의 가주 라비르와 부인 엘라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렇기에 당시 어린 리베르에게 전권을 맡길 수 없으니 리베르가 성장할 동안만 당시 저택의 집사인 로반 체스터에게 전권이 위임되었다.
그리고 전권을 위임받은 로반이 제일 처음으로 한 일이 자신을 해고한 것이고.
-그 아이들은 뭘 하고 있을지······.
다르담은 당시 가문에 남겨진 두 아이를 생각했다.
리베르와 일레인.
가장 슬퍼하고 있을 두 아이를 남겨둔 것이 그로서는 찝찝하고 서글플 따름이었다.
똑- 똑-.
그때 현관문에서 누군가 노크하는 소리에 그는 의아한 얼굴로 시간을 확인했다.
현재 시간은 밤 12시.
적어도 누군가가 찾아올 시간은 아니었다.
그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의 소년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리베르? 네가 이 시간에 무슨 일이냐?
-선생님께 할 얘기가 있습니다.
-할 얘기라니······.
순간 다르담의 시선이 리베르의 팔로 향했다.
상처는 치료된 거 같으나 옷에 묻은 핏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거 같구나, 들어오거라.
상황을 파악한 다르담은 리베르를 집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렇게 탁자에 앉아 서로를 마주 보고 있을 때 다르담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일단 상황을 설명해 보거라.
-가문의 보구와 저희 가문이 관리하는 마수정 광산을 노리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 말에 다르담의 미간이 좁혀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리베르의 말에 다르담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사고사로 죽은 게 아닙니다.
-뭐, 뭐라고? 그 말이 사실이더냐?
-예.
자신의 부모님이 사고사가 아닌 타살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말하는 아이.
다르담은 그 이질적인 모습에 복잡한 표정으로 리베르를 바라봤다.
-대체 누가······.
-집사인 로반인 것 같습니다.
-그놈이라고? 하지만 그놈은······.
적어도 1년 동안 다르담의 눈으로 봐온 집사 로반은 그런 행동을 할 거 같지 않았다.
그의 눈에 보아왔던 로반은 가문의 가주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그럼 협회에 연락은 하였느냐?
-증거가 없습니다. 일이 벌어지기 전에 아버지에게 미리 말해주었지만 믿지 않으시더군요. 더구나 로반 혼자서 일을 진행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마 배후가 있겠죠.
-하······, 이게 대체 무슨······.
솔직히 말해 다르담 또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사실 가문의 가주와 부인은 살해당한 것이고 그것을 행한 것이 가문의 집사라니.
그리고 그 충격적인 사실을 말하는 소년은 고작 10살밖에 안 된 아이다.
당연히 쉽사리 믿을 수 없기에 다르담은 그저 푸념에 가까운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다르담의 표정을 잠시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리베르.
리베르는 천천히 다르담을 향해 입을 열었다.
-굳이 믿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 그래. 솔직히 마음이 복잡하구나.
-예, 다만.
곧이어 리베르는 주머니에서 잘게 접힌 종이 한 장을 꺼내 다르담에게 넘겼다.
다르담은 그 종이를 펴 내용을 확인했고 미간을 구길 뿐이었다.
-이게 무엇이더냐?
-보육원의 주소입니다. 그곳에 일레인이 있을 겁니다.
-일레인? 왜 일레인이 그곳에?
그 말에 리베르는 또다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다르담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순간 다르담의 눈동자가 크게 뜨이기 시작했다.
-그건 가주가 항상 들고 다니던!?
-가문의 보구입니다. 정확히는 지하에 있는 금고를 열 수 있는 열쇠죠. 금고를 열려면 에르만 가문의 마력과 이 열쇠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너는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냐?
-영국을 떠날 겁니다. 그들이 노리고 있는 게 금고 안에 든 무언가라면 이걸 들고 떠나는 게 맞겠죠.
-일레인을 두고 말이냐?
그 말에 리베르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리베르가 말했다.
-저와 같이 있으면 오히려 일레인이 더 위험해질 겁니다.
-나와 있어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
-적어도 일레인을 노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게 무슨······?!
그 순간 다르담의 눈동자가 크게 떨려왔다.
리베르의 몸이 점차 연기가 되어 사라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 잠깐! 리베르!
-언젠간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처음으로 리베르가 감정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사라지는 순간 특유의 담담한 눈동자는 여전하나 그 속에 분노가 가득 차 있다는 건 알 거 같았다.
-그때까지 일레인을 부탁합니다.
* * *
이후 보육원에 맡겨진 일레인을 집으로 데려오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다르담은 리베르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렇구나.
한 달이 지나고 나서야 리베르의 모든 행동을 이해한 다르담이었다.
-너는 어쩌면 오래전부터 눈치챘던 모양이구나.
리베르는 집사 로반의 계획을 오래전부터 눈치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알릴 수 없었겠지.
그 사실을 말하는 아이의 나이는 고작 9살이니.
-하······.
그의 입에서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다르담은 고개를 돌려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자신의 오라버니를 기다리는 일레인을 바라봤다. 리베르에게 미움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그를 기다리는 아이. 일레인을 보자 다르담의 표정이 점차 무겁게 가라앉았다.
-네가 왜 그런 행동을 해왔는지 이해가 되는구나, 리베르.
1년 동안 봐온 리베르는 적어도 자신의 여동생인 일레인을 싫어하는 거처럼 보였다.
그때는 그저 이놈의 성격이 방해받는 것을 싫어하기에 일레인을 멀리하는 줄 알았지만. 한 달이 지나고서야 리베르의 모든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해왔던 거구나.
리베르가 가지고 있는 가문의 보구.
그것을 되찾기 위해 그들은 일레인을 인질로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그놈, 아니 가문의 집사였던 로반 그놈은 리베르가 일레인을 싫어한다고 알고 있을 테니까.
더구나 일레인은 각성조차 하지 못한 어린 소녀이니 대상에서 제외된 거겠지.
-네 말을 그때 조금이라도 믿었어야 했는데······.
그는 그 당시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만약 그 당시 술에 취하지 않았더라면······, 조금만 더 깊게 생각했더라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터인데······.
적어도 리베르를 홀로 떠나보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후회가 막연히 들어도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이었다.
그는 씁쓸한 웃음을 보이며 일레인에게 다가가 그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해맑게 웃기 시작한 일레인.
그 아이를 바라보며 다르담은 다짐했다.
적어도 그 아이와 한 약속은 지키겠다고.
* * *
“말도 안 돼······.”
일레인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며 목이 콱 막혀왔다.
믿기지 않은 사실에 고개를 푹 숙인 일레인의 눈동자에는 투명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뚝- 뚝-.
“왜······.”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다르담을 바라보는 일레인이었다.
그녀는 슬픔에 일그러진 얼굴로 다르담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주지 않으신 거예요······.”
일레인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듯 작아졌다.
목이 콱 막혀 제대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르담은 그저 침묵한 채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순간 일레인은 7년 전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보육원 앞에서 오빠가 했던 마지막 말을.
-일레인.
오빠는 다정히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처음으로 느낀 오빠의 친절에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은 그저 해맑게 웃었고.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곧 데리러 올게.
항상 무표정했던 오빠의 다른 표정을 처음으로 본 날이기도 했다.
그때 오빠의 표정은 확실히······.
슬퍼 보였다······.
* * *
한편 그 시각.
로반 길드의 길드장실.
“제, 제발······, 그만, 그만해줘. 전부 다 말했잖아······.”
로반 길드의 길드장 로반은 쉰 목소리로 하준을 올려다보며 애걸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준은 여전히 망치를 들어 올린 상태로 로반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게 끝이야?”
“저, 전부 말했어. 그 이상은 할 얘기가 없단 말이다. 차, 차라리 날 죽여······.”
하준은 그저 싸늘한 눈으로 로반을 내려다보며 침묵했다.
굳이 묻지도 않았는데 놈은 맞아가면서 구구절절 지금까지의 내막을 전부 말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로반의 몸 상태는 멀쩡했다.
몸 자체는 크게 다친 곳이 없었지만 아마 두려움에 제대로 일어날 수 없는 것일 거다.
하준의 시선을 돌려 탁자 위에 늘어선 유리병들을 바라봤다.
전부다 하준이 상점에서 구입한 상급 회복 포션으로 지금까지 로반의 사지를 부러트린 뒤, 치료한 포션들이었다. 처음에는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한테도 사용이 가능한지 의문이었지만 이번 기회로 알 수 있었다. 하준은 다시 로반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아직 한 병 남았는데······.”
“아, 안 돼! 제, 제발 그만!”
“그러니까, 그게 다라는 거지?”
“전부 얘기했다. 그러니 제발······.”
“그럼 뭐······.”
하준이 망치를 들어 올렸다.
곧이어 놈의 동공이 지진을 일으키며 마치 배신당했다는 눈으로 하준을 올려다본다.
“왜······.”
그 물음에 대답으로 하준은 그저 침묵한 채 망치를 내리칠 뿐이었다.
쾅!! 쾅!! 쾅!!
마하라즈가 놈의 허리 그리고 다리와 손목을 작살냈다.
평생을 혼자서 못 일어나도록,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도록.
하준은 고통에 몸을 꿈틀거리는 놈을 내려다보며 경고했다.
“만약 치료하면 다시 찾아온다. 기억해.”
이제 모든 사실을 알아냈으니 굳이 놈을 치료할 필요는 없었다.
하준은 그대로 남은 포션의 뚜껑을 열어 입에 물고 밖으로 나갔다.
“벨하르 가문의 월리엄이라······.”
배후를 알아냈다.
다른 이도 아닌 영국의 대가문 벨하르 가문의 월리엄이라는 작자였다.
그는 오늘 죗값을 치를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