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24)
하준과 일레인, 하르나는 생도 훈련이 이루어지고 있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도중에 훈련장 입구에 각 나라의 기자들이 깔려있어 곤란할 뻔했지만, 하르나의 룬어로 몸을 숨겨 어렵지 않게 돔으로 이루어진 훈련장 내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
“와······, 엄청 넓다.”
돔 내부로 들어오자 일레인은 연신 감탄하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쭈욱- 일자로 이어진 복도에 나라별 국기와 국가명이 적힌 팻말과 내부의 시설 훈련장이 있었다. 내부 곳곳에 투기 훈련장과 생도의 쉼터인 벤치 그리고 게임 속 세상 아니랄까 봐 유리로 된 문 너머에는 각양각색의 개성이 넘치는 머리색을 가진 아이들이 있었다.
그중에 하준의 눈에도 익숙한 생도가 보였다.
미국 국가대표 생도 팀의 훈련실 내부에 있는 한 분홍 머리의 여생도였다.
미국 대표팀 벤치 의자에 앉아 해맑은 얼굴로 바나나를 먹고 있는 소녀.
대영웅 드리안 하이츠의 손녀, 이사벨라 하이츠였다.
그녀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모습이 거칠어졌다고 해야 하나?
풋풋하며 귀여운 외모 자체에는 크게 변한 게 없지만, 손에 두르고 있는 해진 붕대가 그녀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보아하니 아무래도 손을 이용한 무투를 많이 연습한 모양이다.
‘근데 이상하네?’
분명 게임에서는 미국 생도 국가대표 중에 이사벨라는 없었는데?
하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일단 하르나와 일레인과 함께 미국 국가대표가 있는 훈련실로 들어갔다. 참고로 하르나에게 훈련을 부탁한 건 리암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해맑은 얼굴로 바나나를 먹고 있던 이사벨라가 시선을 느끼더니 고개를 돌려 다가오고 있는 하준을 바라봤다.
순간 이사벨라의 눈이 똥그랗게 커지더니 해맑게 웃기 시작했다.
“아! 하준!”
“응? 하준이 왔다고?”
마찬가지로 그녀의 옆에서 생수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던 리암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하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준은 무덤덤한 얼굴로 둘에게 다가가 이사벨라에게 말했다.
“네가 왜 여기 있냐?”
“흐흥! 그때 이후로 나도 많이 노력해서 강해졌거든!”
기세등등하게 말하는 이사벨라였다.
그래, 눈으로 봐도 그래 보이긴 했다.
하준이 말했다.
“그 할아버지도 손녀 상대로는 예외 없나 보네.”
그녀의 몸에 아주 약간의 자잘한 상처가 보였다.
딱 보아도 그 할아버지와의 훈련 중에 다친 상처 같은데.
막상 그 말을 하니 이사벨라는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당당히 말했다.
“명예로운 상처지. 내 노력의 증거.”
“그러냐.”
그 할아버지가 들었으면 좋아할 말이네.
하준은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슬슬 이 하이텐션과 대화하기 힘들었으니 말이다.
하준의 건조한 반응에 귀엽게 입술을 삐죽이는 이사벨라였다.
“너는 어째 달라진 게 없구나. 그래서 여기는 무슨 일이야? 한국 대표는 저기 있는데?”
“얘 좀 데려다주려고.”
“응? 아! 하르나 루엘! 그러고 보니 오늘 대련을 도와준다고 했지? 잘 부탁해.”
그 말과 함께 이사벨라가 손을 내밀었고 하르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악수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 근데, 옆에 걔는 누구······?”
이사벨라의 시선이 하준의 바로 옆에 있는 일레인에게 향했다.
일레인은 하준이 이사벨라와 대화하는 와중에 경악한 얼굴로 얼어붙은 상태였다.
일레인은 어벙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그 유명한 인챈트 마법사이자 드리안 하이츠 대영웅님의 손녀······?”
“응, 그게 나 맞는데?”
“와! 살면서 이사벨라 선배님을 볼 줄이야. 팬이에요! 사인받을 수 있을까요?”
그 말과 함께 언제 챙겼는지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과 볼펜을 꺼내는 일레인이었다.
얘는 이게 목적이었나?
“어, 그래서 너는 누구니?”
그리고 사인을 해준 이사벨라가 다시 일레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말에 이사벨라의 옆에 서있던 리암이 이사벨라에게 조용히 속닥거렸다.
“하준이 여동생······.”
“!?”
그 말에 어벙한 표정을 짓는 이사벨라였다.
그녀는 잠시 하준과 일레인을 번갈아보더니 멍하니 감탄사를 내뱉을 뿐이었다.
“어······.”
“······?”
대충 표정을 보니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꾸욱- 참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 하고 싶은 말이 예상이 가지만.
하준은 이사벨라가 딴소리를 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대련은 언제 시작해?”
“아! 맞다. 이제 슬슬 휴식도 끝났으니까 시작하자.”
“그래.”
이사벨라의 말에 리암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참고로 리암이 하르나에게 대련을 부탁한 이유는 리암의 첫 번째 투기 대전 상대가 독일의 마법을 사용하는 생도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을 포함해 투기 대회의 종목 중 하나인 팀전의 세 번째 대결 상대가 영국 대표팀이라는 점도 있지만.
물론 딱히 그게 하준에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하준은 하르나의 대련이 언제 끝나는지 궁금했다.
하준이 리암에게 물었다.
“몇 시간 걸리는데?”
“응? 대련 말하는 거야? 아마 3, 4시간은 걸리지 않을까?”
생각보다 오래 걸리네······.
왠지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그런 하준을 향해 리암이 씨익- 웃으며 제안했다.
“그때 동안 할 거 없으면 훈련 좀 도와줄래?”
“······?”
“하르나 얘가 나뿐만 아니라 이사벨라하고 다른 애들도 도와주기로 했거든. 근데 얘도 쉬어야 하니까 곧바로 이어서 대련할 수는 없잖아. 그냥 그때 동안 도와 달라는 거지.”
“괜찮은 생각 같아.”
그 말을 하르나가 대신 수긍하고 자빠졌다.
해맑은 미소를 짓는 얼굴을 보니 얘는 자기 일 덜기 위해 나를 불렀나 보다.
물론 굳이 승낙할 필요도 없고 거절할 명분도 있었다.
하준이 말했다.
“나랑 대련하면 훈련이 되겠냐?”
“네가 힘 조절하면-”
“기절 아니면 중상.”
“······.”
리암은 입을 꾸욱-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얘 그때 아카데미의 훈련 당시에도 봐주면서 했었지?
만약 1대1로 조건 없이 싸우면 어떻게 될까?
애초에 얘랑 대련하면 훈련이 될까?
하준의 몇 마디가 너무도 이해되는 리암이었다.
* * *
국제 초인 연합에서 주관하는 이번 교류전에는 영웅 부문은 모르겠으나 생도 부문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생도들이 참가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중국, 러시아 등등.
빌런의 습격을 대비해 영웅 부문에서는 여유가 있는 나라만이 참가했지만, 생도들은 이에 무관하니 영웅 부문보다 더욱 많은 인원이 참가한 것은 당연했다.
한편 하준은 잠시 미국 팀의 훈련실을 떠나 복도를 어슬렁거리며 주변을 구경하고 있었다.
참고로 일레인은 미국 훈련실에 남는다고 말했다.
애들 대련하는 거 구경하고 싶다고 하니 그냥 내버려 두고 하준 혼자 나온 길이었다.
가만히 있으려니 심심하기도 하고.
하준은 근처 매점에서 팝콘 하나를 사고 훈련실 내부를 훑어보며 대충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걷다 보니 익숙한 얼굴의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한국 팀 훈련실 안에 있는 한시영과 생도 회장 이주희, 그녀의 동생 이주아와 하준의 반 담임 교관인 이 한과 두 명의 얼굴 모를 2, 3학년 선배들이었다.
아마 이번 대표팀에 선발된 선배들이겠지.
그리고 이 한 교관은 아무래도 대표팀 코치로 온 모양이다.
“······김하준?”
“······?”
“어? 하준이다!”
그리고 유리문 너머의 이 한 교관과 시선이 마주친 하준이었다.
하준은 마주친 김에 문을 열고 한국 팀이 있는 훈련실 안으로 들어갔다.
“네가 여기 올 줄은 몰랐는데······, 잘 지내고 있었나.”
“예, 오랜만이시네요.”
“그래, 그래서 여기는 웬일이냐? 혹시 협회에서 연락이 왔나?”
그 말과 함께 심각한 얼굴로 하준을 바라보는 이 한이었다.
아마 이 한 교관이 오해하는 건 한국 생도 국가대표에 내가 선발됐냐고 묻는 말이겠지. 하준은 고개를 저었다.
연락도 안 왔고, 왔어도 안 할 생각이다.
아마 하준이 거절할 걸 알아서 협회장도 별말을 안 하신 거겠지.
“아니요.”
뭐라고 해야 하나 참 애매한 표정을 짓는 이 한이었다.
아쉽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다는 표정이랄까?
이 한 교관이 말했다.
“하긴, 네가 나갔으면 협회장님도 감당하기 힘들겠군. 너도 귀찮아 질테고 말이다. 그래서 무슨 볼일이지? 도와주러 왔나?”
“구경하러 왔는데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하는 이 한이었다.
“너는 여전하군. 벤치에 앉아서 구경해라. 뭐 도와주고 싶을 때 말하고.”
“예, 뭐. 그것보다 아까 뭘 고민하고 계셨어요?”
참고로 하준과 눈이 마주치기 전 이 한 교관은 팔짱을 끼고 무언가를 골똘히 고민 중이었다. 그저 호기심에 묻는 물음이었고 이 한 교관은 흔쾌히 대답했다.
“중국 생도 국가대표팀에서 대련을 요청하더군. 전략을 생각 중이었다.”
“중국 팀하고 대련이라······, 구경해도 돼요?”
마침 심심했는데 잘됐네.
하준이 이 한 교관에게 물었고 이 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시간은 점심 먹기 전의 시간인 오전 11시.
중국 대표팀과 한국 대표팀의 대련이 이루어졌다.
“잘 부탁드립니다.”
“예, 저야말로.”
각 대표팀의 두 코치 진의 악수와 함께 곧바로 대련이 시작됐다.
대련 자체는 1대1 개인전과 동일한 규칙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한국팀의 첫 번째로 나간 주자는 한시영이었다.
중국팀에서 선발로 나간 생도가 1학년 생도 중 가장 유망하다나 뭐라나.
“장 찌오둥이군.”
“그게 누군데요?”
생도 회장 이주희의 말이었다.
하준은 태평하게 팝콘을 먹으며 물었고, 이주희를 포함해 이주아와 이 한 교관이 진심으로 모르냐는 듯이 의아한 얼굴로 하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근데 내가 모르는 거면 그다지 중요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애초에 이번 교류전 에피소드는 하르나 루엘을 제외하고 전부 공동 에피소드로 나오며 이번 훈련 과정은 생략되고 곧바로 경기 당일로 이동되니 말이다.
더구나 장 찌오둥이라니······,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중국 팀 대표 중 저기 현 중국 내의 길드 순위 1위의 길드 패왕 길드의 길드 장 딸이면 모를까.
하준이 물었다.
“유명해요?”
“유명하다. 중국의 유망주 중에서 어린 나이에 실력을 인정받았으니까.”
들어보니 17살 나이에 B급 빌런을 때려눕혔으며, 위험도 레벨 30의 마수를 홀로 처치했다는 전적이 있을 정도로 하준의 생각보다 유망한 생도였다.
“어빌리티를 이용한 무투가 뛰어나다고 알려진 생도지. 한시영도 방심하면 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말에 하준은 한시영의 반대편에 선 장 찌오둥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방심은 쟤가 하는 거 같은데요?”
“······.”
그 말에 이주희도 무어라 부정할 수 없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갈색 피부에 긴 장발을 뒤로 묶은 키 170 정도 다부진 근육을 가진 생도로 그는 현재 한시영이 몸을 풀고 있을 때 피식- 비웃으며 벽에 기댄 채 거들먹거리고 있었다.
“오만하다는 품성이 자자하다는데 사실이었군.”
“이쪽으로 오네요.”
“······응?”
그리고 이주희의 말을 들었던 걸까?
그가 한시영을 지나쳐 벤치 앉아 있는 이주희와 하준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옆에서 멍하니 구경하던 이주아에게 다가갔다.
이주아는 잠시 어리둥절한 얼굴로 장 찌오둥을 바라봤고, 그는 주아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이 스을라?”
“······네?”
이주아와 이주희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정확히 중국어로 뭐라고 말했는지 몰라서 그러는 거겠지만.
번역기 마도구를 통해 말을 이해한 하준이 대신 말해줬다.
“몇 살이냐는데?”
“어······, 17살이요.”
“······?”
근데 문제는 이놈도 못 알아듣는다는 거였다.
어이가 없어서 뭐 하러 온 거지?
곧이어 장 찌오둥이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봐 번역해라.”
“······?”
순간 싸가지 없는 말투에 하준은 잘못 들었나 싶어 장 찌오둥을 바라봤다.
번역이 이상한 건가? 아니면 애초에 중국에는 존댓말이 없어서 저리 들리는 건가?
아무튼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기 귀찮아서 대충 대답했다.
“17살.”
“17살이라······, 동갑이었군. 혹시 남자 친구는 있나?”
그가 이주아를 향해 말했다.
하준은 그 말을 번역해 대답했고 이주아는 당황했으며 순간, 이주희의 눈동자에 살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저놈이······.”
“워, 워. 일단 진정하시죠.”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주아는 곧바로 정중하게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하준을 바라보기 시작한 장 찌오둥.
번역해 달라는 말이었다.
하준은 덤덤한 얼굴로 이주아의 말을 번역해주었다.
“꺼져라, 나약한 버러지 하고는 안 사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