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4)
ⓒ 애모르
박철호와 함께 통문소에 도착한 하준이었다.
막상 통문소 직원은 박철호를 보자마자 희번뜩 뜬 눈으로 놀라며 조심스럽게 하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곧이어 직원은 하준에게 슬그머니 다가오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기 죄송하지만 할 얘기가··········.”
“예?”
“그게··········일단 박철호 용병님이 10년 차 베테랑 용병이라 길을 잘 알겠지만, 소문이 별로 좋지 못해서요.”
“뭔, 소문인데요?”
“저 박철호 용병님과 계약한 고용주분들이 던전 안에서 사고사한다든지 행방불명되는 경우가 좀 많아서··········.”
“··········?”
잠시 멍하니 서서 생각에 잠긴 하준.
하준의 시선이 힐끔- 박철호를 향했다.
곧이어 박철호는 직원과 하준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아차린 듯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하준에게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그게 사실 제가 조폭 출신이라서 말입니다. 지금은 개과천선하여 하루하루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며 먹고 살기 바쁩니다, 하하! 물론 저를 고용한 고용인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아마 제가 조폭 출신이라 소문이 조금 안 좋게 와전된 거 같습니다. 덕분에 요즘 참 저를 받아주는 고용인이 없어 먹고 살기 힘든 참이었는데 이렇게 하준 생도님이 저를 고용해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측은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다란 멘트였다.
하준은 잠시 저 말이 거짓말인지 고민하다 그냥 생각을 그만뒀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애초에 할 필요가 없는 고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준은 직원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예. 그냥 길만 잘 알면 상관없으니까요.”
“아, 예. 그럼 몸조심하세요.”
직원의 인사를 받으며 하준은 던전 입구로 들어섰다.
* * *
던전 안은 축축하며 서늘한 공기가 감도는 동굴 형태의 던전이었다.
물론 동굴이라고 하기에는 공동 수준의 큰 넓이를 자랑하지만 말이다.
나는 박철호의 뒤를 따르며 던전 주위를 구경하는 느낌으로 둘러보기 시작했다.
곧이어 길을 안내하는 박철호가 쉴 새 없이 떠들기 시작했다.
“아이고 생도라고 하니 옛날 생각이 다 나네요. 저도 한때는 로키아 아카데미에 들어가고 싶어서 입학시험을 지원했는데··········.”
박철호라는 남자는 생각보다 말이 많은 남자였다.
물론 나는 한 귀로 흘리고 무시했지만, 일단 길을 안내하면서도 쉴 새 없이 입을 놀리니 제대로 안내하는 게 맞나 의심이 들었다.
-키이이익!
-아우~!!
그렇게 10분을 걸으니 3마리의 마수 나타났다.
하준은 곧바로 시간 정지를 발동했다.
일단 마하라즈로 가볍게 마수 대가리를 10대씩 후려친 뒤, 정지를 풀었다.
푸확! 파삭!!
연이어 터져나가는 마수의 머리.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박철호는 박수와 함께 감탄하기 시작했다.
“와··········, 역시 아카데미의 생도님이라 그런지 믿음직하네요.”
그 말과 함께 힐끔힐끔 마하라즈를 바라보는 박철호.
“저기 혹시··········그 보구 등급이 레전더리인가요?”
“예. 그런데요?”
“아이고 아닙니다. 그게 레전더리 보구라는 게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그럼 일단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금방 마수를 해체하고 출발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박철호는 마수를 해체하기 위해 시체를 향했지만 가는 와중에도 힐끔힐끔 마하라즈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하준은 근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고 그렇게 박철호의 마수 해체가 끝나면 다시 발걸음을 옮기며 같은 작업을 반복해나갔다.
그렇게 30분이 흘렀을 때.
하준의 미간이 서서히 좁혀지기 시작했다.
‘왜 앞으로 갈수록 마수가 늘어나는 거 같지?’
던전에 나오는 마수의 부산물 전부를 보수로 준다는 계약 때문인가?
혹시 일부러 마수가 많은 쪽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났을 때, 하준은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멀었어요?”
“아이고 조금만 더 가시면 도착입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심 확신했다.
박철호는 일부러 마수가 많이 나오는 방향으로 안내하고 있다는 걸.
그럼에도 넓은 아량을 가지고 이해해주기로 했다.
왜냐고?
혼자 찾는 거보다 그의 안내를 받는 게 더 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 넓은 곳을 언제 다 돌아다녀··········.’
솔직히 혼자서 찾는다면 빨라도 하루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물론 시간 정지를 하면 애초에 걸리는 시간은 없지만 그래도 몸이 힘들지 않은가.
그냥 박철호의 안내를 받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알겠으니까 빨리 가죠.”
“어이구! 맡겨주십쇼!”
그렇게 다시 박철호의 안내를 받으며 마수를 잡고 나아가기 반복하며 한 시간이 흘렀을 때.
하준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저기요. 아직 멀었-”
“아! 저기! 저깁니다 분명!”
그가 가리키는 곳은 커다란 바위가 널린 넓은 공터였다.
그는 그 공터를 보자마자 흥분하며 그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준 또한 그를 따라 그 공터를 향해 달렸고 공터에 도착한 박철호는 갑작스럽게 우뚝- 멈춰 서며 왠지 모를 비릿한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크흐흐흐! 나와라 이놈들아!”
박철호의 고성과 함께 바위 뒤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 명은 하준의 주위를 에워싸며 갈고리가 달린 기다란 밧줄을 들고 포박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몇 명은 그런 하준의 머리에 정확히 총을 겨누며 움직임을 봉쇄했다.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로 주변의 마력을 잠시 동안 차단하는 마력 차단기를 하준의 주위에 설치하며 완벽한 준비를 끝마쳤다.
“크흐흐! 마력도 차단됐으니 그 기이한 기술도 못 쓰겠지! 미안하지만 식구가 많아서 말이야. 너는 여기서 죽어줘야겠다. 내친김에 그 망치도 내놓고 말이야.”
그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바짓가랑이 사이로 작은 단검 하나를 꺼내 들기 시작했다.
“너 같은 병신들 덕분에 두둑하게 버는구나! 아무리 아카데미의 생도라도 마력 없이는 보구의 특성도 사용 못 하겠지!”
마지막으로 박철호는 단도의 끝날로 하준을 가리키며 호쾌하게 소리쳤다.
“크하하하! 죽여라! 오늘 한 번 거하게 벌어보자꾸나!”
잠시 후.
“하준님을 만났기에 저는 진정한 마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자비롭고 아름다우며 찬란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지신 하준님을 만나기 위해 오늘 이곳에 온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준님을 만났기에 저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부디 자비로운 마음으로 이번 일에 관해 한 번만 봐주시길.”
하준의 주위에는 바닥에 머리를 처박은 도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 일부는 팔과 다리가 기형적으로 꺾여 있었으며 몇 명은 기절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삼키며 입안에서 피를 토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본 박철호는 꿀꺽 마른 침을 삼키며 연이어 자신의 개심을 알렸다.
하준은 그런 박철호를 향해 무심한 눈으로 훑어보다 서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잘못 가면 뒤진다.”
“아, 예, 예! 물론이고 말고요.”
하··········, 솔직히 섞은 사과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시간이 걸릴 줄은 몰랐다.
이왕 덮칠 거면 빨리 덮치지 더럽게 시간을 끌고 지랄이야.
“안내해.”
“아이고, 그럼요.”
그렇게 다시 녀석의 안내를 받으며 걷기를 몇 분 뒤.
그제야 하준이 원하는 브이자 바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기··········그럼 저는 꿰엑!”
캉! 풀썩-
그대로 머리가 땅에 처박힌 박철호를 내버려두고 하준은 브이자 바위를 향해 다가갔다.
바위 생김새를 유심히 살펴보니 분명 그 게임 속에서 보았던 바위가 확실했다.
“맞나 보네. 그럼··········.”
곧이어 하준은 곧바로 망치를 꽉 쥐며 시간 정지를 발동했다.
게임에서 보았던 이스터에그가 있는 브이자 바위는 다른 바위들과 달리 공격이 가능하여 부서지는 바위였다.
물론 로아영을 플레이한 유저라면 전부 알고 있는 유명한 이스터에그지만 이 이스터에그를 사용하면 게임의 재미가 반감되니 사용하는 유저는 일부의 뉴비들 밖에 없었다.
물론 게임이 현실이 된 이 세상에서는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쾅!!
하준은 시간 정지를 한 상태에서 여러 번 내리친 뒤 정지를 풀었다.
쿠쿠쿠쿵 흔들리던 바위는 중첩된 힘에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위가 부서지는 동시에 부서지는 바위 사이로 눈 부신 빛이 주변을 밝히기 시작했다.
빛은 더욱 크기를 키워 공동 전체를 비추었고 어느 순간 모든 빛이 갑작스럽게 바위의 중심으로 몰려들며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역시··········.’
하준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게임 개발자가 만든········어쩌면 시간 정지와 맞먹을 수준의 보구.
“드디어 찾았네.”
[무감의 팔찌]등급 : ???
특성 : ???
설명 : ???
이스터에그 무감의 팔찌였다.
* * *
띵!
띵!
띵!
[메인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던전을 빠져나오십시오.
보상 : 1000P
[메인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팔찌를 파괴하십시오.
보상 : 1000P
연이어 떠오르는 메인 퀘스트창.
팔찌가 등장한 순간 시스템이 반응하고 있었다.
그 말은 곧 이 팔찌가 시스템의 강제력을 위협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 보구라는 뜻이다.
“하하하!”
나는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 가슴이 벅찬 통쾌함을 느끼며 팔찌를 향해 손을 뻗었다.
시스템이 반응했다.
그 전지전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시스템이 이 팔찌에 반응한 것이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 잘 이해가 되기에 벅차오르는 감정을 다스리기 힘들었다.
나는 곧바로 손을 뻗어 금색의 빛을 뿜어내는 팔찌를 손에 찼다.
그리고 말했다.
“좆까라.”
그 순간.
사아아아아――――――!
하준의 몸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흘러나와 몸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고통을 모아온 듯한 기분 나쁜 고통의 기운.
저런 기운 자체를 맨몸으로 그리고 맨정신으로 받아내는 하준은 분명 웃고 있었다.
“하하하!”
통하고 있었다.
강제력이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시스템의 강제력이 고작 하나의 보구로 인해 막히고 있었다.
기운 자체의 사나움이 하준의 몸을 감싸며 날뛰고 있었지만 하준은 여유로웠다.
고통 자체가 느껴지지 않았다.
몸으로 침투하려는 고통이 전부 팔찌 하나가 막아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능해!’
곧이어 하준은 환희에 젖은 눈동자로 감격하기 시작했다.
시스템의 강제력이 서서히 사그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강제력이 서서히 사라지고 흩어졌을 때.
“됐다! 됐어!!”
성공했다!
드디어 시스템의 억제에 벗어나 자유를 손에 넣은 것이다!
25년의 삶 중 지금만큼의 카타르시스를 느껴본 적이 있을까?
나는 맛탱이가 간 시스템 창을·········?
“응? 이거 왜 이래?”
순간 하준은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살펴봤다.
시스템 창 이곳저곳이 갈라지며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기이이이이이잉!
시스템 창이 기이한 울음소리와 함께 발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팡―――!
곧이어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굉장히 위험해 보이는 붉은색의 퀘스트 창 하나가 떠올랐다.
퀘스트의 내용은 메인.
그것도 보상 항목에 있어야 할 보상은 없고 실패라는 글자가 적혀진 붉은색의 퀘스트.
[메인 퀘스트]퀘스트 가능 캐릭터 : 김하준(리베르 라필턴 필 에르만)
설명 : 로키아 아카데미를 동료들과 함께 무사히 졸업하십시오
● 한시영 (보류)
● 안나 엘리자베스 하르텔 (보류)
● 하르나 루엘 (보류)
● 리암 마르텔 (보류)
실패 : 사망
그것을 본 순간.
‘시발··········.’
하준은 좆됐다는 것을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