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174)
제174화
#173
“놈이 모습을 드러냈군.”
정적이 가득한 협회장실.
영웅 협회 협회장 김정용은 고요히 번져 나가는 거대한 마력의 파장에 인상을 찌푸렸다.
가공할 마력의 힘이었다.
기운이라 불리는 마력에 ‘살기’를 실을 정도로 놈의 힘은 강대해졌으니.
과거에도 S급이라 불리는 무력의 화신이 더욱 성장하여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초인의 한계를 뛰어넘은 듯한 힘.
‘해수와는 다른 의미로 위험하군…….’
당시 등장한 해수가 순수한 힘의 집약체라면.
카르톤, 지금의 그자는 단련으로 초인의 경지를 아득히 벗어난 존재였다.
말 그대로 극단적으로 초인의 힘을 성장시킨 인간.
아마 지금의 놈은 현재 대영웅들과 맞먹을 정도로 힘을 성장시켰을 것이다.
똑- 똑-
그때 협회장실의 노크 소리가 들려오며 한 요원이 협회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모든 영웅과 요원의 출동 준비를 마쳤습니다.”
“……하준 생도님은 어디에 계시나?”
“죄송합니다. 지금 행방이 묘연하셔서…….”
그 말에 김정용은 잠시 고요히 창문 너머를 바라보다 가라앉은 어조로 입을 열 뿐이었다.
“그런가……. 하준 생도님 또한 생각이 있으시겠지. 일단 시민의 대피를 우선시하게.”
지금의 상황으로는 섣불리 놈을 건들 수 없었다.
테러를 저지르지도 않았으며 그저 자신의 존재를 알릴 뿐이었으니.
오히려 섣불리 대처한다면 더욱 위험한 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
저렇게 대놓고 마력을 뿜어내는 이유는 아마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이유밖에 없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협회장의 말에 정중히 고개를 끄덕인 요원은 곧바로 어딘가로 연락하기 시작했다.
김정용은 가라앉은 얼굴로 이 상황을 막아낼 소년을 생각할 뿐이었다.
그때였다.
후우웅!!
“?!”
김정용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카르톤, 그자가 내뿜는 마력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마력의 파장.
그것이 한순간에 김정용의 몸을 훑고 지나가더니 더 나아가 이 지역 전체에 번져 나간 것이다.
곧이어 마력이 퍼진 순간.
“…….”
한순간에 사라진 카르톤의 마력.
김정용은 이 마력의 주인이 누군지 알 거 같기에 오히려 한숨 놓았다는 안심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오셨군요…….”
이러한 마력의 파장을 느끼며 하준이 드디어 움직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김정용이었다. 김정용은 급하게 옆에 서 있던 요원에게 입을 열었다.
“현장의 요원의 수는?”
“총 36명의 요원이 카르톤을 중심으로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원형으로 둘러싸 대기 중입니다.”
“말려들 수 있으니까 현장과 조금 더 떨어진 거리에서 대기하라 하게.”
“알겠습니다.”
요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급하게 현장을 향해 연락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다 했다.
적어도 그의 전투에 방해되는 것은 없겠지.
그때였다.
“……?!”
순간 김정용의 등 뒤에서 어떠한 마력의 기운이 느껴지며 하나의 게이트가 열렸다.
그 게이트를 통해 익숙한 얼굴의 소녀가 또각또각 발소리를 내며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 소녀를 본 순간 김정용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이곳에 올 이유가 없는 인물이었으니.
“리엘라 하니스 님!?”
신수사 리엘라 하니스.
그녀가 뒷짐을 쥔 채 김정용을 향해 다가온 것이다.
“여긴 어쩐 일로……?”
“흠…….”
그 물음에 리엘라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녀는 피곤한 얼굴로 김정용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카르톤, 그놈이 있는 현장에 대기하고 있는 요원이 있을 거다. 그치?”
“예, 그렇긴 합니다만…….”
“한 소녀가 거길 통과할 거야. 그냥 보내 줘라.”
그 말에 김정용의 눈동자가 크게 떠지며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한 소녀라는 말에 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할 지경이었다.
“대체 누가…… 아니, 아무리 대영웅님의 부탁이라도 그건 안 됩니다.”
“안나 엘리자베스 하르텔.”
그 말에 김정용의 눈동자가 다시 한 번 크게 떠지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너도 그 아이의 사정은 잘 알고 있지 않나.”
“…….”
그 말에 무어라 대답할 수 없던 김정용이었다.
확실히 그 소녀의 사정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영웅이 되기 위해 이 머나먼 한국까지 유학을 온 이유도.
“교육자로서 이런 선택을 하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러한 사정을 가진 아이들을 많이 봐 왔지.”
“…….”
“아마 그 아이를 막았으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을 거다.”
“리엘라 영웅님…….”
“그래, 나도 알고 있다. 솔직히 이 선택이 옳은 건지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김하준 그놈이 허락했다더군.”
“하준 생도님이 말입니까?”
“그래, 그놈이 허락했으니 알아서 하겠지.”
그 말과 함께 리엘라는 씁쓸한 미소를 짓곤 김정용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적어도 현자의 힘을 물려받은 아이야. 김하준 그놈 때문에 묻힌 감이 있지만, 만만히 볼 아이가 아니지. 그냥 믿어 보는 수밖에.”
“…….”
그 말에 김정용은 잠시 사색에 잠긴 표정을 짓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알겠습니다.”
* * *
“……어이가 없네.”
하준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설마 도망친 건가?”
마력을 내뿜는 순간 놈의 마력이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하준의 마력이 놈을 집어삼킨 것이 아니라 단순히 놈이 마력을 거두었을 뿐이었다.
-그건 아닐 겁니다.
그때 필라텐이 말했다.
그녀가 확신하며 대답했다.
-놈은 아직 이곳에서 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적어도 도망을 가지 않았다는 건 알겠다.
그럼 마력을 거둔 건 내가 이곳에 있다는 걸 알았으니 굳이 뿜어낼 이유가 없어서 거둔 거뿐인가?
“그러냐?”
어찌 됐든 놈이 도망가지 않았으니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준은 여유롭게 건물로 내려와 놈이 있을 장소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그 모습에 필라텐이 의아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급하게 안 가 보셔도 되겠습니까?
“그놈이 도망치지 않는 이상 급하게 갈 필요는 없잖아.”
그 말에 필라텐은 하준의 마음을 이해했다는 듯 수긍할 뿐이었다.
‘그렇군요…….’
왕께서는 지금 그를 상대로 보고 있지 않다.
아니, 반대로.
-그 소녀에게 기회를 주시려는 거군요.
그 말에 하준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필라텐은 그것이 대답 없는 긍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소녀가 그자를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겁니까?
그저 순수한 의미로 호기심이 들어 질문한 필라텐이었다.
물론 그러한 질문에 하준은 애매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글쎄다.”
하준으로서 안나가 카르톤을 쓰러트릴 수 있을지 혹은 없을지 당연하지만 알 리가 없었다. 놈의 힘은 지금보다 강대해졌으며 그것과 더불어 안나 또한 현자의 힘을 일찍이 각성했으니 말이다.
다만, 오직 한 가지 목표만을 위해 영웅이 되기를 꿈꿔 왔고 강해지기를 위해 노력한 소녀의 꿈을 허무하게 부숴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자신이 너무도 손쉽게 목표를 부숴 버리면 이후에 벌어질 일은 예상이 불가능하니 말이다.
그러니 하준은 안나가 납득할 때까지 맡겨 둘 생각이었다.
적어도 손쉽게 당할 소녀가 아닐 테니 말이다.
* * *
주변의 고층 빌딩이 길게 세워진 거리의 중심.
그곳 도로의 중심에 한 남자가 있었다.
과거 영국 왕실을 습격한 사상 최악의 빌런, S급 빌런 카르톤.
그는 고요히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얼굴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가…….”
그의 입에서 가라앉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방금 전 자신의 몸을 훑고 지나간 마력의 파장을 느끼고 있었다.
거대하며 자신의 마력과 너무도 큰 격차를 자랑하는 마력.
이 마력의 주인이 누군지 알고 있기에 그의 얼굴에 초연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너무도 아득하구나.’
눈을 잃고 다른 감각이 발달된 그로서는 사무치게 깨달을 수밖에 없는 사실.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수준으로 그는 이미 올려다봐도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졌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렇기에 카르톤은 지금의 현실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이 내 마지막이 되겠군.”
놈과의 싸움에서 자신의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
그럼에도 카르톤은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입꼬리가 점차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도망치지 않겠다.”
두 번의 도망침은 없다.
도망칠 바에는 차라리 장렬히 죽음을 맞이하리라.
카르톤은 두 팔을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가공할 마력이 카르톤의 온몸을 맴돌기 시작했다.
쿠쿠쿠쿵!!!
곧이어 크게 위로 들어 올린 두 팔을 한순간에 휘둘러 바닥에 내리찍은 카르톤이었다. 그 순간 가공할 위력의 파장이 주변을 휩쓸며 주위의 고층 빌딩의 유리가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중심으로 직경 30미터 크기의 거대한 구덩이가 파이기 시작했다.
주변의 모든 것을 휩쓸고 전투에 방해되는 모든 것을 치워 버린, 마치 전투만을 위한 넓은 홀 크기의 구덩이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이곳을 자신의 마지막이 될 장소로 정했다.
그리고 오래도록 기다린 자신의 마지막 사투가 될 장소로.
“자리는 마련했다.”
이제 그놈이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하나, 그 전에.’
카르톤의 시선이 어느 한 곳을 향했다.
백금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푸른색의 마력을 뿜어내는 소녀.
보이지 않으나 느낄 수 있었다.
그 강대한 마력이 어떠한 마력인지.
“안나 엘리자베스 하르텔.”
그의 시선이 안나를 향했다.
* * *
카르톤과 안나를 중심으로 거대한 마법진이 바닥에 새겨졌다.
바닥에 새겨진 마법진들 사이로 수많은 쇠사슬들이 솟아올라 카르톤의 온몸을 구속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쩌저적- 하는 굉음과 함께 하늘에서 거대한 뇌운이 나타났다.
안나가 구현한 대마법 ‘뇌전’이었다.
그러한 뇌운에서 가공할 파괴력이 담긴 뇌전이 카르톤을 향해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카르톤은 고요히 가만히 서 있는 상태로 온전히 그녀의 대마법을 맞아 주었다.
파지직!!!
한순간 시야를 검게 물들인 뇌전이 내리쳤다.
그것이 카르톤이 서 있던 중심의 바닥을 검게 태웠으며 카르톤의 몸에서 옅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카르톤의 몸은 멀쩡했다.
카르톤의 몸에 아주 조금의 흠집도 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카르톤의 몸이 한순간에 부풀어 올랐다.
그의 몸을 구속하던 쇠사슬들이 한순간에 쩌저적- 굉음을 울리며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게 안나가 구현한 쇠사슬 마법을 푼 카르톤은 고요히 안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역시 너는 내 인생 최대의 불찰이다.”
그러한 말을 하는 카르톤의 표정에는 투기가 없었다.
의욕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도 안나는 고요히 담담한 표정을 한 채 카르톤을 노려볼 뿐이었다.
그가 왜 그러한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마법으로는 나를 죽이지 못한다. 지금까지 보아 온 마법사들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것이 현자라 하여도 마찬가지겠지.”
그날 사건의 계기로 자신이 각성시킨 소녀.
그것도 단순한 마법이 아닌 현자의 힘을 각성시킨 소녀는 제 인생에서 최대의 불찰이었다.
단순한 마법사도 아닌 현자의 힘을 각성시켰기에 성가시며 그렇다고 자신을 죽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존재도 아니기에.
카르톤은 원했다.
자신의 투지를 흥분시킬 상대를.
죽음과 맞먹는 사투를 벌일 상대를.
그러나 그것은 안나가 아니었다.
카르톤은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안나를 향해 단언했다.
“너는 나를 죽이지 못한다.”
고작 마력으로 일으키는 이능으로는 자신을 죽이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그때였다.
순간 안나의 몸에서 마력의 기운이 솟아올랐다.
동시에 안나를 중심으로 펼쳐진 거대한 마법진.
그것이 어떠한 형체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
그러한 마력의 기운을 느낀 카르톤이 순간 뒤로 크게 뛰어올라 안나의 마법진 범위에서 벗어났다.
본능적으로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위협한 무언가에 카르톤은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마법 따위로 자신에게 위협을 느끼게 한 무언가.
그것이 단순한 마법이 아니라는 것을 그가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어디 이것도 한번 막아 봐.”
순간 안나의 말과 함께 카르톤을 향해 무수하고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나의 거대한 손이었다.
안나의 등 뒤로 펼쳐진 거대한 거인.
수백의 팔이 달린 거대한 거인의 손들이 카르톤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