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Time Stop Player RAW novel - Chapter (74)
ⓒ 애모르
월요일 첫 훈련은 간단한 체력 훈련으로 시작됐다.
아니, 일단 그냥 눈으로 봤을 때 그저 간단한 체력 훈련이 아닌 거 같지만.
그 수부터 괴랄했다.
윗몸 300, 팔굽혀펴기 200 그 외에 등등.
여튼 이 모든 단련이 운동장 20바퀴를 돈 이후에 시작된 단련이었다.
“모두! 자세를 유지한 채 똑바로 뛰어!”
참고로 조원 배분은 랜덤으로 배분돼 나는 한시영의 조에 속하게 됐다.
그렇기에 한시영의 뒤에서 나란히 열을 맞추고 달리고 있는데 한시영의 속도가 참 더럽게 빨랐다.
원래 조장이 페이스 조절을 하며 달려야 조원이 편한데 말이지.
물론 나하고 상관은 없지만.
“이것도 나름 편하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하준은 느긋하게 하기로 했다.
힘들면 시간 정지를 하고 다시 뛰고 힘들면 다시 시간 정지를 하고 다시 뛰고.
그렇게 반복하며 무난하게 체력 훈련을 넘어갔다.
물론 그렇다고 근육통이 안 생기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시간이 지나 윗몸을 하고 있을 때.
“아··········, 언제 끝나냐.”
하준이 매트에 드러누워 그대로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이렇게 평화롭게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하준이 이번 에피소드에 억지로 참여한 이유는 당연히 페널티 때문이었다.
일단 지금까지 그 난리를 쳐도 페널티가 도통 나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하준은 조금 곰곰이 생각했다.
이번 에피소드에 일어날 일들을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크게 일어날 일들은 없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전과 같이 빌런의 습격이나 뭐 이런 에피소드는 일어나지 않는다. 단순히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 있는 이벤트 같은 공동 에피소드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스쳐 가는 기억 중 한 가지.
예외인 상황이 하나 있었다.
하준의 시선이 한시영을 향했다.
‘아마 이 근방이었나?’
하준의 기억상 오늘 밤 갑작스럽게 한시영이 이 전지훈련소를 뛰쳐나와 어딘가로 향한 장면을 기억한다.
이유는 헤르메스 길드에서 한시영에게 검왕의 흔적을 찾았다는 연락을 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것 외에는 딱히 크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 흔적을 확인만 하고 한시영은 다시 무사히 훈련소로 돌아오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있다면 페널티였다.
만약 하준의 예상이 맞다면 페널티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분명 한시영과 연관된 상황일 테니 말이다.
이번 에피소드에 한시영 외에 크게 눈에 띄는 행동을 할 애는 없었으니.
‘하··········.’
귀찮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겠지?
하준은 다시 시간 정지를 풀고 윗몸 일으키기를 하며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를 기다렸다.
* * *
훈련이 끝난 오후 8시.
아이들에게 자유 시간이 주어졌을 때였다.
한시영은 조용히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와 사진을 확인했다.
그 담담한 표정 속에는 의외로 복잡함이 어려있었다.
한시영은 조용히 주머니에 폰을 넣고 그대로 기숙사를 나와 고요하게 우는 벌레들의 울음소리와 한적한 바람이 부는 어두운 숲 속을 바라봤다.
후웅!
동시에 한시영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으나 마치 공기를 밟는 듯 조용했다.
탁! 후웅!
그렇게 훈련소 철장을 넘어 어두운 숲으로 들어간 한시영.
그는 빠르게 나무 위를 넘나들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30분 정도 지났을 때.
한시영이 도착한 곳은 어느 암벽 밑에 뚫린 동굴이었다.
한시영은 잠시 그 동굴을 멍하니 바라보다 눈매를 매섭게 좁히기 시작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본 다음 수풀 사이에 숨은 누군가를 향해 말을 걸었다.
“나와라.”
“··········.”
푸스슥-
그 말과 동시에 수풀 사이로 나온 소년.
소년을 보자 한시영의 눈매가 의외라는 듯 똥그래진다.
한시영은 그 소년을 바라보며 물었다.
“김하준? 네가 왜··········.”
“조장이라는 놈이 탈영하길래 따라나왔는데?”
“··········.”
그 말에 한시영은 아무 말 없이 하준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동굴을 바라보는 한시영.
한시영이 말을 이었다.
“잠시 확인만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여기에 뭐가 있는데?”
“스승님이 계셨던 흔적. 잠시만 확인만 하고 다시 돌아가겠다.”
“하··········, 그래. 알겠다.”
물론 하준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굳이 들어가 보지 않아도 이곳에 이미 검왕이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헛수고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별수 있나?
일단 검왕과 관련된 일이니 한시영의 고집을 끊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한시영은 다시 고개를 돌려 동굴을 바라보고는 동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한시영을 바라보며 하준은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대로 한시영을 뒤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
동굴 내부의 길은 단순히 길 하나가 전부였지만 생각보다 깊었다.
한시영과 하준은 그 쭉 이어진 길을 걸었고 어느 순간 한시영의 미간이 서서히 좁혔다. 길을 나아갈수록 피 냄새가 짙어졌기 때문이었다.
피 냄새 때문인지 한시영의 발걸음이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쭉 이어진 하나의 길을 지나 도착한 곳은 원형으로 이루어진 넓은 공동이었다.
그리고 그 넓은 공동의 광경을 본 순간.
한시영의 눈동자가 당황스럽게 크게 떨려왔다.
“··········.”
공동의 광경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사방의 벽에는 누군가의 피가 튀어있었으며 벽에는 검으로 인해 베어진 흔적들과 무언가 충격으로 구덩이가 파여진 흔적.
말 그대로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한시영은 굳은 얼굴로 공동 전체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한시영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복잡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
세간에서는 이미 승하(昇遐)했다고 알려진 검왕.
그러나 하준은 현재 검왕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론 한시영 또한 알고 있기에 검왕의 흔적을 찾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한시영은 다시 조금의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검왕과 관련된 흔적은 그저 사방에 보이는 전투의 흔적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한시영을 보고 답답함을 느낀 하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냐?”
“··········조금만 더 확인해보고 가겠다.”
“아니, 네 마음은 알겠는데 설마 저 피가 그 검왕의 피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
그의 시선이 다시 사방의 벽에 묻은 피를 향했다.
피는 이미 검게 굳어 오래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하준의 말에 한시영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어차피 여기 있어봤자 뭐가 계속 나오는 건 아니잖아.”
“··········.”
“돌아가자.”
그 말에 한시영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전투의 흔적을 봤을 때 스승님의 피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피가 묻어진 곳곳에는 스승님의 검격 또한 있었으니.
적어도 누군가와 전투를 치렀다면 그 상대를 압도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한시영이 말했다.
“알겠다.”
그 말과 함께 천천히 뒤돌아서 원래 갔던 길을 되돌아가려고 했을 때.
그때였다.
이번에는 하준이 발걸음을 멈춘 것은.
“··········응?”
“··········?”
하준의 눈동자가 똥그래졌다.
그런 하준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한시영.
하준은 자신의 눈앞에 갑작스럽게 떠오른 시스템 창을 바라봤다.
곧이어.
터벅- 터벅-
하준과 한시영이 왔었던 입구 쪽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발소리는 점차 공동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발소리가 멎었을 때 한 남자가 공터의 유일한 출구를 막은 채 서 있었다.
검은 망토와 후드를 뒤집어써 얼굴을 가린 남자.
남자가 말했다.
“··········검왕은 이미 떠난 건가.”
남자가 등장한 순간, 한시영은 곧바로 자신의 몸에 마력을 둘렀다.
곧이어 남자의 포악한 마력이 새어 나와 하준과 한시영을 향해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하준과 한시영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둘러본 남자의 눈동자가 하준과 한시영을 향했다.
남자가 물었다.
“그럼··········묻겠다. 네놈들은 누구냐.”
동시에 한시영은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남자가 하준과 한시영을 바라본 순간, 남자의 몸에서 흘러나온 포악한 마력이 더욱 사납게 공간을 휘몰아치며 한시영이 몸을 보호하고 있던 마력을 뚫은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하준의 표정은 담담했다.
이 공간 전체에 휘몰아치는 마력 안에서도 언뜻 온화하다고 해야 하나 혼자만 딴 세상에 있는 표정이었다.
남자는 그런 소년을 바라보다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까보다 더한 마력을 뿜어내며 다시 경고하듯 입을 열었다.
“물었다. 너희는 누구-”
캉!! 콰쾅―――――!!!
그때였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머리에 거대한 충격이 전해지며 땅에 처박힌 것은.
그리고 연이어 이어지는 충격.
쾅―――――!!! 쾅―――――!!! 쾅―――――!!!
충격으로 인해 남자의 머리가 더욱 땅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한방 한방 맞을 때마다 머리가 땅에 처박힌 남자는 크윽! 크윽! 신음을 흘렸고 그럼에도 끝도 없이 충격은 이어졌다.
주위에는 충격으로 거대한 먼지가 솟아났고 마지막으로 한 방 더 쾅!!! 소리가 나며 남자의 크악! 하는 마지막 신음과 함께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피어오른 흙먼지가 공동 전체를 가렸기에 한시영은 방금 무슨 상황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지나자 흙먼지가 개이고 남자의 등 뒤에서 황금색 망치를 들고 서 있는 하준이 보였다.
하준의 표정은 사납게 구겨진 아니, 마치 짜증이 난 표정이었다.
하준은 휙- 고개를 돌려 한시영을 바라보고는 짜증스럽게 투덜거렸다.
“네가 너 때문에 이런 고생을 해야 하냐?”
“··········.”
바로 눈앞에 자신의 망치로 인해 지면에 얼굴이 꽂혀 쓰러진 남자.
하준은 이 남자를 알고 있었다.
빌런 연합의 S급 빌런.
마탑에서 금지 한 대마법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
그저 그 대마법 하나를 사용할 수 있기에 한국 영웅 협회에서는 이 남자를 S급 빌런으로 규정했다.
일명 한국의 빌런명 ‘파괴자’라 불리는 대마법사.
일단 이 공동에서 검왕과 전투를 벌인 놈은 이놈이었다.
원래라면 이 공동에 이놈이 다시 등장할 일은 없을 텐데 아무래도 페널티로 탓에 이곳에 다시 나타난 모양이었다.
여튼 그것보다 하준이 짜증나는 점은 이놈은 굳이 쓰러트릴 필요가 없는 놈이었다.
후에 일어날 에피소드에서 어차피 검왕의 손에 죽게 될 녀석이었으니 말이다.
“거참 성가시게 하네.”
하준은 다시 망치를 쥐고 놈을 향해 내리칠 준비를 했다.
일단 망치로 내려쳤을 때 안 거지만 놈이 몸에 보호막을 두르고 있었기에 망치의 충격을 어느 정도 버텼을 테니 말이다.
그때였다.
콰아아앙―――――!!!
놈의 몸 주위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난 것은.
이 짧은 시간 안에 놈이 무슨 마법을 발동한 것이었다.
곧이어 놈의 불기둥이 그대로 공동의 천장을 뚫고 커다란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이어서 놈은 불기둥 속에서 하늘로 치솟았고 그대로 쿨럭- 고통스럽게 피를 토하며 불기둥으로 뚫은 구멍을 통해 이 공동에 탈출하기 시작했다.
“··········염병하네.”
하준은 곧바로 시간 정지를 발동했다.
그대로 한시영을 내버려둔 채 동굴을 나왔고 놈이 어두운 밤하늘 위에 그대로 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준은 놈을 향해 다가가 시간 정지를 풀었다.
그대로 놈을 올려다봤고 하준을 발견한 놈이 허공에서 하준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군··········, 설마 네놈이 그 이레귤러였을 줄이야··········쿨럭!”
그 말을 하면서 입에서 피를 토하는 파괴자.
그래도 데미지가 조금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럼에도 하준은 그런 놈을 올려다보며 성가시듯 혀를 찼다.
아까 바닥에 대가리가 꽂혀 있을 때 끝내야 했는데··········, 방심한 탓에 하늘 위에 떠오른 놈을 하준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놈이 하늘 위에서 무언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곧이어 놈의 앞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났고 그의 몸에서 피어오른 마력이 전부 그 마법진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준은 놈이 뭘 하려는 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때였다.
쿠쿠쿠쿠쿵――――――!!
지면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하늘 위의 구름을 드러내고 직경 30미터 정도 되는 불을 뿜는 거대한 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탑에서 금지한 ‘별의 파괴’라고 불리는 대마법 중 하나.
일명 ‘메테오’라 불리는 대마법이 발현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