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ademy’s Weakest Became A Demon-Limited Hunter RAW novel - Chapter (3)
각 임시 반에서 학생들이 나와 일렬로 정렬했다. 그들은 사람이 없는 방향으로 마력 측정기를 꽉 쥐고 마나를 흘려보냈다.
모두 각자의 속성에 맞는 원소 마법의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기운은 ‘마나 잔흔’을 남긴다. 어떤 원소 속성의 마법이 사용되었다는 증거다.
이 마력 측정에는 숨겨진 평가 요소가 있다. 바로 ‘마력 제어 능력’이다. 마력을 흘려보내면 마법의 흔적이 튀어나오기 쉽다. 특히나 마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더욱.
즉, 마력량 측정 결과 높은 등급이 나왔는데 마법의 기운이 나오지 않았다면?
마력 제어 능력에서 아주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이고, 이는 반 배정 평가 때 가산점으로 들어가게 된다.
첫 번째 순서 학생들의 마력 측정이 끝났다.
페르난도 교수는 염동 마법을 써서 마력 측정기들을 공중에 띄워 일렬로 나열하고는, 각각의 등급을 읽어갔다.
“···임시 3반. 1번, C-급. 2번, C+급. 3번, C-급. 4번, C+급. 5번, C급.”
이 녀석들에겐 그 어떤 가산점도 없을 것이다. 저 정도 마력량으로 마법의 기운이 튀어나왔으니.
“다음!”
계속해서 마력량 측정이 진행되었다.
그러던 중.
화아아아악─!
“어이쿠, 이런. 내 강, 대, 한 마나를 차마 주체하지 못했는가···.”
허영심 많은 귀족, 트리스탄 험프레이가 강한 바람 마법을 구사하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감 넘치는 얼굴. 말하는 건 꼭 연극 대사 같았다.
바람의 여파로 교수와 학생들의 머리칼과 교복이 마구 흔들렸다. 몇몇 여학생들이 투덜대며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다듬었다. 반면에 페르난도 교수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트리스탄 험프레이의 마력은 B-급. 마법학부 학생들 중 상위권이다. 괜한 허세는 아닌 것이다.
물론 마력 제어 능력은 마이너스 점수겠지만.
초반 빌런이 될 예정인 마테오 조르다나도 마찬가지로 B-급이 나왔다. 바위 원소의 기운이 조금 튀어나왔으나, 저 정도면 가산점을 받을 만했다.
다음은 수석, 루체 엘타니아와 차석, 카야 아스트레앙의 차례.
귀티가 넘쳐 흐르는 두 여학생의 등장에 좌중이 급격히 조용해졌다. 공기마저 무겁게 느껴질 정도. 학생들의 이목이 온전히 그녀들에게로 쏠린 까닭이었다.
“오우.”
절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루체의 실물이 몹시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비단처럼 고운 로즈골드색 머리칼 양옆엔 널찍한 끈이 흘러내리듯 장식되어 있었다. 검은 테두리 안에 푸른빛깔이 내비치는 몰포나비 디자인의 머리끈이었다.
바다를 담은 듯한 푸른 눈은 맑고 청아했으며, 곱상한 피부와 단아한 얼굴엔 청순미가 어려 있었다.
루체를 바라보며 레벨을 보고 싶다는 의지를 품자, 시스템 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 루체 엘타니아 ]Lv : 110
종족 : 인간
속성 : 물, 번개
위험도 : X
레벨 110. 신입생들 중에선 가히 압도적이다.
루체는 내가 >메르헨의 마법 기사>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캐릭터다. 공식 히로인 중 한 명이며, 며칠 뒤에 있을 반 배정 평가에서 주인공 이안과 엮일 예정이다.
차석인 카야 아스트레앙도 아름답긴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미안하다. 난 카야보단 루체 파라서···.
물론 내 마음속 최애캐, 도로시 하트노바가 있었다면 얘기는 달라졌겠지만···!
···헛소린 집어치우자.
루체와 카야는 다른 학생들처럼 마력 측정기를 쥐고 앞으로 쭉 뻗었다.
다른 학생들에게선 원소 마법의 기운이 튀어나오는 반면.
두 여학생은 그저 평온했다.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팔을 내리는 루체와 카야.
숨겨진 채점 요소를 모르는 학생들은 당연히 마법의 기운이 나와야 되는 줄 알고 당황하고 있었다.
저 정도면 마력 제어 능력은 만점을 받았을 것이다.
페르난도 교수는 염동 마법으로 학생들이 들고 있는 마력 측정기를 가져갔다.
“수석과 차석이니 마력량은 따로 발표하지.”
페르난도 교수는 루체와 카야의 마력 측정기에 표시된 등급을 보고 읽었다.
“루체 엘타니아, A+급. 카야 아스트레앙, B+급.”
학생들은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절대로 튀어나올 것 같지 않았던 ‘A+’급이 교수의 입에 담겼으니.
차석인 카야의 ‘B+’급도 현역 마법사급이다. 아카데미 1학년생 치곤 말도 안 되는 수치지만, 수석인 루체의 ‘A+’급이 가져다준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묻혀 버렸다.
A+급은 대부분의 마법사는 쌈 싸먹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S급이 되는 것도 충분히 현실적인 얘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다.
평범한 사람이 노력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은 A-급까지.
S급은 재능이 없으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메르헨의 마법 기사>를 플레이하다 보면 알 수 있는 설정이다.
루체는 재능 더하기 노력충이기에 2학년이 되기 전에 S급을 찍을 예정이다.
“A+급···? 와···.”
“저게 우리랑 같은 신입생이라고···?”
“우리 또래 맞지···?”
하지만 현재, 루체 엘타니아는 A+급의 전력을 내진 못한다. 마력량 측정은 어디까지나 최대 마력량을 측정하는 것일 뿐, 잔여 마력량을 측정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사역마, ‘뇌신조-갈리아’를 억제하기 위해 상시 대량의 마력을 소모하고 있다. 학기말 시험 때 벌어질 뇌신조 토벌전이 끝나야 루체는 자신의 진정한 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러고 보니 뇌신조 토벌전 어떡하냐. 그때 가장 활약해야 할 주인공이란 놈이 아무래도 똥컨인 것 같은데···.
어쨌든, 학생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루체와 카야는 퇴장했다. 카야는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분한 모양이네.’
카야는 앞으로도 쭉 루체라는 견고한 벽 앞에서 열등감을 느낄 예정이다.
나중에 카야는 8성급 궁극기 [위그드라실]을 쓸 수 있을 만큼 강해진다.
최대 등급인 9성급 마법은 세계 멸망급. 그 아랫등급인 8성급 마법은 대규모 전투에 써먹을 수 있는 강대한 마법이라 보면 된다. 그런데도 루체는 이기지 못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카야가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보고 열등감만 품고 사는 캐릭터는 아니다. 자신과 격이 달라도 너무 다른, 압도적으로 강한 사람은 오히려 동경하고 맹목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
전에도 언급했듯, 사이비 종교에 빠지면 큰일 날 타입인 것이다.
“다음.”
교수의 호명. 이제 내 차례다.
나는 앞으로 나서서 학생들 사이에 섞여 그들과 나란히 섰다.
그리고 마력 측정기를 앞으로 뻗었다.
‘지금 내 최대 마력량은 320···.’
마력량 등급 기준은 나도 잘 모른다. 그냥 게임 스토리로 지나가는 이야기일 뿐이니까.
궁금했다. 마력량 320이면 어느 수준이지?
“시작해라!”
교수의 외침에, 나는 마력 측정기를 꽉 쥐고 마나를 흘려보냈다.
‘제어가··· 좀 어려운데···?’
냉기가 스르르 흘러나와 자그마한 얼음 조각들을 만들어냈다.
이내, 마력측정기에서 삑-, 하고 소리가 나자 나는 흘려보내던 마나를 끊어 버렸다.
과연 내 등급은···?
은근히 설레는 마음을 품고, 나는 마력 측정기에 표시된 등급을 확인했다.
···‘E’급이었다.
“…….”
가장 최악의 등급. 그냥 마법이랑 연이 없는 지나가던 사람 아무나 붙잡고 마력 측정해 보면 나올 등급.
이건 좀··· 심각한데···?
···아, 이제야 기억났다.
‘이안 말고 E급이 한 명 더 있었지? 그게 나였나···.’
게임에서 이안의 차례가 끝나고 어떤 학생이 ‘E급이 2명이나 있네.’하고 언급했던 게 기억났다.
이제야 이 몸, 아이작이 어떤 캐릭터였는지 확실히 떠올랐다. 이 녀석은 비중은 공기면서, 이안을 향한 열등감 하나는 끝내줬던 엑스트라 중 엑스트라였다.
루체에게 열등감 느끼는 카야는 적어도 차석 수준의 강인함이라도 있지.
이안에게 열등감 느끼는 아이작은 한심스러울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게임 초반부에 마테오의 수하로 들어가 같은 E급인 이안을 괴롭히려고 하지만, 아주 탈탈 털려 버린다.
게다가 이안의 빠른 성장세를 지켜보며 이를 갈기만 하다가, 결국엔 비중이 먼지가 되어 버리는··· 삼류 엑스트라.
이안의 성장세에 후광을 더해 줄 작은 어둠이자, >메르헨의 마법 기사>의 최약체였다···.
“임시 3반. 21번, C-급. 22번, C급. 23번, C+급. 24번, C+급. 25번···, E···급···?”
나를 포함한 학생들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고.
페르난도 교수는 마력 측정기를 확인하던 중 나, 25번의 등급을 읽고 의아해하는 기색을 보였다.
“‘E’급이라고···?”
뭐.
어쩌라고.
“E급?”
“E급이 나왔어? 진짜?”
“E급이 어떻게 메르헨 아카데미에 왔대?”
“말도 안 돼···. 다른 의미로 굉장한 놈이네.”
학생들의 이목이 일제히 25번인 내게로 집중되었다. 어떤 이는 조소를, 어떤 이는 감탄사를 보내고 있었다. 저 감탄사도 ‘어떻게 너 따위가 이 아카데미에 들어왔지?’ 같은 의미겠지.
여기는 대륙 최고의 명문, 메르헨 아카데미다.
즉, 마력량 E급 따위가 메르헨 아카데미 마법학부에 들어왔다는 건 빽이 의심될 정도로 기적에 가까운 일.
참고로, 같은 E급으로 책정될 이안 페어리테일이 여기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희귀성’ 덕분이다. 이안은 ‘빛 속성’을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는 그저 평범하게 얼음 마법이나 쓰는···, 희귀성이라곤 눈곱 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존재.
아마 이 몸, 아이작은 입학시험에서 이론 능력으로 압도하고 들어왔을 테지만.
그 이론 지식이 지금 내 머리에 없다는 게 또 옥에 티랄까.
아, 옥에 티가 아니지. 그냥 고물에 티겠지.
‘···어?’
···진짜 생각할 수록 내세울 게 없는 놈이네?
어, 어쩌냐···?
학생들이 수군거림 속에서 식은땀을 흘리던 중, 페르난도 교수가 끼어들었다.
“이 정도 마력량으로 우리 아카데미에 들어왔을 정도면··· 이론 성적이 매우 뛰어났겠군. 학자가 목표겠구나. 마법 체계의 발전을 위해선 학자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분발은 해야겠지만, 낙심하지 마라.”
“…….”
아예 학자가 진로일 거라고 확신하듯 말한다.
물론 화낼 문제는 아니었다. 이건 페르난도 교수 나름의 배려니까. 적어도 학자가 목표라고 한다면 실제적인 마력량이 부족해도 비웃음을 덜 받을 테니.
내 기억에 따르면, 페르난도 교수는 이안한테도 똑같은 소리를 할 예정이다.
그러면 이안은 발끈해서 ‘제 꿈은 학자가 아닙니다! 제 꿈은 마법기사입니다!’하고 패기 있게 소리를 지를 테고.
학생들에게 왕창 비웃음을 살 것이다.
“E급? E그읍? 그런 하등한 존재가, 감히 이 몸과 같은 선상에 있단 말인가?! 웃기도다, 아주 웃기는 일이로다!”
예상은 했지만 허영심 많은 금발 귀족, 트리스탄 험프레이가 기분 나쁘게 조롱했다.
대사가 웃기면서도 얄밉네, 저 새끼.
“저기!”
그때, 차석인 카야 아스트레앙이 손을 들고 외쳤다.
쟨 뭘까. 게임에서 이랬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마력량 측정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없습니까? 등급이 잘못 측정되는 경우라든가···.”
“뭐?”
페르난도 교수와 학생들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그래도 메르헨 아카데미 학생인데, E급이 나오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의구심에서 비롯된 질문일까.
···모르겠네.
“흠···. 그렇군. 일단, 마력량 측정이 잘못될 일은 없다.”
페르난도 교수는 미성으로 차분하게 대답하고는, 질문의 원인이라고 짐작될 내 마력 측정기를 집어 들었다.
무덤덤하게 마력 측정기를 꽉 쥐고 마나를 흘려보내는 교수.
원소의 기운은 튀어나오지 않았고,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마력이 측정되었다.
‘A급’. 페르난도 교수는 그걸 카야에게 보여 주었다.
“마력 측정기는 멀쩡하다. 오늘 아침에 점검한 결과, 전 기 아무 이상 없었다. 적어도 잘못 측정되는 경우는 없다. 오류가 생기면 작동 자체가 안 되는 구조니까.”
“···그렇습니까.”
카야는 페르난도 교수의 대답이 시원치 않았는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그 반응을 보고 페르난도 교수는 부차적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잘못 측정되는 경우가 있을 순 있다. 불가능하지만, 가능하지.”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 페르난도 교수.
곧 그는 자신이 한 말을 학생들에게 이해시켰다.
“대마법사들은 몸 안에 흐르는 마나를 분해하거나, 재구축하는 게 가능할 정도로 불가사의한 수준의 마력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마력량 측정 시 본인이 원하는 등급이 나오도록 조절할 수 있을 테지. 하지만 이건 하늘의 축복을 타고난 데다 수많은 명상과 단련, 고독의 시간으로 자신을 갈고닦아온 대마법사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가능한 경지다.”
“예외 없이요? 굳이 대마법사의 경지가 아니더라도 마력 등급을 조절할 수 있다든지···.”
“단언하지. 예외는 없다. 그게 가능할 정도면 이미 모든 마법을 마스터한 초인일 거다. 아무리 이 세상 모든 불합리를 총집합한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자라 하더라도, 학생 수준에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페르난도 교수는 단언했다.
저건 공식 설정이 맞다.
이 세계관에서 대마법사는 치외법권에 있는 초월적 인물이라 보면 된다. 황제도 그의 눈치를 봐야 할 정도.
“그, 그렇습니까···?”
어째선지 놀란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카야.
‘진짜로 메르헨 아카데미에 E급 따위가 있을 수 있구나’하고 당황한 건가?
그녀는 자신이 수준 높은 메르헨 아카데미에 입학한 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즉, 아카데미 수준을 떨어뜨리는 E급은 눈엣가시일 터.
아, 물론 이건 과장된 표현이다. 그녀는 나름 착한 심성이라, 그냥 조금 불편한 마음뿐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 됐다. 나 다음엔 이안이 있다. 마력량 E급이 두 명이나 있다는 사실은 그녀의 자부심에 스크래치 좀 낼 듯하다.
40분 뒤, 마력량 측정이 끝났다.
스토리도 내가 알고 있던 대로 진행되었다.
이안은 마력량 E급으로 책정되었고, 마법 기사라는 자기 꿈을 밝혔고, 학생들의 비웃음을 사며 확실하게 주인공다운 존재감을 과시했다.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마법학부 학생들을 향해, 페르난도 교수는 말했다.
“마력량 측정은 모두 끝났다. 각자 자신의 위치를 유념하고 매 순간 상기하며, 정진을 위한 자극제로 삼거라.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만, 여기서 확실히 못 박고 가겠다. 우리 메르헨 아카데미의 풍토는 약육강식. 강자는 잡아먹을 뿐이다. 약자는 잡아먹힐 뿐이다. 그러니 철저히 강해져라. 죽어라 노력해라. 이상.”
메르헨 아카데미의 차별적인 교육 풍토라면 이미 게임 속에서 몇 번이고 경험해 봤다.
하, E급 최약체라···. 괴롭힘 당하기 딱 좋은 먹잇감 아닌가.
당분간 몸 사리면서 살아야 할 것 같은데···.
“…….”
어째 카야의 시선이 따가웠다.
아까부터 일부러 모른 척하고 있었는데, 역시 E급이라 아니꼽나···?
아무래도 시작부터 몸 사리긴 그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