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cting genius began RAW novel - chapter 13
김하랑의 건너편에 앉아있는 이는 오랫동안 블랙씨의 연기 수업을 담당했던 트레이너였다. 연습생 때부터 블랙씨를 지켜봐온 그는 진심을 담아 칭찬했다.
“하랑아, 많이 늘었다. 괜찮네.”
“쓰읍, 글쎄요~ 전 잘 모르겠는데요.”
“어어, 아냐~ 지금처럼 딕션만 더 신경쓰면 되겠어.”
트레이너가 손을 저으며 말했음에도 김하랑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이었다.
사실 그는 자신의 연기에 확신이 없었다. 애초에 노래하고 춤추는 게 좋아서 시작한 아이돌이었다. 연기도 나름대로 재미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배우가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물론 월명대 연기과 학생이자 리더인 지은호가 드라마의 메인 주인공일 테니, 웹드라마에서도 하랑의 비중이나 출연 장면들은 많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도 부담이 된단 말이지.’
지은호와 김하랑을 함께 캐스팅한 것은, 회사에서 하랑의 배우 활동을 본격적으로 지켜보겠다는 신호탄이기도 했으니까.
“야, 김하랑! 왜 그래, 자신감이 무기인 애가.”
“연기 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은호 형만해도 그렇죠. 저 형이랑 너무 비교되면 어떡해요.”
그 말에 트레이너는 장난스레 웃으며 말했다.
“음~ 잇츠 오케이~ 걱정 마, 하랑아. 회사도 너한테 그렇게까지는 기대 안 할 거야.”
“어어? 선생님, 섭섭하게 그런 말 하실 거예요?”
트레이너와 투닥대던 김하랑은 뒤늦게 실장에게서 건네받은 대본을 꺼냈다. 대본의 표지에는 굵은 글씨로 제목이 박혀있었다.
[싱 인 하이스쿨]그의 첫 연기 데뷔작이 될 드라마였다.
*
‘여기가 맞나···?’
진하영은 극장 앞을 서성이다, 건물 앞에 크게 걸려 있는 한유일의 얼굴을 보고 홀린 듯 걸음을 옮겼다.
로비로 들어선 하영은 캐스팅보드에 박힌 두 명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창백하고 표정 없는 얼굴의 한유일과 짙은 이목구비에 처연한 얼굴을 한 정수호의 사진이 박혀 있었다.
“어머나.”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뱉어버린 진하영은 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몇 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시선은 다시 캐스팅보드로 향했다.
‘진짜 우리 유일이네.’
자신의 조카가 여기서 공연을 한다니.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연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던 게 바로 며칠 전만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주연을 맡다니!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린 표를 들여다보았다. 유일이 진하영에게 선물한 초대표는 2주차 수요일 표였다. 하영의 근무일정을 고려한 유일이 특별히 부탁한 덕이었다.
진하영은 캐스팅보드 속 한유일의 얼굴을 몇 장 찍은 뒤, 안내원의 안내를 받으며 극장 내부로 들어갔다. 연극 시작을 10분쯤 남기고 있을 시점이라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객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자신의 조카는 무대 위에서 ‘뱀파이어’가 될 예정이었다. 하영은 눈을 깜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관객석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끈 뒤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무대를 바라보았다.
“연극 시작 5분 전 입니다! 입장 도와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이 우르르 줄을 서서 들어오기 시작하자, 진하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이고, 심장 떨려.’
배우로 무대에 서는 당사자보다 오히려 자신이 더욱 떨리는 것 같았다. 진하영은 두 손을 맞잡은 채 무대를 바라보았다.
무대 위에는 건물 잔해들로 보이는 구조물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잿빛 먼지가 쌓인 듯한 무채색의 무대. 서늘하고도 쓸쓸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무대였다. 연극을 거의 보지 않았던 진하영의 눈에도 공들인 무대 미술이라는 것이 보였다.
진하영은 천천히 호흡하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 와중에 하우스 음악이 잦아들고, 서정적인 피아노 곡이 흘러나왔다. 곧 관객석을 비추던 빛이 어두워졌다.
무대 위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진하영은 눈을 깜박이기 시작했다.
누워있던 인영이 점차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곧이어 익숙한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다.
“···!”
유일이다.
무대 위 유일은 뱀파이어가 되어 눈을 뜬다.
“내가 살아있느냐고.”
뱀파이어는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입을 연다.
그 모습을 보던 진하영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조카를 만나 반가웠던 마음은 사그라들고, 그녀는 점점 연극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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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서 (3)
어느새 연극은 초중반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진하영은 온 신경을 집중한 채 무대를 바라보았다. 맞잡은 양손이 창백했다.
“제 이름, 헨리에요.
소년이 말한다. 그러자 지금껏 역동적인 동작없이 앉아 있던 뱀파이어가 매끄러운 움직임으로 자리에서 일어선다.
“좋다. 내가 꿈을 꾸게 해주지.”
“···!”
“그 대신 딱 세 번 뿐이야. 그게 조건이지.”
뱀파이어의 건조한 말에도 소년은 동요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오히려 소년은 들떠보이기까지 한다.
“그 이후엔···”
“네. 날 먹어도 좋아요.”
뱀파이어의 차가운 얼굴에 희미한 호기심이 스친다. 그는 소년의 진심이 궁금하다.
“이제 원하는 꿈을 생각해.”
“그냥 생각하기만 하면 돼요?”
뱀파이어가 고개를 끄덕이자, 소년은 침을 꿀꺽 삼킨 뒤 눈을 감는다. 뱀파이어가 천천히 소년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소년의 머리 위에 하얀 손을 올린다.
뱀파이어가 손끝을 튕기자 딱, 하는 경쾌한 소리가 극장을 울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불이 꺼졌다.
‘어···!’
진하영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 갑작스러운 어둠으로 인해 관객석에선 앞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보며 눈을 몇 번 깜박이자, 무대 가운데에 서 있는 여자와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팔엔 아기를 감싼 포대기가 있었다.
하영은 그 여자와 남자가 정수호와 한유일임을 알아보았다. 그 짧은 순간에 두 배우가 가발과 옷을 걸치고 소년의 부모로 나타난 것이다.
둘은 아이의 배와 가슴을 토닥이며 잔잔한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정말··· 신기하네.’
진하영은 무대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두 배우가 방금 전까지 뱀파이어와 헨리를 연기했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전혀 다른 인물처럼 느껴졌다.
소년, 헨리가 부탁한 첫 번째 꿈은 그렇게 끝이 났다.
“만족하나?”
“···네.”
헨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답한다. 그의 고동색 눈은 촉촉히 젖어있다.
“이상해요. 자꾸··· 힘이 빠지는 것 같아요. 다리랑 손이 후들거려서 움직일 수가 없어요···.”
“애초에 이건 인간들의 장난을 위해 만든 꿈이 아니니까.”
사냥용이지.
뱀파이어의 새까만 눈동자가 헨리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리고, 사냥감의 힘을 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그 말에 헨리는 합, 하고 입을 다문다.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던 소년이 다시 입을 연다.
“···다음 꿈도 꾸고 싶어요.”
“조금 뒤에 다시 하지. 당장은 불가능해.”
그제야 헨리는 지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 뒤로 헨리의 꿈은 계속되었다.
헨리는 뱀파이어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제대로 기억할 수 없는 과거에서부터, 가장 최근에 만들어낸 추억까지 훑기 시작한다.
그렇게 헨리는 자신이 가장 꾸고 싶었던 꿈을 추려낸다.
뱀파이어는 헨리의 꿈을 찬찬히 살펴본다. 그리고 하나 하나의 세계를 몸으로 만들어낸다.
뱀파이어는 선생님이 되기도 했으며, 헨리가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친구가 되기도 했고, 엄마와 아빠가 죽는 날로 돌아가 둘을 구하는 이름 없는 영웅이 되기도 했다.
“···고마워요.”
“됐어. 시간이 남아서 하는 거니까 굳이 고마워할 필요 없어.”
두 번, 세 번··· 그리고 다섯 번의 꿈이 지나갔다. 뱀파이어는 헨리의 모든 꿈을 무대 위로 꺼냈다.
그는 더는 세 번의 꿈을 강조하지 않았다. 사실, 이미 세 번이 훨씬 넘어가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쳐가던 헨리는 어느새 지친 목소리로 말한다.
“···너무, 너무 추워요.”
“그런가.”
뱀파이어가 처음과 똑같은 건조한 목소리로 답하자, 헨리가 힘겹게 말한다.
“아무도 우릴 발견하지 못하겠죠. 당신이 나를 먹는다고 해도··· 아무도 모를 거예요.”
둘이 바닥에 갇힌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헨리는 이미 배고픔과 추위에 죽어가고 있었다.
사실 헨리는 알고 있었다. 헨리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뱀파이어의 꿈 때문이었다.
그를 죽이기 위해 시작했던 뱀파이어의 꿈이, 역설적으로 그를 살리고 있었다.
기침을 하던 헨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세 번 보다 더 많은 꿈을 꾸게 해줬어요?”
“그냥.”
뱀파이어는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이다. 말끔하게 소거된 감정. 그 어떤 것도 느낄 수 없는 듯한 어두운 눈···.
그런데 그 순간, 아주 작은 소리가 들린다. 드르륵하는 소리. 그리고 부서지는 소리. 멀리서 들리지만 점차 가까워진다.
“···어?”
헨리가 살짝 몸을 일으킨다.
“소리가··· 들려요.”
헨리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소리에 집중한다.
“···!”
헨리의 눈이 커진다.
“이 소리는···.”
굴착기가 다가오는 소리다.
헨리의 말에도 뱀파이어는 답하지 않는다. 이미 그에겐 아주 오래 전부터 들리던 소리다.
“그래. 사람들이지.”
“그럼···”
뱀파이어의 차가운 눈이 천장을 향한다. 그는 담담하게 말한다.
“네가 죽지 않는다는 소리지.”
“네?”
뱀파이어의 말을 이해하려다 머리가 복잡해진 헨리가 눈을 깜박인다.
“당신은··· 햇빛을 받아도 괜찮아요?”
“아니.”
“그럼 당장 도망쳐야 하잖아요!”
“···글쎄.”
놀란 헨리가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뱀파이어의 차가운 몸을 민다.
“얼른, 도망쳐요. 이러다 죽으면 어떡해요.”
뱀파이어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헨리는 놀란 눈으로 뱀파이어를 바라본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그 어떤 불순물도 섞이지 않은, 진심에서 우러난 미소가 보인다.
뱀파이어는 놀란 소년의 표정은 무시한 채 말을 잇는다.
“···이런 마지막은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뱀파이어가 중얼거린다. 헨리가 그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때, 하얀 빛이 둘의 몸을 감싼다.
음악이 고조된다.
섬세한 오보에와 바이올린, 그 가녀린 음들을 보살피는 듯한 첼로의 음이 점차 커진다.
그 음악과 함께 무대 위에 있는 둘의 얼굴이 하얗게 빛나고···
···암전.
“···!”
무대를 바라보던 모든 이들이 숨을 죽였다.
작은 기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극장 안.
모두가 암흑이 된 무대만 바라보고 있던 그 순간,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서서히 조명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다시 드러난 무대 위엔 소년만이 누워있다.
소년의 얼굴은 눈물로 번들거린다. 그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또는 행복한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한 오묘한 표정이다.
‘아···.’
진하영은 입을 벌리고 무대 위 헨리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박수소리가 극장을 울렸다.
진하영은 박수를 보내는 것도 잊은 채 무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커튼콜을 위해 배우들이 무대 위로 다시 나올 때까지 가만히 앉아있었다.
뱀파이어와 헨리.
그 둘을 연기했던 한유일과 정수호가 무대 위에 등장한다.
진하영은 한유일의 얼굴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조명을 받으며 무대 위에 서 있는 건 더는 자신의 조카가 아니었다.
그는 배우였다.
그것도 아주 재능있는 배우.
하영은 불이 켜진 뒤에야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
“···.”
“이모.”
“···.”
“···이모?”
“어, 어?!”
“왜 아무말도 안 해요?”
“···내가? 아니, 아니야.”
공연이 끝난 뒤 유일은 진하영과 따로 만났다. 집에 함께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한유일은 진하영 대신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진하영은 평소보다 유달리 더 조용했다.
클래식을 들으며 가만히 앉아있던 진하영이 입을 연 건, 그들이 사는 동네에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유일아.”
“네?”
“언제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니?”
뜻밖의 질문이었다. 유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잘 모르겠어요.”
“그래?”
“원래는··· 생각도 안 했었던 꿈이라서요.”
시작을 떠올리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진하영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넌 맨날 안정적인 게 제일 좋다고 그랬잖아.”
“···.”
“그래서 공시 준비하겠다고 한 거고.”
“···네.”
진하영도 알고 있었다. 유일은 몇 달 전만 해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독서실까지 알아보던 아이였다.
진하영은 잠자코 유일의 옆모습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공시 준비도, 안정적인 일이 좋다는 것도··· 사실은 진심이 아니었던 거지?”
“···그건 아니에요.”
규칙적인 노동 시간과 밀릴 일 없는 월급. 불확실성과는 거리가 먼 안전한 일.
아직 유일은 ‘안정성의 유혹’에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리 안정적인 일이더라도, 무대 위에 서거나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를 하는 일보다 즐거울 수는 없을 것이다.
미친 AI 나노로봇의 협박에 못 이겨 얼결에 뛰어든 연기판이었지만, 지금의 삶이 특별히 이질감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당연합니다, 유일 님. 한유일 님의 천직은 배우이니까요.】
‘···.’
···하마터면 공상에 빠질 뻔했다.
브윈의 말에 정신을 차린 한유일이 운전에 집중하던 그때, 진하영이 입을 열었다.
“연극을 보고 나오는데, 옛날 생각이 나더라.”
진하영은 따스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유일이 너, 기억 안 나지? 너 어렸을 때, 우리가 보는 드라마 대사를 곧잘 따라했어.”
“에? 제가요?”
“그래. 아마 그때 찍은 영상도 있을걸?”
그녀가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
“불륜 연기든 살인마 연기든 닥치는 대로 다 따라하는 바람에 그 뒤로는 네 앞에서 드라마는 못 보게 되었지만··· 그때 참 귀여웠는데. 발음도 제대로 못하는 애기가 그 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대사를 치는 게 얼마나 신기했는데.”
“···.”
전혀 몰랐던 이야기였다.
“···어쩌면 그때부터 떡잎이 달랐던 건데···. 내가 너무 무뎌서 몰랐나봐. 좀 더 일찍 이쪽으로 보냈어야 했던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월명대에 들어간 것도···”
먼곳을 훑으며 말하던 진하영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졌다.
하영의 말을 듣던 유일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리고 월명대는 제가 오고 싶었던 곳인데요. 좋은 학교잖아요.”
“그리고 학비가 싼 국립대니까 그랬지.”
그 말에 완전히 반박은 하지 못한 유일은 도로에 시선을 고정했다.
“···유일아. 너는 정말 좋은 아이야. 그리고 좋은 배우고.”
“···.”
“고맙다. 잘 자라줘서.”
마지막 말을 건네는 진하영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한유일은 답 대신 침을 삼켰다.
이런 분위기는 언제나 적응이 힘들었다. 한유일이 괜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슬쩍 돌릴 때였다.
브윈의 목소리가 그의 머리에 울렸다.
【안전 운전을 해야 합니다, 유일 님. 허리를 곧게 펴고 전방을 주시하세요.】
그는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고맙다.’
어느새 저 멀리, 그들의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한유일이 진하영과 함께 집으로 가고 있던 그 시각.
한 남자가 자신의 차에 탄 채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 역시 진하영과 같은 연극을 보고 나온 뒤였다.
큰 체격에 진한 이목구비를 지닌 남자는 미간을 좁힌 채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랜 고민을 끝낸 그는 차를 세운 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주 짧고 간단했으나, 한유일의 미래를 바꾸기에는 충분한 통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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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커튼콜
컬러링으로 설정된 여자아이돌의 발랄한 음악이 들리고, 곧 통화가 연결되었다.
남자는 입을 열었다.
“난데.”
– 대표님, 저 퇴근한 거 모르세요?
날카로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