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dvanced Player of the Tutorial Tower RAW novel - Chapter 305
305화. 바가지 잘 긁는 법 (2)
굉장히 아름다운 조경이 만들어져 있는 거대한 공간.
사방에는 나무와 풀이 자리를 잡고 조경에 방해가 되지 않게 자라나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곤충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야말로 인류가 훼손하지 않고 자연이 쭉 발전되었으면 이런 모습을 간직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순수한 상태의 자연.
그리고 그런 순수한 상태의 자연 중심에는 거대한 나무가 자라나고 있었다.
그냥 거대한 것이 아닌, 마치 이 공간 전체를 혼자 떠받들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 나무.
그것은 바로 정령들이 ‘세계수’라고 부르는 조형물이자 이프리트가 거주하고 있는 3번 탑의 최상층이었다.
그리고 그런 세계수의 안쪽의 거대한 원형 탁자에는 이프리트를 포함한 4명의 정령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도대체 왜! 도대체 왜 가만히 있었던 거지!?”
그 원형 탁자에 앉아 있던 이프리트는 자신과 마주 앉은 다른 정령왕들의 얼굴을 한 번씩 쳐다보며 성질을 내고 있었다.
얼마나 화를 내고 있는 것인지 그가 한번 입을 열 때마다 주변으로 불꽃이 터져 나왔으나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그 누구도 이프리트의 말에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이 더욱더 탐탁찮게 느껴졌던 것인지 이프리트는 이제는 주변에 뜨거운 열기까지 발산하려 했으나-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요?”
-이내 오른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프리트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뭐. 뭐라고?”
“당연한 거 아니냐고 했어요. 이프리트.”
말을 더듬거리는 이프리트한테 쐐기를 박아 넣은 것은 바로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였다.
그녀는 자신의 투명한 피부 사이로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거기서 나서봤자…… 아니, 저를 포함한 다른 정령왕들이 달려들었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 달라질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요?”
“그게 무슨……!”
“말을 돌리지 마세요, 이프리트. 저는 분명히 질문을 드린 것 같습니다만? 만약 당신과 저를 포함한 4대 정령이 그에게 달려들었다고 해서 지금 상황에서 달라지는 게 있을 것 같냐고 물었습니다.”
나이아드의 물음에 순간 이를 악물고 그녀를 째려보는 이프리트.
“……큭!”
허나 그는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짧게 혀를 차고는 훽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반응을 보고 있던 나이아드는 조심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당신도 그와 싸워봐서 잘 알고 있겠지만, 그건 저희들이 끼어든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분하지만 맞아요, 이프리트.”
“그는 규격 외야.”
나이어드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긍정하는 땅의 정령왕 오리에드와 바람의 정령왕 에리얼.
이프리트는 그들의 동의에 기분이 상한 듯 불꽃을 뿜어냈으나 그가 거기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나이어드가 한 말 중에서 틀린 말은 없었으니까.
‘어디서 그런 괴물 새끼가 튀어나왔지?’
물론 그 또라이 새끼가 아닌 전 51번 탑주도 심상찮은 무력을 가지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프리트는 절대로 51번 탑주에게 자신이 진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무력은 딱 그 정도였으니까.
태생적으로 마력에 민감한 정령들은 상대의 힘을 파악하는 데는 다른 이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렇기에 이프리트는 자신의 직감을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김현우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처음에는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프리트가 처음 탑주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김현우를 보았을 때, 그는 결코 김현우가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적어도 이프리트의 직감으로 느껴진 김현우의 마력은 형체 없는 자와 비슷했으니까.
아니, 오히려 형체 없는 자보다도 조금 더 작게 느껴졌다.
그렇기에 맨 처음에는 분명 그를 찍어 누를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것이 아니었다.
“…….”
싸움을 시작한 뒤로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마력.
그것은 분명 이프리트의 예상보다도 강력했고, 보다시피 그 결과는 자신의 패배로 매듭지어졌다.
아니, 패배를 넘어서 굴욕적인 패배였다.
이프리트는 그에게 목숨을 빚진 상태나 다름없게 되었으니까.
“크으으으……!”
이프리트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불꽃을 내뿜자 나이아드는 그런 그를 바라보고는 이야기 했다.
“그만 좀 하세요 이프리트, 지금 오히려 당신은 목숨을 부지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물론 그쪽도 당신의 목숨을 취하고 나면 일어날 일 때문에 그만둔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그런 나이아드의 말에 이프리트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그럼, 그놈이 보여준 힘 때문에 꼬리를 말고 찌그러져 있어야 한다고? 우리 파벌의 위신이 크게 떨어질 거다!”
“당신도 아실 텐데요 이프리트? 파벌의 위신은 그리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저들도 김현우의 힘이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을 알 것이고, 무엇보다 우리가 관리기관쪽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을 아는 이상 저희를 깔보지는 않겠죠.”
거기에 무엇보다-
“그들도 김현우를 끌어들여서 발언권을 얻는 것 보다는, 오히려 현 상황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랄 거예요. 어차피 저희 ‘탑주’들은 잃을 것이 없으니까요.”
나이아드의 말에 그 말을 듣고 있던 오리에드와 에리얼은 그녀의 말에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거렸고.
“……쯧!”
이프리트도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그래도, 이대로 당하면 역시 체면상의 문제가 있기는 하죠. 저희 파벌에 속한 다른 탑주라면 모르겠지만 저희 파벌 쪽에서 ‘우선’은 제일 무력이 강한 이프리트가 당했으니까요.”
허나 그는 다시 들린 나이아드의 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그러니까, 저희도 나름대로 답례는 해줘야겠죠.”
이내 나이아드는 기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3번 탑의 최상층에서 정령왕들의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 때쯤, 2번 탑의 최상층.
“어디를 갔다 온 거지?”
보는 것만으로도 암울해질 것 같은 검은색의 구름이 하늘에 떠 있고, 바닥에는 도대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모를 붉은 돌이 대지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 자그마한 식물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기는 했으나 그곳에 나 있는 식물들은 척 보더라도 일반적인 식물들과는 많이 다른, 조금은 혐오스러운 모습으로 자라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붉은 대지 위에 솟아 올라있는 거대한 성 내.
그곳에는 두 명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한 명은 한쪽 눈이 붉게 물들어 있는 남자였고, 그 반대편에 있는 이는 바로 머리 위에 붉은색의 뿔이 나 있는 남자였다.
“그가 죽었습니다.”
“……그, 라고 한다면?”
“그 녀석입니다. 당신이 이곳에 오르기 전, 당신을 끝없이 시험하고 심마에 들어 괴롭혔던 녀석 말입니다.”
남자에 말에 놀랐다는 듯 슬쩍 눈을 뜬 남자는 이내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사탄이 죽었다는 건가?”
남자의 말에 붉은 눈을 가진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에 따라 남자의 눈에는 조그마한 이채가 감돌기 시작했다.
xxxx
천호동의 저택.
“……이게 다 뭐야?”
김현우는 식탁에 가득 차려져 있는 음식의 양을 보고 저도 모르게 압도되었다.
“각국에서 초빙한 요리사들을 불러들여 만든 음식입니다.”
“……오늘 누구 오냐?”
“저희뿐이에요.”
미령과 하나린이 기다렸다는 듯 티키타카로 대답을 하는 모습을 보며 김현우는 식탁에 차려져 있는 음식을 바라봤다.
장어 덮밥부터 시작해서 굴을 이용해 만든 음식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고, 그 뒤에도 이것저것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차려져 있는 음식들.
‘왠지…… 어디서 본 음식들이 잔뜩 차려져 있는 것 같은데.’
특히 인터넷에서 흘러가다 보던 몸보신 위주의 음식들이 여기저기 차려져 있는 것을 확인한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둘을 바라봤다.
한 치의 찔림도 없다는 듯 올곧게 자신의 눈을 바라보는 미령과 하나린.
“……뭐, 그래 먹자.”
그 모습에 김현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고,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슥.
“?”
미령은 기다렸다는 듯 김현우에게 물을 건넸다.
“물을 먼저 드시고 식사를 하시는 게 더 몸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미령의 정중한 말.
“뭐, 그래…….”
그 말에 김현우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령이 내민 물컵을 받아들었고, 그대로 물컵 안에 있는 물을 먹어치웠다.
“……?”
그리고 그와 함께 느껴지는 청명한 느낌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빈 물컵을 바라봤다.
물을 한 입 삼킴과 동시에 느껴졌던 청명한 기운은 계속해서 그의 몸속을 돌고 있는 듯했고. 놀랍게도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건강해진다는 느낌보다는 실시간으로 몸에 각성제를 맞은 것처럼 정신이 또렷해진다고 해야 할까?
그와 함께 돋기 시작하는 식욕.
김현우는 그와 함께 미령이 준 물컵에 무엇인가가 섞여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입을 열려고 했으나 이내 그만두었다.
‘뭐, 나를 위해 뭔가를 준비한 것 같은데 그냥 넘어가지 뭐.’
분명 피로함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던 육체가 미령이 준 물 한컵에 깔끔하게 사라지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을 일축해 버리고는 은근히 눈치를 보고 있는 미령과 하나린을 보고 피식 하는 웃음을 지은 뒤 식탁에 차려져 있는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 식탁에 놓여 있는 음식을 볼 때만 해도 이걸 어떻게 세 명에서 다 먹나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혼자서도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점점 숟가락과 젓가락을 움직이는 속도를 늘리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폭풍같이 자신의 입안에 음식들을 쓸어담는 김현우의 모습.
그는 스스로가 음식을 먹으면서도
‘내가 이렇게 빨리 먹을 수 있었나?’
를 생각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그는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고 이내 얼마 있지 않아 식탁 위를 빼곡하게 채웠던 음식들은 모조리 김현우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 버렸다.
평소 먹던 양에 비하면 확실히 과식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은 양을 혼자 먹어치운 김현우.
그러나.
‘……이상하다? 왜 과식한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신기하게도 김현우의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과식을 했다기보다는 굉장히 든든하게 속을 채웠다는 느낌이 들었을 뿐이었고 속이 불편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그 이외에도.
‘오히려 뭔가 조금 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김현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상하다는 듯 몇 차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이내 시선을 돌려 이제야 밥을 전부 먹어치운 두 제자들을 볼 수 있었고.
“올라가자.”
어떤 생각을 하기도 전에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김현우는 저도 모르게 놀랐으나, 이내 기다렸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두 제자들과 함께 저택의 2층으로 올라갔다.
그날.
저택은 좀 시끄러웠다.
……좀 많이 시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