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ood Knight's Villains RAW novel - Chapter (469)
나의 악당들 469화
66. 은왕자(24)
“……젤른트리에서?”
황제군의 주둔지로 향하는 길, 말 위에서 내 보고를 받은 울카르 왕자 가 슬쩍 미간을 좁혔다.
“기이한 일이로군. 혹시 아사그에 서 홀러든 사기와 착각한 것은 아닌 가?”
“음, 그랬으면 이쪽이 아니라 하이 캐슬 인근을 수색하지 않았을까요?”
“그도 그렇군. 하나 죽음의 왕은 이미 처치했다고 들었는데.”
“그렇긴 한데요……
난 모호한 표정으로 눈썹을 긁적였 다.
“강령술사가 괜히 강령술사겠습니 까. 죽었다고 마냥 안심하기엔 좀 찝찝하죠.”
“찝찝하다라……. 그자가 스스로 언데드가 되기라도 했다는 것이오?”
“그놈이 무슨 신도 아니고, 이미 죽어 나자빠진 다음 자기를 언데드 로 만들 수는 없겠죠.”
세테니오라 수도원에서의 전투가 떠오른다. 루크가 기습을 당해 목숨 을 잃었음에도 놈의 언데드 군세는 이상 없이 전투를 벌였더랬다…….
“죽음의 왕이 남긴 언데드 중 몇이 주인을 대신해 지휘관 노릇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구울이니 밴시니 둘 라한이니 하는 고위 언데드들이 말 입니다.”
“그런데?”
“구울이나 둘라한이 그 정도이니, 그놈들보다 더 급이 높다는 죽음의 기사라면 더한 것도 할 수 있지 않 을까요?”
“이를테면?”
“뭐, 아예 강령술을 다룰 수도 있 죠.”
“강령술로 죽음의 왕을 부활시켰단 말인가?”
“뭐,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생각합 니다.”
당연하지만, 게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데스나이트는 분명 강력한 하수인 이고, 빌드에 따라 강령술사의 본체 보다 훨씬 높은 전투력을 발휘하기
도 한다.
또한 3기사-데스나이트, 다크나이 트, 헬나이트를 묶어 칭하는 말로 ‘3좆사’라는 멸칭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의 일원답게 나름 마검사이기 도 하다.
그러나 쓸 수 있는 마법은 저주 종합세트인 ‘고문’, 공격 주문인 ‘명 계의 화살’, 시체와 해골을 움직이 는 ‘시체조종’ 정도가 전부다. 그러 니 루크를 부활시키는 건, 말하자면 온전히 소생시키거나 리치(Lich)로 만들거나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 다.
결국 데스나이트가 할 수 있는 건 루크의 몸뚱이를 일으켜 좀비로 만 들거나 살을 발라내어 해골병사를 만드는 정도가 한계일 것이다.
아니,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술사가 죽었는데도 그 소환 수가 멀쩡히 서 있는 것부터가 정상 이라고 하긴 힘들어서요. 저희가 상 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을 수도 있 죠.”
강령술사가 죽으면 그 하수인들은 죄다 먼지처럼 스러지고 만다.
그런데 루크의 데스나이트는 그렇 게 스러지지 않는 것으로도 모자라, 제 주인의 시체를 들고 도망쳐 버렸 다. 유니크 장비인 ‘묘비’를 이용해 영혼까지 챙긴 건 덤이고.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있었으니, 설사 루크가 데스나이트에 의해 부 활했다고 한들 그리 놀라운 일일 것 같지는 않았다.
난 작게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쯧, 제가 안일했습니다. 제깟 놈이 도망쳐 봐야 뭘 하겠나 싶어 잠시 뒤로 미뤄뒀는데, 여기서 골치를 썩 일 줄이야.”
“자책은. 경은 그 후 곧장 전화에 휩쓸리지 않았소? 신경을 쓰지 못한 게 당연하지.” 울카르 왕자는 짧은 고민 끝에 답 을 내놓았다.
“이번 일이 끝나고, 군대가 준비되 는 즉시 젤른트리에 대한 조사를 시 작해야겠군.”
“또 군대를 움직이겠다고요? 다들 피로가 만만치 않을 텐데.”
“큰 규모의 병력을 동원할 생각은 없소. 노리크회의 수도사와 라-팔라 이스 궁전의 그랜드마스터가 나선다 고 하니, 그들과 보조를 맞출 소수 정예면 충분하겠지.”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옆에서 말을 달리던 테오도라 공녀 가 슬쩍 끼어들었다.
“성기사로서의 의무는 물론, 성자 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죽음의 왕이 남긴 재앙의 씨앗을 모조리 불태워 야 합니다.”
U 으 M
“己三
그녀의 결기 넘치는 말에,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색이 일찍 마무리되길 바라마. 늦어도 겨울 전에는 왕도에 가야 할 테니.”
“……왕도요? 공녀님, 왕도에 가십 니까?” 결기가 넘치던 것도 잠시, 공녀는 어째 풀이 죽은 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세 분 홍의주교께서 명령을 내리 셨소. 엘 가노어 교단과의 우호를 위하여 총대주교를 알현하고 오라 하시더군.”
“……어, 나쁜 일입니까?”
“설마. 성기사로서 어찌 교단의 일 에 호오를 논하겠소.”
그 말과는 달리, 그녀의 연한 눈동 자에는 우중충한 기운이 가득했다.
“다만, 동부교단 및 왕국과의 교류 를 위해 몇 달쯤 체류해야 하는 형 편이라서 말이오.”
“어……. 공녀님이 왜 그런 일을 하시는데요? 성기사가 원래 외교관 노릇도 합니까?”
공녀를 대신해, 미안한 기색을 숨 기지 못하던 울카르 왕자가 입을 열 었다.
“내 욕심 때문에 질녀가 욕을 보는 것이지.”
“전하 때문이라니요?”
“명분이나 과정이 어찌 됐든, 내 큰형님은 나를 배신자로 볼 것이오. 테오도라는 그런 내게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결국 칼란다리 교단이 왕 국에 해를 끼친 셈이지.”
“그게 그렇게 되나……. 근데 양쪽 성직자들은 전쟁 내내 치료소도 운 영했는데요.”
“그야 직접 칼을 휘두른 것이 아니 고, 오랜 관례이기도 하니 시비 걸 릴 일이 없소. 반면 이번 경우는 땅 이 걸린 문제이니 말이 다르지.”
하긴. 지금 막 고원을 통과하고 있 을 자카리스 왕태자 입장에서는, 방 금 전까지 왕국의 점령지였던 영토 가 테오도라의 계승권 주장에 따라 홀라당 날아가 버린 것으로 보이겠 지…….
“그래서, 그에 대한 해명을 하러 가신다는 겁니까?”
“말하자면 그렇소.”
“하이고.”
테오도라는 현왕 라이오넬 3세의 외손녀임에도 불구하고, 왕도를 외 갓집처럼 느끼지는 못하는 눈치였 다. 아빌람버스 공작에 의해 영지에 서 쫓겨난 뒤 갇혀 있던 장소가 바 로 왕도에 있는 수녀원이었기 때문 이다.
과거의 유폐지를 제 발로 찾아가는 격이니, 공녀로서는 썩 유쾌한 일은 아닐 터였다.
“……하다못해 유릴이라도 만날 수 있었다면,”
그렇게 중얼거리던 공녀는, 흠칫 입을 다물며 외숙을 돌아보았다. 왕 자는 쓴웃음을 머금으면서도 짐짓 쾌활하게 말했다.
“운이 따른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혹 그 아이를 만난다면 내 안부를 꼭 전해다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울카르 왕자는 루얀을 바지사장으 로 내세우며 앙스트와 오브도르프를 집어삼켰고, 제국 쪽으로 붙어버렸 다. 이런 상황이니, 그의 하나뿐인 동복누이인 유릴 공주에게 불똥이 튀지 않을 리 없었다.
물론 유릴 공주 역시 엄연히 왕실 의 일원이니 처형을 당하거나 하지 는 않겠지만, 유폐 생활이 지금보다 더 엄혹해지리라는 건 어렵잖게 유 추할 수 있었다.
“……네, 외숙. 꼭 그렇게 할게요.”
테오도라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 자, 울카르 왕자는 빙긋 미소를 지 었다.
제국군의 주둔지는 작은 도시를 방 불케 했다.
병력이 거의 1만에 이르는 만큼 주둔지는 세 덩어리로 나뉘어 있었 고, 황제의 처소와 그의 호위부대는 삼각형을 이룬 군영들 사이에 둘러 싸여 있었다.
황제 직속의 군영 주변에는 세 겹 의 목책에 더해 높은 벽돌 담장까지 설치된 채였다. 황제군이 이곳에 도 착한 지 삼 주도 되지 않았음을 감 안하면, 많은 병력과 다수의 마법사 들을 설영(設營)에 동원한 것이 틀 림 없다.
판금갑주의 중장보병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벽돌 담장 안쪽은 제국기 사와 고위 장교, 전투마법사들로 바 글거렸다.
그들은 꽤 엄중한 눈으로 우리 일 행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화려 한 천막들과 한쪽에 자리를 펴고 있 는 주보상인들, 모닥불마다 심심찮 게 꽂혀 있는 큼지막한 고깃덩이와 그 주변에 널브러진 술동이, 무장이 라곤 허리에 꽂힌 단검뿐인 하인들 과 헐벗은 차림새로 돌아다니는 남 녀 창부들을 보아 나름 쾌적한 생활 을 하고 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었 다.
그 혼잡한 천막들을 지나, 높이가 5미터도 넘어 보이는 높고 두꺼운 석벽에 이른 뒤에야 우리는 멈춰 섰 다.
루일릭스 2세의 처소일 것이 분명 한 그 석벽 앞에는 넓은 연단이 설 치되어 있었다. 공병대에 소속된 전 문 목수들이 공을 들여 만든 것으로 보이는 연단 위에는 황제를 호종해 온 귀족들로 가득했다.
연단 중앙이 반 층쯤 돋워진 모습 이었다. 거기에는 기다란 가운을 입 고 왕관을 연상시키는 열두 뿔의 투 구, 그리고 황금가면을 쓴 루일릭스 2세가 우뚝 서 있었다.
우리 일행이 연단에 오르자마자 황 제 옆에 서 있던, 시종장쯤으로 보 이는 중년의 사내가 고함을 질렀다.
“새로이 선제후 위에 등극할 스트 롬 가문의 루얀은 제국의 선출된 군 주이시자 판시티아의 왕, 온지노의 공작이신 루일릭스 2세 황제 폐하의 앞에 무長을 꿇으시오!”
온갖 식순을 모조리 생략하고 다짜 고짜 시작된 임명식이었지만, 루얀 은 전혀 동요하는 기색 없이 황제 앞으로 나아갔다.
소년은 적갈색 눈동자로 태양을 등 지고 선 루일릭스 2세를 빤히 올려 다보다가,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었 다.
황제는 루얀을 내려다보며 무어라 말을 건네었다. 내 청력을 감안하면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리 없는 데, 아무런 소리도 잡히지 않는 것 을 보면 무언가 마법적인 조치를 한 것이 틀림 없었다.
아무런 소리 없이 이어지던 황제의 말은, 마무리에 이르러 확성기를 켠 듯 주둔지 전체를 울렸다.
“앙스트와 오브도르프의 정당한 소 유주이자, 새로운 성을 얻어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게 될 ‘루얀 # 베르 미크-스트롬’. 제국의 봉신이자 선 제후가 된 것을 환영하오. ”
그 말과 함께, 황제는 선제후의 권 리를 금박으로 새긴 장검을 하사했 다.
루얀이 장검을 받아들고 일어섰지 만 환호 같은 건 없었다. 주변을 지 키고 선 제국기사와 병사들은 무감 정한 눈빛으로 우리를 감시하고 있 었고, 연단 위에 앉은 제국의 귀족 들은 의례적인 박수를 칠 뿐이었다.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우리는 환 호 따위나 받으러 여기까지 온 게 아니었으니.
루얀은 황금 장검만 받은 게 아니 었다. ‘베르미크-스트롬’이라는 가문 도 얻었다.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 스트롬 공작가의 방계에 해당하는 가문을 새로 열게 된 것이다. ‘베르미크’는 고대 슈파흐트어로 진홍색이라는 뜻 이니, 루얀의 별명인 ‘붉은 헤츨링’ 에서 따온 이름이 틀림없다.
또 그는 ‘제국후’라는 작위도 얻었 다.
제국후라니. 나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작위였는데, 알고 보니 이번에 처음 만들어진 거란다. 황제의 직속 봉신들 중 선제후들 다음으로 끗발 이 높은 자들에게 흔히 주어지는 작 위가 ‘제국백’인데, 거기서 한 단계 높여 만든 작위라나.
스트롬 본가의 공작과 선제후로서 의 투표권을 반으로 나누어 행사해 야 하는 루얀이니, 억지로 백(伯) 대신 후(候)를 붙여 격을 높여준 것 이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말해 근본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는 작위였는데, 제 성이 고 가문이고 모조리 내팽개치고 제 국으로 전향한 루얀에게는 찰떡같이 어울리는 것이라 하겠다.
하지만, 정말로 유감스럽게도, 나 역시 이 근본 없는 제국후 나으리에 게 작위를 받아야 하는 신세였다.
“청할 바가 있습니다, 폐하.”
잠자코 임명식을 지켜보던 울카르 왕자가 앞으로 나섰다.
“제국후 루얀은 제 질녀를 대리해 막중한 의무를 지게 되었으나,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데다 의지할 만한 가신도 없는 형편입니다. 그의 동료이자 후견인으로서, 믿을 만한 인재를 천거하고자 하니 부디 재가 를 바랍니다.”
“그럴 수는 없네. 배신(I倍臣)을 정 하는 일은 내 소관 밖에 있으니, 그 에 대한 결정은 제국후와 논하게. 다만 이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의논 과 그 결과에 대한 증인은 되어주 지.”
왕자는 방긋 웃으며 예를 표한 뒤, 중간계 최초의 제국후가 된 소년을 돌아보았다. 그가 무어라 말을 꺼내 기도 전에 루얀은 덤덤한 얼굴로 방 금 하사받은 선제후의 장검을 내밀 었다.
“앙스트와 오브도르프는 넓고 비옥 하며 사방으로 통하는 귀한 땅이지 만 전쟁의 화마가 그치지 않는 곳이 기도 합니다. 전하의 휘하에는 용맹 한 기사가 무수히 많으니, 저를 대 신해 선제후를 도울 만한 자들을 임 명해 주십시오.”
“기꺼이 그러겠소.”
한바탕 쇼가 끝난 뒤, 금박 입힌 장검을 받아든 왕자가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먼저, 휠테르 시모어 경.”
기사들 사이에서 이지적인 인상의 사내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울카르 왕자의 다섯 번째 기사이자, ‘화가’라는 별명을 가진 휠테르 경 은 주군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었 다.
“휠테르 경은 특별히 무용이 뛰어 난 기사이며, 기병을 조련하는 것으 로는 단연 으뜸이니 변경을 지키는 일에 적합하오. 문장 역시 뛰어나 다스림에도 능하오.”
금박을 입힌 장검이 휠테르 경의 오른쪽 어깨에 닿았다.
“이에 남작의 위를 내리니 성채 ‘지르나’를 거점 삼아 영지의 변경 을 수호하고, 지르나에 속한 아홉 마을을 다스려 그 영민들을 위무하 시오.”
“명을 받듭니다.”
“주께서 그대의 용맹과 지혜를 더 해주시기를.”
선제후의 장검이 왼쪽 어깨에 닿 자, 휠테르 경은 울카르 왕자를 가 만히 올려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섰다.
“아리아드 바린 경.”
늙고 왜소한 사내가 키 큰 청년의 안내를 받아 앞으로 나섰다.
왕자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노인 은 눈이 먼 탓에 엉뚱한 곳을 바라 보고 있었다. 물론 비웃는 자는 없 었다. 비록 앞을 보지는 못하지만, 그가 머금은 독은 제국 동부에서 위 세를 떨치던 권력자를 넘어뜨릴 만 큼 위력적인 것이었으니.
앞선 휠테르 경과 같은 절차를 거 쳐, 아리아드 경은 성채 ‘운트리어’ 와 그에 속한 장원과 마을들을 관리 하는 남작이 되었다.
“다음으로, 아탈란테.”
크게 숨을 들이마신 아탈란테는 옆 에 선 하레스 키스에게 창을 맡기고 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아탈란테는 이교도이나 신실을 알 고, 이방인이나 충성을 아는 자요. 무리를 모으는 것과 상업을 돋우는 것에 고루 익숙하니, 제국후와 서로 도우면 분명 이득이 있을 것이오.” 그러고 보면, 우리 왕자님은 거짓 말도 참 잘한다니까.
“이에 방백의 위를 내리니, 프로스 하펜을 흥성케 하는 동시에 그에 속 한 두 성채, 세 장원, 여섯 마을을 굳게 지키시오.”
“명을 받듭니다.”
“빛의 주가, 또한 그대의 신이 이 끄시기를.”
이것으로 앙스트 지방의 주인이 모 두 정해졌다.
휠테르 경과 아리아드 경이 북쪽 절반을 나누어 갖고, 아탈란테와 누 데인족이 남쪽 절반을 차지하게 되 었다.
다만 휠테르 경과 아리아드 경이 제 성채와 주변 마을에 대한 확고한 통치권을 쥐는 것과는 달리, 아탈란 테에게 주어지는 권리는 비교적 제 한적인 것이 될 예정이다. 누데인족 이 앙스트 남쪽을 온전히 차지했다 간 거기 살던 겔란족들이 몽땅 야반 도주를 해버릴지도 모르니까.
“마지막으로, 포이닉스 경.”
드디어 내 차례다.
나는 담담한 얼굴로 울카르 왕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 눈동자 속에서 불만 비스무리한 것을 발견했는지, 엄숙한 표정을 짓 고 있던 왕자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 으며 선제후의 장검을 들었다.
“포이닉스 경은 비할 데 없는 용맹 을 가진 기사로, 전장에 서면 적들 을 떨어 뒷걸음치게 만드는 자요. 동시에 제게 속한 자를 아끼고 사랑 할 줄 아니, 통치의 재능까지 갖추 었소. 마땅히 제국후가 첫 번째로 의지할 수 있는 조력자이자 조언자 가 되어줄 것이오.”
쇠붙이가 어깨에 닿는 감촉을 느끼 며 나는 사우스하버에서의 서임식을 떠올렸다. 떨떠름한 기분은 대충 비 슷하지만, 부담감은 그때와 비교할 수가 없다.
“이에 방백의 위를 내리니, 아이스 보발트를 본성 삼아 영지의 중추를 지키고, 그에 속한 일곱 성채와 다 섯 장원 그리고 열아홉 마을의 영주 로서 그 영민들을 돌보시오.”
시발, 부담을 느끼는 게 당연하지. 갑자기 제주도만 한 땅을 맡게 됐는 데 안 부담스럽고 배기겠냐고.
“명을 받듭-”
“ 또한.”
내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올려다보 자, 왕자는 웃는 낯으로 말을 덧붙 였다.
“제국후의 종신직 원수로 삼으니, 전 영지의 병무와 성새를 관리하고 비상시 제국후를 대리해 군을 통솔 하시오.”
“••••••네‘?”
“주의 끝없는 자비가 그대에게 임 하기를.”
제주도만 한 땅덩이로는 모자랐던 걸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똥통까지 떠맡긴 울카르 왕자는, 이까지 드러 낸 채 환히 웃고 있었다.
“……하.”
씹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