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s Youngest son RAW - Chapter (203)
204화. 활발한 토론 그리고 고민.
백산그룹 회의실.
“이래도 되나?”
3, 4, 50대의 임직원들은 와이셔츠만 입고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있었지만, 표정이나 행동은 매우 어색했다.
이들은 모두 모바일 운영체제를 연구하는 대리급 이상 임직원들이었는데, 한도영과 김혁수가 참여한다고 통보 받았기에 프리한 분위기가 어색했던 것이다.
물론 백산의 기업문화가 다른 기업의 그것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기는 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어색해 한 것은 다름 아닌 한도영 앞이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요. 편하게 앉아 있어요.”
한도영은 그들이 일어서려고 하자, 앉으라고 손짓하며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들은 한도영의 복장을 보곤 비로소 안심했다.
그는 청바지에 밝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잘생긴 외모와 큰 키로 인해 모델 같은 느낌을 주었다.
대학생 나이이기도 했고, 백은지의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덕분이었다.
“회장님. 이런 말이 실례일지도 모르는데, 너무 캐주얼하지 않나요?”
김혁수가 조심스럽게 말하자, 한도영이 웃었다.
“오늘은 그들에게 맞춰줍시다. 김 대표님도 넥타이 푸시고, 편하게 있으세요.”
“네.”
김혁수는 넥타이를 풀어 놓고는 목과 소매의 단추를 풀었다.
“겨우 두 명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앤디루빈과 체스터.”
“숫자에 얽매이지 마세요. 모순적이게도 세상은 천재 한 명이 범재 천 명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합니다. 범재를 비하하는 게 아니라, 천재는 정말 특별한 무언가를 잘 찾아내니까요.”
“회장님도 천재지 않습니까?”
“하하하. 이야기가 그렇게 흐르나요?”
한도영은 재밌다는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임직원들은 조용히 김혁수와 한도영의 대화를 엿들으며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렇게 밝고 편하게 리드해주는 회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한도영은 이후 다른 임직원들과도 대화를 시도했다.
회의실에서 한도영과 임직원들이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앤디루빈은 체스터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미래전자와 비슷한 분위기지 않을까?”
체스터가 나지막하게 말했지만, 앤디루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비서실 직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은 회의실로 안내했다.
“회장님과 백산전자 대표님도 계십니다.”
비서가 작은 말로 안내하자, 앤디루빈과 체스터는 서로 얼굴을 마주 봤다.
이건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체스터가 앤디루빈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말했다.
“월가의 전설 한도영 맞지?”
앤디루빈은 상기된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한도영을 신문과 언론을 통해서만 접했기에, 실제로 그를 대하면 어떤 인물일까 몹시 궁금했다.
앤디루빈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 앞에 선 후, 빠르게 살폈다.
그리고 한 눈에 한도영을 알아봤다.
‘정말 젊군. 대학생이라고 해도 믿겠어. 어떻게 저 나이에 전설이 될 수 있었을까?’
앤디루빈은 마음속에서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자, 급히 그런 마음을 떨쳐냈다.
“저 통역은?”
“여기 있는 사람은 대부분 영어를 할 줄 아니까, 편한 대로 진행해요.”
김혁수가 재빨리 상황을 정리해주었다.
앤디루빈은 미소를 짓고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카메라 운영체제로 개발을 시작해서 모바일로 바꿨다는 말에 김혁수는 헛웃음을 지었다.
처음부터 모바일 운영체제를 목표로 시작해도 힘든 판국인데, 시장을 보고 방향을 바꿨다니 앤디루빈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 김혁수의 마음과는 반대로 앤디루빈은 자신 있게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간단명료한 진행이었기에 한도영은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질문하라고 하세요.”
프리젠테이션이 끝나자 한도영은 곧바로 임직원들에게 활발한 토론을 주문했다.
처음에 쭈삣거렸던 임직원들이었지만, 한 번 질문의 봇물이 터지자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며 앤디루빈, 체스터와 토론을 이어갔다.
한도영은 굳이 그 토론에 참석하지 않고 그저 듣기만 했다.
앤디루빈은 미래전자와는 다른 분위기에 당혹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말이 통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그런데 오픈소스라니?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인데, 그게 옳은 방법입니까?”
김혁수가 직접 나서서 부정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오픈소스.
다시 말해 공짜로 운영체제를 뿌리겠다는 말이었다.
많은 자금과 인력, 시간을 투자해서 운영체제를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단점을 보완하려면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렇기에 김혁수는 앤디루빈이 주장하는 오픈소스가 이해되지 않았다.
“좀 더 크게 보셔야 합니다. 모바일 운영체제를 만들어서 왜 백산전자의 핸드폰에만 장착하려고 합니까? 훌륭한 모바일 운영체제를 만들어 오픈소스로 공급한다면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이것을 사용하겠지요.”
“그런 식으로 이익창출이 가능합니까?”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아마 돈만 먹는 하마가 될 가능성이 크지요. 하지만 세상은 점점 변하고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인터넷은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은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접속하고 있습니다. 그럼 10년 후에는 어떨까요? 일단 운영체제를 통해 시장을 장악하면 그때는 수익을 창출할 방안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언제 수익이 창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계속 자금을 투자하라는 앤디루빈의 당당함에 김혁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미래전자에서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가 이거였어. 오픈소스라니? 이건 바보짓이야.’
김혁수는 고개를 흔들다 한도영에게로 시선이 갔다.
놀랍게도 한도영은 앤디루빈의 말에 상당히 공감하는 표정이었다.
“앤디. 하나만 물어볼게요.”
한도영이 입을 열자, 조용해졌다.
“말씀하십시오.”
“소프트웨어 코어와 자바 코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나중에 썬마이크로시스템과 저작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군요.”
예상치 못한 질문에 회의실은 의아함으로 물들었고, 앤디루빈의 표정도 당혹감이 서렸다.
이제까지 많은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고,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누구도 이 부분을 지적한 사람은 없었다.
“물론 그런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인정합니다.”
앤디루빈이 솔직하게 답하자, 김혁수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오픈소스로 배포했는데, 대기업 썬마이크로시스템과 소송전까지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요?”
하지만 한도영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다음 대답을 재촉했다.
“현재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하는 API는 썬마이크로시스템의 자바 API를 기반으로 구축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저작권침해라기보다는 공정 사용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소송전으로 가더라도 결국은 우리가 승리할 겁니다. 이런 식으로 혁신을 막아서는 기술발전이 일어나기 어려우니까요.”
앤디루빈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API는 응용프로그램과 운영체제의 통신을 쉽게 하는 연결 인터페이스였고, 공정 사용은 특정한 상황에서 저작권 소유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저작권 보호 자료를 재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법적 원칙이었다.
“그렇군요. 소송에서 패배했을 때의 경우를 말해봐요.”
한도영의 계속 되는 질문에 앤디루빈은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앤디의 말대로 안드로이드가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를 석권했다고 보고 말하면 될 거 같군요.”
“천문학적인 피해가 날 겁니다. 또 저작권료를 썬마이크로시스템에 물어줘야 하니 그만큼 핸드폰의 가격이 오를 테고요.”
“그럼 바꿀 생각은 없어요?”
“없습니다. 현재는 이 방법을 썼을 때, 운영체제가 가장 안정적으로 작동됩니다.”
“알겠습니다.”
한도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간 후,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 프리젠테이션이 끝이 났다.
한도영은 앤디루빈, 체스터와 악수하고는 회의실을 나섰다.
백산호텔.
백산전자는 앤디루빈과 체스터가 편안하게 서울에서 지내도록 호텔을 예약해두었다.
“젠장할. 광대가 된 기분이었어.”
앤디루빈은 붉어진 얼굴로 침대에 벌렁 누웠다.
“앤디. 한도영이 괜히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게 아니더라. 질문이 정말 날카로웠어.”
체스터가 옆에 의자를 갖고 와 털썩 앉으며 말하자, 앤디루빈도 일어나 앉았다.
그는 체스터를 바라보며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망한 거 같지?”
체스터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분위기도 좋았고, 어느 때보다 활발한 토론을 벌였기에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한도영의 날카로운 질문에 좋았던 분위기는 속수무책으로 반전되었다.
“그냥 미국으로 갈까?”
“조금만 더 있자. 아까 비서실 직원이 이틀 정도 이곳에 머물러 달라고 부탁했잖아. 백산전자에서 토의한 후 연락 준다고.”
“연락을 받지 않아도 결과는 뻔할 거 같은데.”
“그래도 기다려보자. 노력은 사람이 하는 거지만, 결과는 신만 알고 있을 테니까.”
앤디루빈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대답했다.
이제 갈만한 곳은 다 가봤기에 더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렇기에 백산전자에서 좋은 소식이 오길 기다렸다.
물론 그 가능성은 낮지만.
백산그룹 회장실.
한도영은 김혁수에게 차가운 음료를 권하고는 음료를 마시며 맞은편에 앉았다.
“회장님. 괜찮습니까?”
전혀 실망스러운 얼굴이 아니었기에 김혁수는 의아함을 드러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아요. 아주 재밌는 프리젠테이션이었어요.”
“안드로이드는 도저히 안되겠습니다. 썬마이크로시스템과 소송전이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설령 소송전에서 이기더라도 엄청난 돈이 들어갈 겁니다.”
“김 대표님.”
“네.”
“냉정하게 판단해보세요. 백산전자의 모바일 운영체제와 안드로이드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안정적인지.”
한도영의 냉정한 질문에 김혁수는 말문이 막혔다.
동시에 억울한 감정도 들었다.
“우리도 앤디처럼 저작권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훨씬 좋은 운영체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아뇨. 내 말은 어느 쪽이 더 안정적이냐는 거죠.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해볼까요? 어느 쪽이 더 낫습니까? 썬마이크로시스템과의 소송전을 제외하고요.”
“안드로이드가 더 안정적입니다.”
김혁수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한도영은 김혁수를 탓하지 않았다.
이는 앤디와 김혁수의 시각 차이로 벌어진 일이었다.
김혁수는 저작권을 면밀히 검토했고, 엄청난 소송전으로 인한 부담을 덜어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돌아가다 보니 운영체제가 생각처럼 개발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미래전자도 마찬가지였다.
반면에 앤디루빈은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았고, 거기에서 소송전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주장한 공정 사용이 과연 법원에서 받아 들여질지도 미지수였다.
만약 공정 사용이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매년 천문학적인 저작권료를 부담해야 할 것이다.
“김 대표님. 억울해 하지 말아요. 이건 선택의 문제이고,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이 그룹에 이익이 될지 판단하면 됩니다.”
한도영은 문득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떠올랐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스티브잡스는 생각이 자유롭고, 사업감각이 매우 뛰어났다.
‘잡스가 만든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는 어떻게 이 방법을 피해갔을까? 아직 한국은 이런 부분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건가?’
한도영은 고개를 흔들었다.
기초과학 분야나 전자기기, 소프트웨어 등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는 걸 이번 기회를 통해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