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s Youngest son RAW - Chapter (231)
232화. 인재를 얻다.
“도영아, 너 지금 숏칠 생각하고 있지? 이건 단위가 크니까 그냥 숏이 아니라 빅숏이네. 그렇지?”
한도영이 나스닥 폭락 때 빅쇼트(공매도)를 쳐서 많은 돈을 벌었던 기억을 떠올린 권지훈이 슬며시 찔러왔다.
“그거도 있고, CDS도 괜찮고요. 폭락이 가까워지면 CDS 프리미엄이 많이 붙을 테니까요. 둘 다 경기가 하락하는데 배팅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내가 그 때를 봐주겠다고 했잖아. 아직도 시장은 우상향하고 있거든. 그리고 웃긴 게 뭔지 아냐?”
한도영은 권지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전생에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를 결과 위주로 확인했었고, 그 역시 큰 타격을 받았었다.
이번에 권지훈을 통해 직접 들으니 생생하게 느껴졌고, 그 위기에 더 잘 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CDS가 왜 만들어졌는지 알아?”
“위험을 회피하려고 만들었잖아요. 그들도 자산에 버블이 심하다고 느낀 거죠.”
한도영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자, 권지훈이 껄껄 웃었다.
“하하하하. 그럼 월가가 탐욕에 찌들었다고 말할 수 없지. 네 말은 아주 이성적인 행동이거든. 지금 걔네들의 행동이 이성적이지 않잖아.”
권지훈은 재밌다고 웃고는 대화를 이어갔다.
“지금 CDS를 판매하는 곳이 리먼브라더스, AIG, BOA,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거의 모든 금융기관이야. 어휴, 미국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형 투자은행들이 다 팔고 있지. 파는 이유는 간단해. 그동안 얘네들도 버블 아냐? 이러면서 경계했거든. 그런데 계속 안 터지고 오르는 거야. 그리니까 지네들도 좀 먹겠다고 뒤늦게 들어온 거지. CDS란 보험상품을 들고.”
“터지면 큰일 나겠군요.”
“그래서 장난 삼아 리먼브라더스가 터질 수도 있다고 말한 거야. 보험이란 게 적은 수수료를 받고, 물어줄 땐 원금을 물어줘야 하니까. 폭락하면 난리 나겠지. 그래도 리먼, AIG, BOA, 골드만삭스니까 버티지 않을까 생각할 뿐이야. 이거 무너지면 미국 문제로 안 끝나.”
“일 리가 있네요.”
전생에서 결과로만 확인하다 실제로 그 현장의 중심에서 확인하니 천양지차였다.
“지금 빅숏치는 사람들 정말 많이 망했다.”
“날짜를 못 맞췄군요.”
“그렇지. 빅숏이란 게 언제까지 날짜를 정해 놓고, 레버리지를 일으켜 자금을 쏟아붓잖아. 좀 투기에 가깝지. 그런데 계속 우상향하고 있잖아. 내려가야 돈을 버는데. 그냥 다 망하는 거야. 결국 한 놈만 돈을 벌 거다.”
“정확하게 맞춘 놈.”
“그렇지. 그놈이 누굴지 모르겠는데, 10억 달러 이상 챙길 거다.”
“그냥 레버리지 일으키지 않고 CDS사서 가만히 들고 있으면 폭락하면 큰 돈을 벌잖아요.”
“그게 쉽냐? 그렇게 투자자들이 이성적이었으면 이런 버블이 생기지도 않았어. 폭락한다는 데 배팅하는 놈들이야. 이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레버리지 일으키는 건 당연한 거야. 그래서 지금까지 많은 투자자들이 쪽박을 찬 거고.”
“혹시 저를 디스하는 거 아니시죠?”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 넌 망하는 놈이 아니라 그 성공하는 그, 그러니까 그분이 된다. 뭐, 그런 이야기지. 아, 짜식 뭘 그리 예민하게 받아 들이냐?”
“이모부. 만약 터지면 CDS란 보험상품을 판매한 대형투자은행이나 보험사 등의 부실이 말도 못하게 커지겠네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쟤네 말고도 CDS 팔려고 안달이 난 은행들이 많거든. 왜? 지금도 계속 돈을 갈퀴로 쓸어 담고 있으니까. 뇌가 마비된 거야. 뇌가. 그런데 이상하긴 해.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데, 왜 시중에는 자금이 넘쳐날까? 참 미스테리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얘네들도 정신을 못 차리는 거고. 나도 빅숏을 치고 CDS에 투자해야 하는데 망설이는 거고.”
권지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부분에 대한 답은 한도영이 정확히 알고 있었다.
연준에서도 이걸 이해하지 못했고, 시장도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중국굴기.
중국이 급성장하면서 막대한 달러를 풀어 미국국채를 계속 사들였기 때문이었다.
한쪽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올려 시중의 돈을 끌어 모으고 있었는데, 중국이 미국시장에 돈을 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미국자산가격이 비명을 지르면서 폭등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존에 배웠던 대로 투자자들은 이제 터진다 생각하고 빅쇼트를 쳤고, 망한 원인이 바로 태평양 건너 중국에 있었는데 그걸 몰랐던 것이다.
한도영은 이제야 그림이 완전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완벽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CDS, 빅쇼트도 중요하지만, 터진 이후를 잘 대비해야 해. 그동안 메릴린치 하나만 인수하면 성공이라고 봤는데, 좀 안일한 생각이었어. 메릴린치는 꼭 인수하고 싶지만,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며 폭락한 자산을 사들여야 해.’
“결심했어?”
“네?”
“니 얼굴 보니까 딱 결심한 표정인데. 내가 너를 한두 번 보냐?”
“네. 결심했어요. 그간 좀 안이했던 거 같아요.”
“신중했던 거지. 시장상황이 이러니까. 아무도 너를 안이했다고 평가하지 못할 거다. 그래 이제 니 계획을 들어볼까?”
“장기간 들고 있으면서 손해 볼 각오하고 CDS를 사주세요. 손실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오케이. 손실을 책임지겠다면야.”
“그리고 빅숏을 치기 시기는···.”
한도영은 말을 중간에서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베어스턴스를 기준으로 타이밍을 잡는 게 옳다고 보여져요. 제 생각엔 베어스턴스가 부도 날 겁니다. 하지만 시장이 받을 충격이 클 테니, 그 즈음에 대형 투자은행에서 인수하겠죠. 시장은 베어스턴스의 매각에 큰 충격을 받을 테고, 서서히 무너지다 뻥 터질 겁니다.”
“그러니까 베어스턴스가 무너지면 그때부터 과감하게 빅숏을 쳐라?”
“그렇죠. 아마 손실이 꽤 많을 겁니다. 터져야 비로소 돈을 버니까요. 그때까지 손실은 제가 감수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있어?”
“폭락 이후에도 대비해 주세요. 오히려 그 부분에 더 집중해주세요. 대형 투자은행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할 생각이니까.”
“너, 진짜로 리먼이나 AIG 등이 무너질 수 있다고 보는구나.”
한도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더 이상은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이모부만 믿을 게요.”
한도영은 싱긋 웃었다.
이렇게 해 놓으니 속이 편했다.
“알았다. 걱정하지 말고 한국에서 기다려라.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권지훈은 한도영을 격려했다.
**
8월 1일.
한도영은 경제수석 조민영을 만났다.
“좀 빨리 나오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늦어졌네요.”
아마 안의혁이 잡았을 것이고, 경제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조민영도 쉽게 발을 빼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온 것은 경제부총리 강신우의 견제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쉬셔야죠. 설마 바로 일하실 건 아니시죠?”
“네. 몇 달 쉬려고 했는데, 미국의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네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시장이에요. 지금쯤 뭔가 터져야 정상인데 여전히 버티고 있잖아요. 우상향하는 주식도 신기하고요.”
조민영도 중국의 자금이 미국으로 흘러 들어오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러니 모든 경제학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몇 달 쉬다가 내가 자리하나 만들어줄 테니까, 함께 일할래요?”
“백산그룹에요? 경제수석을 했는데 그리로 가면 눈치가 보일 거 같은데요. 그리고 전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라서.”
“미국에 자리를 만들죠.”
“그게 뭘까요?”
조민영은 흥미를 드러냈다.
그동안 한도영을 지켜보았고, 이제껏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한도영에게 호기심이 많은 그였다.
“저는 미국시장이 한번은 크게 터질 것이라 생각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는 저만의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많은 투자자들의 생각이기도 하죠. 하지만 전 그들보다 훨씬 꿈이 큽니다.”
조민영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계속하세요.”
“대형 투자은행을 인수할 생각입니다. 물론 장담은 할 수 없어요. 하지만 미국시장이 무너지면 내게 기회가 올 테고 그땐 적극적으로 달려들 생각입니다. 그때 조 수석님께서 나를 대신하여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의외의 제안에 조민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설마 한도영의 제안이 이렇게 거대할 줄은 상상도 못한 그였다.
“그게 말이 되나요? 회장님과 저의 인연은 그리 깊지 않은데요.”
“인연이 중요한 게 아니라 능력과 인성이 중요하죠. 제가 지켜본 조 수석님은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래 봬도 사람 보는 눈이 꽤 깐깐합니다. 아무에게나 이런 제안을 하지 않아요.”
조민영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한도영의 제안은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럼에도 제안을 수락하지 못한 건 과연 이걸 받아도 될까 하는 마음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조 수석님. 저와 함께 일하시죠.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회장님의 진짜 힘은 어디에 있죠?”
“무슨 말입니까?”
의외의 질문에 한도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백산그룹과 BS FUND말고 진짜가 따로 있는 느낌이 들어서요. 투자은행을 맡겨준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을 텐데, 회장님의 진짜 힘을 알아야 정확히 일을 처리할 거 같습니다.”
역시 조민영은 날카로운 감각의 보유자였다.
그렇기에 더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알려주시면 승낙하실 건가요?”
“솔직히 이렇게 좋은 제안을 주셨는데, 딴지를 거는 거 같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어요. 회장님과 일하면서 힘이 되고 싶지, 짐이 되고 싶진 않으니까요.”
“토마토뱅크, 헨트캐피탈. 제가 최대주주입니다.”
조민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외환위기 때 한국에 들어온 브레다, 헨트, 헤이그캐피탈이 모두 회장님 소유였군요. 그동안 장막 뒤에서 한국을 주무르고 계셨네요.”
“실망하셨나요?”
“전혀. 오히려 가슴이 설레네요. 제가 알던 회장님보다 훨씬 거대하고 강력한 분이니까요. 앞으로 많이 배우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한도영은 환하게 웃으며 술잔을 들어 부딪치고는 단숨에 들이켰다.
그동안 욕심 냈던 인재였는데 드디어 손에 넣은 것이다.
‘강신우 부총리에게 감사해야 하나? 그 인간이 조 수석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조 수석이 청와대를 나올 일도 없었을 테니까.’
“그런데 걱정되지 않으세요?”
“뭐가요?”
“제가 회장님의 큰 비밀을 알았잖아요.”
“전혀 안 되는데요. 이제까지 거기에 의문을 품은 사람들이 꽤 많아요. 하지만 아무리 조사해도 내 흔적을 찾을 수 없어요. 그런데 왜 걱정해요? 그건 그렇고 대통령님은 어때요?”
“힘드시죠. 지지율이 20% 초반까지 내려갔고, 레임덕이 시작되고 있어요. 경제가 흔들리니까.”
“흔드는 자는 박시명인가요?”
“네. 내년에 대통령선거가 있잖아요. 대통령 후보가 된 박시명은 대통령님과 선을 긋고 싶어해요. 그의 지지율이 낮으니까요. 아마 내년에 지지율이 더 하락하면 박시명은 더욱 강하게 대통령님을 들이받지 않을까 싶어요. 참, 권력이 뭔지.”
한도영은 그의 말을 들으며 묘한 생각이 들었다.
안의혁이 대통령 후보로 나설 때, 외환위기로 나라가 어수선했었다.
그때 안의혁은 양철영 대통령을 강하게 공격하며 자신의 지지도를 끌어올리려고 했었다.
문제는 분노한 양철영이 훼방을 놓으면서 안의혁이 장금산에게 패배했다는 데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지금과 그때의 그림이 일치하고 있었다.
경제가 어렵다는 것도 그렇고, 후보가 현 대통령을 들이받는 것도 그렇고.
‘박시명. 후회할 텐데. 안의혁이 그걸 용인할 리가 없어.’
한도영은 고개를 흔들었다.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 것인데, 굳이 그걸 예측해 무얼하겠는가?
경제도 아닌 정치를.
한도영은 조민영과 함께 한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며 술잔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