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엎드려 절받기긴 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군.”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 있는 헌터들은 전부 다 레벨 200을 넘긴 B급 이상의 헌터들이었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능한 인재들을 긁어모아 데리고 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연승의 눈에는 영 아쉬웠다.
‘A급이 두셋 정도만 더 있으면 좋겠는데.’
물론 지금 전력으로 어지간한 던전 공략이나 레이드는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최연승이 원하는 건 성좌전과 어비스 게이트 공략이었다.
‘아무래도 좀 쓸만한 인재들이 더 많아져야 다양한 전략이 가능해진다.’
최연승은 A급이 되고 나서 중급 성좌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존재력이 충만하게 늘어나는 걸 느꼈다.
여러 레이드를 해결한데다가 A급 승급까지 겹친 탓에 만만찮게 사람들의 신앙을 끌어 모은 것이다.
튀어나온 못은 망치를 얻어맞기 마련.
안 그래도 몇몇 악신 성좌와 악연을 맺은 상태이니, 언제 싸움이 걸려올지 알 수 없었다.
‘천칭의 여신만 봐도 알겠지만 굴러 떨어지는 건 한순간이다.’
잘나가는 성좌도 성좌전에서 여러 번 연속으로 지면 순식간에 찌그러드는 수가 있었다.
지금 잘나간다 하더라도 더욱 조심하고 조심해야 했다.
-그렇지만 그 여신이 좀 지나치게 망한 감이 없잖아 있지.
[도 동의합니다. 보통 그렇게 빠르게 망하는 경우는 드물다고…]-다들 닥치도록.
최연승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 최연승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신앙 활동을 하고 있었다.
헌터 본인으로서는 수많은 선행으로 사람들의 신앙을 모으고.
동시에 권유할 때는 최연승이 직접 접촉해서 화신의 이름을 말하고 권유하고.
다른 성좌들에 비하면 매우 조심스럽고 조용한 방법이었다.
‘속임수를 쓰고 있으니.’
지금 최연승이 하고 있는 건 반칙 중의 반칙.
권유를 할 때 조심해서 행동하는 건 당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슬 헌터들의 관심이 올라가고 있다.’
헌터 중에서는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악신 성좌와의 계약도 서슴지 않는 놈들이 여럿이었다.
혜성처럼 나타나 A급으로 승급해버린 헌터의 성좌에 관심이 가지 않을 리 없었다.
당장 인터넷만 봐도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이름 보면 좀 괴팍해 보이는데. 계약하면 인생 갈아 넣어야 하는 거 아니냐?
-성좌 쪽에서 계약은 해준대냐? 웃기는 놈이네.
-닥쳐. 난 벌써 몇 번이고 스카우트 받은 적 있다고.
-그런 놈이라면 여기서 글 쓰고 있진 않겠지. 어느 성좌에게서 받았는지 이름이나 말해봐라. 혹시 악신 성좌 아냐? FBI에 신고해야겠군!
-그보다 무공 쪽 성좌일 거 같은데. 이름도 그렇고 최연승 헌터도 무공 사용자 아닌가?
-무공 사용자가 A급 찍는 날이 오긴 오는군. 예전에는 정말…
-은퇴한 놈들은 대체 이 게시판에 왜 오는 거지?
-저 성좌한테 선택받으려면 역시 무공을 배워야 하나?
성좌들이 찾아온 지 수십 년.
지구의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노하우는 쌓여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성좌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 꽤 정보가 쌓여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수련의 화신은 역시 정보가 부족해서 오고 가는 추측이 많았다.
‘이 정도 관심이라고 해봤자 다른 성좌들에 비해서 하찮은 수준이니 견제는 아직 걱정 안 해도 된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건데.’
최연승이 걱정하는 건 다른 부분이었다.
성좌로서 권속을 어떻게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잖니?
-아니. 어려운 일이야. 내줄 게 있어야지.
최연승은 개인 전투 능력에 몰빵한 성좌였지, 다른 이들을 도와주는 능력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나마 무공 관해서는 상당한 조언이 가능하긴 한데…
-계속 무공 사용자만 들일 수는 없지 않나?
-하긴 그것도 그렇구나.
-다행히 내겐 날 도와줄 여러 성좌들이 있긴 해.
-…왜 날… 그보다 자기 권속을 다른 성좌들에게 맡기는 성좌가 어디 있니?
-지구에서는 원래 힘들 때 서로 돕고 산다고. 나중에 권속 중에서 무공 배우고 싶어 하는 권속 나오면 말해. 내가 도와줄 테니.
-내 권속들은 다 쉬고 싶어 하는데 그런 권속이 나올 리가 없지 않니.
-내려줄 능력은 그렇다 치고, 그 전에 이놈들을 쓸만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최연승은 입을 열었다.
“A급이 된 이상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군. 클랜의 다른 헌터들도 강해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
“!”
“오…!”
최연승의 말에 헌터들은 반색했다.
자기밖에 모르는 헌터들 업계에서 저런 말을 하는 헌터는 흔치 않았다.
설사 저런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 거의 가식 섞인 말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연승은 의외로 신뢰가 갔다.
A급이 되기 전부터 저렇게 말해왔던 헌터인 것이다.
그 때는 같이 경쟁하는 입장에서 무공을 가르쳐준다는 미친놈처럼 보였는데, A급이 되고 나자 왠지 다르게 보였다.
“대신 너희들도 내 명령을 잘 들어줬으면 좋겠군.”
“?”
“…??”
최연승의 말에 헌터 중 한 명이 당황해서 물었다.
“명령이라니? 레이드를 말하는 건가?”
“아니.”
레이드 때 대장이 명령을 내리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
생사가 오가는 현장에서 지휘체계는 필수적이었으니까.
하지만 평상시에 명령을 내리는 건 납득할 수 없었다.
무슨 권리로 명령을 내린단 말인가?
“우린 클랜에 스카우트 받은 거지 그쪽에게 스카우트 받은 게 아니다.”
“어. 그래서 허락 받았다. 싫으면 나가.”
“…진짜?”
“물어보던가.”
최연승의 말에 헌터들은 최연승이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A급 헌터가 된 만큼, 황경룡이 확실하게 밀어주고 있는 것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 예전이랑 달리, 클랜이라고 무조건 서로 뭉쳐서 끈끈하게 그러진 않는다고. 최연승 헌터. 각자 알아서, 서로의 거리를 존중하면서 일을 하는 게 프로다운…”
“시끄럽고. 내가 나오랄 때 안 나오는 놈들은 각오해라. 술 먹고 안 나오는 놈. 포커치다가 안 나오는 놈. 경기 보다가 안 나오는 놈. 또 뭐 있지? 하여간 걸리면 좋은 꼴 못 볼 줄 알아라.”
‘이런 미친 새끼.’
‘잘못 걸렸다!’
‘차라리 그냥 별 관심 없는 놈이 A급 헌터가 되는 게 나았을지도…’
헌터들은 슬슬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헌터들 중에서 몇몇은 눈빛을 빛냈다.
방탕하게 노는 것보다 강해지는 것에 관심이 많은 헌터들.
그런 헌터들에게 최연승의 말은 기회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 * *
“최연승 헌터. 손님이 왔습니다.”
“?”
클랜 헌터들을 쥐잡듯이 잡아댄 최연승이 숙소로 돌아오자, 클랜 직원이 나와서 말을 걸었다.
“올 사람이 없는데?”
최연승이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저렇게 말할 이유가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란 건데…
‘러시아 스파이?’
“기다렸소. 최연승 헌터. 당신을 꼭 만나보고 싶었소.”
묵직한 저음과 함께 등장한 건, 최연승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남자였다.
최연승도 보통 덩치가 아니었는데 상대는 그것보다 더 덩치가 좋았던 것이다.
‘아메리카 원주민?’
상대는 화강암을 연상시켰다. 바위 같은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했고 눈빛에는 위엄이 넘쳤다.
“누구지?”
“웨스 모랄레스. 최연승 헌터처럼 A급인 분이십니다.”
옆에 있던 경호원이 작게 속삭였다.
웨스 모랄레스.
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미국의 몇 안 되는 A급 헌터 중 하나였다.
정부에서 나온 경호원들은 긴장한 얼굴로 시선을 교환했다.
서로 각자 호위하고 있는 입장에서, A급 헌터 둘의 만남은 속이 따끔거릴 정도로 긴장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모랄레스는 무뚝뚝하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유명한 헌터 아닌가.
만약 충돌이 일어난다면…
“흠. 안으로 들어오지. 사람이 없어서 좀 휑하긴 한데. 괜찮겠나?”
최연승은 클랜 숙소의 문을 열었다.
숙소에는 오다이곤도 없어서 상당히 휑했다.
보통 클랜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헌터들도 근처의 호화 저택이나 아파트를 사거나 빌려서 지내기 마련인데, A급 헌터인 최연승은 아직도 이 숙소에서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
그 모습에 모랄레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A급 헌터가 된 사람이 이런 곳에서 지낸다는 게 신기했던 것이다.
“여기에서 살고 있는 거요?”
“그래.”
“다른 곳에서 지내지 않는 이유라도 있소?”
“도심에서 지내면 여기 클랜 부지까지 차 끌고 와야 하잖나. 여기서 지내면 바로 옆이 훈련실인데.”
“……”
순수하게 훈련에 미친 것 같은 최연승의 말에, 모랄레스는 감탄했다.
갑자기 강해져서 A급으로 올라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마실 게 맹물밖에 없군.”
“괜찮소. 갑자기 찾아왔는데 물이면 충분하오.”
“그렇다니 다행인데… 그래서 무슨 일로 찾아왔나?”
최연승은 살짝 기대 섞인 눈으로 모랄레스를 쳐다보았다.
혹시 에 관심이 있어서 찾아왔나?
모랄레스는 맹물을 한 모금 들이킨 다음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협력을 하고 싶어서 찾아왔소.”
“레이드?”
“레이드…는 맞지만, 조금 다르오.”
A급 헌터끼리 힘을 합쳐서 공략할 정도면 A급 몬스터가 나오는 던전이 분명했다.
A급 몬스터쯤 되면 A급 헌터도 혼자 잡는 걸 꺼려하는 것이다.
강하다 하더라도 실수 한 번에 목숨이 날아가는 게 레이드.
게다가 상대가 예상 밖의 스킬을 쓸 수도 있었다. 이 때 동급의 동료가 있다면 여러모로 안심이었다.
“드래곤 아티팩트의 대표가 된 것 보았소.”
“…?!”
갑자기 뜬금없는 말에 최연승은 당황했다.
그게 왜 나오지?
“결국 힘을 가진 건 헌터가 아니라 기업이다. 최연승 헌터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니오?”
“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긴 하지.”
“그렇소. 그래서 나도 그 힘을 가지려고 하고 있소.”
“설마 지금 황경룡을 죽이고 드래곤 인더스트리를 탈취하겠다는 소리인가?”
최연승의 말에 이번에는 모랄레스가 당황했다.
평소에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 바위 같은 얼굴에 당혹이 서렸다.
“그게 무슨 소리요?”
“아니었나? 그러면 계속 말해보도록.”
“내가 지금 같이 일하고 있는 건 파커 가문이오.”
최연승에게도 익숙한 이름이었다.
레이드를 뛰는 헌터라면 모를 수 없는 파커 가문!
안 그래도 저번에 회장을 만났었는데…
“파커 가문이라… 거기 회장이 좀 못 미덥지 않나?”
“그렇소.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중요한 건 같이 일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지, 회장의 인성이 아니었다.
“중요하지. 같이 일할 사람이 믿음직하지 못한 것만큼 신경 쓰이는 일도 없을 테니까.”
“어차피 믿고 있지도 않소.”
모랄레스는 파커 가문의 장남, 제이콥 파커와 같이 일하고 있었다.
제이콥 파커는 의 사장.
레이드 산업에서 에너지란 몬스터의 코어를 의미했다.
그런 만큼 몬스터의 코어를 수급해 올 수 있는 뛰어난 헌터는 귀중한 인재였다.
한 나라에서 손꼽히는 A급 헌터라면 기업에서 굽신거리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굽신거리는 게 꼭 퍼주는 걸 의미하진 않았다.
“나는 회사의 지분을 약속받았지만, 이런저런 핑계만 대면서 받지 못하고 있소. 아마 최연승 헌터도 그렇겠지.”
“…?”
최연승은 당황했다.
‘아닌데?’
모랄레스는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대기업들이 헌터들 등쳐먹을 정도로 약삭빠르긴 했지만…
황경룡과 최연승의 경우는 좀 다른 것이다.
-연승아. 오다 주웠다. 이거 받아라.
-이게 뭡니까?
-흥. 딱히 네가 예뻐서 주는 건 아니니까.
-저 이런 거 필요 없는데?
-…증여세 다 냈는데 그냥 받아 이 나쁜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