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그런데… 선신 성좌가 이겼다고 쳐도, 그 땅이 인류의 땅이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선신 성좌는 기본적으로 무력으로 점령할 생각이 없는 거지, 호구가 아니었다.
자신의 피를 흘려가며 성좌전으로 지구의 땅을 뺏었는데, 그걸 순순히 돌려줄까?
어떤 성좌도 그러진 않았다.
“그렇지? 나도 그게 궁금했다.”
황경룡도 최연승의 생각과 비슷했다.
성좌에게 깊게 빠져버린 헌터들은 ‘우리 주인님의 선의를 무시하는 거냐?!’라고 발끈하겠지만, 황경룡은 기본적으로 성좌를 믿지 않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나라 정부쪽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면 왜 안 말립니까?”
“무슨 힘으로 말리냐? 그리고 무슨 이유로? 잘못 알려졌다가는 욕만 먹을 일인데.”
대부분의 사람들 사이에서 선신 성좌들은 이미지가 좋았다.
대침공을 막은 것도 그렇고, 그 밑에서 일하는 헌터들도 그렇고, 인류를 도와주러 온 초월자들로 보이는 것이다.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괜히 반대했다가 ‘저거 욕심만 많아가지고 성좌를 의심하고 있네!’하고 꼬투리를 잡힐 수 있었다.
당장 성좌에 대해 말 잘못했다가 쫓겨난 국회의원도 있을 정도였으니…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악신 성좌가 점령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하긴 그건 그렇습니다.”
아무리 속이 음험한 선신 성좌라도 악신 성좌가 점령하는 것보단 나을 것이다.
당장 수집가 성좌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랬다.
자신의 즐거움과 쾌락을 위해 어떤 테러든 벌일 수 있는 게 악신 성좌!
‘그래도 나한테 좋은 상황은 아니군.’
최연승은 초조해졌다.
선신 성좌들은 악신 성좌들에 비해 절대 약한 이들이 아니었다.
악신 성좌들이 사람들에게 공포를 뿌리며 힘을 키우고 있었다면 선신 성좌들은 그 반대로 힘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네가 A급 헌터가 된 이상, 너한테도 상당히 진지하게 제안이 올 거다. 전면전이든, 성좌전이든. 둘 다 거절해라.”
“?”
최연승은 황경룡의 말에 의아해했다.
“그냥 거절을 하라고요?”
“뭐… 그 중에 쓸만한 제안이 있을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대부분은 쓰레기 같은 제안이다. 네가 없는 동안 세상에 미친놈들도 다양하게 많아진 거 아냐?”
말과 함께 황경룡은 스마트폰에서 화면 하나를 띄웠다.
그건 어느 단체의 홈페이지였다.
-성스러운 성전 기사단.
“이게 뭡니까? 성전 기사단? 옛날에 망한 기사단 아닙니까?”
“그건 그냥 성전 기사단. 이건 성스러운 성전 기사단.”
성스러운 성전 기사단.
영국이 악신 성좌에게 점령당하고 나서, 망명한 왕실과 헌터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단체였다.
목표는 영국 탈환.
그 말에 최연승은 기꺼워했다.
“좋은 단체 같은데요?”
“아니야. 미친놈들이야.”
“……”
황경룡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정말 미친놈들이 틀림없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놈들이고, 네가 A급이 된 이상 너도 어떻게든 가입시키려고 할 거다.”
“뭐 어떻게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데요?”
“음. 미국 대통령을 납치해서 영국에 핵을 발사하려고 한 적이 있지.”
“……”
최연승은 경악했다.
미친놈들!
“그리고 이런 미친놈들 말고 여러 미친놈들이 많다. B급일 때는 다가오지 않던 놈들이 A급일 때는 다가올 테니 조심해야 해.”
“알겠습니다.”
확실히 황경룡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지금 대부분의 A급 헌터들은 적극적으로 레이드를 하지 않았다.
한 명 한 명의 가치가 너무 중요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그럴 이유가 없어서였다.
저런 자리에 올랐는데 목숨을 걸 이유가 많지 않은 것이다.
그만큼 A급 헌터를 데리고 오려는 이들도 절박할 터.
“그리고 러시아 스파이도 조심하고.”
“아, 예. 그래서 헌터들의 두 번째 꿈이 뭡니까?”
하나는 고토 회복이면, 다른 하나는 뭐지?
“어비스 게이트 공략.”
“…!”
최연승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비스 게이트.
지구 한복판에 나타난, 어비스와 지구를 연결하고 있는 가장 최초의 게이트.
지금도 수많은 던전들이 지구에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이 게이트가 어비스와 지구를 연결하고 있어서였다.
언제나 미개척지를 보면 뛰어들었던 것이 인류.
이 어비스 게이트로 들어가 어비스의 영역을 하나씩 점령하려는 시도는 수십 년 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실패했지.’
초창기에 어비스에 들어갔던 헌터들은 대부분이 전멸했다.
괜히 어비스로 빨려 들어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이 미치는 게 아닌 것이다.
[ 던전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보상:???의 왕국] [입장 제한:없음] [남은 시간:없음]몇 십 년 전부터 유명했던 저 메시지 창.
최연승은 저게 함정이 아닐까 의심했다.
사악한 성좌들이 영혼을 먹기 위해 만들어 놓은 함정!
‘애초에 어비스에 연결된 던전 하나 공략했다고 왕국을 양보하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아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단다.
-…?
여신의 말에 최연승은 당황했다.
-왜지?
-지구와 어비스를 잇는 게이트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란다. 여러 성좌들이 힘을 합쳤겠지.
-…!
이제까지 그냥 우연히 연결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여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에 우연이란 없는 법.
그보다는 지구에 있는 영혼들을 탐낸 어비스의 여러 성좌들이 힘을 모아 열었다는 게 더 그럴듯했다.
-그리고 강대한 성좌들이 힘을 합쳐도 저런 게이트는 쉽게 열 수 있는 게 아니지. 맹세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단다.
맹세.
성좌들의 맹세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다.
지금 지구의 성좌들 사이에서 서로 랭킹이 매겨지고, 1위가 되는 성좌가 지구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성좌들이 한 맹세 덕분이었다.
성좌들도 어기지 못할 막대한 힘!
-아무 대가 없이 어비스에서 지구를 침략할 수 있는 건 아무리 성좌라 하더라도 너무 불공정한 일이니…
게이트를 열어 어비스에서 지구로 손을 뻗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대신, 지구에서 어비스로 와도 받아들이겠다.
그런 종류의 맹세를 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면 정말 어비스 게이트에 들어가서 공략을 하면 영역을 준다고?
-맹세했다면 그렇지 않겠니?
-아니. 어떤 성좌길래 그런 병신짓을 하는 거지?
-…그 성좌 입장에서는 설마 인간들이 공략할 거라고 여기진 않았겠지.
대부분의 성좌들은 인간을 매우 얕보고 있었다.
게이트가 열리기 전까지는 마법을 쓸 줄도 모르는 미개한 종족이었으니까.
그런 종족이 어떻게 성좌의 왕국을 공략한단 말인가.
“왜 가만히 있냐?”
“어… 다른 성좌들한테 물어봤더니 어비스 게이트 들어가서 공략하면 정말로 연결된 왕국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요.”
“그게 정말이냐!?”
황경룡은 최연승의 말에 뛸듯이 기뻐했다.
“…왜 기뻐하시죠?”
“그야 내가 돈 많이 쏟아 붓고 있는 사업이니까.”
“…!”
그랬다.
황경룡은 북한이든 영국이든 중국이든 고토 회복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와 달리 어비스 게이트 공략에는 매우 관심이 많았다.
인간으로서 성좌들에게 한 방 먹이고 싶다!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좀 기쁘군.”
“어비스의 왕국을 얻어서 어디에 쓰시려고요?”
“몰라. 얻은 다음에 생각해 볼 거야.”
“……”
황경룡은 매우 진지했다.
어비스에 있는 왕국은 일단 갖고 있으면 어떻게든 쓸모가 나오기 마련이었다.
당장 산업폐기물을 어비스로 버리는 계획도 진지하게 나오는 마당에, 쓸모가 없을 리 없었다.
“이건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 연승아.”
황경룡은 운명 비슷한 걸 느꼈다.
그가 S급 헌터가 되어서 회사의 막대한 권력으로 공략을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최연승이 성좌가 되어서 돌아온 것까지.
“운명이라고 치면 제가 떠돈 시간이 너무 억울해지는데…”
최연승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황경룡이 모은 자료를 확인했다.
던전에 관한 자료였다.
대부분이 전멸했지만 그래도 남은 정보가 있는 것이다.
주변이 온통 붉고, 살기가 흐르고, 사람보다 머리통 두세개는 더 큰 오크 전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덤벼들고…
‘어? 여기 영역 아니야?’
최연승은 왠지 모르게 이 왕국의 주인을 알 것 같았다.
* * *
“이상하네? 맥스가 이런 말 할 헌터가 절대 아닌데?”
엘리자벳은 의아해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건방지고 오만한 맥스 성격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친구. 지금 그게 중요해?”
“신기하잖아. 그보다 평소보다 헌터들이 좀 많은데…?”
의 헌터들은 기본적으로 따로 놀았다.
어지간해서는 한 곳에 모이는 일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헌터들이 여럿 보였다.
눈치를 보니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최연승 기다리는 게 맞군.”
“역시 그랬던 거야?”
A급 헌터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심지어 최연승은 여기 클랜 출신 아닌가.
아무리 남한테 무관심하더라도 헌터인 이상 A급 헌터에 관심이 없을 수는 없었다.
제각각 여러 꿍꿍이를 품고 모여 있는 것이다.
인사를 하거나, 가르침을 받고 싶어 하거나, 아니면 다른 목적으로 친해지거나…
“아. 젠장.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미리 좀 친해졌어야 했는데!”
“저 놈은 진짜 한결 같지 않냐?”
휘태커를 보며 스몰우드는 감탄했다.
저렇게 대놓고 계산기 두드려가면서 인간관계 쌓는 놈도 드물 것이다.
한 번 최연승한테 크게 데인 다음부터 슬슬 피하더니, 천연덕스럽게 다시 나타난 것이다.
“흥. 너희들도 이익 보려고 친해진 거면서.”
“뭐… 뭐? 우린 예전부터 친했어! 친구! 뭐라고 말 좀 해줘!”
“사실 그렇게 말하니까 반박하기 힘들긴 한데…”
엘리자벳은 말끝을 흐렸다.
겉으로 보면 이익 보려고 친해진 게 맞지 않나?
안토니는 그 말에 발끈했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나는 아니다. 우린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A급이나 찍고 이야기하시지.”
“…죽고 싶나??”
안토니와 휘태커가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 스몰우드는 엘리자벳에게 물었다.
“그런데 최연승이 A급 가버렸으니 B급 챔피언 자리는 공석 된 거 아니야, 친구?”
“맞아. 덕분에 다들 군침 흘리고 있더라.”
끼익-
리무진 몇 대가 서더니 안에서 경호원들이 내렸다.
A급 헌터가 움직일 때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 정부 쪽 경호원들이었다.
“왔다!”
“아니… 안에 없는데?”
그러나 최연승은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여기서 다들 뭐하고 있는 거지?”
최연승은 그 뒤에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서, 도로에서 리무진과 움직임을 맞춘 것이다.
“…대체 왜 자전거?”
“조금 나태해진 것 같아서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었지.”
리무진에서 내린 경호원들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차에 타라고 하고 싶었지만 A급 헌터가 그런 말을 들을 리 없었고…
“최연승 헌터. A급 헌터 승급 축하드립니다!”
“오. 반갑다. 그런데 너 저번에 내가 무공 관심 있냐고 했을 때 침 뱉고 지나간 놈 아니었나?”
“……”
“최연승 헌터! 저는 침 뱉지 않았습니다!”
“넌 인터넷에 익명으로 날 욕했던 걸로 아는데. 양로원 들어가서 휠체어 타고 돌아다녀야 할 놈이 설친다고 하지 않았나?”
“그, 그걸 어떻게…!”
헌터들은 다른 의미로 겁에 질렸다.
그걸 대체 어떻게?
“뭐, 됐다. 축하한다는데 받아줘야지. 다들 고맙군. 박수 안 치나?”
짝, 짝짝, 짝짝짝-
매우 어색하고 불편한 분위기에서 박수갈채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