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권영승의 본질을 꿰뚫어봅니다.]권영승
레벨:324
힘:366
민첩:411
체력:398
마력:408
지능:401
A-랭크 스킬
B+랭크 스킬
B+랭크 스킬
…
‘대단하긴 하군.’
성좌와 계약을 안 했는데도 스킬이 이 정도면 재능을 타고난 셈이긴 했다.
딱히 연습을 하지 않아도 A급의 위치에 올랐다는 게 사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였고…
‘이 자식이 더 열심히 했으면 창식이 형이 욕을 안 먹어도 됐을 텐데.’
최연승은 권영승을 빤히 쳐다보았다.
사실 이건 부당한 원한이었다.
패배의 책임이 권영승 혼자에게만 있지는 않았으니까.
권영승이 물론 A급 헌터라서 많은 팬들에게서 기대를 받긴 했지만, SSL은 헌터 한 명이서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A급 헌터라고 해서 무조건 자기 능력을 다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이다.
“왜 그렇게… 쳐다보시는 겁니까?”
권영승은 슬쩍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물었다.
역시 A급 헌터답게 뭔가 이상함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그래도 내가 심심하니까 나와 같이 수련을 하자고.”
“어… 다른 헌터들 있지 않나요?”
“다른 헌터들은 A급이 아니잖아.”
반박하기 힘든 최연승의 말.
하지만 권영승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제가 지금 마력을 많이 써서 몸이 좀 피곤하고, 이 상태에서 무리하게 훈련을 하면 역효과가 날지도 모르겠군요.”
“저런.”
물론 최연승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소리였다.
‘상태 매우 멀쩡하군.’
무공의 달인인데다가 성좌의 눈까지 갖고 있는 최연승 상대로 저런 거짓말이 통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럴 때는 뭐가 좋은지 아나?”
“휴식이죠 역시? 푹 쉬면서 마력이 회복될 때까지…”
“아니. 그러면 오히려 몸이 약해지지. 내가 완성시킨 특수한 훈련이 있다. 그 훈련을 하면 마력이 회복되고 육체가 더 강해지지.”
“…저 그냥 쉬겠습니다.”
권영승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말로는 최연승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직감한 것이다.
“지금 여기가 어디 기지지?”
“무슨 소리죠? 여기가… 드래곤 인더스트리 쪽 기지 아닙니까?”
“그렇지. 그러면 누가 리더지?”
“최연승 헌터가 리더죠.”
“그래. 그러면 훈련을 해라.”
“……”
권영승은 입을 떡 벌렸다.
그러니까 지금…
훈련을 안 하면 쫓아내겠다고 하는 건가??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
‘돌아가서 거액을 내지 않으면 쫓아내겠다’ ‘이번 던전 공략에서 전리품을 양보하지 않으면 쫓아내겠다’ 같은 게 아니라, ‘너 나랑 같이 훈련 안 하면 나가’라니.
생각치도 못한 너무 사소한 조건이라서 말문이 막힌 것이다.
대체 훈련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모두들 미안하게 됐어. 드래곤 인더스트리 쪽에서 나가달래.
-왜? 무슨 요구를 했는데?
-나하고 훈련을 하자고 했는데 내가 쉬어야 한다고 거절했어. 그래서 나가래.
-…뭔 개소리??
아무리 권영승이 A급 헌터라지만, 그를 믿고 따르는 한국 헌터들한테 그런 말을 전할 수는 없었다.
“…훈련하러 가면 되지 않습니까! 가면!”
“의욕이 생긴 거 같아서 보기 좋군.”
권영승은 투덜대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된 이상 훈련실에서 최연승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여 줄 생각이었다.
다시는 그가 훈련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해주리라!
* * *
“오크 놈들이 교활하게 굴고 있습니다.”
“소규모로 움직이면서 우리 물자만을 노리는 게, 보통 영리한 게 아닙니다.”
보통 던전에서 이렇게 지능 높은 상대는 보기 어려웠다.
하물며 오크들은 야성을 폭발시키며 덤벼들면 덤벼들었지, 저런 식으로 교활하게 유격전을 펼치는 몬스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크들은 놀라울 정도로 지능적으로 움직였다.
그들을 다스리는 성좌가 내려 준 지시였다.
‘빌어먹을.’
조셉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성좌가 가르침을 내려줬을 때만 해도 조셉은 확신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성좌의 도움을 받고 있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기 오크들도 성좌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예상 밖의 상황도 일어날 수 있었다.
“좋다. 예정보다는 빠르지만 어쩔 수 없지. 다른 원정대한테도 연락을 보내서 총공격을 준비하자고 전해.”
“총공격을??”
“그래. 다른 놈들도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을 거다. 예전과는 달리 협조하겠지.”
“하지만 그랜트. 만만치 않은 상대잖나.”
오크들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대요새는 영역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대요새로 가기 위해서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요새들을 뚫고 가야 하는 상황.
요새 하나를 공략하면 그 다음 요새가, 또 그 다음다음 요새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정도로 많은 오크들을 상대해야 했다.
“같이 나서더라도 네 명령을 안 들을 가능성이 큰데.”
조셉이 원하는 건 다른 헌터들이 앞장서서 방패가 되어주는 거였지, 각자 따로 놀며 자기 잇속 차리는 그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헌터들 역시 조셉의 지시를 들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쪽의 명령을 따르면 물자를 나눠주겠다고 전해. 그리고 난 이 던전의 공략법을 안다. 빠져나가고 싶다면 협조할 수밖에 없을 거다.”
확실히 공략법을 안다는 호언장담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뒤의 퇴로가 열려 있을 때는 다들 욕심이 가득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 지금은 피해 없이 지구로 돌아가는 게 최우선 목표.
조셉의 말에 솔깃해하는 헌터들이 여럿일 것이다.
“그런데 조셉. 우리도 인원 많아서 나눠줄 물자가 없잖나?”
“하급 헌터들이나 기술자들한테 줄 배급을 줄이면 된다. 그리고 약속한 물자를 다 줄 필요도 없지. 시간만 끌면 되니까.”
“!”
헌터들은 수군거리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나중에 발각되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헌터들에게도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유혹적이었다.
“…좋아. 한 번 해보자고. 이 짜증나는 곳에서 더 오래 있고 싶지는 않으니까!”
조셉의 심복으로 뛰는 헌터들은 다른 원정대에 연락을 보냈다.
생각했던 것보다 반응은 훨씬 호의적이었다.
다들 물자 부족으로 고통받고 초조해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한 공략법을 안다고 하니 거기에 합류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모든 원정대들이 넘어 온 건 아니었다.
최연승이 이끄는 원정대나, 그들과 합류한 한국 원정대들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물자는 이쪽도 넉넉하다. 공략할 때 같이 싸우기야 하겠지만 명령 받을 생각은 없다. 알아서 행동하겠다.
“이런 재수 없는 자식들 같으니.”
“참아. 괜히 마찰 일으켜서 좋을 거 없다. 다른 놈들이 다 넘어왔으니 그걸로 됐다고.”
“이 자식들은 어떻게 물자가 비축한 거지?”
“허세겠지.”
“아니. 허세가 아닐 수도 있어. 드래곤 인더스트리잖나. 거기 회장은 드래곤 황이다.”
아무래도 헌터 출신인 만큼, 원정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했을 수도 있었다.
다른 대기업이라면 모를까 드래곤 황은 상당히 괴짜인 것이다.
“젠장. 투자자 잘 만나서 저렇게 배짱을 부리다니. 또 거절한 놈들은 누구야?”
“중국 원정대.”
“그 놈들은 뭘 믿고 거절한 건데?”
“자기네들이 가장 뛰어나고 경험이 많으니 자기네들이 지휘하는 게 옳다는데.”
“……”
“……”
헌터들을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다.
거절은 예상했었지만 그 이유가 너무 기상천외했던 것이다.
“진짜 그렇게 대답했다고? 정신 나간 놈들 아니야?!”
“내버려 둬. 그놈들 하는 짓거리가 원래 그렇지.”
내일 굶어 죽더라도 오늘 끝까지 자존심을 고집하는 게 중국 쪽 헌터들이었다.
개인으로 따로 놀면 모를까, 당 휘하로 나왔으니 저렇게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쨌든 준비는 다 됐다. 헌터들 다 불러 모아! 공격 개시한다!”
* * *
“……”
권영승은 엎드린 채 슬쩍 시선을 던졌다. 물론 눈은 거의 감고서.
“설마 기절한 척 하는 건 아니지?”
“…아니죠 물론.”
머쓱해진 권영승은 일어났다.
훈련실에서 가볍게 붙은 싸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완패!
아무리 최연승이 UHC에서도 강렬한 성적을 남긴, 대인전 특화 헌터라지만 이렇게 손도 못 쓰고 패배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 어려운 공간 계열 마법을 주특기로 다루는 권영승은 텔레포트로 거리를 벌리고 각종 지형지물들을 날려서 최연승을 견제하려고 했다.
그러나 최연승은 마법의 낌새만 느껴져도 바로 피했다.
공격이 실패하면 이제 최연승의 반격 차례.
동급의 무공 사용자 상대로 근접전으로 붙지 말라는 건 이제 널리 알려진 말이었다.
권영승은 어떻게든 갖고 있는 마법으로 접근을 막으려고 했지만 최연승은 아무 마법 하나 없이 진짜 기가 막히게 파고들었다.
그 뒤부터는 그냥 갖고 노는 것에 가까웠다.
넘어뜨리고 일으켜 세우고 마법 쓰려고 하면 점혈해서 몸 흔들고 도망치려고 하면 다시 넘어뜨리고 데굴데굴 굴리고…
“사람 상대로 싸운 경험이 정말 적은 것 같은데. 마력 많다고 고서클 마법만 쓰지 말고 낮은 마법들을 좀 쓰지 그러나?”
최연승은 권영승의 약점을 한눈에 꿰뚫어봤다.
강한 마법에 자신이 있다 보니 시원시원하게 고서클 마법을 쓰는데, 이러다보니 사이에 틈이 많았다.
노련한 헌터라면 이 사이에 약하지만 빠르게 시전되는 가성비 좋은 마법을 써서 상대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했다.
다른 헌터들이 그런 부분을 대신 해줘서 저렇게 된 것이다.
‘하긴 권영승의 문제만은 아니지.’
기본적으로 레이드는 효율적으로 굴러가야 했다.
권영승 같은 A급 헌터가 있다면 강력한 마법을 팍팍 써서 몬스터의 방어를 뚫고 치명타를 입혀야 하는 게 그 역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견제까지 준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요즘 헌터들은 이런 분업화에 훨씬 더 철저했다.
물론 최연승은 그런 분업화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기 목숨 관련된 일인데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음. 한 번 고민해보죠.”
“그래. 내가 널 공격할 테니까 연습해봐라.”
“예? 아니, 저 따로 연습할 수 있…”
“아니다. 너한테 맞는 방법이 중요하다면서? 넌 실전으로 배운다고 말했으니 실전으로 배워야지.”
“실전으로 배운다고 하지는 않았 컥! 악! 야 이 개ㅅ… 아악!”
* * *
두 A급 헌터가 훈련실에서 나오자 기지에 있던 사람들은 존경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한 명만 있어도 눈이 부신 A급 헌터 둘이 저렇게 절차탁마하는 모습이 너무 대단했던 것이다.
‘역시 A급 헌터들은 다르구나. 저렇게 격렬하게 훈련을 하다니.’
권영승은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해서 최연승이 부축하고 있었다.
비교적 친한 몇몇 헌터들은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
‘이상하다? 영승이가 연습 따로 하는 성격은 아닌데?’
‘뭐지? 협박이라도 당했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서로 같은 A급이다보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겠지.’
A급끼리 이렇게 만나서 의기투합할 기회가 얼마나 되겠는가.
평소에는 다른 것에 관심이 많은 권영승도 제대로 불타오른 게 분명했다.
그에 비해 헌터들은 매우 불쌍하다는 듯이 권영승을 쳐다보았다.
“쯧쯧…”
“한국 헌터들 너무한 거 아닌가? 동료가 저렇게 괴롭힘을 받는데 도와주지도 않고.”
“표정 보니까 진짜 제대로 굴린 것 같은데.”
상대가 A급 헌터인데도 불쌍할 수 있다는 걸 오늘 처음 깨달은 그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