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최연승의 말에 잠시 할 말을 잃었던 웨스턴 실더즈의 헌터들은 곧 정신을 차리고 분노했다.
“게러티 님이 그럴 리가 없지 않나!”
“자기 부하도 관리 못하는 놈인데 배신한다고 딱히 이상할 것 같지는 않군. 선택해라. 자기 옆에서 몇 년 동안 일한 부하가 악신 성좌와 계약했는데도 못 알아차린 멍청이냐, 아니면 자기가 악신 성좌와 계약해서 못 본 척 한 배신자냐?”
“…멍, 멍청이?”
“미친놈아 그걸 왜 대답해?”
동료 헌터가 그걸 또 대답하는 모습에 다른 헌터들이 말렸다.
게러티 성격에 저런 말을 들었으면 가만히 넘어갈 리가 없는 것이다.
다행히도 게러티는 지금 바다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래. 멍청이로 하자.”
“멍청이가 아니라…!”
“구… 해! 구하라고, 이 멍청한 새끼들아! 푸헉!”
첨벙첨벙-
뒤에서 게러티가 물 먹은 목소리로 외치자 헌터들은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게러티 정도 되는 헌터가 바다에 빠졌다고 못 나온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최연승도 놀라서 물었다.
“헤엄을 못 치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게러티 님이 수영을 못 하신다니!”
“구해… 달라고! 개새끼들아! 어푸푸!”
“못 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수영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아까의 싸움으로 인해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것에 가까웠다.
“지금 갑니다!!”
첨벙!
헌터들은 다급히 뛰어들어 게러티를 구해냈다. 게러티는 나오자마자 부하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이런 ■■■ ■■■■■ ■■ ■■■ ■ ■ ■■■??”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부하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하마터면 게러티 같은 A급 헌터가 바다에 빠져 익사할 뻔한 것이다.
최연승은 혀를 차며 말했다.
“저렇게 부하들을 험하게 대하니까 악신 성좌와 계약한 놈이 나오지.”
“이 새…”
말하려던 게러티가 멈칫했다.
생각해보니 지금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던 것이다.
게러티의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고, 그 덕분에 클랜의 다른 헌터들도 제대로 버프해줄 수 없는 상황.
만약 싸움이 벌어진다면 이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했다.
게다가 명분도 그럴듯한 게 있지 않은가.
악신 성좌와 계약한 놈 나왔다는 핑계로 클랜의 다른 헌터들까지 쓸어버리는 건 난폭한 헌터들이 자주 쓰는 핑계였다.
“…맞는 말이군. 반성하겠다.”
“게러티 님?!”
부하들이 더 당황했다.
대통령 앞에서도 목에 빳빳하게 힘을 주던 게러티가 갑자기 이러니까 당황스러움을 떠나서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게러티 님이 지금 마법으로 데미지를 많이 받아서 제정신이 아니신 것 같다. 포션 꺼내라!”
“예!”
“수영도 못 하신 걸 보면 지금 정상적인 사고 판단이 안 되실 수.. 컥!”
퍽!
“이 새끼들이…”
“제정신이신 것 같은데??”
게러티한테 한 대 얻어맞자 헌터들은 당황했다.
성질 더러운 거 보니 또 멀쩡한 거 같기도 하고…?
게러티는 눈치 없는 부하들의 모습에 이를 갈았다.
실력이 없으면 상황 파악하는 눈치라도 있어야지, 그걸 모르고 지금 떠들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고 지금 대놓고 말했다가는 상대한테 들릴 테니…
“너희들도… 웨스턴 실더즈의 긍지 있는 헌터라면, 고마워 할 상황에서는 고마워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결국 게러티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불리한 건 그였고, 최연승은 매우 쌩쌩한 상태였으니까.
그 마음도 모르는 헌터들은 감동 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게러티 님이십니다.”
“이해했습니다.”
“최연승 헌터. 무례를 저지른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작작 해…’
게러티는 속으로 욕을 했지만 그의 속도 모르는 부하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게러티가 말한 걸 충성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스몰우드는 그 모습에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이럴 줄은 몰랐는데. 놀라운 걸? 이렇게 감사를 할 줄이야.”
“음. 게러티 님께서 가르침을 주셨지.”
“뭐 어쨌든 표시를 하니 좋네. 앞으로 남이 레이드하는 곳에 끼어들지 말라고.”
성격 좋은 스몰우드는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고 사과를 받아들였다.
솔직히 사과를 받아낸 것 자체가 놀라웠던 것이다.
손을 툭툭 털고 돌아온 최연승은 일레야를 보며 물었다.
“혹시 한세희 헌터가 내가 다른 헌터들을 도와주는 걸 보고 감동 받은 표정을 짓지 않았나?”
“…아니요?”
일레야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최연승은 살짝 당황했다.
“무표정해서 티가 안 난 건가?”
“그런 게, 아닌 거 같은데요.”
일레야는 한국어가 서툴렀지만 매우 단호했다. 최연승은 시무룩해졌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왜 도와주냐고 하던데…”
“뭐?”
“그냥 죽이는 게 낫지 않냐고 했서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최연승은 정색했다. 일레야는 억울하다는 듯이 강하게 말했다.
“진짜에요! 자기 언니면, 안 도와준다고 했서요!”
“……”
최연승은 할 말을 잃었다.
생각해보니 한세희가 말이 없고 조용해서 그렇지, 한세하 동생이었던 것이다.
한세하 하는 걸 보고 컸으면 당연히…
“…그래도 타의 모범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별로 좋은 생각 같지 않은데…”
일레야는 그냥 평소 성질대로 주먹 날리는 게 낫지 않나 생각했다.
한세희 헌터도 그걸 더 원하는 것 같았다.
* * *
중국 북부를 에게 점령당하고 나서, 중국은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갑질을 한동안 포기하고 근처의 다른 나라에게 아무런 시비도 걸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북부에 있던 시설들과 자원들을 간신히 대체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굴욕을 많이도 겪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몇 번의 소란을 겪은 중국은 더더욱 당의 권력이 강해진 나라가 되었다.
“쑤저우 쪽에 대피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그런 만큼 중국은 정보 통제 능력이 어마어마했다.
오죽하면 악신 성좌들이 ‘와 저건 배워야 한다!’하며 감탄할 정도일까.
다른 나라라면 보통 몬스터가 터지면 아무리 막으려 해도 소문이 퍼지기 마련인데, 중국은 그 강력한 통제력으로 완전히 틀어 막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숨길 수는 없는 법.
최고 권력을 자랑하는 당중앙헌터위원회 위원들에게 지금 연달아 연락이 오고 있는 것이다.
평소라면 감히 말을 올리지 못했던 현장의 당원들이 다급하게 외치고 있었다.
“대피 명령을 확대하지 않으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시민들 사이의 소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보를 공개하고 이동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헌터들을 더 불러서…”
듣고 있던 중앙헌터위원회 위원, 댜오쯔젠은 냉정하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말하는 놈들 모두 다 기록해놓도록.”
“예!”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불만을 말하는 이들을 쳐낼 생각부터 먼저 하는 댜오쯔젠의 냉정함에, 측근들은 소름이 돋았다.
중앙위원회나 중앙군사위원회도 눈치를 본다는, 중앙헌터위원회.
그 소속인 댜오쯔젠은 거물 중의 거물이었다.
강력한 무력인 헌터들을 손에 쥐고 있는데다가 여러 파벌에 영향력이 있었기에 다른 위원회의 위원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였다.
노인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였지만 각종 마법과 아이템 덕분에 댜오쯔젠은 중년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나라에 사람은 많다. 좀 죽는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어.”
“맞는 말씀이십니다.”
“생명은 다 소중하다고 지껄이는 놈들 중에 그 의미를 알고 떠드는 놈은 없는 법이지. 아무것도 없는 거지 놈 한 명의 목숨보다는 최첨단 연구소가 귀하지 않겠나?”
댜오쯔젠은 그렇게 말하며 입체 지도를 확인했다.
지금 몬스터 웨이브로 인해 중국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비슷하게 일본 쪽도 난리가 나긴 했다.
‘A급 몬스터가 4마리 나왔다’고 소문이 돌 정도였으니…
다행히 중국은 훨씬 더 정보를 은폐한 탓에 그런 소문은 퍼지지 않았다. 기껏해야 한두마리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였다.
하지만 고위층들은 진실을 알고 있었다.
A급 몬스터는 두 마리였지만…
무려 S급 몬스터가 나타난 것이다.
S급 몬스터, 촉룡(燭龍)!
드래곤 계열 몬스터들이 대개 강함을 자랑했지만 그 중에서 촉룡은 손꼽히는 강함을 자랑했다.
예전에 딱 한 번 중국에 나타난 적이 있었고…
그 주변 지역은 초토화가 되었다.
그런 만큼 지금 비상이 걸린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댜오쯔젠은 이런 상황에서도 최대한 이익을 볼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피 명령은 필요 없다. 괜히 소란스러워져서 좋을 게 없으니. 헌터들은?”
“지금 속속들이 소집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촉룡을 상대하기에는…”
“댜오쯔젠 님. 쑤저우 쪽은 정말 대피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댜오쯔젠이 인상을 썼지만, 말을 꺼낸 당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사람들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당의 손해를 걱정해서였다.
쑤저우는 지금 해외 기업들이 정말 많은 투자를 한 도시인 것이다.
아예 도시 내에 여러 특구를 새로 세워서, 거기 가면 다른 나라의 도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규모가 대단했으니…
그런 쑤저우가 공격 받아서 공장이 날아가고 특구가 파괴된다면 기업들의 원성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예전에야 중국 시장을 믿고 갑질을 할 수 있었지만, 세계도 이제 몇 번 당하고 나서 꽤 내성이 생긴 상태였다.
그런 걸 당하면 바로 보복에 들어갔다.
“댜오쯔젠 님. 이러면 어떻습니까? 여기 있는 기업들에게만 상황을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는 겁니다.”
“다른 나라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댜오쯔젠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살벌하게 외쳤지만, 이미 말을 꺼낸 당원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이걸 못 막으면 피해는 어마어마하게 커집니다! 댜오쯔젠 님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S급 몬스터를 막아내면 댜오쯔젠 님의 공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
살벌하게 당원을 노려보던 댜오쯔젠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상황이 자존심 세울 정도로 만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촉룡이 더 남쪽으로 내려가서 쑤저우를 날려버리면 그 피해는 정말 천문학적인 규모로 커졌다.
“알겠다. 요청을 보내라! 나중에 좀 뜯어주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지. 그리고 한국 정부에도 요청을 보내라.” “한국 정부가… 요청에 응하겠습니까??”
주변 당원들이 당황해서 댜오쯔젠을 쳐다보았다.
한국 정부가 호구도 아니고, A급 이상 몬스터가 난리 치고 있는 게 뻔히 보이는데 자기들의 피 같은 헌터들을 보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자존심 버리는 이상 더 요청해서 나쁠 거 없는 일이다. S급 몬스터, 촉룡이 나타났다고 한국 정부에 전해라. 쑤저우에서 못 막으면 한국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걸 그쪽도 알 거다!”
“…!!”
댜오쯔젠의 말에 당원들은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무시하던 나라한테 도움 요청하는 게 별로 기쁘지는 않았지만…
말 그대로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 * *
기자들은 벌써 해안가에 몰려 있었다. 최연승은 게러티 어깨에 팔을 올리고 손을 흔들어줬다.
“최연승 헌터! 길버트 게러티 헌터의 목숨을 구해줬다는 게 사실입니까??”
“죽을 뻔한 놈을 살려주긴 했지.”
“대단하십니다!”
“게러티 헌터와 같은 클랜도 아닌데 구해주다니!”
안 그래도 기삿거리 없나 찾아 헤매던 기자들에게 이런 훈훈한 미담은 아주 좋은 먹잇감이었다.
한국 기자들뿐만 아니라 해외 기자들도 몬스터 웨이브 취재하러 왔다가 이걸 취재하러 올 정도로.
“왜 안 웃냐? 웃어.”
“……”
게러티는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