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오크들이 튀어나왔지만 리치는 침착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이런 기습 하나에 당황할 정도로 리치는 어리숙하지 않은 것이다.
-오크 놈들이 제법 머리를 썼구나!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짓이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뛰어들어?
리치는 말과 함께 손짓했다.
주변으로 어둠이 끓어오르더니 오크들의 발목을 질척하게 묶었다. 동시에 공기를 도는 마력 흐름이 한쪽으로 쏠리더니 리치한테 향했다.
강력하고 뛰어난 마법사는 주변 마력을 자신의 지배 하에 둘 수 있었다.
이런 지배가 무서운 것은 실력이 부족한 상대를 완전히 묶어 버릴 수 있다는 점.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끌어 올 수 있는 마력에 한계가 생기면 마법도 거의 쓸 수 없었다.
예상대로 오크들은 마법을 시전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모두 처리해라!
-예!
퍽!
그러나 밀려나는 것은 오히려 데스 나이트들이었다.
각종 마법을 시전하며 덤벼들었는데도 오크 전사 하나를 쓰러뜨리지 못한 것이다.
리치는 처음으로 깜짝 놀랐다.
-뭐하는 거냐!
자기가 불러내고 자기가 직접 강화 주문을 건 데스 나이트들이었다.
대부분의 마법이 봉인된 오크들 상대로 이기지도 못하고 있다고?
-이 놈들이 마법을 쓰고 있습니다!
-마법이 아니다. 주인님께서 주신 힘이다!
오크 전사는 말과 함께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에서 정제된 내공이 솟구치더니 데스 나이트의 검을 쪼갰다.
‘무공이다!’
리치는 깜짝 놀랐다.
무공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었지만, 이 최근 유명해진 탓에 이름 정도는 들어본 것이다.
마법과 달리 자기 몸에 마력을 저장하는 특이한 방식이라던데…
-물러나지 마라. 조금 특이할 뿐 놈들의 실력은 한계가 있다. 마법으로 밀어붙여라!
그러나 리치의 외침과 달리 데스 나이트들은 점점 밀려나갔다.
데스 나이트들의 레벨이 낮거나, 시전하고 있는 마법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부족한 건 근접전에서의 스킬이었다.
오크들은 기가 막히게 도끼를 휘두르면서 데스 나이트들의 검을 흘리고 방패를 옆으로 치운 다음 갑옷 위로 데미지를 넣었다.
그러다가 데스 나이트들이 사납게 마법으로 반격을 하면 재빨리 보법을 펼쳐 뒤로 피해나갔다.
가까이 붙었을 때 무공 사용자가 마법 사용자를 어떻게 괴롭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움직임.
너무 노련한 움직임에 리치는 황당할 정도였다.
‘성좌가 직접 가르친 것도 아닐 테고, 대체 어떻게 저렇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크들이 저렇게 빠르게 익혔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리치는 자기가 직접 나서야겠다고 생각하며 공격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오크들에게 직접 쏟아 부을 생각이었다.
-퍼지는 빛의 파도.
-퍼지는 빛의 파도!
그러나 여기 있는 건 오크들만이 아니었다.
기다리고 있던 천사들이 사방에서 들이닥치자, 해골만 남아 있는 리치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천사들이 왜 여기…?!
-저기 리치 놈이다! 저 놈부터 잡아!
-리치 놈은 절대 놓치지 마!
여신이 보낸 천사들은 전투력이 높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잘 알았다.
리치 같은 경우는 워낙 재산이 두둑한 만큼 절대 놓칠 수 없었던 것이다.
-앞을 막아라! 후퇴하도록 나를 보호하라!
리치는 허겁지겁 데스 나이트들을 불러내서 벽을 세웠다.
아무리 천사들이 언데드 상대로 강력한 마법들을 많이 알고 있다지만 이렇게 작정하고 길을 막으면 뚫기 힘들어졌다.
“제가 직접 뚫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같이 돕겠습니다.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다콰니엘과 함께 돌격했다.
아다콰니엘은 최연승의 뒤를 지키면서 각종 강화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마법 버프 받고 무공을 썼던 건 지구에서도 많이 해본 경험이었지만 아다콰니엘의 마법은 그 수준의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시전자의 레벨도, 쓰는 마법도 지구의 헌터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
‘와. 이거 장난 아니군.’
절정의 경지에서 강기를 뿜어내려면 작정하고 내공을 쥐어짜야 하는데, 그럴 필요 없이 편안하게 강기 사용이 가능했다.
무공 사용자한테 강기가 얼마만큼 중요한 스킬인지 생각해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버프였다.
-인간 놈이 어디서…컥!
최연승이 검강을 뽑고 달려들자 데스 나이트들은 그대로 썰려나갔다.
방어 마법을 몇 개 걸고 있긴 했지만 강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하나, 둘, 셋, 넷.
공격 한 번에 데스 나이트가 한 번씩 쪼개지자 뒤에서 후퇴하던 리치가 더더욱 경악했다.
‘이야기가 틀리지 않나…!’
분명히 들었던 말로는 는 그렇게까지 대단한 영역이 아니었다.
주 종족은 오크.
원래 주인이 꽤나 거칠고 단순한 성좌여서 그 밑의 오크들도 그리 강하지 않다고 들었었다.
게다가 주인이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매우 컸다.
그 밑의 하수인들이 약해지면 약해졌지 더 강해질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오크들은 뭘 잘못 먹었는지 데스 나이트를 상대로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고, 갑자기 천사들은 왜 나오며…
그리고 저기서 날뛰는 인간이 가장 위협적이었다.
지구에서 여러 성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는 들었지만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인간 영웅, 내가 제안을 하겠다!
“해라!”
말과 함께 최연승은 다른 데스 나이트 둘의 목을 날려버렸다.
원래라면 물리 공격을 받고 어느 정도 회복을 해야 하는 데스 나이트였지만, 검강에 당한 탓에 그러지 못했다.
-잠시 공격을 멈춰라!
“하면서 듣겠다!”
검 끝의 강기가 폭발하듯이 길어지더니 정확하게 데스 나이트의 갑옷을 꿰뚫었다.
대쪽 같은 태도에 천사들은 감탄했다.
-성좌전 할 때도 봤었지만 정말 흔들림이 없는 인간이야.
-그거야 좋지만 주인님의 제안에도 흔들림이 없을 테니까 문제지.
-쉿. 남의 영역에서 잘못하면 오해 받아.
‘잠시만 시간을 벌 수 있다면…!’
대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시간도 주지 않고 인간 영웅이 부하들을 썰어대고 있었다.
-잠시 멈춘다면 이 습격의 진실을 밝혀주겠다!
“!”
최연승은 그 말에 공격을 멈췄다.
어차피 이번 전투는 끝장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리치가 끌고 온 데스 나이트들의 2/3 정도가 괴멸한 상황.
오크들과 천사들은 아직도 쌩쌩했다.
그렇다면 상대에게 비밀을 캐내는 게 더 이득이었다.
“밝히겠다?”
-그렇다!
그렇게 말하면서 리치는 마법을 준비했다.
몇몇 데스 나이트들을 광화시키고 다른 데스 나이트들은 폭파시켜서 도망칠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리치처럼 노회한 몬스터를 상대로 방심은 절대 해서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이 새끼가 날 뭘로 보는 거지…?’
최연승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리치를 쳐다보았다.
자기 근처에서 마력이 요동치는 걸 모를 줄 알았나?
최연승이 성좌여서가 아니라, 성좌가 아니었어도 저 정도 변화는 눈치를 챘을 것 같은데…
변화를 눈치 챈 건 최연승뿐만이 아니었다. 아다콰니엘도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번쩍!
아다콰니엘은 들고 있던 검을 날렸다.
눈부신 빛과 함께 검이 날아가더니 리치의 뼈로 된 팔을 잘랐다.
-크악!
육체의 데미지는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마법이 취소되었다는 점이었다.
아다콰니엘은 최연승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멋대로 나섰습니다. 놈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기에…
“아닙니다. 아주 잘 하셨습니다.”
최연승은 감탄해서 칭찬했다.
최연승이야 무공의 경지부터 시작해서 성좌의 눈까지 있다지만 아다콰니엘은 그런 것도 없이 알아본 것이다.
‘정말 유능한 인재군.’
-빌어먹을 놈들이!
들켰다는 걸 깨달은 리치가 마지막 발악을 위해 빠른 주문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최연승이 굳이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이번에 새로 얻은 도플갱어 왕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미리 말해둔 대로 충실하게 동작을 펼치는 2호!
둔탁한 소리와 함께 리치가 연신 두들겨 맞으며 물러섰다.
데미지도 데미지였지만 마법이 계속 끊긴다는 점이 매우 치명적이었다.
-잡아!
천사들이 그 틈을 타 리치를 포위하고 제압을 시도했다.
-이런 빌어먹을 천사 놈들. 나는 반드시 돌아와서 복수할 것이다!
-그러시든가 마시든가.
-복수하기 전에 네가 어떻게 갈려나갈지 걱정부터 하는 게 좋을 걸?
어비스에서 저런 협박은 거의 새가 지저귀는 소리에 가까웠다.
저런 거에 겁먹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아까 광역 마법이 데스 나이트들을 그대로 굳게 만들었는데, 그게 맞습니까?”
-맞습니다. 언데드 상대로 효과적인 광역 마법이라, 천사들은 많이들 익히고 있는 마법입니다.
“오… 제가 아는 다른 헌터들에게도 가르쳐 주고 싶군요.”
-원래라면 그렇게 쉽게 가르쳐드리면 되지 않지만, 최연승 헌터는 특별하니 가르쳐드리겠습니다.
두근!
최연승은 살짝 감동 받았다.
이렇게 친절할 줄이야…!
-이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빛의 힘을 이해해야 합니다. 혹시 빛을 다루는 마법을 갖고 계십니까?
“권능 은 갖고 있습니다.”
-그건 다른 성좌의 권능일 텐데… 아니. 죄송합니다. 그런 걸 물으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아다콰니엘은 성심성의껏 마법을 가르쳐주었다.
물론 최연승은 마법을 거의 배우지 못한 상황.
가르쳐 준다고 쉽게 배우지 못했다.
-으음!
“괜히 물어봐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이 마법서를 받으십시오.
아다콰니엘은 마법서를 꺼내서 내밀었다. 가 담겨 있는 마법서였다.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이런 책들이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거래된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 이건 이렇게 받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아니… 이건 받을 수 없습니다.”
-아닙니다. 꼭 받아주십시오.
아다콰니엘이 이러는 이유는 하나였다.
주인이 잘 해주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착한 천사다!’
-…저 천사의 주인이 시켜서 아니니?
-나태의 여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다콰니엘의 선의를 그렇게 모욕하지는 말라고.
-아니… 눈을 뜨려무나! 권속인데 그렇게 자기 뜻대로 마음껏 퍼줄 리가 없지 않니!
나태의 여신은 황당해했지만, 최연승도 나름의 논리가 있었다.
-천칭의 여신이 시켜서 한 일이면 천칭의 여신이 직접 줬겠지. 그리고 굳이 권속으로 알려진 나한테 이렇게 주겠나? 주인한테 직접 주는 게 관습에 맞을 텐데?
-…그건 그렇지만…
이건 또 맞는 말이라 나태의 여신은 할 말이 없어졌다.
그래도 아닌 것 같은데…
전투가 끝나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천사들은 아다콰니엘과 최연승이 붙어서 떨어지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쳐다보며 당황스러워했다.
-…말려야 하지 않나?
-아다콰니엘 님에게 말 꺼낼 사람?
-…으으음!
아다콰니엘에게 직접 말을 할 정도로 용감한 천사는 없었다.
그렇지만 저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뭔가 좀 아닌 것 같았다.
‘주인님이 저 모습을 보면…’
‘토라지시겠지.’
‘토라지시는 거면 풀어드리면 그만인데, 우실까봐 걱정이야.’
* * *
-나를 붙잡아봤자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리치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비스의 긴 삶을 생각해봤을 때 이렇게 잡혀 있는 건 아주 짧은 찰나에 불과했다.
잡힌 게 어이가 없긴 했지만 그렇다고 누가 시켰는지 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 말할 생각 없으면 말하지 마라.”
최연승도 별 생각 없이 대꾸했다.
어차피 최연승 노릴 성좌가 하나인 것도 아니었고, 말 안 한다는 놈 잡고 계속 시간 낭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풀어줄 수는 없으니까 너희들이 잘 관리해야겠지.”
최연승의 말에 오크들은 심각하게 고민하더니 말했다.
-혹시 논밭의 허수아비로 써도 되겠습니까?
“…어… 그래. 너희들이 관리할 자신이 있다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