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88)
288화
최연승이 생각하기에 최연승이 악마 성좌한테 도움을 줄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았다.
일단 지금 당면한 적들도 최연승이 더 많았다.
악마 성좌는 악신 성좌치고 적이 없는 편이라면 최연승은 선신 성좌치고 적이 많은 편.
지금 어느 누구와 성좌전이 붙어도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악마 성좌는 지구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무언가 깨달음을 얻고 싶은 모양인데, 최연승 본인이 무슨 깨달음을 줄 것 같지는 않았다.
[의 권속이 찾아옵니다.]‘엇.’
최연승은 갑작스러운 메시지 창에 멈칫했다.
연합을 맺은 이상 가 보낸 권속이 최연승 주변으로 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하물며 악마 성좌는 지금 최대한 빠르게 계약책만큼의 값어치를 해야 하는 상황.
권속이 주변에 찾아오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당황스럽긴 하군.’
어비스면 모를까, 지구에서 다른 종족 권속을 만나는 건 생각보다 어색한 일이었다.
게다가 악신 성좌 권속이면 더더욱.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연승 헌터. 저는 139호 악마입니다. 편하게 139호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그래. 잘 부탁한다. 139호. 그리고 어디 가서 악마라고 말하진 말고.”
여긴 영국 땅이었고, 최연승이 무슨 소리를 하든 다른 쪽으로 새어나갈 일은 극히 드문 곳이었다.
있는 거라고는 천칭의 여신이 보낸 권속들과 최연승이 데리고 온 오크와 몽마들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다른 나라에 가서 악마 종족을 드러내면 여러모로 골치가 아파질 것이다.
“아이고… 당연한 소리를.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연승 헌터. 무슨 일이 있더라도 명령에 따를 겁니다. 헤헤.”
‘들킬 걱정은 안 해도 되긴 하겠군.’
최연승은 139호 악마의 위아래를 훑어보았다.
139호는 오다이곤보다 훨씬 더 변장에 능숙했다.
약간 낡은 체크무늬 정장을 입고 두껍고 커다란 안경을 쓴 채 어정쩡하게 서있는 모습이 마음 약한 세무사나 변호사를 연상시켰던 것이다.
최연승은 무의식적으로 139호의 능력을 성좌의 눈으로 측정했다.
만약 너무 약하면 그건 그거대로 신경을 써줘야 했던 것이다.
다른 몬스터나 헌터들과 싸움이라도 붙으면…
139호 악마
레벨:498
힘:728
민첩:830
체력:840
마력:980
지능:890
랭크:?
?????
랭크:?
?????
…
‘…미친.’
최연승은 오랜만에 경악했다.
139호 악마의 레벨과 스탯이 너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게다가 갖고 있는 스킬들은 뭐가 이리 많은지 다 체크하기 힘들 정도였다.
대충 봐도 이 정도면 진짜 능력은…
예전에 최연승이 상대했던 바리고스 같은 악마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성좌의 길이 레벨만 높다고 갈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레벨만 따지고 본다면 슬슬 필멸자를 벗어던지기 직전의 레벨!
“혹시 악마 성좌의 권속들 중에서 무슨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는지 물어봐도 되나?”
“부끄럽지만 싸움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
‘139호 악마를 조심하라고 오크들에게 전해야겠군…’
최연승은 다시 한 번 느꼈다.
어비스에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 * *
“그래서 이게 그 께서 새로 진행 중인 사업이신 겁니까?”
“정확히는 주인님이 아니라 내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지.”
‘하지만 최연승 헌터는 총애 받는 권속이니, 꽤 많은 지원을 받고 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139호 악마는 영국에 조성된 약초 농장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의아해했다.
좀 더 현대적이고 체계적인 그런 농장을 생각했는데, 오크들의 농장은 꽤 많이…
구수했던 것이다.
-쉬었다 하게!
-아니야. 오늘 여기까지는 다 갈고 싶군. 자. 다 같이 밭을 쪼개버리세!
-그렇게 말한다면야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여기 있는 오크들 중에서 가장 무공 강한 자를 가려보자고!
“……”
아무리 봐도 좀 원시적인 시스템.
오크들의 힘으로 하나둘씩 처리하며 밭을 가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해준 지원이 고작 이런 거라면 좀 심하지 않나?
‘총애하는 권속한테 이런 지원을 해주는 거면 도 너무한 거 같은데…?’
악마 성좌가 선량하거나 자애로운 성좌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과 벌이 확실한 성좌였다.
139호는 수련의 화신이 생각했던 것과 좀 달라서 혼란스러워했다.
“왜 그러지?”
“어… 그게… 이렇게 하는 데에 이유가 있습니까? 인간들의 농업은 좀 더 첨단기술을 쓰고, 어비스의 농사라면 마법을 쓰면 될 텐데요. 혹시 께서 일부러 이런 걸 시키신 겁니까?”
“……”
최연승은 139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깨달았다.
‘이 자식… 지금 내 능력을 의심하고 있다!’
지금 이 오크들의 농사가 수련의 화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지원이라고 생각하면 좀 여러모로 곤란해졌다.
어비스에 이상한 소문이라도 돌기 시작하면…
-은 권속한테 그런 지원밖에 안 해준다고? 무공을 관장하는 성좌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별 거 없군.
-무공이 원래 그 정도 스킬이었지.
…같은 식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 것이다.
최연승은 강하게 말했다.
“물론 이런 농사 방법에는 당연히 의미가 있다.”
“오…! 역시. 그게 무엇입니까?”
“일단 인간들의 농업 기술은 아직 어비스의 식물들을 완벽하게 다루지 못하지.”
“과연… 그렇다면 마법은 왜 쓰지 않으십니까?”
그야 최연승 본인이 마법을 거의 쓰지 못하는 성좌이기 때문이었다.
오크들한테 마법을 내려주려면 최연승이 마법에 능통해야 했는데, 최연승의 주무기는 무공인 것이다.
“그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
“하나는 마법을 쓰지 않고 직접, 손수 가꾸면서 효과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려는 거지.”
아무래도 광역 마법으로 비를 오게 하고 흙을 솎아내는 건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오크들이 저렇게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하는 건 비효율적이긴 했지만 약초의 완성도에 강력한 효과를 줬다.
“과연…”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무공의 수련을 위해서다.”
“이게 무공의 수련이 됩니까?!”
무공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139호 악마였기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최연승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과 달리 무공의 수련은 일상의 어느 부분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신기하군요. 많이 배웠습니다. 최연승 헌터. 이렇게 가르쳐주시다니.”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의 가르침을 다른 필멸자들한테도 알려주면 좋겠군.”
최연승은 은근히 말했다.
악마들이 여러 필멸자들과 계약을 하는 만큼 좋은 소문을 퍼뜨려주면 여러모로 이득인 것이다.
“하지만 최연승 헌터. 제가 인간들의 사업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인간들은 최첨단 기술을 좋아하고 발전시키며 집착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기술을 쓰지 않고 이렇게 지어도 사업이 괜찮은 겁니까?”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군.”
“?”
“인간들은 기술을 좋아하고 발전에 집착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이런 전원적인 모습이 유리할 수 있다.”
최연승은 딱히 깊게 생각하지 않고 되는 대로 내뱉었다.
상대 성좌가 보낸 권속이 납득할 정도로만 떠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애초에 지구에 대해 그렇게 잘 아는 것도 아니니, 속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인간들은 이런 따스한 모습에서 자기가 가지지 못한 이미지를 발견하고 감동을 받는 것이지. 이런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사업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오… 과연…”
흥미롭게 듣던 139호 악마는 멈칫했다.
무언가 깨달음이 찾아온 것이다.
“최연승 헌터. 혹시 제 주인님께서 진행하고 있는 계약에도 이런 걸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음?”
“아무래도 필멸자들은 저희 악마들을 믿지 못하고 두려워하는 부분이 강한 만큼, 계약에도 지장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친근하게 이미지를 꾸민다면 필멸자들이 좀 더 과감하게 계약을 할 것 같은데요.”
“……”
[에게 새로운 조언을 전달했습니다.] [이 조언이 효과적일 경우, 계약에 따라 도움으로 기록될 것입니다.]-뭘 하고 있는 거니?!
나태의 여신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외쳤다.
상대 성좌가 보낸 권속을 데리고 다니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안 그래도 사악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계약 방식을 더 발전시키면 어떡한단 말인가!
* * *
아다콰니엘은 정기적으로 에게 보고를 올렸다.
영역부터 시작해서 주변 성좌들의 움직임이나 보고해야 할 것 같은 특이 사항들.
영국을 빼앗은 이후로부터 영국의 관리 또한 당연히 보고 대상이었다.
-주인이시여. 인간들 중 일부가 감히 당신의 땅을 자신의 땅이라고 우기며 다른 이들에게 돈을 갈취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최연승 헌터가 말한 대로 오크들에게 맡겨 노동으로 심신을 정화시키도록 했습니다. 다른 인간들의 그런 행동이 사라진 걸 보니, 효과적인 방법 같습니다.
-그렇군요.
천칭의 여신은 잘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둘이 너무 친한 것 같기도…?’
원래 권속들끼리는 필멸자인 만큼 서로 친해지기 쉬웠다.
성좌와 필멸자의 관계는 아무리 한쪽이 친근하게 굴어도 벽이 있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자 천칭의 여신은 갑자기 초조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주인으로서의 체면이 있지, 아다콰니엘 같이 충성스러운 천사한테 ‘쟤랑 놀지 마세요’같은 말을 할 수는 없고…
-주인이시여. 이번에 가 권속을 보냈습니다. 그 악마는 당신께서 가르쳐 주신 사업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모든 게 주인님의 영광…
-잠깐. 권속까지 보냈나요?
아다콰니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것 아니냐는 태도였다.
연합을 맺고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공격을 대비하는 만큼 상대 권속을 보내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139호라는 악마는 아다콰니엘도 쉽게 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였다.
만약 성좌전이 벌어진다면 어떤 식으로든 간에 대단한 도움이 되리라.
-…아다콰니엘. 다시 지구로 가게 되면, 최연승 헌터한테 성좌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없냐고 물어봐주겠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주인이시여. 최연승 헌터는 이미 모시고 있는 성좌가 있는데 굳이 그런 질문을…?
-그냥 해요 좀.
-예. 알겠습니다.
충성스러운 아다콰니엘은 주인의 명령에 토를 달지 않았다.
아다콰니엘이 저렇게 나오자 천칭의 여신은 조금 더 뻔뻔해졌다.
-아다콰니엘. 가서 말할 때 제 칭찬을 조금 섞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극히 당연한 말씀입니다. 주인이시여. 잊지 않고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노골적이지 않게, 자연스럽게. 알죠?
-예. 물론입니다.
-…그리고 가서 전할 때 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은근슬쩍 물어봐줘요.
-예. 물론입니다.
-곧 머지않아 성좌전을 겪게 될지도 모르는데, 저번에 그랬던 것처럼 여신의 권능이 도움이 될 거라고, 더 강력한 권능을 받고 싶지 않냐는 말도 꼭 전하고요.
슬슬 다른 천사들이 아다콰니엘을 안쓰러워하기 시작했다.
다른 부분에서는 비교적 멀쩡한 주인이 왜 이 부분에서만 저렇게 되는 건지…
성좌의 권능은 저렇게 미끼 상품 걸듯이 유혹하는 게 아니라 좀 더 고고하게 내려주는 보상이었다.
저걸 저렇게 ‘보상 줄 테니까 우리 집 오지 않을래?’같은 식으로 말을 전하라니…
-주인이시여.
-?
아다콰니엘이 진지하게 자기를 부르자, 천칭의 여신은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주인께서 명령하신다면 목숨을 걸고 최연승 헌터를 데리고 올 테니, 그냥 그 이후 주인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시는 게 어떠신지…?
-……
천칭의 여신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