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293)
293화
“이, 이봐. 그런 질문 하지 말라고. 우리한테까지 피해 오잖아.”
프랑스 쪽 언론사 기자들은 당황해서 말리려고 들었다.
프랑스 쪽 언론들은 같은 나라 기업인 알란드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알란드 관련 기사를 잘못 내면 경고는 가장 가벼운 수준이었고 해고부터 고소, 사적 제재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물론 다른 나라 기자들이 그런 걸 신경 쓸 리 없었다.
“우린 프랑스인 아닌데??”
“이봐. 난 독일인이라고.”
프랑스 기업이 세운 도시라고 프랑스 기자들만 있을 리는 없는 법.
해외 기자들은 오히려 좋았다.
“아주 흥미롭습니다!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아니… 야… 그만두라니까! 아르몽 씨. 좀 말려주십시오!”
프랑스 기자들은 괜히 불똥이라도 튈까봐 겁을 먹고 케빈을 불렀다.
같은 프랑스 헌터인데다가 알란드 사와 일하고 있었으니, 좀 부드럽게 말을 바꿔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최연승 헌터의 말은…”
케빈이 입을 열자 기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적당히 부드럽게 바꿔주겠지!
“…아주 부드럽게 말한 편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더 심각했습니다!”
“아니!!”
프랑스 기자들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을 맛보았다.
사태를 진정시키라고 불러놨더니 불에 기름을 붓고 있었던 것이다.
-미치셨습니까!? 왜 이러세요!?
-그만두세요!
입을 벙긋거리며 외쳤지만 케빈은 못 본 척 무시했다.
“최연승 헌터는 먼저 찾아와서 도시의 안전을 위한 제안을 했지만, 알란드 사에서는 노골적으로 무시했습니다. 보던 제가 부끄러울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알란드 사라지만 이런 행동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프랑스 기자들과 달리 해외에서 온 다른 기자들은 매우 감동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원래 남의 나라에서 터진 사건은 흥미롭기 마련.
심지어 A급 헌터 정도 되는 사람이 저렇게 내부고발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알란드 사가 심해도 좀 많이 심했나보군.”
“원래 기업들이 하는 짓이 다 그렇다지만 이번에는 선을 넘었어. A급 헌터의 제안을 저렇게 무시하다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저런 걸 무시하나?”
“심지어 최연승 헌터는 프랑스와도 인연이 있는 사람일 텐데. 쯧쯧.”
기자들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면서 영상을 보냈다.
지금쯤 전해 받은 지구 쪽 방송사에서는 신나서 영상을 틀고 있을 것이다.
‘프랑스 쪽에서 난리 좀 나겠군.’
‘알란드 사에서 항의하면 어쩝니까?’
‘무시하면 그만이지. 지들이 어쩔 건데?’
* * *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았다면 임원 중 몇 명은 빌딩에서 뛰어내렸을 테지만, 지금 이들은 그럴 정신이 없었다.
성난 드워프들이 그들을 붙잡고 으르렁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서 이 마법 크리스탈에 기록을 남기라는 건가?”
“마법 크리스탈이 아니라 카메라고 이걸로 전세계에 생중계를 하면 여러분들이 당한 걸 고발할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크게 터지면 아무리 회사라도 그냥 넘어가지는 못할 겁니다!”
목숨의 위협을 받은 직원들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서 방법을 짜냈다.
인터넷이 활성화 된 현대에는 이런 식으로 커다랗게 사건을 터뜨리고 생방송까지 진행하면 아무리 알란드 사라고 하더라도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드워프 부족들에게 직원들의 말은 헛소리로 들렸다.
“그걸 우리보고 믿으라는 거냐?? 아주 헛소리만 지껄이는구나! 이런 뱀의 혓바닥 같은 놈들!”
“아, 아닌데! 진짜입니다!”
“저 놈들 입을 다물게 만들어라! 우리 식으로 해야겠다!”
드워프들은 살벌하게 도끼를 들어올렸다.
그 도끼로 무슨 짓을 할지 대충 짐작이 갔기에 사람들은 벌벌 떨었다.
쾅!
굉음과 함께 보초를 서고 있던 드워프 전사 한 명이 복도에서 휙 날아오더니 데굴데굴 굴렀다.
“????”
“무슨 일이냐!?”
그제야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걸 깨달은 드워프 전사들이 당황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인간 놈들이 몰려오더라도 쉽게 뚫고 오지 못하도록 마법을 걸어놨었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뚫린 것이다.
“침입자 놈들이 있다! 생각보다 실력이 좋은 놈들이다. 조심해라!”
“예!”
안에서 떠드는 사이, 최연승은 은신을 풀고 모습을 드러냈다.
드워프들의 마법은 대단했지만 최연승에게는 별 것 아니었다. 최연승은 경계 마법을 손쉽게 취소시킨 다음 빌딩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이야기 좀 하지!”
“인간 놈! 이야기는 없다! 한 걸음이라도 더 접근하면 여기 있는 네 부족 놈들이 한 명씩 죽을 거다!”
“오…”
최연승은 살짝 당황했다.
정말 아무 상관없는 걸로 협박을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나는 그 놈들하고 아무 상관이 없는데?”
“거짓말하지 마라!”
“정말이다. 오히려 그 놈들하고 사이가 안 좋다.”
“그걸 믿으라는 거냐?”
팽팽한 대치.
그 사이에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던 임원 한 명이 주머니 속에서 반지를 꺼내 던졌다.
-폭발하는 빛!
1서클 마법이었지만,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임원은 이걸 갖고 있길 잘했다고 기뻐했다.
“최연승 헌터! 여기요! 여기!!”
임원은 허겁지겁 방 안을 빠져나와 전력으로 복도를 달렸다. 묶여 있던 탓에 비틀거리다가 넘어지긴 했지만 어떻게든 빠져나온 것이다.
“저 인간 놈이 역시!!”
“속이려고 한 거였군. 다가오지 마라! 다가오는 순간 무조건 죽이겠다!”
성난 드워프들의 반응에, 최연승은 임원을 탓했다.
“지금 네놈 때문에 분위기가 이 모양이 됐잖나. 어떻게 할 거야?”
“아, 아니. 최연승 헌터. 지금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지 않소! 빨리 진입해서 사람들을 구해주시오!”
“그렇군… 그런데 그쪽 얼굴을 보니까 갑자기 기억이 떠오르는데. 그쪽 전무이사가 날 무시할 때 옆에서 같이 웃고 있지 않았나?”
“……”
임원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기다릴 수 없었는지 임원은 다급히 말을 이었다.
“그, 그 일은 사과하겠소. 이렇게 부탁하겠으니… 일이 끝나면 보답도 제대로 해주겠소!”
원래 구두 약속으로는 뭐든 해줄 수 있었다. 임원은 어떻게든 최연승을 달래려고 애썼다.
‘그런데 케빈 아르몽 이 작자는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데 지금 구하러 온 A급 헌터가 하필이면 최연승이란 말인가.
임원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하지만 내가 그냥 진입하면 아무리 빠르게 싸워도 몇 명은 죽을 텐데?”
“그렇군… 가스통 님을 포함해서 임원들부터 먼저 구해줄 수 있겠소?”
“어이!! 가스통을 포함해서 임원들부터 구해달라고 하는데 괜찮겠나??”
최연승은 그걸 또 그대로 크게 외쳐줬다.
안에서 직원들이 프랑스어로 욕을 퍼붓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충 임원의 애미애비를 욕하는 소리였다.
“욕 잘하는군.”
“그걸 왜 말하는 거요!!!”
“아니. 상대의 의사도 존중해야지. 직원들이 죽을 수 있는데 물어봐야 하지 않나?”
“당연히 거절하겠지! 하지만 중요한 사람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소!”
“어이!! 이 자가 가스통을 포함해서 임원들의 목숨이 자네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아 그만두시오!!! 뭐하는 거요!!”
임원이 폭발해서 성질을 내자 최연승이 뚝 정색하며 말했다.
“지금 나한테 성질낸 건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가스통이 날 모욕할 때 옆에서 웃고 있던 주제에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군. 날 얼마나 같잖게 보고 있었던 거지?”
“그런 게 아니라…!”
임원은 최연승을 달래기 위해 온간 안간힘을 써야 했다.
5분 정도 쓸데없는 대화가 오고가고 나서야, 임원은 최연승을 달랠 수 있었다.
“알겠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진입해보도록 하지. 하지만 그쪽도 협조를 해줘야 해.”
“뭐든지 하겠소.”
“다행이군. 그쪽 협조가 꼭 필요했거든.”
“???”
임원은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최연승 정도 되는 A급 헌터에게 일반인인 임원의 도움이 필요할 리가 없었던 것이다.
‘뭐지? 아. 인원 식별해야 하니까?’
임원은 누구부터 구해야 한다고 말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순서를 세우기 시작했다.
일단 가스통 이사는 무조건 구해야 했고, 그 다음 바브레 본부장도 구해줘야 했고, 미셀 팀장은 싸가지 없게 그의 의견을 많이 반대했으니 구해줄 필요 없을 것 같고…
푹!
“!”
갑자기 뜨끔한 충격과 함께, 임원은 자신의 목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무공의 점혈이었지만 임원이 그걸 깨닫기에는 경험이 너무 부족했다.
‘뭐야!?’
“드워프들! 봐라! 난 이 자와 아무 상관이 없다!”
최연승은 계단 난간에 있던 철봉을 하나 꺾어들었다.
그리고 임원을 향해 정말 가차없이 휘둘렀다.
둔탁한 소리가 세게 났다. 보고 있던 드워프 전사들 중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찡그리는 자가 나올 정도로.
“봐라! 보고 있나?”
“그만! 그만 패라! 쓰러진 자를 그렇게까지 패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
드워프 전사들은 인간의 호전성에 경악해서 외쳤다.
탐욕스러운데다가 명예라고는 없는 실로 무시무시한 이들이었던 것이다.
“뭐라고?”
“그만 패라고! 믿겠다!”
“아니.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조금 더 패겠다!”
“그쪽이 여기 부족들을 싫어하는 건 믿겠다!! 그만둬라!”
드워프들이 간곡히 말리고 나서야, 최연승은 폭력을 멈췄다.
“들어가도 되나?”
“…들어와라. 하지만 행동을 조심해라! 섣불리 행동한다면 우리도 죽음을 각오하고 행동할 테니.”
최연승이 방 안으로 들어오자, 붙잡혀 있던 사람들은 지옥에서 천사라도 만난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반가웠던 것이다.
“최연승 헌터…!”
“엉엉!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오실 줄 알았어요! 저 새끼들이 개짓거리를 해서!”
‘내가 오기 전에 뭔 일이 있었나?’
최연승은 의아해했다.
물론 밖에서 임원이 ‘직원들은 두고 우리부터 살자’같은 소리를 했다지만, 직원들이 너무 빠르게 권위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사내 문화에 익숙해진 것이다.
다른 임원들은 항의하고 싶었지만 드워프들에게 입을 막혀서 떠들 수가 없었다.
“밖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안정됐지.”
“다행이다…!”
“…???”
붙잡혀 있던 임원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밖이 안정됐는데 왜 구출은 지금 오지?
설마 이 새끼들???
“여기 들어오시기 위해 밖에서 그렇게 주먹을 휘두른 거 보셨습니다. …혹시 죽었나요?”
“아니. 무공을 익히면 자신의 육체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육체를 다루는 것에도 완성도가 높아지지.”
“아…!”
직원들은 감탄하면서도 살짝 아쉬워했다.
“그러면 그냥 소리만 크게 나고 실제로 맞은 건 아니군요…”
“아니. 그건 아닌데? 실제로 팬 거 맞다.”
“예?”
“그냥 죽지만 않게 했다는 거지.”
“……”
“……”
듣고 있던 임원들은 오싹해져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담담한 최연승의 말이 오히려 더 살벌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내가 여기에 왜 왔는지 말해주지. 드워프들.”
“…?”
“나는 너희들의 제안을 이 부족의 다른 놈들한테 전달해서 설득해주기 위해 찾아왔다. 그러니 요구사항을 여기에 적어보도록. 뭐든 좋다.”
“…?!?!?”
붙잡혀 있던 임원들이 눈을 부릅떴다.
A급 헌터의 말이 예상보다 너무 미친 개소리였던 것이다.
‘뭐하는 거냐!!’
“뭘 그렇게 쳐다보나? 날 개무시했으면서 설마 내가 목숨 구해줄 줄 알았던 건 아니겠지?”
최연승의 말에 몇몇 사람들은 시선을 피했다.
솔직히 워낙 선량하고 정의로운 이미지 때문에 무심코 그렇게 생각한 점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보니 알 수 있었다.
언론에서 다룬 이미지는 완전히 가짜라는 것을!
‘대체 어떤 놈이 영웅이라고 헛소문을 퍼뜨린 거냐…!’
드워프들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물었다.
“대체 그런 일을 해서 네게 뭐가 남는다는 거냐?”
“친해지려는 거지. 저런 놈들보다는 내가 훨씬 더 믿음직스럽지 않나?”
“……”
드워프들은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최연승이 더 믿음직스러울지는 몰라도 더 무섭기는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