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504)
504화
흔히 사람들은 그럴듯한 실적과 그럴듯한 명함을 갖고 있으면 ‘저 사람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곤 했다.
제이콥 파커도 그랬다.
의 사장으로 일하기 전부터 여러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아 올린 만큼, 겉으로 보기에는 부모의 힘을 빌린 재벌 3세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능력을 증명한 인재처럼 보였다.
“아닌가?”
“아니지. 애초에 파커 그룹 계열사에서 일을 하는데 어떻게 실적을 안 쌓아. 그냥 가서 숨만 쉬고 있어도 실적이 쌓이겠다.”
아이네는 냉정하게 말했다.
같은 재벌 자식 출신으로 아이네는 저런 커리어가 어떻게 쌓이는지 잘 알았다.
대충 그럴듯한 명함 주고 잘 굴러가는 상승세의 회사에 들어가면 그 밑의 부하들이 열심히 일을 해서 실적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걸 받아먹고 다음으로 점프, 다음으로 점프, 다음으로 점프.
적당하다 싶으면 이제 사장 자리에 앉으면 화려한 커리어를 가진 경영자가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저런 교육을 받았을 텐데 능력은 있겠지.”
“아니라니까? 저번에 던전 멍청하게 뺏긴 거 봐. 소문 들어보니까 거의 마이너스 손 수준이야.”
아이네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제이콥 파커는 능력이 없는 놈인데 최연승이 믿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가 저 인간이 너무 얕잡아보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그렇게 능력이 없으면 과 계약할 일도 없지 않나?”
최연승도, 도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능력이 없다면 과 계약할 일도 없다!
“성좌도 틀릴 때가 있잖아! 인간들 사회에 어두워서 그럴듯한 말에 넘어간 걸 수도 있고!”
‘의외로 예리한 곳을 짚는군.’
최연승은 아이네의 말에 살짝 감탄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성좌들은 지구의 상황에 무식했다.
초월적이고 강력한 절대자라고 생각하면 절대 알 수 없는 부분들.
‘아이네가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정말로 놈은 무능한 걸지도 모른다.’
[가 인간의 오만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습니다.]‘…그리고 이 요리사 성좌도 은근히 무능한 걸지도 모르겠군.’
-나도 그렇게 생각이 좀…
“하지만 무능력하다고 하더라도 위험하지 않은 건 아니지.”
“그건 그렇긴 해.”
아이네도 이 부분에서는 동의했다.
일단 제이콥 파커가 능력이 없다 하더라도 파커 그룹의 막대한 자본과 인맥은 그 자체로 위협적이었다.
성좌와 엮이면 저게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것이다.
“그쪽에 있는 사람들한테 가능한 정보를 모아 볼게.”
“그래. 나도 사람을 풀어서 모아보지.”
아이네는 최연승의 말을 들었을 때 헌터들을 동원하려나 싶었다.
아무래도 최연승이 가진 인맥들은 대부분 헌터들일 테니까.
파커 그룹 쪽에서 일하는 헌터들 중에 최연승을 존경하거나 최연승의 편에 서려는 헌터들이 분명히 있으리라.
‘파커 그룹 계열사에서 사장하고 있는 놈 불러야겠군.’
아이네는 설마 최연승이 파커 그룹의 사장까지 쥐락펴락하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 * *
[이 신중한 표정으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쳐다봅니다.]“이것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업입니다.”
제이콥 파커는 팔을 양쪽으로 자신감 넘치게 벌리며 말했다.
어비스의 첫 번째 왕국과 연결된, 드넓은 평원 지대.
파커 그룹이 비싼 돈을 투자해서 확보한 귀중한 안전지역 중 하나였다.
그리고 제이콥 파커는 보물고 성좌의 돈을 빌려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몬스터 테이밍 사업이었다.
몬스터를 길들이는 스킬인 테이밍 스킬은 어비스에서도 꾸준히 발견되는 희귀 스킬 중 하나였다.
숫자는 적지만 이런 스킬을 얻어 몬스터를 길들이는 헌터들도 제법 있었고.
하지만 이런 일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능력에서 끝날 뿐, 산업으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시도는 다 실패했던 것이다.
그러나 제이콥 파커는 자신만만했다.
“이제까지 실패했던 건 인류의 기술이 아직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어비스의 영역에 인류가 발을 디뎠고, 필요한 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보십시오!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어비스의 식물들을 지구에서 재배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가 고개를 갸웃거립니다.]-주인님. 저 인간 미친 거 같습니다.
오우거들은 머리에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제이콥 파커를 욕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인간이었다.
마법으로 한두마리를 길들이는 게 아니라, 거대한 공간에 몬스터를 짝짓기시키고 사육시켜서 야성을 제거하겠다니.
몬스터가 왜 몬스터겠는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길들여지지 않아서 몬스터였다.
“주인님. 물론 의심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구의 역사에서 언제나 선구자들은 의심을 받아왔습니다. 만약 선구자가 달로 날아가겠다는 계획을 무시당했다고 포기했다면 인류는 지구 안에 계속 갇혀 있었을 겁니다.”
-어차피 게이트가 열릴 텐데 왜 갇혀 있…
“만약! 선구자가 미국의 유통업계를 한 손에 틀어쥐고 다른 경쟁자들은 모두 밟아버리겠다는 계획을! 무시당했다고 포기했다면 파커 그룹은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인류의 역사는 잘 모르지만, 제이콥 파커가 독점에 대해 떠드는 진심은 보물고 성좌의 가슴에 와닿았다.
탐욕스러운 성격에 아주 잘 맞았던 것이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이시여! 저는 당신에게 영혼을 바친 권속입니다! 그런 제가 설마 아무런 계획이 없이 이러겠습니까!”
[가 허락합니다!] [사업을 진행하라고 명령합니다!]* * *
A급 헌터, 길버트 게러티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미국 정권이 바뀌고 최연승이 S급 헌터가 되고 나서 파커 그룹 쪽 클랜들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다.
다 이야기하자면 길지만 짧게 요약하자면 ‘눈치 보고 대가리 박자’에 가까웠다.
괜히 반대쪽에 서서 까불다가 미친듯이 두들겨 맞느니, 한동안은 몸을 사리는 게 좋았다.
그리고 그건 놀랍게도 A급 헌터인 길버트 게러티한테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동안 조심하시고, 사고 치지 마십시오.
-지금 나한테 한 소리냐? 감히?
-사고치고 싶으면 한 번 해보십시오. 지금 같은 상황에는 저희 클랜이 최대한 막아드려도, 게러티 님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는 걸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알겠다.
끈 떨어진 사람들끼리는 자연스럽게 뭉치는 법.
길버트 게러티가 제이콥 파커의 부름을 받아서 찾아온 건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빨리 작동시켜주십시오.”
“이봐. 서두르지 말라고. 마력을 보통 잡아먹는 게 아니니까.”
파아앗!
소리와 함께 게러티가 발동시킨 아티팩트가 빛을 뿜었다.
[이 발동됩니다.] [성좌의 시선이 가려집니다.]“이거 정말 확실하겠죠?”
“기분 나쁜 말은 생각하고 내뱉으라고. 구하느라 힘들었으니까.”
게러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실제로 이 아티팩트는 정말 구하기 힘들었다.
무려 성좌의 시선으로부터 가려주는 강력한 아티팩트!
…긴 했지만 사실 그 성능에 비해 좀 쓸모가 없는 아티팩트였다.
성좌와 계약하지 않은 사람은 성좌의 시선으로부터 피할 필요가 없었다.
저런 아이템을 쓸 사람은 결국 이제 성좌와 계약한 사람인데, 기껏 성좌와 계약까지 해놓고 속이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럴 바에는 계약을 안 하고 말지.
그러나 제이콥 파커에게 이 아티팩트는 매우 소중했다.
“이거 미안합니다. 성좌를 속이는 게 보통 일은 아니잖습니까.”
‘이 자식도 보통 미친놈은 아니야.’
게러티는 속으로 생각했다.
귀한 집 자식으로 태어나고 자라서 그런지 위험에 대한 감각이 무딘 것 같았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어떻게든 될 거라 믿는 저 오만한 자신감.
물론 지구의 인간들 사이 일이라면 맞는 말이었다.
설사 사람을 죽인다 하더라도 파커 그룹의 힘이라면 빠져나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성좌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이 사업만 성공하고 나면 저는 다시 그룹의 실권을 붙잡을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도…”
“그 양반도 이제 쉴 때가 됐지.”
게러티는 맞장구를 쳤다.
파커 그룹의 늙은 회장은 저번 대선도 그렇고 실수가 많았다.
무엇보다 게러티가 주무르기에는 너무 노회했다.
“물론 제가 반역을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 그냥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 정도지.”
제이콥 파커의 계획은 단순하면서도 대담했다.
보물고 성좌의 힘을 빌려서 사업을 성공시키고 나면, 곧바로 다른 성좌 밑으로 들어가 보물고 성좌를 손절하는 것이다.
어비스의 성좌들이 알면 기가 막혀할 광기 넘치는 계획이었다.
감히 성좌를 등쳐먹으려고 하다니!
“그런데 이 사업 진짜 되는 거 맞나? 몬스터 길들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제가 누구입니까?”
‘호구새끼지 뭘…’
“파커 그룹의 제이콥이지.”
“맞습니다. 보고 계십시오.”
게러티는 그 모습을 보니 가만히 불안해지는 걸 느꼈다.
저번 대선에도 파커 그룹의 회장인 알렉스 파커가 ‘내가 누구냐? 날 믿어라’하길래 믿었더니 웬 미치광이 광대 놈이 대선에 나와서 최연승 세력한테 개처맞듯이 두들겨 맞아서 사라지고…
생각해보니 파커 그룹에서 최근에 ‘믿고 있어라’했을 때 좋은 꼴을 본 적이 없었다.
…혹시 파커 그룹은 이제 운이 다 된 거 아닐까?
다른 클랜들처럼, 게러티도 그냥 최연승 밑으로 들어가서 고개를 숙여야 하는 거 아닐까?
‘아니. 그럴 수는 없지! 난 제이콥 놈을 이용해서 다시 부활할 거다.’
* * *
최연승이 열심히 찾을 필요도 없었다.
대대적으로 홍보가 시작되었으니까.
-파커 그룹, 몬스터 테이밍 상용화 코앞… 인류의 새로운 혁명이 되나?
-제이콥 파커, ‘비싼 헌터들을 고용하지 않아도, 훈련된 몬스터들이 인류를 지키게 될 겁니다’…
-혁신적인 방어 시스템… 미군은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파격적인 관심…
“!?”
[가 경악합니다!] [그러니까 저 자를 빠르게 주의했어야 했다고 말합니다!]‘아니. 저런 게 가능한가?’
언데드 공장이라는 어비스에서도 유래가 없는 시스템을 돌리고 있는 성좌인 최연승에게도 몬스터 테이밍은 충격적이었다.
몬스터를 저렇게 시스템적으로 훈련시킬 수 있다고?
“아다콰니엘 님. 저게 가능합니까?”
아다콰니엘도 당황한 표정이었다. 예지로도 판단이 힘든 모양이었다.
[가 천사의 주인인 한테 물어보면 더 정확한 예지를 할 수 있지 않냐고 묻습니다.]-아니. 요리사 성좌. 여신을 귀찮게 만들지 말도록.
최연승의 단호한 대답에, 는 속으로 생각했다.
의 성격이 엄청나게 난폭한 게 분명하다고.
그렇지 않다면 이 저렇게 조심스럽게 굴 리 없지 않은가?
“방법은 하나밖에 없군.”
“?”
“잠입해서 방법을 훔쳐오겠다.”
“……”
아이네는 황당하다는 듯이 최연승을 쳐다보았다.
물론 저런 물리적인 방법이 이 업계에서 생각보다 훨씬 많이 사용되긴 했다.
…그런데 보통 거기에 S급 헌터가 직접 참가하진 않았다.
‘인류를 위한 최후의 방패를 이런 곳에 써도 되는 걸까? 내가 말려야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