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s Are My Disciples RAW novel - Chapter 96
◈ 96화. 스승님을 건들지 마라 (2)
로건은 눈앞의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검을 쥔 채 산을 보고 서 있는 김주혁의 모습.
그다음으로 보이는 건-
쿠그그그그극-!!!!
바로 잘려 나간 산이었다.
너무나도 깔끔하게 잘려 나간 산의 꼭대기 부분이, 마치 미끄러지듯 오른쪽으로 쓸려 내려오다 이내 그 형태가 무너져 내리며 부스러진다.
그 광경을, 로건은 저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봤고.
‘도대체……?’
곧 그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물론 로건은 조금 전 김주혁이 보여준 정도의 산을 그와 똑같이 박살 낼 수 있었다.
그가 박살 낸 산은 사실 산이라고 말하기에는 작은, 동산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정도의 크기였으니까.
게다가 저 정도의 크기라면 굳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몇몇 파괴력이 강한 성좌들과 계약한 이들이라면 정말 당연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으로, 산을 베었다고?’
고작 학생이, 검으로 산을 베어 무너뜨린 것에 대해서 로건은 어처구니없음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그는 일반적인 학생이 아니다.
김주혁.
이미 녀석이 한 일을 돌이켜보면 이미 그는 학생이라는 시점에서는 철저하게 벗어나 있었다.
당장 그는 발할라 아카데미에 입학하자마자 악인들을 둘이나 때려잡았으며.
학교 대항전에는 개인전 전승에 팀전에서는 혼자 모든 아카데미의 인원을 홀로 박살 내는 것과 더불어 그때 미궁에 침입한 삼살(三殺)마저도 혼자 처리했다 들었다.
그 이후에는 어떤가?
그는 갑작스레 한국에 일어난 재앙사태 때 나타나 오선 가문의 적자를 구해내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도저히 학생이라고 부르기에는 불가능한 힘을 보여주었다.
달려드는 몬스터의 파도를 단 일검으로 가르는, 말이 되지 않는 힘을.
거기에 더불어 이번에는 언론에 제대로 퍼지지는 않았으나 히어로 아카데미를 홀로 박살 낸 ‘성좌’를 홀로 죽이기까지 했다는 소식까지 들었기에 로건은 그가 평범한 학생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 평범한 학생이 아니라…….’
계약자, 그것도 어쩌면 김주혁이 자신과 같은 S급의 계약자일 가능성까지 로건은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로건은 조금 전 김주혁이 보여주었던 기예를 보며 다시 한번 확신했다.
‘계약자다.’
도대체 왜 정체를 숨기고 아카데미에 잠입해 저러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는 분명 계약자라고, 로건은 확실했다.
그리고 어쩌면, 김주혁이 로건이 찾아다니고 있던 ‘그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그렇기에 로건이 김주혁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고민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오.”
김주혁은 날아가 버린 산 끄트머리를 보며 나쁘지 않다는 듯 낮은 탄성을 내뱉었다.
[꽤 좋아하는군.]“이 정도면 단련보다 효율이 꽤 좋은 것 같거든.”
[그런가? 내가 볼 때 아직 네 전성기에 닿으려면 한참은 부족해 보인다만.]“그건 맞지.”
확실히 전성기에 닿는다고 하기에는 턱없는 정도가 아니라 절망적으로 부족하다.
그 증거로 김주혁은 고작 동산 끝을 날린 것만으로도 그는 묘한 탈력감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전성기와 비교해 생각하지 않고 반대로 힘을 흡수하기 전과 비교해보면 이름에 대한 효율이 꽤 나쁘지 않았다.
“대충 계산해 보면…… 20일에서 30일 정도 단축된 것 같은데?”
“달달하네.”
솔직히 말해 김주혁은 이름을 에너지로 변환해 흡수하면서도 약간의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밸런스의 문제.
기본적으로 김주혁은 마력이나 육체가 한쪽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력 대신 육체가 모자라면 오히려 육체가 자신의 마력에 손상될 수 있었고.
반대로 마력이 모자랄 경우 자신의 육체 효율을 한계치까지 절대로 뽑아낼 수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김주혁은 이름을 흡수하면서도 혹시나 이름을 흡수하며 능력의 불균형이 일어날 것을 걱정했으나.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네.’
김주혁의 걱정과는 다르게 이름은 그에게 흡수하며 깔끔하게 성장 균형을 맞춰주었다.
그것도 김주혁이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완벽하게.
“와, 이름 흡수 마렵네.”
[그런가?]“얘 같은 애들 몇십 명만 잡아도 진짜 꽤 진척이 크게 있을 것 같은데?”
김주혁은 그렇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몸 상태를 조금 더 점검하고 있다.
“아.”
문득 아까 전, 검을 휘두르기 직전 느껴졌던 인기척을 불현듯 떠올리곤 고개를 뒤로 돌렸으나.
[왜 그러지?]“아까 누구 와 있지 않았냐? 인기척이 들렸던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나는 네가 보는 곳만 볼 수 있을 뿐이라 주변을 보는 건 못 한다.]“진짜 쓸모없네.”
[테에엥…….]이내 김주혁은 뒤를 몇 번 정도 체크하는 듯하다 다시 어깨를 으쓱이곤 시선을 돌려 다시 단련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경험치 떴으면 좋겠네…….”
입으로는 그런 말을 중얼거리면서.
XXXX#
로건은 김주혁을 보고 있던 순간 어둠이 자신을 잡아먹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가 미처 제대로 반응할 새도 없이.
“반갑습니다. THE ONE. 아니, 로건 씨라고 불러드리는 게 더 좋겠습니까?”
로건은 고풍스러운 책상에 앉아 있는 가면을 쓴 남자. ‘블랙 캣’을 마주할 수 있었다.
“…….”
“…….”
인사 뒤 찾아오는 침묵.
블랙 캣은 침묵이 길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고양이 가면을 쓴 채 아무런 말도 없이 로건을 바라보고 있었고.
로건은 그런 블랙 캣을 보며 이곳이 언젠가 한 번 왔었던 발할라 아카데미의 이사장실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 책상에 앉아 있는 블랙 캣을 바라보았다.
블랙 캣.
마켓의 오너이자 ‘이면의 지배자’를 성좌로 두고 있는 계약자.
원래 그가 알고 있는 블랙 캣의 인적사항은 딱 여기까지였으나 딱히 그는 블랙 캣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진 않았다.
어차피 로건과 블랙 캣은 단 한 번도 맞부딪힌 적이 없었고 애초에 부딪힐 일도 없었으니까.
그러나.
‘……내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조금 전의 어둠이 블랙 캣의 능력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로건은 긴장을 풀고 있기는 했으나 ‘타의’에 의해 무엇인가를 당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로건이 인지할 수 없었다는 것은 곧, 블랙 캣이 하고자 하면 자신을 죽일 수도 있었다는 소리와 같았으니까.
그렇기에 로건은 블랙 캣을 노려보았으나, 그는 여전히 가면 뒤에 자신의 표정을 숨긴 채 그저 로건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고.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던 로건이 입을 열기 직전.
“제가 충고를 하나 해드리도록 하죠.”
“……뭐라고?”
침묵을 이어나가고 있던 블랙 캣이 입을 열었다.
“충고 말입니다. 그것도 당신에게 상당히 득이 될 수 있는 충고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그게 무슨-”
“물론 당신이 이곳에 온 상황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친우인 베크에게 이야기를 들었겠죠. 성좌 때문에 히어로 아카데미가 박살 나고 죽을 위기에 처해있는데 김주혁 학생이 성좌를 죽였다고.”
“…….”
“후, 솔직히 베크 씨에게는 조금 실망이기는 합니다. 분명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했을 텐데, 자신의 친우에게 이렇게 전부 이야기해 주시다니.”
“……그 녀석은 누가 봐도 수상하다. 아무리 봐도 그 녀석은 성좌와 계약을 했다.”
“…….”
로건의 말에 순간 멈칫한 블랙 캣.
‘뭐, 신신당부를 한 ‘계약’에 관해서는 입을 열지 않은 것 같군.’
블랙 캣은 베크에게 직접 찾아가 그렇게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이면의 지배자와의 ‘계약’에 대해서는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말을.
사실 김주혁이 히어로 아카데미에 나타난 성좌를 처리했다는 소문이 퍼져도 그 정도는 상관없었다.
그 정도의 소문으로 김주혁을 귀찮게 하는 것들은 블랙 캣의 선에서 다 쳐낼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김주혁이 ‘이면의 지배자’의 힘을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지면?
지금 상태에서도 이미 충분한 명성을 쌓기는 했으나 그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김주혁이 ‘굉장히’ 귀찮아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면의 지배자’와의 계약은 그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블랙 캣은 계약에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베크에게 약간의 협박을 포함해 신신당부를 했고, 그는 약속을 지킨 듯했다.
약속을 지킨 이유가 블랙 캣의 신신당부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신신당부하며 내뱉었던 협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
그렇기에 블랙 캣은 잠시 생각하는 듯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이내 이야기했다.
“우선 먼저 하나 말해드리자면 김주혁 학생은 당신이 생각하는 ‘혈사자’의 일원이 아닙니다.”
“!”
블랙 캣의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오자마자 두 눈을 부릅뜨는 로건.
도대체 그것을 어떻게 알았냐는 물음이 로건의 입가에서 튀어나오려 했으나, 블랙 캣은 그가 말할 시간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또한 김주혁 학생이 그곳까지 한 번에 이동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혈사자의 일원인 탓이 아니라, 제가 힘을 써줬기 때문이죠.”
“……!”
“이것으로 알려드릴 건 전부 알려드린 것 같으니 본론으로 돌아가 충고 하나 하도록 하죠. 더 이상 김주혁 학생에게 관심을 가지지 마세요.”
“……뭐라고?”
“아, 혹시 이해가 가지 않으셨다면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해드리죠. 김주혁 학생을 조금이라도 귀찮게 하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블랙 캣의 말에 로건의 눈가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굉장히 기분이 나쁘다는 듯 굉장히 사나운 표정이 되어 있는 로건.
그러나 블랙 캣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THE ONE. 이건 충고입니다, 당신도 편하고. 나도 편할 수 있는 충고죠.”
“……만약, 내가 말을 듣지 않겠다면?”
로건의 도발.
그러나 그런 로건의 도발에, 블랙 캣은 입을 답했다.
“말을 듣지 않는다면 아마 당신은 죽을 겁니다.”
“……지금 네가, 이 나를 죽이겠다는 건가?”
마치 자존심이 긁혔다는 듯, 이제는 사납게 노려보는 것을 넘어서 인상을 찌푸리는 로건의 모습.
확실히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취급을 받아본 적이 없었을 터였다.
그가 계약한 성좌는 S급 성좌인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이며.
그는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THE ONE’의 칭호를 내려놓지 않은, 명실상부한 1인자였으니까.
그러나 블랙 캣은 딱히 그런 그가 벌써부터 마력을 뿜어내는 것을 보면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취하지 않았다.
그 대신.
블랙 캣은 입을 열었고,
“물론, 제가 당신을 죽일 수는 없겠죠.”
“그런데 왜-”
“그렇지만, 아마도 제 성좌님이 당신을 죽일 겁니다.”
“뭐?”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대답하는 로건.
그러나 블랙 캣은 말을 멈추지 않고 이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제 성좌님이 당신의 성좌님에게 한 말씀 전하겠다고 하는군요.”
“그건 또 뭔-”
또 한번 입을 열려는 로건.
그러나 블랙 캣은 이번에도 로건이 입을 열 시간을 주지 않은 채 그대로 입을 열었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네 계약자 잘 관리해 땡중. 만약 네 계약자가 이 이상 선을 넘는다면 그때는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니까……라고 하십니다.”
“이 새끼가 지금 그딴 개소리를-”
그 말을 들은 로건이 극도의 흥분을 감추지 않고 힘을 개방하려 할 때-
[모든 것을 뚫는 파멸자가 소란을 피우지 말고 나가자고 합니다.]“…….”
-로건은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보며 다시 한번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