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rporate state tycoon of the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1
제11화
#11. SR식 인재 채용 (2)
성세류라는 젊은 사업가는 며칠 제대로 씻지 못했는지 수염이 짙었고, 머리는 떡져 있었다. 입고 있는 캐주얼 정장 또한 구김과 먼지가 대놓고 보였다.
“궁금한 게 많은 표정이군요?”
“……예?”
마민수 못지않게 피로해 보이는 젊은 사업가는 다짜고짜 그에게 예상치 못한 질문을 건넸다.
“…….”
마민수는 순간 고민했다.
구직 사이트에 있는 무수한 구직자 중에 왜 나를 선택했는지?
무슨 이유로 회사 위치를 여기다 지었는지?
‘은의 시대’라는 초히트 게임을 만든 회사가 맞는지?
다른 직원들은 어딨는지?
그리고 특히 채용 문자에 있던 복리후생이 진짜인지.
“아닙니다.”
하지만 그는 묻지 않았다. 본능이었다. 만약 이를 캐물었다간 탈락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정말 없습니까? 표정은 그게 아닌데?”
“설령 있더라도 사장님께서 말씀해 주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제가 끝까지 말해 주지 않는다면?”
“그럼 쭉 모르고 지내겠습니다. 다만 제 업무와 관련된 부분은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회사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그의 판단은 적중한 모양이다, 아마도.
“이름 마민수. 과거 대명화학의 임원 출신, 아내가 오너 일가와 외도. 친자 불일치, 이혼 후 사업 실패, 최근엔 허리 부상까지. 빚도 20억인가 있군요, 거기다가……?”
성세류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었다. 마치 형사가 피의자를 신문하는 것 같은 분위기로.
“…….”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마민수가 자소서와 이력서에 쓴 내용도 있었지만, 차마 쓰지 못한 내용도 많았다.
“저는 마민수 씨의 뒷조사를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신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젊은 사장의 말투는 겉으로만 존대일 뿐.
대기업 전무였던 그는 이런 식의 돌발, 압박 면접이 익숙하다.
당장 본인부터가 재직 중에 비슷한 질문을 했었기 때문.
위와 같은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그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것을 보는 거다.
“기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성과 별개로 가슴이 울컥하는 것은 그 또한 어쩔 수 없었다.
“……이유는?”
“저는…… 고시원 방구석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던 폐인입니다. 그런 저를 뒷조사까지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울컥함은 나쁜 의미의 감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또 시간을 내서 면접까지 봐 주고 계십니다. 이런 쓸모없는…… 저를 말입니다. 그래서…… 흐읍, 기쁩니다. 아직 저를 필요로 하는 분이, 회사가 있다는 사실에……!”
마민수는 대답하다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어쩌다 오는 스팸 문자 외에는 누구도 자신을 찾지 않았다. 이혼한 아내는 물론, 부모님도 자신의 빚이 옮을까 연락을 피했다.
그는 정말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SR에서 보낸 문자는 구원이었다.
“흐으으윽…… 감사합니다. 흐으윽…… 제 뒷조사를 해 주셔서…… 저를 위해 시간을 내 주셔서…….”
어느덧 마민수는 대놓고 울기 시작했다.
[합격인가요? 적어도 절박함만큼은 상위 1퍼센트 같네요?]이를 보던 세라가 세류에게 물었고, 성세류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저벅.
마민수를 향해 성세류가 다가온다. 실내화를 신고 있어서 걸음 소리는 부드럽다.
“일어나세요.”
세류는 민수의 어깨를 토닥였다.
“제발…… 제발 저를 뽑아 주십시오! 뭐든 하겠습니다. 이미 사실상 죽은 몸입니다. 이런 저를 살려 주신다면…… 그렇게 얻은 목숨! 일생! 회사를 위해 바치겠습니다!”
마민수는 절박한 눈으로 성세류에게 빌듯이 외쳤다.
“회사를 위해 바친다라…….”
그런 마민수를 성세류가 차가운 눈으로 쓸어 본다.
“목숨을 바치겠다는 말, 허투루 뱉은 말이 아니어야 할 겁니다.”
차가운 눈빛과 달리 그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
“참고로.”
그런 성세류의 말뜻을 마민수가 이해하기도 전에, 성세류는 마민수의 귀에 입을 대고 이어서 속삭였다.
“우린 회사가 온갖 어두운 일을 저질러도 아무렇지 않을 사람을 원합니다. 오히려 그 어두운 일에 자원하여 손을 더럽힐 사람을 좋아합니다.”
“……!”
성세류는 나직하게 말을 이었고, 마민수는 흐느끼던 것도 멈추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
“대명그룹의 미래자산관리실, 거기의 1세대 기업인을 알고 있습니까?”
마민수가 멍하니 성세류를 바라본다.
“대답의 여하에 따라 가산점이 부여됩니다.”
“한 분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답하는 마민수.
“그 외 당신과 비슷한 상태인 인재들은?”
“몇 알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성세류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를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치세요. 대신, 우리 SR도 이것만큼은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사실상 합격이라는 듯한 통보를 마민수에게 한다.
“당신이 먼저 등 돌리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당신을 버리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
면접실에 성세류의 속삭임이 강렬하게 울려 퍼진다.
“……!”
젊고 야망 있는 사업가의 목소리가 마민수의 영혼을 전율시켰다. 신의 계시를 본 신도의 감상이 이러할까?
“이런 SR에…… 입사하시겠습니까?”
강렬했던 성세류의 목소리가 어느덧 부드럽게 변했다.
“하겠습니다! SR의 일원이 되겠습니다!”
마민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짧고 굵은 면접이 끝났다.
“저…… 언제부터 출근하면 되겠습니까?”
다소 가라앉은 모습의 마민수가 조심스레 내게 묻는다.
“일단 허리 수술부터 하고 오세요. 돈은 제가 댈 테니.”
“예? 예!”
“이따 병원 구급차를 부를 테니 그거 타고 가서 바로 입원부터 하세요.”
“감, 감사합니다.”
내가 병원비를 진짜로 대주자 그의 표정이 얼떨떨해 보였다.
한편으론 결코 숨기지 못할 어떠한 기대감이 얼핏 보였다.
나는 그 기대감이 무엇인지 당연히 알았다.
“마민수 경영실장의 부채는 SR인더스트리에서 인수하겠습니다. 회사에서 대신 부채를 정리할 것이며, 당신은 급여에서 그 빚만큼 공제받을 겁니다.”
“!!”
내가 확답하자, 그의 표정이 극적으로 변했다.
‘진짜야! 진짜로 해 줬어! 맙소사!’라는 말을 표정으로 표현한 경영실장의 얼굴이 나름 볼만했다.
“이제 우리 SR에 대해 말해 주겠습니다.”
대충 입사 수속을 마친 나는 불편한 허리로 절뚝거리는 마민수를 데리고 건물 내부를 거닐었다.
8층의 건물은 나와 경영실장밖에 없어서 으스스했다.
제일 먼저 그를 서버실로 데려갔다.
“현재 SR인더스트리에 사람은 저밖에 없습니다. 1인 기업이지요.”
“!!”
가장 궁금했던 부분을 내가 말해 주자, 마민수의 눈동자가 요동친다.
“백령 해전에서 받은 포상금을 굴려 사업 자금을 마련했고, 긴 포상 휴가 내내 어떤 게임을 개발했지요.”
“그 게임이……!”
“네, 지금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게임 ‘은의 시대’는 제가 만든 게 맞습니다.”
“그걸 혼자서…… 말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믿어지지 않은 모양.
나는 살짝 낯 뜨겁지만, 철판을 깔고 입을 열었다.
“제 입으로 이런 말 하는 게 좀 그렇지만…… AI를 이용하니 되더라고요?”
“……!”
“천재 같은 거냐고 생각하셨다면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
마민수는 내 말을 의외로 쉽게 수긍했다. 오히려 내가 의아할 정도로.
어쩌면 생각하기를 포기한 것인지도 모른다.
“회사를 굳이 여기에 두신 이유가 그럼?”
“아직은 시선을 받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긴……. 한국은 천재가 활약하기엔 불모지 같은 곳이지요.”
마민수는 내 말의 뜻을 바로 해석한 모양이다.
* * *
마개조된 서버실에 이어서 사실상 게임을 관리하는 사무실로 이동했다.
“이 아이가 제가 개발한 인공지능 세라입니다.”
나는 거기서 마민수에게 세라를 소개했다.
[안녕하세요?]컴퓨터 모니터 안에서 어느새 오피스복으로 갈아입은 세라가 방긋 인사한다.
“이게 인공지능이라고요……? 이렇게 사람 같은 것이?”
“예, 제가 개발했지요.”
[쿠흡!]
내 뻔뻔한 역사 왜곡에 세라가 참지 못하고 비웃는다.
내가 급히 그녀를 째려보았다.
세라는 시선을 돌려 휘파람을 부를 뿐이다.
참고로 인공지능은 원래 거짓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세라는 예외다. 회귀 전에 내가 그녀의 코드를 멋대로 만지다가 인격 알고리즘을 일부 바꿔 버렸거든.
마민수는 그런 세라의 웃음이 비웃음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모양.
그저 멍하니 미래에서 온 인공지능을 볼 뿐이다.
“참고로 구직 사이트에서 마 실장을 고른 게 바로 이 아이입니다.”
“……!”
그 말에 모니터 속 인공지능 소녀를 보는 마민수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런 마 실장을 보며 나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세라의 카피 인공지능이 경영실장을 도울 겁니다.”
“저를 말입니까? 어떻게……?”
내 말에 마민수가 의아해하자마자.
[안녕하세요? 마 경영실장님?! 저는 세라 님의 주니어 인공지능, 리나라고 해요!]그의 휴대폰에서 또 다른 AI의 목소리가 들렸다.
“!!”
그는 더 이상 리액션하기도 지친 것 같았다.
솔직히 세라를 공개할지에 대해 고민이 있긴 했다.
그러다 결국 마민수를 비롯한 임원급 직원들에게는 소개하기로 했다.
언제까지 비밀로 할 수도 없을뿐더러, 그들이 세라와 함께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
그렇게 세라까지 소개를 마치자, 마민수가 나를 멍한 눈으로 보면서 문뜩 물었다.
“사장님 혹시…… 미래에서 오셨습니까?”
“?!”
‘어, 어떻게 알았지?!’
그의 질문에 나는 움찔했다.
[낚이지 마세요, 사장님! 그냥 사장님이 너무 대단해서 비유법으로 물어본 거니까!]그때, 세라가 내 머릿속으로 주의를 줬다.
“제가…… 미래에서 왔다고요?”
세라의 말에 정신을 차린 난 최대한 평온한 반응으로 되물었다.
“아아, 죄송합니다. 그냥 비유한 겁니다. 그 정도로 믿어지지 않아서요.”
“SF 소설 같은 거 좋아하시나 보군요?”
“예, 소싯적에 즐겨 읽었습니다.”
“그럼, 좀 더 상상력을 올려 봅시다. 제가 미래인 말고 다른 것일지도 모르잖아요?”
“?!”
내 말에 마민수의 눈동자가 충격과 혼란으로 진동한다.
“……농담입니다.”
이대로 있다간 진짜로 외계인 취급받을 것 같아서 급히 장난을 멈춰야만 했다.
* * *
마민수의 허리는 많이 안 좋았는지, 시간이 갈수록 안색이 좋지 못했다.
나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그를 위해 병원 구급차를 불렀다.
그렇게 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퇴원하시면 제일 먼저 이 게임사부터 관리해 주세요.”
나는 그에게 퇴원 후 해야 할 일을 간략히 알려 줬다.
“경리적인 부분을 중심으로요. 혹시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제게 보고 후 영입해도 됩니다. 인사 기준은 마 경영실장과 비슷한 사례면 됩니다. 능력보단 ‘그걸’ 중점으로요.”
게임 ‘은의 시대’는 최소 10년 동안 운영에 문제가 없다. 10년 치 로드맵을 이미 개발했기 때문.
하지만 아무리 10년 치 로드맵이 있다고 해도 이를 관리할 관리자는 필요하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화학 회사 전문 경영인이었습니다. 전문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회사임을 알고도 이렇게 오셨지요?”
“그게…….”
“걱정 마세요. 그쪽이 게임 PD를 맡으라는 것이 아닙니다. 어지간한 관리는 세라가 해 줄 겁니다. 또 게임 운영 PD도 따로 채용할 것이고요.”
마 경영실장의 얼굴에 부담이 살짝 가셨다.
“마 실장은 SR인더스트리의 경영실장이 되어서 각종 세금, 법률, 외주 등등의 업무를 처리해 주시면 됩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믿어 보겠습니다. 참고로 이 임무는 일종의 테스트입니다.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추후 다른 계열사 사장직을 맡을 수 있습니다.”
“……방금, 계열사라고?”
“‘은의 시대’라는 초히트 게임을 홀로 만든 접니다. 이런 제가 게임사 하나로 만족할 거라 보십니까?”
꿀꺽, 그의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저는 이 길로 화학 회사 하나를 인수하러 갈 겁니다. 물론 중견급 화학 회사 말고 중소규모겠지만요.”
“……!!”
이어서 화학 회사가 내 입에서 언급되자, 그의 눈에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