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ess's Shield Protects the Kingdom RAW novel - Chapter (77)
제77화
반텐에 돌아오고 난 이후, 미르온과 살라딘은 여독을 풀기도 전에 나를 찾아왔다.
“강해지고 싶어.”
“공자님,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을까요?”
어미에 차이는 있지만, 그 뜻은 다르지 않은 말이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왔다.
“…둘이 짰어?”
둘은 잠시 서로를 쳐다보더니, 이내 연장자인 살라딘이 대표로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못 했어.”
목소리에서 숨겨지지 않는 분기가 느껴진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좋아. 해보자.”
생각을 정리한 후, 나는 살라딘과 미르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베스킨도 함께하자고 해야겠군. 나와 함께할 사람이니.’
강한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베스킨 또한 과거에 허무하게 전장에서 아버지와 함께 스러지지 않았던가.
“알겠습니다.”
“…이렇게 쉽게요?”
베스킨의 자존심을 생각하여 조심스럽게 권했건만, 베스킨은 너무나 쉽게 승낙했다.
“공자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에 큰 뜻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 일이 무엇인지 저야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기사 된 자로서.”
쿠웅!
서릿발같이 차가운 기사의 한쪽 무릎이 지면에 닿았다.
“주군의 뜻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어찌 제대로 된 기사라 하겠습니까.”
베스킨이 씨익 하고 이를 보이며 웃었다.
* * *
대륙 제일의 방패, 무너지지 않는 난공불락, 철혈의 요새.
여러 수식어로 불리는 카르비어트 백작가는 말이 백작가이지, 어지간한 5국 연합의 공작가나 왕가보다도 넓은 부지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카르비어트 백작가의 연무장은 그 지리적인 특성과 전략적인 특수성에 맞물려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그리고 그 연무장의 중심에서는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온갖 충격파들이 난무하고 있었다.
“하아아아압!!”
온 대지가 뜨겁게 달궈지는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연무장은 그 열기를 잊은 듯,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다들 실력이 부쩍부쩍 느는 것을 보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이것 참, 저만 제자리인 것 같아 답답하네요.”
내 말에 살라딘이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저 새끼 저거, 또 지랄이네. 요 2년 동안 제일 괴물이 된 놈이 누군데.”
뭐, 하긴. 나도 많이 늘기는 했지.
‘과거의 경지에 거의 근접한 실력을 되찾았으니까.’
전생의 힘을 되찾았다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3단계의 끝자락.
흑사자(黑獅子)로서 3단계의 끝자락에 도달했다는 말은, 오러를 쓰는 이들로 치면 마스터(Master)의 경지에 올랐다는 말과 동일했다.
채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지금, 마스터에 버금가는 경지에 오르다니. 기사나 마법사는 물론, 흑사자들 중에서도 이 나이에 3단계의 끝자락에 오른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그래도 아직 멀었다. 3공작을 상대하려면 아직 부족해.’
2년 전, 아버지와 미네르바의 격돌은 가히 충격적이었으니까.
“얌마, 또 뭔 생각 하냐? 안 가?”
잠시 지나갔던 과거를 떠올리며 살라딘이 훈련장의 출구에서 나를 바라보며 외쳤다.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 간다.”
“쯧, 싱겁기는.”
내가 당기는 바람에 바닥에 몸이 갈려 나간(?) 네네를 정성스럽게 점검하고 있는 살라딘.
살라딘의 뒤통수에 대고 물었다.
“베스킨 경은?”
“베스킨 경이야 바쁘지. 그 사람이 너처럼 탱자탱자 노는 한량인 줄 알아? 이미 정리하고 블리자드 기사단이랑 호수로 훈련하러 갔어.”
“그래?”
살라딘의 대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베스킨 경과 블리자드 기사단은 나와 함께 올리비아로 갈 것을 천명했다.
성실한 베스킨 경이니, 당연히 그에 따른 준비를 꼼꼼히 하겠지.
올리비아 영지는 추운 반텐과 다르게 따뜻하고 바다를 접하고 있는 지방.
또한, 퍼니시 군도와의 잦은 충돌이 예상되는 만큼 해상 훈련은 필수였다.
본래 바다에서 하는 훈련이 가장 으뜸이겠지만, 지리적으로 내륙에 위치한 반텐에서 바다를 보기란 그야말로 요원한 일.
급한 대로 호수를 통해 물에 꾸준히 친숙해지려 노력하고 있었다.
“아.”
뒤늦게 살라딘이 생각났다는 듯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메이드 보리가 너한테 편지가 왔다더라. 이따가 가서 확인해봐라. 나중에 몰랐다, 이딴 소리 하지 말고.”
편지?
“어디서 온 건데? 왕실이야?”
“뭐, 그렇지. 네가 오기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면서 찾는 곳이 거기 말고 또 있겠냐.”
바닥에 널브러진 채찍을 네네의 팔 안쪽으로 수납하며 대답하던 살라딘의 표정이 돌연 팍 일그러졌다.
“썅, 이건 아예 들어내고 교체해야겠네. 이거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데… 망할, 기사단 차징에 부딪혀도 이렇게는 안 될 것을.”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나를 째려보았다.
“…흠, 바우칼라크한테 따로 들려온 소식은 없나?”
슬쩍 눈을 피하며 말을 돌리자 눈을 치켜뜨던 살라딘이 이내 한숨을 쉬었다.
“아유, 저 개새… 됐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2년간 살라딘의 불평을 외면한 결과, 드디어 달관하기 시작하는 건가. 아주 좋은 현상이다.
“바로 얼마 전에 연락 왔었는데 뭔 연락이 또 와! 드래곤 산맥이 반으로 쪼개져서 시끌시끌하다는데, 뭐 그 짧은 사이에 정리라도 되겠냐!”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지. 전세가 뒤집혔을지도 모르잖아. 뭐, 새로운 변수는 없나 보네.”
2년 전. 바우칼라크는 산맥 남부에 있는 자신들의 일족에게 돌아갔다.
-크륵, 제롬. 이번 일을 마지막으로 나는 일족에게 돌아가겠다.
갑작스러운 결정.
바우칼라크는 나와 하탄의 막고라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하였다.
-도망쳐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렇게 말한 바우칼라크는 자신들의 일족에게 돌아갔고, 그 후 꾸준히 드래곤 산맥의 정황을 알려주고 있었다.
엘프와 오크의 전쟁이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점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려주듯, 드래곤 산맥은 현재 엄청난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파울로와 아버지의 싸움을 본 하탄은 그사이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오크들의 영역을 파죽지세로 넓혀갔다.
북으로, 북으로 뻗어 나가다 반년 전부터는 중북부의 키클롭스 부족과 일진일퇴의 전쟁 중이라고 한다.
“진짜 괴물은 괴물이야. 오크 주제에 키클롭스랑 비비다니. 아니, 애초에 그 자식, 오크가 맞긴 한 거야?”
하탄과 첫 만남이 영 좋지 못했기 때문인지, 살라딘은 유독 하탄의 이야기에 진저리를 쳤다.
“하탄이 좀 괴물이긴 하지. 흠, 그나저나 키클롭스에 고전하고 있다니 조금 의외네.”
“…너, 키클롭스가 뭔지 모르지?”
당연히 키클롭스를 이길 것이라 생각하는 내 말에 살라딘이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았지만, 이내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아, 하긴. 너도 괴물이지. 오케이, 인정.”
“내가 무슨 괴물이야?”
“열여덟 살에 마스터나 다름없는 힘을 얻게 된 놈이 괴물이 아니면 뭐가 괴물이냐?!”
살라딘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말이 나온 김에 물어보자. 너, 정말 정체가 뭐냐?”
살라딘이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나나 베스킨, 미르온도 성장이 느린 편은 아니지만, 네 성장 속도는 정상이 아니야.”
“내가 뭘.”
시치미를 떼봤지만 살라딘은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누굴 호구로 아나. 3년 전만 해도 왕국, 아니 대륙 전체에 벌레로 이름이 자자했던 놈이 마스터에 육박하는 힘을 얻었어. 아무리 이종의 힘이 규격 외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익히기 쉬운 건 절대 아니야.”
살라딘의 말은 타당했다. 오히려 이종의 힘은 스승이 없는 만큼 어떤 면에서는 오러나 마법보다 훨씬 더 익히기 까다로운 면이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네가 천재인 것 같냐고 물으면, 또 그건 아닌 거 같은 게… 의외로 세우는 계획에 구멍이 많다고 해야 하나?”
아니, 이 새끼가?
“굳이 따지자면… 마치 이미 걸어가 본 길을 다시 걸어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답을 이미 알고 문제를 푸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이 들어.”
“…무슨 이상한 소리야, 이건 또. 헛소리할 거면 가서 훈련이나 더 해. 올리비아로 내려가고 나면 바빠질 텐데, 그때도 약하면 내버려두고 간다?”
전생과 달리 지금의 살라딘은 호구 중의 상호구, 놀려야 제맛인 놈인 건 분명했지만.
가끔씩, 이렇게 섬뜩하리만큼 정확한 통찰력을 보이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놈이 살라딘이 맞구나 싶었다.
“어휴, 말하는 싸가지 봐라. 아무튼 그렇다는 거다. 가만 보면 진짜 신기한 놈이라니까.”
“그냥 내가 천재인 거야. 카르비어트 백작가의 피가 어디 가겠어?”
“백작님의 피를 이어받았으면 너도 아레스 형님이나 메르시 누님처럼 오러를 기깔나게 다룰 줄 알아야지, 뭔 무식하게 딴딴하기만 한… 켁!”
기어코 한마디를 더해서 매를 부르는 살라딘이었다.
자식이 꼭 매를 부른다니까.
사람 잡는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살라딘을 뒤로한 채 나는 내 앞으로 왔다는 편지를 확인하러 향했다.
“오셨어요, 공자님. 왕가에서 편지가 왔답니다.”
거처에서는 보리가 내 방을 청소 중이었다.
“보리, 3년 동안 꽤나 극진해졌어?”
“홍홍홍, 무슨 말씀이세요, 공자님. 저는 언제나 공자님의 충실한 메이드인 것을요.”
퇴직하니 어쩌니 했던 과거는 잊어버린 채 정성껏 내 방을 청소하는 보리를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보리의 태도를 보면 가문에서 내가 차지하는 위상이 3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항상 느낄 수 있었다.
“말이나 못하면. 내 앞으로 온 편지는?”
“홍홍, 테이블 위에 올려 뒀답니다.”
보리의 손가락을 따라 향한 테이블 위에는 금박으로 씌워진 고급 진 편지가 놓여 있었다.
-친애하는 나의 벗, 제롬 폰 카르비어트에게. -율리우스 반 이케니아.
역시나. 왕가에서 나를 찾는다면 이 사람 외에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안부 편지인가? 그 후로 봄의 축제에 참석하지 않았으니, 얼굴 본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네.’
식량난도 무사히 넘기고, 엘프들과의 교역 또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대륙에 큰 사건이 없는 평화로운 시기인 만큼,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율리우스 왕자의 편지를 열었다.
하지만 그 편지 안에는.
조금, 아니 많이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나의 벗, 제롬 폰 카르비어트. 잘 지내는가?
나는 그대에게 하사할 올리비아 영지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사하기 위해 영지를 다듬고 있느라 정신이 없네.
자네는 그런 내 노고는 몰라주겠지. 무정한 사람 같으니.
첫 서두는 왕자의 타박(?)으로 시작되었다.
‘봄의 축제에 계속 나타나지 않으니 서운했나 보네.’
2년 전 빅토르와 그 난리를 치고 난 이후, 봄의 축제라면 아주 진절머리가 났다.
반텐의 후계자 자리도 포기했고, 이미 올리비아라는 확실한 내 영역도 생길 예정이니.
형이나 누나처럼 귀족가의 직계 후계자로서 의무를 행할 필요가 어디에도 없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귀찮았다.
아무튼 그렇게 투정으로 시작한 편지는 밑으로 내려갈수록 보다 심각한 내용으로 바뀌어갔다.
-…(중략)… 아무튼, 성인이 될 때까지 힘을 기르고 있을 자네에게 연락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그대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서일세.
‘부탁? 지금 이 시기에 왕자가 내게 부탁할 만한 일이 있던가?’
순간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과거의 기억들.
하지만 대흉년을 겪은 이후 몇 년간 대륙의 수면 위로 떠오른 큰 사건은 없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다.
또다시 내가 과거를 바꾸었던 것이 역사를 바꾸었거나, 아니면 대륙의 수면 아래에서 처리되어 내가 알지 못했던 일이거나.
이 평화로운 시기에 율리우스 왕자가 나에게 따로 부탁하는 일이니만큼,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일 것이다.
그리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중략)… 연맹국 중 하나인 필라도르 왕국에서 반란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첩보가 들어왔다네.
자네도 알다시피, 필라도르 왕국은 연맹의 보급을 책임지는 보고(寶庫). 제국과 대치하는 우리에게 결코 없어서는 안 될 나라이지.
‘반란? 오시리스 왕국의 그 남자를 제외하고 연맹에서 반란을 일으킨 적은 없을 텐데?’
내 기억에 신성제국과의 대전 전에 연맹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켰던 자는 없었다.
필라도르 왕국은 반란이라고 하기에는, 애초에 나라 전체가 연맹 뒤통수를 쳤었으니 굳이 말하면 배신이었고.
-지금은 여름철. 한창 곡식들이 자라고 있는 시점일세.
이런 시점에 반란이 일어나 군사를 동원하게 되면 금년 식량 수급에 또다시 문제가 일어날 터.
필라도르 측에서는 극비리에 주동자를 일망타진할 계획으로, 연맹국들의 주요 인사들을 초대하여 행사를 벌여 눈속임을 펼칠 계획을 전해왔지.
자네가, 그 행사에 참석해 주었으면 한다네.
‘왜 하필 나를…? 아, 그런가.’
나는 율리우스 왕자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내가 왕국의 식량난에 큰 공을 세웠다고는 하나, 이미 2년도 더 전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내가 올리비아 영지를 하사받을 시점은, 앞으로 2년 후의 이야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그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검가 파벌의 귀족들에게 거센 저항이 있을 것을 염려한 것이리라.
어차피 반란의 진압은 필라도르 왕가에서 알아서 진행할 것이다. 연맹국들의 주요 인물들을 초대하는 것은, 아마도 증인으로서의 역할을 원해서겠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임무인 것처럼 보이니, 아마 이번 기회에 영지 하사를 위한 굳히기 작업에 들어가기 위해 나를 파견하려는 모양이었다.
‘흠, 까다로운 임무도 아닌 것 같고… 응?’
-반란의 주동자로 추정되는 인물은 대륙의 축복이 가득한 필라도르 왕국에서도 황금의 땅이라 불리는 나일 영지의 주인.
율리우스 왕자의 부탁이 말 그대로 평범한 부탁이라고 생각하며 편지를 읽어가던 중, 하단의 이름이 눈에 떡하니 걸렸다.
-미다스 후작으로 추정되고 있다네.
미다스 후작.
나일 영지의 주인이자, 2년도 더 전에 내가 검가와의 경합을 통해 대량의 밀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던 필라도르 왕국의 실력자였다.
‘그자가 반란을? 어째서?’
물론 내가 과거 필라도르 왕국, 그중에서도 나일 영지를 특정해서 밀을 공수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가장 풍요롭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 미다스 후작은 전생에 신성제국과의 전쟁에서 연맹의 뒤통수를 가장 세게 쳤던 이.
전쟁의 흐름을 뒤바꾸었던 필라도르 왕국 배신자들의 주범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그게 미다스 후작이 무능하다는 뜻은 아니지. 그자는 바보가 아니야. 지금처럼 평온한 시기에 난을 일으킬 이유가 전혀 없어.’
그때의 배신은 전쟁이 일어난 이후의 이야기였다.
현시점에서 미다스 후작이 필라도르 왕국에 발톱을 드러낼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게다가 왕가와 함께 연맹을 배신했던 이인데, 왜 반란을 일으킨단 말인가?
멈칫.
‘설마…?’
문득 식량 경합의 시기에, 미다스 후작과 나누었던 대화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무기의 진정한 전략적 가치는 사용하지 않았을 때 나오는 억제력이라네.
미다스 후작은 그 당시, 기프트 링이 아닌, 우리 가문에서 사용하던 옛 마나 연공법, 플라워 휠(Flower wheel)을 선택했었다.
그때 후작은, 무언가의 위협을 막고자 하는 수단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었다.
당시에는 시간이 없어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제길, 설마 후작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게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