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101
제101화
업데이트 창을 확인했지만 당장 자유 도시로 향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당분간 플레이어들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금 자유 도시에 가 봤자 라울이 할 만한 퀘스트나 미션도 없었기 때문이다.
‘될성부른 플레이어들은 케인의 정보부와 길드 지부에서 케어할 테니 나까지 바로 나설 필요는 없겠지.’
플레이어들이 위협이 되는 건 적어도 길드를 형성하고 자유 도시를 벗어날 시점은 되어야 했다.
일단은 새로운 시나리오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해설 : 게이트 아웃브레이크가 커넥트 대륙을 덮쳤습니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수많은 마을과 영지가 몬스터의 침공에 휩쓸렸고, 인류는 많은 영역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음모를 꾸미는 어떤 세력에 의해 차원 게이트를 억제하던 고대 봉인 네 개가 모두 풀려 버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각 왕국을 수호하던 수호자들이 소멸하여 이제 왕실은 힘을 잃었습니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숨죽이고 있던 강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도래하는 혼란과 약육강식의 세상 속에서 당신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내용을 확인한 라울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들이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게이트 아웃브레이크라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인류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치명적이었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았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것은 주로 힘없는 남작령과 그 주민들.
정작 힘을 가진 명문가들은 적당한 수준에서 피해를 수습했다. 애초에 몬스터 수준 자체가 높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쉬튼 백작가도 라울의 조언에 따라 마을 주민들을 모두 성으로 피난시켰기에 인명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고, 몬스터에 빼앗긴 영지는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모두 재탈환했다.
강력한 기사단과 병사들을 보유한 탓이다. 그리고 그건 다른 명문가들도 다를 바 없었다.
‘그게 바로 문제지.’
지금 당장은 던전화된 게이트를 견제하느라 병력들의 발이 묶여 있어서 다른 생각을 못하고 있지만, 상황이 좀 더 안정되면 다들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주인 없는 땅이 많이 생겼네?
물론 땅의 권리를 주장할 기존 영주나 귀족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영지, 재산, 주민까지 모두 버리고 도망친 그들에게 과연 그 땅을 지킬 힘이 있겠는가?
원래라면 왕실이 균형추를 잡으며 귀족 간의 문제를 조율해 주겠지만, 왕실 또한 이번 사태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비밀리에 왕실을 수호하던 수호자를 잃은 것은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장은 귀족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하지만, 조만간 밝혀질 일이었다.
‘카르데나스는 매년 마스터들을 모아 성취를 점검하고 조언을 해 줬다고 했으니.’
모든 마스터들의 스승을 자처한 만큼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들이 경거망동하지 못하도록 경고하는 측면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왕실엔 카르데나스가 없다. 당연히 마스터들이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과연 카르데나스 없이 왕실이 자신들의 힘만으로 마스터가 버티고 있는 명문가들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
라울은 회의적이었다.
물론 명예와 전통을 중시하는 명문가들이 수호자가 없어졌다고 해서 당장 왕실을 적대하거나 무시하지는 않겠지만,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반드시 움직일 것이다.’
비단 명문 무가뿐만 아니라 힘과 세력을 가지고 있는 귀족가는 대부분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평화의 시기 동안 차곡차곡 쌓아 뒀던 힘을 분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주인에게 버려진 땅.
몬스터를 몰아낼 기사단과 약간의 병사들만 있다면 쉽게 차지할 수 있는 땅.
그걸 그냥 놔둘 탐욕스런 귀족들이 아니었다.
‘뭐, 당장 나도 세 곳의 영지를 손에 넣었으니까.’
물론 라울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다.
하지만 과연 다른 귀족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인가.
그들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움직일 것인가.
어쩌면 라울은 위험한 불씨를 당겨 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물론 그렇다 해도 후회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이건 시대적인 흐름이야. 나 혼자 거스른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지. 그렇다면 그 흐름에 편승해 최대한 이익을 얻는 수밖에.’
라울은 인류애와 정의감이 넘치는 열혈 청년 같은 캐릭터가 아니었다.
현대인의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따질 생각도 없었고, 딱히 어떤 사상을 가지고 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각오 같은 것도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라울 자신과 그 영역 안에 포함된 이들의 평화와 행복. 거기에 과거의 복수를 한 스푼 얹어 놓았을 뿐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가장 효율적이고 최선이라 생각되는 길을 선택할 뿐.
그리고 애초에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수도에서 활동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좋든 싫든 왕실이 건재해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 왕이야 어찌 되든, 수도의 중앙군과 주민들은 존재 자체로도 귀족들에게 압박감을 줄 수 있어. 수호자라는 커다란 변수가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지만…’
어쨌든 전생에선 절반 이상 죽어나갔던 주민들의 피해도 최소화했고, 왕성에 개입함으로써 근위병단과 기사들도 상당수를 구해 냈다.
전생처럼 왕실이 완전히 유명무실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로도 충분했다.
어차피 라울이 원하는 왕실의 역할은 귀족가들이 조금이나마 조심스럽게 움직이도록 견제하는 것이었으니.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우리 가문을 노리는 놈들에 대항할 힘을 기른다.’
원래의 역사대로라면 이번 시나리오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바로 애쉬튼 백작가일 것이다.
힘 빠진 명문가만큼 갈라 먹기 맛있는 먹잇감도 없었을 테니까.
물론 라울이 개입함으로써 애쉬튼 백작가는 게이트 사태에서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수도에서 평판도 올라가 서서히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백작가를 향한 음모가 멈출 것인가.
라울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백작가를 향한 음모는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준비되어 왔고, 그에 얽힌 세력들도 만만치 않았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정으로 건드릴 수도 있고, 어쩌면 사생결단으로 달려들 수도 있었다.
중요한 건 백작가를 노리는 폭탄은 이미 설치가 끝난 상태. 격발 장치를 언제 누르느냐만 남아 있었다.
그간의 노력으로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있긴 하지만, 언제까지 위협을 눈앞에 놓아둔 채 살아갈 수는 없었다.
‘폭탄을 설치하도록 지시한 놈들 자체를 박살 내면 좋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일단 폭탄부터 해체하는 수밖에.’
겸사겸사 놈들의 하수인들도 쓸어버리고 말이다.
그리고 라울은 그 작업을 이번 시나리오, 늦어도 다음 시나리오가 끝나기 전까지는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일단 본가의 안전을 확보해야 걱정 없이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라울이 앞으로의 계획을 점검하고 있는 사이, 라벨은 업데이트된 커넥트 시스템에 접속해 있었다.
‘맙소사, 이게 다 뭐야?’
라울과 자신만 사용하는 줄 알고 있었던 커뮤니티 항목에 새로이 게시판들이 줄줄이 들어섰고, 생전 처음 보는 인간들의 얼굴이 나타나서 떠들어 대는 곳도 생겼다.
하지만 그녀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새로 나타난 브라우저 아이콘이었다.
혼자서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콘에 왠지 모르게 누르고 싶어졌다.
스르륵.
조용히 뻗어 나간 라벨의 손가락이 아이콘에 접촉하는 순간, 그녀의 눈앞에 완전한 신세계가 펼쳐졌다.
“…벨. 라벨!”
누군가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화들짝 들었다.
라벨은 멍한 표정으로 커넥트 시스템과의 접속을 끊고 스킬 도감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라벨, 무슨 일이야? 계속 불렀는데 대답이 없어서 놀랐잖아.”
라울이 걱정스럽게 묻자 라벨이 도감 위에 다소곳이 앉아서 아무 말 없이 라울의 눈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마음이 진정되었는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라울은 알고 있었어?”
“뭐를?”
“커넥트 시스템이 다른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것 말이야.”
“…알고 있었어. 안 그래도 라벨과 그 얘길 나눌 생각이었거든. 미안하지만 잠시만.”
촤르륵.
라울의 파워아머 레그나토르가 활성화되며 오른쪽 상반신을 금빛으로 뒤덮었다.
“카르데나스 님, 실례가 안 된다면 함께 얘기를 들어 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레그나토르의 코어 쪽에서 한줄기 그림자가 뻗어 나오더니 이내 반투명한 사람의 형체로 변했다.
그 모습은 분명 루벤 왕국의 수호자 카르데나스가 분명했다.
“여기는 훈련장이 아니구나. 수련을 건너뛸 만큼 중요한 일이더냐?”
“네, 반드시 말씀드려야 할 일이 있어서요.”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정말 중요한 일이겠지. 응? 라벨도 나와 있었구나.”
“오랜만이야, 칼.”
라벨이 도감 위에서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6개월 전.
왕궁 지하의 봉인지에서 최후를 앞둔 카르데나스는 라울과 함께 새로운 길을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라벨의 인도에 따라 라울의 파워아머인 레그나토르의 코어에 정착하게 되었다.
비록 영혼만 남아 이제는 현실에서 힘을 발휘할 수는 없었지만, 예외적으로 라울이 레그나토르를 발동했을 경우 지금처럼 반영체의 형태로 현실에 나타날 수 있었다.
카르데나스가 레그나토르에 안착하면서 등급도 하나가 올라 성능이 향상된 것은 덤이었다.
[레그나토르 : 파워아머]등급 : B+->A
상태 : 귀속(라울), 부분 개방, 봉인 중.
출력 : 1.6->1.8 CP(Core Power)
가동 시간 : 60->120 min/max
가동 형태 : 자체충전.
방어 술식 : 6서클. 중상급 마나블레이드 방어 역장. 속성 효과 70% 감소.
특수 기능 : 단죄(맹약의 대상을 상대로 200% 효과 증폭), 은밀한 포식(하위 파워아머를 흡수하여 그 기능을 흉내 낼 수 있다), 환상 날개(주입한 에너지 속성의 날개가 생성됨), 에고(주인이 의식을 잃어도 파워아머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각성 시간 : 15초->30초
카르데나스는 자신을 머물게 해준 대가로 매일 파워아머 가동 시간 동안 라울의 검술을 봐주기로 했다.
그로 인해 라울의 검술 실력이 일취월장하긴 했지만, 라울로선 그저 죄송할 따름이었다.
겨우 하루에 두 시간밖에 나올 수 없는데 그 모든 시간을 훈련하는 데 쓰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카르데나스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예전에도 봉인지에 묶여 긴 시간 잠들어 있었고, 깨어 있을 때도 마스터들의 훈련을 봐주기는 매한가지였으니까.
그리고 당장은 라울의 실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였다. 그가 봤을 때 마스터에도 도달하지 못한 라울은 아직 천둥벌거숭이에 불과했다.
이러다가 엄한 데서 죽기라도 한다면 카르데나스도 난감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라울의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레그나토르의 등급이 더 올라간다면, 카르데나스의 활동 반경도 더 넓어지게 될 것이란 라벨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라울에겐 특별함이 보였다. 그 재능도 그러했지만, 신기에 가까운 보물을 두 개나 가지고 있었고 신이 내려 주신 특별한 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이라면….’
그를 묶어두었던 속박에서 진정으로 해방시켜 줄지도 몰랐다.
그렇게 카르데나스 또한 라벨처럼 라울과 영혼으로 묶인 동료가 되었고, 라울은 오늘에서야 그동안 숨겨 왔던 그의 비밀을 털어놓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