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unt's Youngest Son Is a Player RAW novel - Chapter 238
제238화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일주일간 커넥트에서 있었던 소식을 전해드리는 [커넥트 중계석].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종편도 아닌 정규 채널에서 커넥트에 대한 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이 화제를 돌렸다.
– 이번에 다룰 소식은 브레넌 공화국에서 벌어진 도시전에 관한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플레이어들이 참전한 것으로 알려진 레이선 공방전이 화제가 되었는데요, 관련 소식 김** 기자가 소개해 드립니다.
– 네, 리플 협회와 퍼플 길드 간의 대결로 많은 관심을 끌었던 레이선 시의 공성전이 바로 이틀 전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많은 전문가와 커뮤니티에서 리플 협회의 압승을 예상하고 있었는데요,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레이선 시의 공성전 영상이 화면에 송출되었다.
– 보셨다시피 결과는 퍼플 길드의 압승이었습니다. 5명에 불과한 퍼플 길드의 최상위 랭커들이 1천 명의 리플 협회 플레이어들을 거의 학살하다시피….
이후로 방송에선 전투의 결과와 후속 정보를 보여주었다.
방송을 본 커뮤니티는 각종 이야기들로 불타올랐다.
-경축! 퍼플 길드 압승! 나는 믿고 있었다고!
└솔직히 좀 걱정하긴 했는데, 영상보고 나니까 내가 왜 그랬나 싶다. 역시 자칭 전문가 놈들의 말은 믿을 게 못 되네.
└아무리 그래도 머릿수 차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0‐; 랭커는 진짜 다르구나.
└듣보잡 협회가 나설 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지. 굳이 잘 돌아가고 있는 퍼플 협회에 왜 시비를 걸어ㅋㅋ
-난 도현이 형이 혼자 말 타고 나올 때부터 소름이 돋았다구. 5대1로 덤빈 멍청이들은 둘째 치구, 기사를 뚜까 팰 때는 진짜 지려버렸다는!
└플레이어는 일대일로 기사를 절대 못 이긴다던 분석가들 다 어디로 숨었나?
└도현 님을 보고 희망을 얻었습니다. 플레이어도 노력하면 NPC를 이길 수 있다는 걸!
└└응 안 돼.
└└자유 도시에서 교관들이랑 스킬 없이 일대일 대련해본 사람이라면,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지 알 거야. 심지어 교관들은 기사도 아닌데 말이지. 영지전에서 기사랑 마주쳤다?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라구.
└갓직히 배도현이랑 퍼플 길드 랭커들이 너무 강한 거 아님? 일반 플레이어가 비벼볼 수준이 아닌 것 같던데.
접속한 지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도 플레이어들에게 기사라는 존재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알려져 있었다.
물론 50레벨을 넘긴 근접 클래스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마나 블레이드(검기)를 다룰 수 있다.
기사의 상징이라는 마나 블레이드와 각종 스킬을 사용하면 우리도 기사와 다를 게 뭐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수많은 2차 전직 플레이어들은 전장에서 기사들과 직접 칼을 섞어보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플레이어들이 애지중지 여기는 값비싼 스킬들.
그건 마나 블레이드를 다루는 NPC 기사라면 누구나 펼칠 수 있는 검식의 변형에 불과하다는 것을.
똑같은 신체 능력과 장비를 쥐여준다고 일반인이 프로 선수를 이길 수 있겠는가?
거기에 파워아머까지 보태지면, 기사, 특히 아머 유저는 플레이어에겐 넘사벽의 괴물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걸 배도현이 깨버린 것이다.
게다가 공성전 도중 김일우나 매닝거가 상대측 기사를 무릎 꿇리는 장면까지 더해지니,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난 건 당연했다.
* * *
레이선 시의 공성전은 수비 측의 압승으로 마무리되었다.
본 실력을 드러낸 퍼플 길드의 랭커들은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배도현이라는 치트키가 있기도 했지만, 김일우나 한서현 등 다른 길드원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리플 협회의 플레이어들을 쓸어버린 것도 모자라 적측의 기사들을 쓰러뜨리기까지 했으니.
심지어 전장의 마무리도 그들의 몫이었다.
성벽에서의 전투가 승기를 잡자, 적 지휘부가 병력을 버리고 도주하려 했다.
이를 미리 눈치채고 있던 배도현이 일우와 함께 염동력 발판을 밟으며 그들을 쫓았고, 거대화한 서현의 환수 검은 매 ‘묵이’가 서현과 린다를 태우고 적진의 뒤를 잡았다.
결국 적의 수뇌부는 퍼플 길드에 생포되었고, 도시전은 마무리되었다.
텐바 가문은 도시 레이선을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을 걸었던 제레두 가문의 도시를 합병하는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가주를 비롯한 수뇌부가 생포되고 병력이 전멸한 이상 제레두 가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따가닥, 따가닥.
배도현과 일행은 또다시 관도를 달리고 있었다.
일행의 수는 이십여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퍼플 길드의 다른 길드원들이 합류한 탓이었다.
“쳇. 예상은 했지만, 정말 그렇게 잽싸게 도망칠 줄이야.”
린다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김이상을 비롯한 새별 길드와 리플 협회의 간부들을 놓쳤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투 내내 성벽 근처에 다가오지도 않고 적 본진에 머물렀다.
그리고 패색이 짙어지고 본진이 후퇴할 기색을 보이자 순간이동 마법을 통해 전장을 이탈해 버렸다.
여전히 그들의 길드원과 협회원들은 성벽에서 전투 중이었는데도 말이다.
“됐어. 이제 그런 잔챙이들은 신경 쓰지 말자고. 어차피 한 번 죽인다고 놈들에게 큰 타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도망쳐준 게 더 잘된 일일 수도 있어.”
일우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그들이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협회원들을 챙기며 항전했다면, 목숨을 잃을지언정 신뢰를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도주를 선택했고, 그건 신생 협회에 있어서는 치명적일 것이다.
플레이어들도 수뇌부를 믿지 않겠지만, 전투를 지켜본 커넥트의 귀족들 또한 그들을 용병 이상으로 대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영 맘에 들지 않아. 일만 시키고 책임은 지지 않던 예전 보스 생각이 난단 말이야. 담에 만나면 무조건 놈의 머리를 날려 버리겠어.”
날카로워진 린다의 말투에 일우는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길마. 이번에 상대할 적은 누구지?”
매닝거가 묻자 배도현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이번 도시전 상대는…”
* * *
-퍼플 길드. 브레넌 공화국 내전에서 파죽의 6연승!
-킹 메이커! 우리가 제대로 보여주겠다. 퍼플 길드의 무서운 질주!
-브레넌 공화국 내전. 퍼플 길드의 활약으로 갈레고스-맥그리거 연합이 승기를 잡다.
레이선 시 도시전 이후 한 달.
배도현을 필두로 한 퍼플 길드의 활약은 눈부셨다.
큰 전장은 아니었지만, 투표권이 걸린 소도시 간의 도시전에 5번 참전하여 5번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전황에 따라 최소 5명에서 스무 명까지 참전한 퍼플 길드의 랭커들은 자신들의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두 자릿수 랭커들은 지방 도시의 기사들 따위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듯 파죽지세로 기사들을 격파했다.
길드 내에서 중하위권에 속하는 세 자릿수 랭커들도 기사들을 압도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실력이 있음을 증명했으니.
브레넌 공화국에서 퍼플 길드는 단순히 용병이 아닌 기사단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몸값과 대우가 올라간 것은 물론이고, 그들을 찾는 각 가문의 사신들로 브레넌 공화국의 퍼플 협회 지부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퍼스트 플레이어 협회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레이선 시 공성전이 끝난 직후, 협회는 협회가 추천하는 단체 퀘스트를 공개했다.
-퍼플 협회 추천 퀘스트 공개!
-또 한 번 각종 전문가들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다! 협회는 약속을 지켰다.
-퍼플 협회. 4개 왕국 동일하게 모든 세력과 교섭 완료. 선택은 길드와 플레이어의 몫으로 넘겨!
협회의 공지가 나간 이후.
많은 전문가들은 퍼플 협회가 어느 세력에 편향된 퀘스트를 제공할 것이라 예측했다.
퍼스트 길드와 노선이 비슷하거나 우호적인 세력을 중심으로 퀘스트를 편성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퍼플 협회를 싫어하는 이들은 입을 모아 주장했다.
협회가 플레이어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대로 조종하려 들 것이라고.
하지만 협회의 행보는 전혀 달랐다.
협회는 현재 왕위 계승전에 욕심을 드러낸 모든 세력과 교섭했다.
그리고 세력들은 한결같이 퍼플 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그들이 협회를 보는 시선은 용병 협회와 다르지 않았다.
용병 협회가 특정 왕국이나 세력과 독점 계약을 맺지 않는 것처럼, 퍼플 길드도 모두에게 문을 열어둔 것이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상당한 수준의 보수와 대우를 약속받았다.
레이선 시 전투를 참관했던 각 세력들이 플레이어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당연히 플레이어들은 환호했다.
비록 협회 퀘스트에 참가하기 위해선 이런저런 조건을 갖춰야 했지만, 개인이나 길드가 얻어낼 수 있는 보수와는 급이 달랐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리얼 플레이어 협회. 「퍼플 협회는 플레이어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 선택권을 준다는 건 기망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퍼플 협회를 비난.
일부 전문가들은 퍼플 협회의 퀘스트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평가.
퍼플 길드의 선택에 따르는 플레이어들. 과연 이것이 진정한 선택의 자유인가?
일부 메이저 언론사들이 일제히 퍼플 협회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퍼플 길드 때문이었다.
협회의 퀘스트와 관계없이 퍼플 길드는 각국의 특정 진영에서 활동을 개시했다.
100명의 길드원은 열에서 스물 단위로 쪼개져 각국의 영지전에 개입했다.
결과는 한 곳을 제외한 18개의 전장에서 승리.
이기지 못한 한 곳은 쥐꼬리만 한 전장에 정규 기사단들이 등장하여 전쟁이 커졌고, 결국 승패를 가리지 못한 채 영지전이 마무리되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퍼플 길드’를 따라가면 승리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초기에는 퍼플 길드의 반대 측에 참전한 이들도 많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은 그 누구도 퍼플 길드의 반대쪽에 서지 않았다.
협회 반대파와 일부 언론이 협회를 비난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협회 비난 기사가 나오는 이유가 뭐지? 오히려 칭찬해야 하지 않아?
-맞는 말이지. 협회 덕분에 퀘스트 보상이 짭짤함. 아직 협회 퀘스트 아니고 혼자 노는 흑우는 없재?
-협회 비판하는 것도 틀린 건 아니지. 솔직히 다들 퍼플 길드 따라다니는 건 사실이잖아? 선택권 자체가 없는 거나 마찬가진데.
└잡았다 이놈! 리플 협회 첩자는 저리 가라~
└아직도 퍼플 협회랑 퍼플 길드를 같은 선상에 놓는 놈들이 남아 있네. 협회랑 길드는 엄연히 다른 조직임. 퍼플 길드가 협회의 딸랑이가 아니란 얘기지.
└윗님 말이 맞음. 내가 김일우였으면 협회 퀘스트를 전부 길드에게 유리하게 제공했을 거야. 상대측도 선택할 수 있게 하다니, 완전 대인배임. 협회에 길드 일을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나 다름없잖아?
-퍼플 길드 깡패 새X들. 반대쪽 선택할 수 있게 해놓고, 반대쪽에 가면 다 조져버리는 게 깡패랑 다를 게 뭐가 있냐, X쌔들아!
└뭐래, 이 XX은? 죽고 죽이는 전쟁에서 적으로 만나면 당연한 거 아니냐? 억울하면 싸워서 이기든가.
└하여튼 하나를 주면 둘을 내놓으라는 놈들은 어디 가든 있음. 좋은 조건으로 진영 선택할 수 있게 해줬으면 됐지, 뭘 더 바라? 퍼플 길드를 적으로 돌린 건 니 ‘선택’이고, 이 X멍청아.
이렇듯 라울과 김일우의 전략은 잘 먹혀들어 갔다.
굳이 플레이어들에게 선택권을 빼앗거나 강요를 하지 않고, 그들 스스로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이득인지 보여주는 것.
덕분에 협회는 공정함이라는 평판을 얻었고, 플레이어들 또한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물론 이게 다 힘이 있었기 때문이지.’
만약 다른 플레이어들을 압도할 수 있는 퍼플 길드가 없었다면 이런 수는 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 라울이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에게 아낌없는 투자를 해왔던 것이고.
퍼플 길드원들과 일반 랭커들 사이에는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의 커다란 격차가 벌어지고 있었다.
스킬의 체득화.
배도현이 전생에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 노하우를 퍼플 길드원들에게 제공했다.
또한 일반 플레이어들은 얼굴도 보기 힘든 최고의 실력자들이 그들에게 검과 무기술을 가르쳤다.
던전에서 나온 부산물을 가공해 만든 최고급의 장비를 지급한 것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고급 정보와 퀘스트를 제공했으니.
퍼플 길드원들은 이미 퍼스트 기사단 못지않은 강자들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반응이 올 때가 됐는데….’
델라미안-보이드 연합이 바보가 아닌 이상, 세력전의 추가 기운 이유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눈엣가시 같은 퍼플 길드를 어떻게든 치워버리고 싶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들이 발톱을 드러내는 순간.
‘이 무의미한 세력전을 끝내주마.’
배도현의 두 눈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