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20)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20화
제277장 신에게 맡기는 일
옛 아르판 제국령은 북방에 위치해 있었지만 그렇다고 전 국토가 얼어붙은 동토는 아니었다.
전체 형태를 보면 세로로 긴 편인 옛 호데인 왕국령의 북쪽 끝부분은 초원지대였고 그곳으로부터 북방으로 올라갈수록 기온이 내려간다.
그래서 비교적 따뜻한 지방에는 생존자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모르드 일행은 신들이 알려준 정보에 따라 생존자 그룹을 찾아서 구출하고, 신화의 흔적을 탐색했다.
옛 아르판 제국령의 땅은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광활한 땅이고, 그 대부분이 사람 살기 힘든 곳들이다. 지역과 지역 사이를 이동하는 난이도도 욕 나오는 수준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인간적인 문제는 모르드 일행을 가로막을 수 없었다.
산을 넘고 숲을 뛰어넘고 설원 위를 날아서 광활한 땅 곳곳을 탐색한다.
그렇게 해서 구출해 낸 생존자 숫자는 60명.
땅 넓이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올 정도로 적었다.
당연하게도 순수한 인간은 하나도 없었고 신혈이거나, 용족이거나, 엘프였다.
특이점이라면 지금까지에 비해 엘프의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다.
아예 엘프들끼리만 뭉쳐서 살아남은 생존자 그룹이 있었고, 20명 정도나 되었다. 모두들 고대 엘프의 신성을 개화한 엘프들이었다.
“황금독충이 없어서 다행이군요. 있으면 이상했겠지만…….”
니스카는 생존자들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엘프 생존자 그룹에는 다양한 엘프종이 모여 있었다. 서대륙의 빼앗긴 숲 연합처럼 말이다.
서대륙 엘프들에게는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엘프종마다 따로따로 모여 살던 동대륙 엘프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감상을 느낄 수밖에 없으리라.
그중에 그림자 엘프도 네 명 있다는 사실이 니스카에게 위안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문득 리온이 중얼거렸다.
“라이칸스로프는 한 명도 없네.”
그들이 이제까지 구출한 생존자가 150명을 넘었다.
다양한 신혈과 용족, 그리고 이제 여러 엘프종까지 합류했다.
하지만 신혈이 아닌 인간은 하나도 없었고 라이칸스로프도 없었다.
“신혈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강인하니까 살아남을 수도 있지 않나 싶은데…….”
“없을 거야.”
그 중얼거림을 들은 달시가 고개를 저었다.
리온은 흠칫해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보니 괜한 이야기를 꺼냈다 싶었기 때문이다.
달시는 신경 쓰지 말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말했다.
“라이칸스로프는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에는 너무 약하거든.”
“약하다고? 아, 물론 신혈보다야 그렇겠지만…….”
리온의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본 달시가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라이칸스로프는 굶주리며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신혈은 보통 인간이라면 죽음에 이를 정도로 굶주림에 시달린다 해도 버텨낸다.
하지만 라이칸스로프는 보통 인간보다 더 빨리 죽음에 도달할 것이다.
“모르드 식으로 말하자면… 유지비용의 문제지.”
신혈은 적게 먹고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신성을 가졌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하지만 라이칸스로프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기 위해 그만큼 많이 먹어야 한다. 그 신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자체가 보통 인간보다 높은 존재다.
물론 달시는 예외다. 그녀는 신성을 가진, 그것도 신성 완성자인 라이칸스로프니까.
“테론 아저씨도 그래. 내 신관들도 어느 정도는 그럴 거고.”
하지만 일반적인 라이칸스로프는 너무나 굶주림에 취약한 존재다.
“육체도 버티지 못하겠지만 정신도 못 버텨.”
라이칸스로프가 되는 것이 저주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통제할 수 없는 광기와 흉성이 부여된다는 점이다.
라이칸스로프는 단지 만월이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광기와 흉성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것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며, 충분한 통제력을 기른 후에도 고통받는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달시에게 구원받지 못한 라이칸스로프는 모두 그랬다.
“남들보다 빠르게 굶어 죽었거나, 아니면 폭주하다가 내부의 적으로 처치당했거나…….”
그것이 동대륙 라이칸스로프들이 맞이한 운명이었으리라.
“…….”
리온은 자기 입을 한 대 치고 싶은 기분으로 입을 다물었다.
달시는 그런 리온을 보고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애당초 이 땅은 라이칸스로프의 입지가 약했던 것 같아. 여기까지 오면서 달 부스러기를 못 봤잖아?”
서대륙 곳곳에서 달 부스러기를 줍고 다녔던 걸 생각하면 기이한 일이었다. 아직까지 동대륙에서는 달 부스러기를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파르웰에게 이상하다고 하니까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하더라고.”
단죄자들이 달 부스러기도 주워 먹었을 가능성.
그리고 용족의 신화에 먹혀 버리는 바람에 달 부스러기가 남지 않았을 가능성.
“지난번 그 던전의 사례를 보면 후자가 가능성이 높은 것 같긴 해. 모르드는 용족 신화 세계관의 요괴라는 괴물들과 라이칸스로프의 경계가 모호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더라.”
어느 쪽이든 달시 입장에서 달가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어쨌든 너무 신경 쓰지 마. 지금 이 순간에도 서대륙에서 내 이름으로 라이칸스로프의 구제가 이루어지고 있을 테니까.”
서대륙에 있을 때는 종종 테론과 다른 신관들의 기도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이 달시의 이름으로 라이칸스로프를 축복하여 구제한 일을 꿈을 통해 알게 되기도 했다.
하지만 동대륙에 온 후로는 더 이상 그런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달시는 일행 중에 유일하게 서대륙과 동대륙의 시공간이 단절되어 있음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입장이었다.
리온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네가 여기 와 있어도 괜찮은 거야?”
“괜찮아.”
자신이 없어도 괜찮다. 자신이 살아 있는 한, 그 신성이 빛을 잃지 않는 한.
그것만은 분명했다.
“그쪽의 일은 테론 아저씨에게 맡겨놔도 괜찮아. 내가 해내야 하는 것은, 모르드가 완성할 종언의 오른편에 서서 모든 저주받은 라이칸스로프를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거야.”
달시는 이미 자신이 도달해야 할 결승점을 뚜렷하게 그리고 있었다.
* * *
옛 아르판 제국령에 진입하기 전, 모르드는 신들에게 전쟁신의 신전 말고 다른 신들의 신전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당장 찾아가지는 않았다.
일단 생존자들을 구출한 뒤, 그들 중에 어떤 신혈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나서 어느 신전을 찾아갈지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기껏 찾아갔는데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어서 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말짱 꽝이었으니까.
지금까지 구출한 이들 중에 전쟁신의 신전에 섬겨지지 않는 신의 혈손들도 있었고, 또 새로이 구출해 낸 이들 중에서도 그랬다.
일행은 그들 중 몇몇을 모아서 하나의 신전으로 찾아갔다.
“이상하군요.”
파르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곳은 협곡 사이에 위치한 오래된 신전이었다. 아마 현세가 아니라 신화에 지어졌을 것이다.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은 지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것 같았지만, 튼튼하게 지어지고 비나 눈이 들이치지 않는 지형이라 그런지 신기할 정도로 제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쓰이다가 어떤 이유로 이곳에 머무르던 이들이 이주하면서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된 곳 같았다. 유령마을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오래된 폐가들이 그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흠…….”
파르웰은 일행과 함께 마을을 뒤져서 몇몇 도움 될 만한 낙서와 기록들을 찾아냈다.
“기후가 문제였나…….”
대략 200년 전까지는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이 협곡이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추워지면서 다들 이주한 것이다.
당시 기후와 지금 기후의 차이는 모르겠다. 지금도 상당히 추워서 여기서 살아가는 건 꽤 힘든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런 이유로 꽤 깨끗하게 보존된 신전과 마을의 유적이 남은 것이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데…….”
파르웰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모르드가 물었다.
“뭔가 걸리나?”
“여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해서요.”
“음?”
“물론 주시자 군주가 공중을 날면서 관측하는 걸로는 드러나지 않을 만한 곳이긴 한데…….”
지형상 공중 관측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는 곳이기는 했다.
“그렇다고 엄청 찾기 어려운 곳은 아니거든요. 단죄자 놈들은 신전을 찾아서 파괴하는 것도 우선적인 과제로 여기는데, 수십 년 동안 여길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좀 이상합니다. 만생포식자 같은 괴물은 별의별 곳을 다 돌아다니면서 먹어치울 걸 찾는데…….”
“이 땅이 꽤 광활한 데 비해 사람이 적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않나? 단죄자들도 땅 넓이에 비하면 그리 많이 배치되지 않은 건 마찬가지일 텐데.”
“그렇긴 합니다만…….”
파르웰은 석연치 않음을 느끼면서도 일단 납득했다.
어쨌든 그들의 눈앞에는 단죄자들의 눈길을 피한 옛 신전이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한차례 마을을 뒤져본 그들은 신전 안으로 들어섰다.
석재로 단단하게 지어진 신전은 고요한 냉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아무도 찾지 않고 방치되어 있었으리라.
하지만 모르드 일행이 발 들이는 순간, 신전에 모셔진 신상이 빛을 발했다.
[이제야 왔군요.]차분하고 발음이 또박또박해서 듣기 좋은 목소리가 울렸다.
[만나고 싶었습니다. 서쪽에서 온 나의 후손, 나의 성자여.]파르웰이 그 목소리가 난 신상 앞으로 가서 예를 표했다.
“이제야 찾아뵈어서 죄송합니다, 모든 학자를 수호하는 별이시여. 당신의 자손, 파르웰 네이어가 인사드립니다.”
달에 가장 가까운 다섯 별 중 하나로 불리는 자.
학문의 신이며 학자의 수호성, 브레디아스였다.
* * *
전쟁신의 신전에서 신들에게 다른 신들의 신전 위치 정보를 보상으로 요구했을 때, 모르드 일행은 브레디아스의 신전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했다.
그리고 신들은 그 요구를 들어주었다.
다만 그들이 알려준 것은 브레디아스의 신전이 아니라 달의 여신 루니아의 신전이었다. 루니아의 신전에는 달에 가장 가까운 다섯 별도 함께 모셔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흥미롭군요.]브레디아스의 목소리에서 기쁨이 넘치고 있었다.
이런 세상에서 자신의 혈손, 그것도 천상의 문 앞에 섰을 정도로 강대하며 또한 성자이기까지 한 존재와 만났다는 사실이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졌으리라.
그와 몇 번이나 만나본 파르웰은 지금 이 순간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까지 머릿속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
[서쪽의 나는 당신을 크게 총애한 것 같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신앙과 학자로서의 신념을 증명한 이들보다 더…….]브레디아스는 파르웰에게 서쪽의 브레디아스가 남긴 흔적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다.
[왜 그랬는지도 알 것 같습니다. 당신들이 이 땅에 와서 한 일들을 보면. 분명 당신들은 서쪽에서도 범상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겠지요.]신전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모르드 일행의 존재는 이미 천상의 모든 신들에게 주목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서쪽의 나는, 당신을 통해 나와 하나가 될 매개체를 보내지 않았군요.]“예.”
[이유도 말해줬습니까? 아, 말하지 마세요. 맞혀보지요.]파르웰은 브레디아스가 재미있는 놀이를 만난 것처럼 눈을 빛내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브레디아스가 알았다는 듯 말했다.
[그렇군요. 그편이 당신의 신성을 완성하는 데 더 크게 도움이 되리라 여겼던 것 같습니다. 아닙니까?]“정답입니다. 한 번에 맞히실 줄은 몰랐는데요.”
[때로 자신의 속내는 타인의 속내보다 더 알기 어려울 때가 있지요. 하지만 아끼는 후학을 위해 뭐든 해주고 싶은 마음은 서쪽의 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군요.]브레디아스가 파르웰로 하여금 동쪽의 자신과 만나 둘을 하나로 만드는 임무를 맡기지 않은 이유.
두 브레디아스가 하나가 되는 순간, 파르웰이 서쪽에서 브레디아스를 통해 전한 지식은 동대륙에도 그대로 전파된다.
하지만 둘이 별도의 존재로 남아 있다면, 파르웰은 서대륙에는 이미 전했으나 동대륙에는 존재하지 않는 지식을 전하는 공으로 신성을 성장시킬 수 있으리라.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같은 지식으로 날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쪽의 브레디아스와 동쪽의 브레디아스가 별개로 존재한다 해도 신성의 근원 자체는 같다. 그렇기에 같은 신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똑같은 지식을 바친다 한들 보상을 중복해서 얻을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새로운 지식으로 동대륙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별개였다. 브레디아스는 파르웰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신성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으리라 믿었다.
문제는 그것이 브레디아스가 동대륙의 사정을 몰랐기에 한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멀쩡한 세상이었다면 곳곳에 브레디아스의 신전이 있었을 것이고, 그곳에 학자들이 모여 새로운 지식을 접하고 토론을 벌였으리라.
하지만 동대륙은 그럴 기반 자체가 파괴되어 버린 세상이었다.
[파르웰, 당신은 대마법사겠지요?]“그렇습니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열아홉 살입니다.”
[제 후손이지만 믿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나군요. 어처구니없는 건 당신의 동료는 한술 더 뜨는 존재라는 겁니다만.]모르드는 브레디아스가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브레디아스는 모르드에게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대신 파르웰과의 대화를 이었다.
[파르웰, 당신은 현시점에서 현세에 존재하는 제 유일한 성자입니다.]씁쓸한 브레디아스의 고백에 파르웰은 놀랐다.
“모두 죽었습니까?”
[이런 세상에서 죽었다면 차라리 다행이겠지요. 알고 있지 않습니까?]“아…….”
단죄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브레디아스가 내린 성자의 권능을 가진 채로.
[따라서 당신은 살아 있는 명분입니다. 과업을 내리기에 앞서서 무사히 제 앞으로 와준 것만으로 제가 뭔가를 해줄 수 있지요. 바라는 게 있습니까?]그 말에 파르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처럼 정보를 요구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다른 신이 아니라 자신의 뿌리인 브레디아스였다.
“위대한 학문의 신께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게 결례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여 그렇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하겠습니다. 그러니 말해보세요.]“정말로 마법사로서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고, 저를 도와주는 분들의 한계는 뚜렷합니다.”
파르웰은 생존자 마법사들을 모아서 두 개의 연구팀을 꾸린 뒤 연구과제를 주었다. 그들은 큰 도움이 되는 존재였지만, 파르웰에 비해 마법사로서의 수준이 떨어지는 만큼 맡길 수 있는 일에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결국 가장 어렵고 고차원적인 연구는 파르웰 자신이 해내야 할 몫이다. 도움받을 사람이라고는 세데아뿐인데, 그녀도 연구자로서는 파르웰의 조수 역할은 할 수 있어도 그 이상은 무리였다.
“…꼭 완성하고 싶은 연구가 몇 개 있습니다. 만약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게 가능하다면, 저 대신 그 연구를 완성시키는 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브레디아스는 말문이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