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xtra Is Too Strong RAW novel - Chapter (989)
엑스트라가 너무 강함 989화
제296장 거울치료
“역시 아직인가. 그래도 제법 늘었군. 기왕이면 에르나까지 데려왔으면 좀 더 재미있는 싸움이 되었을 것을…….”
베르나스 대공, 하르덴 베르나스는 혼돈으로 불타오르는 하늘 아래서 중얼거렸다.
쿠구구구…….
휘몰아치는 열기 속에서 한 남자가 서 있었다. 2미터 30센티의 철탑 같은 거구, 그리고 긴 백금발을 가진 그는 베르나스의 대공자로 불리는 알렌 베르나스였다.
“쿨럭…….”
앞을 노려보고 있던 그가 피를 토하며 비틀거렸다.
[제법 뜨거웠다.]그 앞에서 3미터에 이르는 푸른 거구의 마족이 다가온다.
[짐의 부하들을 다 죽이고 짐에게까지 한 방 날리다니, 인정해 줄 만하군.]앞으로 한 개, 양옆으로 두 개, 총 세 개의 굴강한 뿔을 가진 마족이었다. 눈은 은은한 푸른빛으로 가득 차 있고 얼굴은 가면을 쓴 것 같았다.
알렌은 이를 악물었다.
“…역시 마왕은 마왕이군.”
상대는 마왕이었다.
본신은 훨씬 거대하지만 알렌을 상대하기 위해서 몸의 크기를 3미터까지 줄인 것이다.
“젠장, 형님의 공격이 제대로 들어간 거 같은데도 저렇다고?”
알렌과 거의 비슷할 정도의 근육질 거구, 휴런 베르나스가 이를 악물었다.
베르나스 대공가의 첫째와 넷째, 가장 차기 대공에 가깝다는 평가를 듣는 두 명이 합공했음에도 마왕을 상대로 패색이 짙었다.
“대공자, 일단 물러나서 재정비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뒤쪽에서 옷이 엉망진창이 된 데다 상처투성이인 남자가 다가온다.
사자처럼 헝클어진 금발, 그리고 약간 처진 눈에 수염을 기른 2미터의 근육질 거구.
만약 모르드가 그를 보았다면 반가워했으리라. 그는 모르드가 애송이였던 시절에 휘하로 거두어 경험을 쌓게 해주었던 베르나스의 최상급 전사, 케스너 윈솔이었으니까.
알렌은 이를 갈았다.
“제길, 자존심이 박살 나는군. 셋이서 덤볐는데도 이 정도라니…….”
베르나스 공국령에 마왕급 던전이 출현했고, 베르나스 대공은 이를 공략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규모를 일으켜 친정했다.
그들은 파죽지세로 마족들을 쓸어버리며 던전의 최심부에 도달했고, 마왕과 그를 호위하는 최정예 병력과 마주했다.
대공은 직접 나서는 대신 알렌과 휴런, 그리고 케스너에게 마왕과 싸워 공을 세울 기회를 주었다.
케스너는 쓴웃음을 지었다.
“생전에 마왕과 싸워볼 기회가 올 줄은 몰랐는데, 역시 무섭군요.”
그가 모르드와 마지막으로 본 이후 4년이 흘렀다.
이 기간 동안 그는 베르나스의 최상급 전사들 중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며 그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마왕이 한순간에 쇄도해 온다.
투아아아아앙!
중상을 입은 알렌 앞을 케스너가 가로막았다.
[호오?]마왕이 놀랐다. 오러를 두른 케스너의 팔이 고무처럼 탄력 있게 그의 손을 비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시에 발차기로 반격한다.
꽈광!
마왕이 튕겨 나간다.
그 위로 솟구친 케스너가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급강하하며 주먹을 내려쳤다.
-천둥치기!
그 이름처럼 천둥소리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지며 지상이 뒤흔들었다.
“컥……!”
그러나 신음을 토한 쪽은 마왕이 아니라 케스너였다.
[나도 격투는 꽤 즐기는 편이지.]마치 결정화된 것 같은 푸른빛이 케스너의 공격을 막아냈고, 마왕의 앞쪽 뿔에서 뿜어져 나온 섬광이 케스너의 복부를 강타한 것이다.
강철 같은 복근이 찢어지며 갈비뼈가 몇 대나 부러지는 느낌이 났다.
[제법 나쁘지 않은 주먹이군. 위력이 좀 더 높았다면 긴장감이 있었을 것을.]마왕이 땅에 처박혀 구르는 케스너를 보며 웃었다.
베르나스의 사생아 중에는 불세출의 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로 탁월한 재능을 가진 케스너는, 무수한 실전과 대공의 훈련 상대를 한 경험을 통해 막강한 실력을 키웠다.
문제는 상대가 마왕이라는 점이었다.
[피 냄새가 너무 맛있어서 참기가 힘들구나. 일단 너라도…….]“유감이구나. 너는 참을성을 배워야 할 것이다.”
그때 마왕의 옆쪽에서 느긋한 걸음걸이로 끼어드는 남자가 있었다.
[음? 언제부터 있었지?]“처음부터.”
베르나스 대공이 씩 웃었다.
“아들놈들과 신하들에게 좋은 경험을 쌓으라고 너랑 싸우게 시켰는데, 부모가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본다는 게 드러나면 분위기가 이상해질 것 아니냐?”
알렌과 케스너로 하여금 마왕과 싸우게 시킨 그는 은신한 채로 지켜보았던 것이다.
[큭큭, 부자가 함께 짐에게 먹히기 위해 오다니…….]“간튀스키르라고 했느냐?”
[그렇다. 그것이 짐의 이름이니라.]모르드가 들었다면 경악했을 이름이었다.
네카드마.
인간이 만들어낸 게임이라는 문화에 심취했던 강대한 마왕.
그와 최후의 대화를 했을 때, 반복되기 전의 시공간에서 현세를 침공했던 마왕의 이름이 그것이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비록 본래 간튀스키르가 현세를 침공했던 기회는 네카드마의 침공으로 대체되었으나, 간튀스키르 또한 그 후에 정당한 권리를 획득하여 현세를 침공해 온 것이다.
대공이 말했다.
“네가 두 번째다.”
[무슨 뜻이냐?]“첫 번째는 알사크일이라는 놈이었지. 네가 그놈보다 딱히 나아 보이진 않는데…….”
고개를 갸웃하는 대공을 마왕 간튀스키르가 차분하게 노려보았다.
[확실히 신성이 크긴 하군. 하지만 그 신성을 개방하지도 않은 채로 내 앞에 서서 뭘 할 셈이냐?]대공은 신혈 개방조차 하지 않은 채였다.
[네가 그 진정한 힘을 드러내기도 전에 짐의 식사거리가 될…….]“먹는 이야기는 그쯤 해둬라. 아무래도 넌 인내를 모르는 것 같으니 내가 가르쳐 주도록 하지.”
마왕의 말을 자른 대공이 주먹을 날렸다.
꽈아아아앙!
폭음이 울리며 간튀스키르가 튕겨 나갔다.
[으음?]그가 깜짝 놀랐다.
기습적으로 날린 주먹이 실로 묵직했기 때문이다.
후우우우우!
그리고 대공이 신혈을 개방하여 변신하더니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설마 그 한 방으로 인내를 배운 건 아닐 테지? 어서 와라. 내 신성이 모두 개방되기 전에.”
[이놈……!]간튀스키르의 눈이 번뜩였다. 눈에서 뿜어져 나간 푸른 광선이 대공을 강타한다.
대공은 그것을 뻔히 보면서도 피하지 않았다. 양팔을 펼치며 가슴으로 받아냈다.
콰아아아아아!
대공의 가슴 근육이 불끈거리며 그 광선을 받아서 튕겨냈다.
[…….]간튀스키르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 앞으로 대공이 근육을 불끈거리며 천천히 걸어온다.
“격투는 꽤 즐기는 편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간튀스키르가 주먹을 내질렀다.
3미터의 거구이기에 대공의 머리 위에서 강맹한 주먹이 내리꽂힌다.
꽈앙!
대공은 피하지 않았다. 이마로 주먹을 받아버렸다.
[크윽……!]그러자 간튀스키르의 주먹이 박살 나서 뼈가 튀어나오고 피가 튀었다. 그조차 오러 아머를 두른 카운터였다.
“영 허약하구나. 그런 몸으로 격투를 즐길 수 있겠느냐?”
비아냥거린 대공이 주먹으로 간튀스키르의 옆구리를 인정사정없이 강타했다.
투학!
허를 찔린 간튀스키르가 비틀거린다. 그러자 대공이 위로 솟구치며 팔로 간튀스키르의 목을 붙잡고 그대로 땅에 내리찍었다.
꽈아아아아앙!
지면이 터져 나가며 폭음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대공이 신혈 개방 2단계로 변신했다.
그리고 튕겨 오르는 간튀스키르의 머리를 그대로 걷어차서 하늘로 날렸다.
[크으, 윽……!]3미터의 거구가 쏘아진 포탄 같은 기세로 하늘로 날아올라 간다.
다음 순간, 간튀스키르의 칠감이 섬뜩한 경고를 보내왔다.
-천공 부수기!
지상에서 대공이 쏘아 올린 극초음속의 섬광이 그를 강타했다.
콰아아아아아!
하지만 간튀스키르는 방어막을 펼쳐 그것을 막으면서 몸을 옆으로 이동시켜 비껴내는 데 성공했다.
“잘하는구나.”
동시에 그의 머리 위에서 대공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그가 고개를 드는 순간, 대공이 머리 위로 양손을 모아서 내려쳤다.
-양손 천둥치기!
하늘이 뒤흔들렸다.
충격이 폭발하며 간튀스키르의 몸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추락, 땅에 처박히자 지면이 터져 나간다.
그 위에서 낙하하는 대공은 막 신혈 개방 3단계로 변신하더니 그대로 낙하속도를 가속시켰다.
[크, 윽……!]간튀스키르가 몸을 일으키며 손을 뻗는다.
-멸살의 섬광 5문!
다섯 손가락으로부터 뿜어져 나간 초고열의 섬광 다섯 줄기가 대공을 강타했다.
그러나 그 순간, 간튀스키르의 눈앞에 대공의 발이 나타났다.
-대지 부수기!
다시금 폭음이 울려 퍼지며 대지가 원형으로 터져나갔다.
[커억……! 서, 설마 공간왜곡장?]“틀렸다. 그건 내 아들놈의 재주지. 부럽긴 하더군.”
대공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오러화로 간튀스키르를 농락하고 있었다.
“자, 그럼 다음이다.”
대공이 양팔을 펼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포효했다.
우워어어어어어어!
그 포효가 어떤 맹수의 포효보다도 거대한 울림으로 공간을 뒤흔드는 것과 동시에, 대공으로부터 빛이 솟구쳤다.
신혈 개방 4단계로 돌입한 것이다.
멀찍이 떨어져서 그것을 본 알렌이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빠르다.”
그 역시 신격이 신혈 개방 4단계에 도달한 자.
하지만 대공의 변신은 그의 것과는 달랐다. 마치 변신할 때 예정되어 있던 과정을 대폭 생략한 것처럼 빠르게 이루어진다.
대공의 신격이 신혈 개방 5단계에 오르면서 신성통제력이 더욱 높아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같은 4단계인데 이렇게까지 격차가 클 줄이야.’
대공의 신성은 알렌의 그것보다 훨씬 거대했다. 신격이 신혈 개방 4단계에 오르면서 칠감이 더욱 강해졌기에, 예전보다 그 격차를 더욱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대공이 간튀스키르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었다.
“널 상대로는 이조차 너무 과하게 느껴지는구나. 3단계에서 놀아주는 게 딱이었을 것 같은데.”
[이노, 옴……!]간튀스키르가 몸을 일으킨다.
방금 전의 일격으로 그의 몸은 반쯤 박살 나 있었다. 그러나 마왕의 초재생능력이 엄청난 속도로 부서진 몸을 복원하고, 염동력이 아직 설 수 없어야 정상일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래. 어디 마왕다운 모습을 보여봐라.”
대공은 간튀스키르가 재생하며 일어나는 것을 여유롭게 기다려 주고 있었다.
그 오만한 태도가 간튀스키르의 이성을 증발시켰다.
[너, 이노오오오옴! 하찮은 인간이 감히 짐을 얕잡아 보느냐!]간튀스키르가 권능을 전개했다.
-그림자의 늪!
그의 그림자가 급격하게 어두워지고, 확장되며 주변을 잠식했다. 땅이 완전히 새카맣게 덧칠되며 모든 음영이 사라진다.
“호오.”
그리고 대공의 발이 늪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독기가 올라온다.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영역을 만들어내는, 결계형 권능이었다. 그리고 그 영역이 반경 2킬로미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다는 점에서 간튀스키르가 마왕이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화아아아아악!
그러나 신혈 개방 4단계의 대공은 투신의 불을 휘감고 있었다.
대공은 투신에게 가르침 받아서 권능을 더욱 심화시키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그래서 리온이나 에르나의 그것에 비해 효율이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이 권능을 매우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다.
신기루 같은 은색 불길이 그림자의 늪을 격렬하게 불태우기 시작한다.
[성가신 권능을 가졌구나. 제길, 고작 인간의 몸에 신의 피가 흐를 뿐인 잡종 주제에!]하지만 애당초 간튀스키르는 그림자의 늪 권능으로 대공을 해치울 생각이 없었다.
[죽어라.]대공의 발목이 붙잡혀 있는 동안, 최대화력을 발하기 위한 마왕의 신화주문이 전개된다.
-열 명의 죄인!
그림자의 늪을 둘러싸고 거대한 그림자 열 개가 기둥처럼 일어났다.
-하늘거인 붙잡기!
강력한 8서클 결박주문이 대공을 휘감는다.
-심판의 화살비!
궁극주문이 발동, 수십만 개에 달하는 빛의 화살이 대공이 있는 자리를 폭격한다.
-멸살의 섬광 10문!
하나만으로도 산에 구멍을 뚫어버릴 수 있는 초고열의 섬광 열 줄기가 대공에게 집중된다.
-화염정령 군단의 격노!
-벼락정령 군단의 격노!
-지옥불의 탐식자!
-천공의 일곱 창병!
-죽음에 이르는 잠……!
열 개의 그림자 모두가 궁극주문을 사역하는, 강대한 군주급 마족의 잔영.
그들이 대공을 향해 1만 대군이라도 몰살시켜 버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화력 공세를 퍼부었다.
-불꽃 삼키기!
그때 폭발하는 불꽃 일부가 한 지점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소용돌이에 끌려 들어가는 것 같은 광경이었다.
[마법사도 아닐 텐데 이런 재주를 부리느냐? 하지만 그래 봤자…….]-벼락 삼키기!
그 반대편으로 이번에는 뇌전이 끌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 기세가 너무 강해서 궁극주문조차도 파괴력의 상당수를 잃고 있었다.
화력을 쏟아부을 때 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불꽃과 벼락, 저주로 계통을 통일했는데 대공이 그 점을 찌르고 들어온 것이다.
그것을 본 베르나스의 후예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삼키기를 저렇게 쓴다고?”
“두 개를 동시에, 그것도 몸에서 저렇게 멀리 떨어진 곳으로? 마법도 아닌데 이게 무슨?”
다음에 벌어진 일은 더욱 놀라웠다.
-다섯 불꽃 꿰뚫기! 다섯 벼락 꿰뚫기!
그 둘이 동시에 삼켰던 에너지를 오러와 융합시켜 뿜어내는데, 그것이 각각 다섯 줄기로 갈라져서 열 개의 그림자를 관통했다.
콰아아아아아아!
열 개의 그림자가 박살 나며 마왕의 신화주문이 와해되었다.
후우우우우우!
그리고 광풍이 휘몰아치며 불꽃과 연기가 흩어진다.
그 속에서 드러난 것은 털끝 하나 상하지 않은 대공의 모습, 그리고…….
“투신의 거울……!”
반투명한 청백색의 구체가 대공을 감싸고 있었다.
“드디어 완성하셨는가!”
대공의 훈련 상대로서 그 연구 과정을 도왔던 케스너가 감탄했다.
그것은 세독마에서도 에이단 일행을 고전시켰던 대공의 기술.
“실전에서 시험해 보기 아주 좋은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맙구나.”
물리적인 충격도, 마법적인 공격도 전부 흡수한 후에 충격파로 변환해서 적에게 되돌려주는 절세의 방어기술이었다.
“보답으로 이 투신의 거울의 진정한 위력을 몸으로 맛보게 해주마.”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실전에서 모습을 드러낸 투신의 거울은, 모르드가 세독마를 읽어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랐다.
대공을 감싼 빛의 구체가 변화한다. 간튀스키르에게 향하는 커다란 창의 형태로.
“가라.”
대공이 그 창을 툭 건드리자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꺼지듯이 사라진 것이다.
[음?]간튀스키르는 움찔했다. 온 감각이, 심지어 칠감마저도 조금 전까지 저곳에 존재했던 막대한 에너지가 소실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일까?
마치 해일이 밀려오기 직전의 해변에 서 있는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온다.
대공이 손가락으로 간튀스키르를 가리킨다. 정말로 순수하게 그를 가리킬 뿐인 동작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간튀스키르를 끝장낼 기술을 발동시키는 행동이기도 했다.
-투신의 응징!
간튀스키르가 칠감의 경고를 듣고 방어주문을 발동할 새조차 없었다.
그의 아래쪽에서 홀연히 출연한 빛의 거창(巨槍)이, 극초음속으로 솟구쳐 그를 관통해 버렸으니까.
콰아아아아아!
마왕을 관통한 빛의 거창이 마계의 하늘로 올라가자 혼탁하게 불타오르던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던전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마, 맙소사.”
“과연 대공이시다! 투신의 재래……!”
베르나스의 병력은 그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나의 세계처럼 거대한 마왕급 던전이 무너질 듯 뒤흔들리는 광경이라니!
“이런.”
하지만 정작 그 놀라운 현상을 일으킨 대공은 혀를 차고 있었다.
“너무 집중시켰군. 좀 더 개선이 필요하겠어.”
에너지가 지나치게 압축되었다. 그래서 관통력은 극한까지 높아졌지만 대신 표적을 파괴하는 면적이 좁아져 버렸다.
[크, 으억…….]몸이 반쯤 날아가 버린 간튀스키르가 신음하고 있었다.
단순히 관통당한 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그 궤적으로부터 해방되며 폭발하는 에너지가 그를 찢어발겼다.
만약 공격이 조금만 덜 압축되었더라면 간튀스키르는 일격에 소멸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말, 도 안, 돼……!]간튀스키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이토록 거대한 힘이 한순간에 소실되었다가 자신을 정확히 겨냥하는 지점에 아무런 조짐도 없이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분명히 정지된 채로 소실되었는데 어째서 출연하자마자 극초음속까지 가속될 수 있단 말인가?
그 답은 오러화에 있었다.
대공은 마침내 이토록 대규모의 에너지조차 오러화를 이용해서 시공간의 연속성을 초월시키는 경지에 도달했다.
“재생억제력은 괜히 넣었나. 나름 재미있는 장난감인데 이렇게 빨리 망가뜨리다니… 한참 두들겨 패며 놀 수 있었거늘.”
잦아드는 굉음 속에서도 대공의 중얼거림을 포착한 알렌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저 강대한 마왕이 대공에게는 장난감 취급당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공은 그럴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간튀스키르가 꿈틀거리며 대공을 올려다보았다.
[음?]동시에 그의 표정이 혼란으로 물들었다.
[…네가 아니었는데?]“음?”
대공은 의아함을 느꼈다. 간튀스키르의 눈빛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의 눈은 불신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나를 죽인 건… 네가 아니라 그 창을 든 놈… 란슬리시아 신족이었는데? 아니, 이건… 이건 뭐지? 내가 이미 죽었다고? 그럼 어떻게 여기에?]대공으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마왕이라도 죽음의 공포 앞에서는 착란을 느끼나? 마법사였다면 흥미로워했겠구나.”
대공은 그 문제에 집착하지 않았다. 피식 웃으며 발차기를 날렸다.
폭음이 울리며, 땅을 기던 마왕의 몸이 부서졌다.
“그만 가라.”
그리고 대공이 그런 마왕에게 가차 없는 주먹을 몇 번이나 꽂아 넣어 숨통을 끊어놓았다.
[나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것인, 가……? 이곳에 와서 죽는 게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었다고……?]간튀스키르는 마지막까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죽음을 맞이했다.
“…….”
대공은 묘한 불쾌감을 느끼며 간튀스키르의 파멸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를 죽이고 나온 코어는 부수지 않았다.
“난 잠시 쉬고 있겠다. 철저하게 수확하도록.”
“알겠습니다.”
던전의 잔당을 쓸어버리고 마족의 무구와 에테르 스톤을 포함한 전리품을 수확하는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마왕이 쓰러진 최심부에서, 부하가 가져다준 커다란 간이 의자에 앉은 그는 문득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음?”
신성이 변화하는 게 느껴진다.
“영토에 등장한 마왕을 잡았음에도 신성을 완성하지는 못하는가. 하긴 이렇게 쉬웠다면 선대들이 달성했겠지.”
대공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예전에 그가 오랜 세월 동안 신격이 정체되어 있던 원인은 신격을 높일 만한 투쟁의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엄밀히 따지면 은의 피 때문이었다.
그가 살면서 상대해온 것 이상의 위협은 은의 피가 천둥산맥에서 비밀리에 처리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금가지의 폭주로 인해서 은의 피의 처리 용량을 넘어선 문제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대마경에서 마왕 알사크일을 일대일로 잡고 신격을 높여 천상의 문 앞에 설 수 있었다.
그때의 기분은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압도적인 해방감이었다.
‘내가 정체되어 있었던 것은 오직 운명이 가치 있는 적을 보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왕을 죽여 그 믿음이 사실임을 증명한 대공은 더욱 강대한 적과의 싸움에 목말라 있었다.
그런 그가 베르나스 공국에 출현한 마왕급 게이트에 진입하여 그 최심부에 있던 마왕 간튀스키르를 발견했을 때, 곧바로 자신이 싸우는 대신 다른 이들에게 기회를 준 것은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한 결과였다.
‘혹시라도 쓰러뜨렸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었겠지만. 내가 너무 기대를 높게 잡았나.’
그는 알렌과 휴런에게서 나름대로의 희망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적이 되어줄 거라는 희망은 아니다.
철저하게 대공의 옥좌에 매여 있는 자신의 삶에, 약간의 자유를 선사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아직 10년은 멀었지만… 그래, 생전에 일덴을 뛰어넘는 건 가능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많은 시간이 흐른 후의 일이 될 것이다.
‘역시 모르드… 너밖에 없겠구나. 이 아비에게 제대로 효도할 수 있는 녀석은.’
대공은 대마경에서 모르드와 싸웠을 때의 흥분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