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60
360화 권력의 무서움 (2)
유한 건설의 사장, 강만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비정하고 냉혈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회사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더러운 일들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저질렀다.
불량 자재와 값싼 중국산 자재를 사용한 부실시공은 기본이고 공사 기한 단축을 위한 안전 규정 미준수와 꼼수를 남발하던 강만철. 그는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점점 도를 지나치더니 결국에는 인허가 관련 업무를 맡은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온갖 특혜를 받으며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공사를 수주받기도 했으며, 불법적인 용역 깡패를 동원하여 갈 곳 없는 이들을 길바닥에 내몰며 마지막 남은 보금자리를 밀어 버렸다.
비록 더럽고 구린 냄새가 가득 풍기는 진탕 속을 걸어가며 수많은 이들의 저주와 증오를 한 몸에 받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수백 명의 직원을 보유한 수천억 원대의 중견 건설사의 사장이 된 그. 하지만 최근 회사의 상황은 생각보다 그리 좋지 않았다.
“저희가 이번에 추진했던 신도시 개발 건에 대한 긴급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현재 상황을 보고드리자면, 수요 부진으로 인해서 보유 물량 대부분이 미분양된 사태로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금 대부분이 소진되어 부채 자산에 대한 관리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언더월드 프로젝트로 인해서 거의 파멸적인 충격을 받은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
매일같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아파트 가격이 어느 순간 얼어붙더니 이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사겠다는 매수자가 완전히 사라지고 어떻게든 팔아 보려는 매도자만이 가득한 이 아비규환 속에서 유한 건설 역시 치명타를 입고 있었다.
“미분양 물량에 대해서 최대한 많은 혜택을 약속하며 입주자를 유치하고는 있습니다만, 현재 사람들 대부분이 아진 건설에서 발표할 지하 주거 단지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폭락세로 접어든 부동산 시장 역시 소비자들에게 관망세를 유지하게끔…….”
자그마치 회사 자금 1,500억 원이 들어간 개발 프로젝트. 하지만 앞으로 천만 인구 수용을 가능케 하는 어마어마한 물량 폭탄 수준의 공급 예고와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는 부동산 시세 때문에 자그마치 60%의 물량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었다.
“그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회사가 자금 경색에 빠지게 될 겁니다. 거기에 6개월 뒤에 도래할 대출 만기를 기한 내로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면, 최악의 사태에는 회사가 부도까지 날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커다란 난관에 봉착한 강만철. 하지만 그가 이 문제에 고심할 새도 없이 갑자기 회의실 안으로 들어온 비서 하나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저…… 사장님. 손님이 한 분 오셨습니다.”
“손님? 누구?”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이 특별히 없기에 의아한 얼굴로 묻는 강만철 사장. 그런 그의 물음에 비서는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김 실장이라고 하면 아실 거라고…….”
그 말에 일순간 낯빛이 굳는 강만철 사장. 하지만 그는 이내 알겠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이 있어서 잠깐만 자리를 비우겠네. 난 신경 쓰지 말고 자네들끼리 이 문제에 대해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있게.”
회의실을 빠져나가 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응접실에 당도한 강만철 사장. 그는 여유롭게 자신의 회사에 앉아 있는 한 사람을 보고는 날카로운 눈빛을 빛냈다.
“오랜만입니다, 사장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자신을 보며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는 김 실장. 다른 사람이 보면 그냥 호리호리한 체형에 그가 평범한 회사원으로 보였겠지만, 강만철 사장에게는 아니었다.
‘김 실장이 직접 찾아왔다고……? 도대체 왜……?’
일개 소규모 건달 집단에 불과한 동명파를 서울을 지배하는 거대한 암흑 조직으로 키워 내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자. 뛰어난 지략가이면서 동시에 음흉한 협상가이자 모략가로서 수많은 경쟁 조직들을 와해시키고 파멸시키며 동명파의 명실상부한 2인자로 자리매김한 그가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을 찾아올 리가 없었기에 강만철 사장은 경계심 가득한 태도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싶으니 자리 비켜 주게. 여기 아무도 드나들지 못하게 하고.”
“아,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둘을 연신 바라보다 떨떠름한 얼굴로 자리를 비키는 비서. 그가 문을 닫고 나서고 난 후에도 한참 후에야 강만철 사장은 김 실장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라고 이런 식으로 찾아오는 거지? 혹시라도 검찰이나 경찰 쪽에서 보고 무슨 냄새라도 맡으면 내가 얼마나 골치 아파지는지 몰라서 그래?”
공식적으로는 동명파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깨끗한 회사여야 하는 유한 건설. 이런 식으로 직접 모습을 드러내서 찾아오는 경우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기에 강만철 사장은 당황하면서도 잔뜩 화가 난 기색이 역력했다.
“죄송합니다, 강 사장님. 저희도 예기치 못한 일이 터져서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이렇게 염치 불고하고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회장님께서도 직접 안부를 전해 달라는 말씀도 부탁하셨고요.”
“춘배…… 그 녀석이……?”
동명파의 보스인 춘배가 직접 보냈다는 말에 살짝 표정이 누그러진 강만철 사장. 그리고 그는 이내 김 실장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듣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뭐라고? 그러니까 우리 태수가 자네들한테 대학교 동급생 하나를 조용히 처리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 말인가 지금?”
“그렇습니다.”
“그리고 네놈들이 그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그걸 수락했고……?”
“저희가 어떻게 감히 도련님이 하는 부탁을 거절하겠습니까? 명색이 사장님의 하나뿐인 소중한 아드님인데. 난처했지만, 회장님께서는 한두 번 해 본 일도 아니니 어지간하면 들어주라고 하시더군요.”
과거 강만철 사장의 사주를 받고 몇 사람을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한 전적이 있는 동명파. 그렇기에 이게 그렇게 특별한 일도 아니라는 듯 김 실장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이야기에 강만철 사장은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한참이나 멍청한 표정으로 얼어붙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태수가 경쟁하던 그 남자애랑 짝사랑하던 여자애까지 둘 다 조용히 처리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이해하고 태수를 잘 관리해 달라…… 이 말인가?”
가까스로 상황을 정리한 강만철 사장의 말에 아무 말 없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김 실장. 그런 그를 보며 강만철 사장은 속을 이를 갈았다.
‘강태수…… 이 미친 새끼가…….’
자신의 뒤에서 그깟 여자애 하나에 정신이 팔려 이런 정신 나간 짓을 벌이고 다니는 것도 분개할 일이었지만, 그보다 더 화가 나는 사실은 최대한 거리를 두고 관계를 천천히 끊어 가고 있던 동명파에게 새로운 빌미를 줘 버렸다는 것이었다.
‘이 자식들이 이걸 빌미로 또 회사를 무진장 뜯어먹으려고 달려들겠군…….’
대가 없는 호의는 없다.
동명파에게 손을 벌릴 때마다 최소 수억 이상의 물질적, 금전적인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던 유한 건설과 강만철 사장. 그렇기에 자금난의 압박에 시달리며 회사의 존폐가 걸려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이들에게 돈을 바칠 여유가 있을 리가 없었기에 강만철 사장은 자신의 앞에서 능글맞게 웃고 있는 김 실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일 처리는 확실하게 가능한 건가? 뒷말 안 나오게 할 자신 있어?”
“일단, 저희가 데려간 두 사람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둬 둔 상태입니다. 태수 도련님과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고 난 후에 처리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어딘가에 이들을 살려 두고 있다는 말에 강만철 사장은 잠깐 침묵하다 이내 결심한 듯 일말의 흔들림 없이 말했다.
“이미 엎지른 물은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이지. 확실하게 정리하게. 내 춘배랑은 조만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동명파의 힘을 다시 빌리겠다는 강만철 사장의 말.
그 말에 김 실장은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달성했다는 듯,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믿어만 주십시오, 사장님. 저희가 이런 일 한두 번 해 봅니까?”
* * *
김 실장과의 대화 이후 곧장 퇴근하여 집으로 달려간 강만철 사장.
그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싸늘한 얼굴로 태수를 불렀다.
“태수야, 내 서재로 따라와라.”
“예……?”
집에 오자마자 살벌한 분위기로 자신을 서재로 부르는 아버지를 불안한 얼굴로 바라보며 뒤따라간 태수. 그리고 그는 골프채를 집어 들고 살피는 아버지를 긴장감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네 녀석이 망나니처럼 생활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밑의 사람들한테 몇 번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정신 나간 새끼인 줄은 몰랐구나, 태수야.”
“예……? 그게 무슨 말씀…….”
예고도 없이 들어오는 강만철 사장의 팩트 폭력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태수. 하지만, 그가 무어라 항변할 새도 없이 그의 은빛 골프채가 먼저 날아들었다.
“일단 좀 맞자.”
빠악.
풀스윙으로 가격당한 정강이에서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통증. 신음조차도 내지 못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고통에 자기도 모르게 균형을 잃고 쓰러진 태수였지만, 웅크린 그의 몸으로 강만철 사장의 골프채는 무자비할 정도로 내리쳐지고 있었다.
“이 새끼가 가만히 학교나 다닐 것이지, 어디서 내 뒤에서 몰래 양아치 건달 새끼들을 이용해서 살인을 사주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고작 계집질 하나 때문에 그런 어마어마한 짓을 저질러?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냐, 이 개 같은 새끼야!”
빠악. 빠악. 빠악.
“끄…… 끄아악. 아, 아버지, 오, 오해예요! 제가 그 말을 하긴 했지만, 그건 그냥 술에 취해서 장난으로 한 말…….”
술집에서 가오를 잡는다고 술김에 취해 홧김에 했던 이야기. 진심이 아니었다는 말로 항변하는 태수였지만, 그것은 오히려 강만철 사장의 화를 더욱 북돋을 뿐이었다.
“뭐……? 오해? 장난? 너는 지금 이 상황에서 그딴 X 같은 변명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냐? 이 호로 새끼야!”
그 말에 더 맹렬하게 내리쳐지는 골프채. 수십 대도 넘게 얻어맞던 태수는 이러다 진짜 맞아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이내 강만철 사장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면서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버지. 제가 진짜 어리석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평소의 그 자존심 강한 모습은 어디 가고 꺼이꺼이 울면서 용서를 구하는 태수. 그런 그의 비굴한 모습에 강만철 사장은 겨우 이성을 되찾고 골프채를 거칠게 바닥에 내던지며 한참 동안 씩씩거리고는 하나뿐인 자신의 한심한 아들을 내려다보았다.
“후……. 네놈 때문에 지금 나랑 회사에 얼마나 큰 피해를 가지고 온 건지 알기나 하냐?”
“예……. 정말 죄송합니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동명파로부터 무언가 그 대가를 요구받은 것 같은 눈치의 아버지. 그런 그의 말에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연신 이야기하던 태수는 이내 자신의 아버지의 이어지는 말에 얼어붙었다.
“일이 틀어져서 동명파 쪽에서 네놈이 처리해 달라던 녀석이랑 같이 그 여자애도 처리할 수밖에 없겠다고 한다. 그런 줄 알고 이번 일 조용히 마무리될 때까지 집에 틀어박혀서 어디 나가지도 말고 얌전히 있어. 그 잘난 대학교도 한 학기 휴학하고.”
“예……? 그, 그게 무슨 말씀……?”
“같은 학교 학생 두 사람이 동시에 실종됐는데 그 대학교 드나들다가 카메라에 얼굴 찍혀서 여론의 관심 받을 일 있어? 잔말하지 말고 당장 휴학해서 집에…….”
“아, 아니, 그거 말고요! 아버지,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채연이를…… 채연이를 뭐 어떻게 한다고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이성을 잃고 큰 목소리로 소리치는 태수. 그런 그의 격렬한 반응에 잠깐 당황한 강만철 사장이었지만, 이내 아직도 사랑에 눈이 멀어 정신을 못 차렸다는 생각에 다시금 화를 내려고 했다.
“이 새끼가…….”
하지만…….
완전히 새하얗게 질려 공포에 젖은 그의 눈을 보며 강만철 사장은 그 말을 끝내지 못했다.
“아, 아니야. 안 돼. 그, 그렇게 되면……. 아니야. 그럴 수 없어…….”
이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애써 부정하며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두 머리를 부여잡고 중얼거리는 태수. 그리고 강만철 사장은 그가 왜 그러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대한민국의 살아 있는 공권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직접 몸으로 느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