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136
136. 할리우드 입성
“자기야. 오래 기다렸또?”
“아니, 별로 안 기다렸또. 한 30분쯤?”
“아웅. 우리 자기 디겨웠겠다.”
“아니야. 아니야. 지겹기는 뭘. 우디 자아기 기다리는 건 하나도 안 지겨워. 웅.”
서로 누구의 혀가 짧은지 겨루는 듯한 연인들의 대화.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위기를 감지하고 슬금슬금 피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지 못했던 지난 12시간의 이별이 그토록 아쉬웠는지 쉴 새 없이 짧은 혀로 꽁냥거리며, 메가스크린 3관으로 향했다.
“히히. 대밌겠다.”
“웅. 완존.”
“근데, 근데, 이거 되게 슬프뎅.”
“힝. 안 돼, 안 돼, 우디 자기 슬프면 안 돼.”
상영관 의자에 앉아서도 끊임없이 알콩달콩한 두 사람.
로맨스 영화를 보러 온 만큼 항마력은 충분하다 여겼던 사람들의 오만을 깨어부수기라도 하듯.
“자기야. 아―.”
“웅. 마시쪄.”
“자기도 아―.”
주변을 아랑곳 하지 않고 팝콘을 먹여주는 두 사람이었다.
죽일까.
주변에서 차오르는 살의.
하지만 때마침 극장에서 벌어질 참극을 막기라도 하겠다는 듯, 스크린에 광고 영상이 떠올랐다.
두 사람에게 향했던 주변의 시선이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아이츠노코토나노카(그 녀석의 짓인가)?”
낮게 깔리는 묵직한 음성.
카메라가 후지와라의 거체를 따라 강렬하면서도 무섭도록 침착한 그의 얼굴, 눈빛을 잡아내었다.
“오―.”
그 엄청난 포스에 사람들이 압도되었다.
부아아앙―
총알같이 달리는 오토바이.
끼이이익― 콰과과과―
오토바이가 곡예를 타는 듯한 질주를 거듭하고는.
끼이익.
부둣가 앞에 섰다.
둥둥.
묵직한 효과음과 함께 헬멧으로 올라가는 손.
둥둥. 번쩍.
슬로우모션과 퀵모션이 교차하며 헬멧을 벗는 주인공을 비춰낸 화면에.
믿기지 않을 만큼 매력적인 실루엣의 주인공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살짝 젖어 있는 머리.
얼어 있는 눈동자.
CG로 구현해 놓은 것만 같은 비현실적인 얼굴이
천천히 화면에 떠올랐다.
젖은 머리에서 올라오는 것이
땀의 증기인지,
혹은 아우라인지,
아니면 비현실세계를 표현하는 특수효과인지
혼란스러운 그런 얼굴이었다.
“헐. 시발.”
조금 전까지 “웅. 자기. 마디떠.”하며 혀 짧은 소리를 내던 여자가 걸쭉한 육두문자를 내질렀다.
“존나 잘 생겼네.”
여자의 혀는 정상이었다. 단지 조금 거칠 뿐.
주변의 사람들이 여자의 변신을 자각할 여유도 없이, 진혁의 현란한 부둣가 액션이 펼쳐졌다.
꿀꺽.
침 넘어가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둥둥.
후지와라의 거체와 진혁의 날렵한 몸이 마주 선 실루엣.
“우와와―.“
뿜어내는 두 사람의 미친 포스에 관객들이 자기도 모르는 새 탄성을 쏟아내었다.
카메라가 마주 선 두 사람의 강렬한 포스를 번갈아 잡아내는가 싶더니.
콰아앙.
폭발음과 함께 화면이 암전되었다.
그리고 떠오르는 자막.
– 복수의 이유
– Comming Soon. 7월 20일 대개봉
“……”
객석에 정적이 흘렀다.
예고편이 시작되기 전부터 쥐고 있던 팝콘을 아직도 입에 넣지 못한 채 쥐고 있던 혀짧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쓰벌. 이걸 7월 20일까지 기다리라고? 환장하겠네.”
다행이었다. 남자의 혀도 정상이었다.
***
“축하드립니다. 진혁 아버지, 어머니.”
세린의 아빠인 배우 연성훈이 꽃다발을 들고, 카페로 들어섰다.
진혁의 부모 우봉수와 김선화가 오픈한 작은 카페였다.
“아휴, 화분도 보내셨는데, 뭘 이렇게 꽃까지요.”
김선화가 환한 얼굴로 꽃다발을 받아들고는 물었다.
“어떤 거로 드릴까요? 커피? 차? 저희 다 자신 있어요. 호호.”
“하하. 그러면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 될까요?”
“그럼요.”
카페 운영을 맡은 김선화가 에스프레소를 준비하는 사이, 우봉수가 입을 열었다.
“아이들 덕분에, 저희가 호사를 누리네요.”
“네. 그러네요.”
“공사는 어지간히 마무리된 거죠?”
“예, 저희 쪽도 건물 내부 공사는 끝났고, 장비들만 세팅하면 되니까. 다음 주까지는 끝날 겁니다.”
김선화가 다가와 에스프레소를 연성훈에게 건네고는 자리에 앉았다.
“정말 하루에도 몇 번씩 이게 꿈인가 생신가 해요.”
“저한테도 정말 뜻밖의 일이었죠.”
작년 가을 진혁과 그의 부모가 연성훈을 찾아왔었다.
‘건물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네.’
‘하하. 그럼 부동산엘 가야지. 나 그런 거 잘 몰라.’
아무래도 선배 배우이니만큼 재테크 관련해서도 조언을 구하는 거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배우라고 어디 똑같은 배우이던가.
연성훈의 개런티로는 건물은커녕 집 대출금도 다 못 갚았던 처지였는데.
연성훈이 우봉수와 김선화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우리 세린이도 좀 고민을 해야 할 땐데 하는 생각은 드네요.’
세린은 이런 쪽으로는 연성훈보다 더 젬병이었으니, 엄청난 현금이 은행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그걸 그대로 놔두기만 하는 건, 재태크에 대해 무지한 연성훈이 보기에도 뭔가 아닌 것 같긴 했다.
‘아. 건물도 건물인데…. 저희가 조언을, 아니 부탁을 드리려는 건….’
김선화가 말을 이었다.
‘저도 소싯적에는 대학로에 공연 꽤나 보러 다녔거든요.’
그건 연성훈도 알고 있는 바였다. 아내의 앨범을 소장하고 있었던 게 바로 김선화이지 않았던가.
‘진혁이가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는 일 찾아서 마음껏 해보라고 해서 제가 정말 마음껏 생각해 봤거든요.’
김선화의 결론은 대학로에 있는 건물을 사서, 어려운 극단이나, 공연 팀,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저렴한 가격, 혹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공연장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보람 있는 일을 생각해보다가 떠오른 기억이었다.
젊을 적, 대학로에서 힘들게 예술인의 삶을 꾸려가는 또래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그때로써는 공상에 가까운 생각을 해봤었다.
만약 자신이 큰 부자였다면 건물을 사서 어려운 예술가들에게 좀 도움을 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하지만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힘겹게 전문대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든 그녀로서는 그야말로 판타지스러운 상상일 뿐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을 때, 그녀의 몸에서 전율이 일었다.
지금 아들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일인지를 새삼 자각한 이유였다.
말도 안 되기에 기억 저편에 덮어 두었던 꿈이 현실이 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보니, 이 일이 아들에게도 유익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진혁은 이제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되었다. 첫 번째로 매입하는 건물의 일부를 예술계를 위해 환원하는 형태로 사용하면, 아들의 평판에도 참 좋지 않을까.
건물의 절반은 임대수익을 내고, 절반은 공연장으로 나눈다는 계획이었다.
자신은 사람들과 부대끼는 걸 즐기는 성격이었으니, 건물 한편에 작은 카페를 열어서 오가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하고.
누구나 그렇듯 김선화에게도 카페에 대한 로망은 있었다.
“진혁이 어머니 말씀을 들었을 때,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이런 생각은 당연히 대학로 출신 배우 연성훈이 먼저 했어야 마땅한 생각이었다.
아니, 분명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을 뿐.
물론 핑계는 있었다.
진혁, 서연, 세린 출신 학원이라는 명성 때문에 학원이 미어터지고 있었다.
최근 연성훈의 고민은 학원 확장 문제였다.
또 자신의 돈이 아니고, 딸의 돈이니 만큼 마음대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차단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김선화의 말이 맞았다. 이건 진혁이나, 세린에게도 유익한 일이었다.
김선화가 연성훈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저는 마음은 있는데, 연극이라든지, 공연이라든지 이런 쪽으로는 잘 모르거든요. 유익하게 잘 사용하고 싶은데, 그 부분에 관한 걸 원장님께서 맡아서 해주십사 해서요.’
그러니까 공연장 운영을 맡아달라는 뜻이었다. 대학로 공연에 관해서는 연성훈이 전문가였으니.
“하하. 우리 진혁이 어머니께서 그런 생각을 하실지는 몰랐습니다.”
“어머. 우리 세린이 어머니 앨범을 드린 게 누구인데요.”
“네. 그렇죠. 제 평생의 은인이십니다.”
“아휴, 뭘 그렇게까지요.”
세 사람이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결국 일은 이렇게 결론이 나게 되었다.
나란히 붙어 있는 대학로 건물 두 개를 진혁이 하나, 세린이 하나 매입했다.
마치 이 일을 위해 기다렸다는 듯, 1년이 채 되지 않아 두 개의 건물이 한꺼번에 나오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두 개의 건물 일부를 대학로 아티스트들을 위한 공연장으로 멋지게 꾸미고 있었고, 그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였다.
그리고 공연장들의 운영은 연성훈이 맡기로 했다.
“아, 그리고 우리 진혁이 아버지 승진 축하드립니다.”
“어이쿠. 감사합니다.”
우봉수는 딱히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직장이었던 관계로 계속 일을 하기로 했다.
마침 부장으로 승진하면서 더욱더 그만둘 이유가 없어졌고.
공연장은 연성훈이 맡았고, 김선화의 카페는 규모가 작았으니, 우봉수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도 않았다.
우봉수가 감회에 젖어 말했다.
“그냥 하나하나가 다 꿈만 같습니다. 참 삶이라는 게….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습니다.”
삶의 무게가 늘 무거웠던 가장 우봉수.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가까스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찍이 세상의 거친 풍파에 몸을 던져야 했던 삶.
결혼하고 중년이 되기까지도 늘 팍팍했던 생활이었다. 아들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 전까지는.
“……”
누구 못지않게 아픈 삶을 안고 살았던 연성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들이켰다. 인생만큼 쓰다 해서 즐기게 된 커피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리 쓰지 않았다. 그저 기분 좋은 향이 입안에 맴돌 뿐이었다.
그렇게.
세 사람에게도 인생의 2막이 시작되고 있었다.
***
LA 공항.
공식적으로는 해외 팬 미팅 투어를 위해 입국하는 진혁. 물론 비공식적으로는 “와일드 솔저”의 촬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혁의 걸음이 출국장 출구로 향했다.
““꺅―!””
““와―!””
수많은 인파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미국에서는 아직 무명에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던 건 조금 오산이었다.
한류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했다. 그리고 여긴 한인타운이 있는 LA이었고.
게다가 입국하는 배우는 한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우진혁이었다.
“우진혁!”
“진혁아!”
팬들의 절규가 이곳이 마치 한국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진혁도 생각보다 많은 인파에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직전에 경험했던 칸에서의 상황을 생각하고 있던 탓이었다.
진혁이 경호를 받으며, 재빠르게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LA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팬 미팅을 주최하는 행사 기획사에서 나온 직원이 반갑게 진혁을 맞았다.
AU스튜디오 측과 긴밀하게 연결된 기획사였다.
AU스튜디오에서의 작업은 극비이기 때문에 AU 관계자들은 공항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행사 기획사 측에서 진혁의 공항 에스코트를 맡았지만, 당연히 서로 공유된 상황이었다.
그렇게 진혁의 차량이 LA의 한 특급호텔로 향했다.
진혁이 도착하고, 몇 시간이 지난 저녁 무렵. 숙소로 스티브 제럴드 감독과 제작자 토미 로빈슨이 찾아왔다.
“진혁! 어서 오게!”
스티브 제럴드 감독이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거구의 몸을 진혁에게 던졌다.
드디어 진혁을 카메라에 담게 된 흥분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포옹이었다.
“허허. 컨디션은 좀 어떤가?”
“아주 좋습니다.”
“다행이구만. 으하하.”
제럴드 감독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칸에서 영화가 아주 굉장했다더구만. 배급 담당자 말로는. 물론 말을 듣지 않아도 알만하지만.”
비밀 유지 때문에 칸에는 AU스튜디오의 배급 담당자만 왔던 상황.
토미 로빈슨이 말을 덧붙였다.
“촬영 건만 아니었으면, 저희도 가서 보고 싶었습니다만. 감독님이 너무 아쉬워했습니다. 물론 저도요.”
완성된 박태수 감독의 영화를 칸에서 보지 못한 두 사람이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나저나 우리 스턴트맨들이 지금 아주 궁금해서 죽으려고 하네. 으하하.”
본 촬영을 위해서 먼저 액션 합을 맞춰야 하는 진혁.
아직은 진혁과 합을 맞추는 스턴트맨들조차 ‘크로우’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비밀유지 계약서를 썼을 만큼 극비 촬영인 탓에, 진혁의 정체는 이틀 뒤 훈련장에서나 알게 될 터였다.
같은 시각.
슉!
슈슉!
팍!
파밧!
촬영을 위한 액션 연습에 열중하고 있는 스턴트맨들 사이에 누구나 알만한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에단 스미스. 가라테 전미 챔피언 출신으로 화려한 액션 연기를 자랑하는, 자타공인 현 세계 최고의 액션 배우.
“와일드 솔저”의 주연급 캐릭터 중에서도 최고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캡틴 라이언’ 역을 맡은 배우였다.
연습이 끝나고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스턴트맨 하나가 에단 스미스에게 물었다.
“헤이. 에단. 자네는 크로우에 대해 뭐 아는 게 좀 있나?”
스턴트맨들 역시 “와일드 솔저”의 팬이었고, 그런 만큼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인 ‘크로우’의 정체에 대한 궁금함이 많았다.
제작진과 가장 긴밀하게 연결된 배우인 에단 스미스라면 지금쯤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샌드백을 치고 있던 에단 스미스가 동작을 멈췄다.
이마의 땀을 손등으로 쓱 닦아내고는, 질문을 던진 스턴트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