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72
71화.
세계로 향하는 비빔밥.
그날 밤, 우원호 회장의 서재에 홍용재 비서실장이 들어왔다.
“회장님, 미국과 유럽 쪽 뉴스에 요리대전 영상이 소개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쪽 지사들이 힘쓴 건가?”
“그렇기도 합니다만 정부의 물밑작업도 있던 것 같습니다.”
“정부에서?”
“일본에서 일한월드컵을 밀어붙일 때 정부 내에서도 위기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럼 그 일을 해결한 성현우를 위해 힘을 썼다는 얘기군. 일본이 자기들 요리와 문화를 홍보하고 있는 것에도 이제야 위기의식을 느꼈다는 거고. 덕분에 HY가 더 홍보되겠어.”
“정부 내에서 문화체육장관과 정홍준 회장의 목소리가 더 커진 상황입니다. 그 덕을 성현우 GM이 볼 것 같습니다.”
“그런데 A매치 영상은 보도되지 않는다고 하나?”
그 말에 홍용재가 사진 몇 장을 내놓았다.
외국 기자들이 길거리 응원을 촬영하는 장면이었다.
기자들이 들고 있는 카메라에는 소속 방송사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을 대표하는 방송사들이었다.
그것을 확인한 우원호가 살짝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정도 규모의 방송사들이 축구 경기도 아니고 길거리 응원을 찍는다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얘네들 왜 이러나? 그렇게 찍을 게 없었다는 건가? 오늘 경기도 꽤 볼만 했는데?”
그 말을 들은 홍용재가 사진 하나를 더 내놓았다.
“회장님, 외국에서는 제프 블라터가 미디어 중독이라는 소문이 있다고 합니다.”
사진에는 제프 블라터를 가운데 두고 정홍준과 성현우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그들은 호텔 2층, 테라스 쪽에서 도로 중앙의 초대형 모니터를 보며 응원을 펼치고 있었다.
모두 L패션에서 제작한 응원복을 입고 있었다.
사진을 자세히 본 우원호가 크게 웃었다.
“현우 이 녀석. 하! 하하하하!”
잠시 후, 홍용재도 큰 웃음소리를 냈다.
사진에는 호텔 간판과 초대형 모니터에 부착된 L전자 로고가 선명히 나타나 있었다.
또한 테헤란로를 꽉 메운 응원단이 입은 응원복 뒷면에도 호텔 로고가 들어가 있었다.
그와 함께 성현우가 어떤 인물이기에 FIFA 회장, 부회장과 나란히 앉는지에 대한 궁금증까지 일으키게 했다.
이것이야말로 일타쌍피가 아니라 일타10피 정도의 효과일 것이었다.
* * *
다음날, HY인터내셔널 호텔에는 성현우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하지만 HY인터내셔널 호텔 홍보담당의 대답은 딱 하나였다.
[성현우 GM은 개인적인 인터뷰는 하지 않습니다.]그때 성현우는 우원호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청와대에 들어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할 거야.]“알겠습니다.”
[청와대는 이번 요리대전을 더 확장시킬 걸세. 그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해.]그 말은 즉석비빔밥과 같은 메뉴를 더 많은 메뉴를 준비하라는 것.
성현우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이후 성현우는 조만식을 불렀다.
그의 얼굴에는 어제의 긴장과 여파가 아직 안 풀린 듯 피곤함이 묻어있었다.
그러나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성현우는 그에게 바로 본론을 꺼냈다.
“나와 실장님이 청와대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준비하시죠.”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통령 내외분께서 어제의 요리를 궁금해 하십니다. 아무래도 월드컵을 대표할 한국요리를 비빔밥으로 정하신 것 같아요.”
성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런데 조만식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빠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성현우는 그에게 집중했다.
아주 오랜만에 귀가 웅웅거리며 그의 속내가 들렸다.
‘이번에도 배탈이 나면 어떡하지?’
성현우는 조만식을 소파에 앉힌 후 그에게 생수를 건넸다.
“실장님, 제게 털어놔 보세요.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제가 막내 때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만식은 나머지 말을 다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의 일을 짐작할 수 있었다.
조만식이 막내일 때면 지금보다 청와대의 위세가 더 강할 때였다.
대통령의 은밀한 외부 출입도 지금보다 더 잦았다.
하지만 조리실 막내가 청와대 사람들 식사를 담당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이건 메인 쉐프의 실수를 막내에게 뒤집어씌운 것.
조만식은 어제 요리대전 때도 총리 앞에서 유난히 긴장했었다.
성현우는 휴대폰을 들었다.
“회장님, 저희 호텔에서 VIP를 모시고 즉석요리를 해드리는 패키지 상품을 내놨습니다. 첫 고객으로 비서실장님과 경호실장님을 모셨으면 좋겠는데요. 가능할까요?”
순간 조만식의 눈이 있는 대로 커졌다.
그의 큰 눈에는 두려움까지 담겨있었다.
성현우는 그에게 생수를 더 따라주며 상대의 말을 들었다.
[혹시 대통령 내외분을 모시는 일 때문에 그런가요?]“우 회장님께 청와대에 입성 준비를 하라는 언질을 받았습니다. 대통령님을 뵈려면 그 전에 비서실장님과 경호실장님부터 뵈어야할 텐데 아예 우리 요리를 드셔보시게 하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 말에 정홍준이 흔쾌히 대답했다.
[좋은 생각이네요. 비서실장님께 보고하죠.]성현우는 전화를 끊은 후 조만식을 보았다.
고블릿을 잡고 있는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조만식은 전 세계에 한식을 전파할 사람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대통령께 요리를 대접하지만 얼마 안 있으면 전 세계 대통령을 고객으로 맞이할 거다.
성현우는 조만식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때의 일은 실장님 책임이 아니에요.”
일단 다 아는 척 넘겨짚었다.
조만식은 바로 반응했다.
“그걸 GM이 어…어떻게 아는……?”
“호텔 업계처럼 소문이 부풀려지는 곳은 없죠. 호텔처럼 힘없는 사람 한 명을 완전한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곳도 없고요. 그나마 실장님이나 되니까 이 정도로 올라선 겁니다. 다른 분 같았으면 이미 이 업계를 떠났을 거예요.”
순간 조만식의 눈에 눈물이 돌았다.
수백 명을 이끄는 사람답지 않게 유난히 감정이 여린 그다.
성현우는 그의 건장한 덩치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 또한 그의 매력.
작정한 김에 그를 더 치켜세웠다.
“어제 그렇게 잘하신 분이 우리를 더 키워주겠다는 대통령님 앞에서는 더 잘해야죠. 실장님은 잘하실 수 있어요. 비서실장님과 경호실장님도 실장님 요리에 빠져드실 겁니다.”
“저…정말 가능할까요?”
조만식은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능력을 한 번 더 확인받고 싶어 했다.
성현우는 그런 그에게 더 우쭈쭈했다.
“블라터 회장님처럼 까다롭다고 소문난 외국인도 구워삶으신 분이 우리나라 대통령님이 두려우신 거세요? 실장님, 제가 한 가지 팁을 드릴까요?”
“그게 뭔가요?”
“대통령님은 소문난 미식가에 대식가세요.”
“……!”
“그러니까 대통령님께 드릴 양은 1.5배로 하세요. 그럼 기본점수는 따고 들어갈 겁니다.”
성현우는 그 말을 하며 전 삶을 생각했다.
김대정 대통령의 식성은 그가 퇴임하고 한참 후 알려졌다.
대통령 전담 쉐프들이 그때 외부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몰랐던 외부 쉐프들은 대통령을 모실 때 다른 청와대 행사처럼 아주 작은 양의 요리를 준비했다.
원래 외부 행사는 사진을 찍어서 외부에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래서 참석한 사람들이 음식을 섭취 후 거북한 느낌이 들지 않아야 한다.
더구나 김대정 대통령은 연령도 높은 편이고 주치의들의 주의사항도 많았다.
결국 김대정 대통령은 식사를 마음껏 하지 못했고 행사를 주최한 호텔도 청와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성현우는 조만식의 요리를 받은 후 흐뭇한 표정을 지을 대통령을 상상했다.
만약 상상처럼 되면 다음 계획을 당겨야 한다.
조만식이 나간 후 성현우는 우원호에게 전화했다.
“회장님, 대통령님을 뵐 때 다른 기업 회장님들도 함께하십니까?”
[그 부분은 아직 확인하지 않았는데 그건 왜 묻나?]“월드컵 후원사 회장님들이 함께하시면 다른 요리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여쭙는 겁니다.”
[마침 그런 자리가 있긴 한데……. 비서실장에게 방향을 그렇게 잡는 게 좋겠다고 해야겠군. 자네는 열다섯 명 정도를 생각하고 준비하게.]역시 재계 5위권 그룹 회장은 달랐다.
우원호의 목소리에서 그 상황을 활용하고 싶다는 느낌이 팍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는 대기업 회장들 앞에서 비빔밥과 함께 L전자 TV, 휴대폰도 함께 자랑하고 싶을 터.
그럼 자신은 우원호의 홍보성 멘트에 윤활유가 될 소소한 것을 준비하면 된다.
성현우는 성은영을 만나기 위해 면세점으로 향했다.
* * *
성은영은 성현우를 보며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현우야, 아니지. GM, 즉석비빔밥…….”
“우리 면세점에 1등으로 넣을 겁니다. 그러니까 홍보전부터 준비해주세요.”
성현우는 그 말을 하며 성은영을 다시 보았다.
백화점을 오래 운영해서 그런지 뭐가 히트치고 돈이 될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성은영에게 다음 히트상품도 얘기했다.
“비빔밥 외에 기내에 실을 수 있는 다른 즉석요리도 준비할 거예요.”
“그럼 그것도 홍보할까? 다음에 내놓을 게 어떤 것일까 하면서 궁금증을 일으키게 하면 시선을 더 끌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척하면 척이다.
성은영은 아예 아이디어를 수첩에 적기 시작했다.
성현우는 성은영 앞에서 휴대폰을 들었다.
상대는 하나로투어 차진원 대표였다.
[GM처럼 바쁘신 분이 어떤 일이십니까?]“럭셔리 투어가 아주 잘되고 있더군요. 그래서 차 대표께 감사의 마음을 전할까 하는데요.”
[혹시 면세점 건인가요?]순간 차진원의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그는 럭셔리 투어 고객들에게 백화점 VIP 고객처럼 별도의 공간에서 그들만을 위한 쇼핑 시간을 달라고 했었다.
성현우는 차진원에게 조건을 제시했다.
“3개월 동안 우리 면세점에서 2억 원 이상 쇼핑한 고객에게 쇼핑 우선권을 드리죠.”
그 말은 쇼핑관광을 유럽이 아니라 한국만 오라는 뜻이었다.
아직은 쉽지 않은 문제였다.
그런데 차진원은 바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대신 중국행 기내에서 우리 비빔밥을 드셨으면 합니다.”
“항공사에서 퍼스트클래스를 타시는 분께 그 정도 서비스도 안 할까요?”
성현우의 말에 차진원은 바로 대답했다.
[럭셔리 투어 담당 가이드에게 공지하겠습니다.]성현우는 통화 후 성은영을 보았다.
성은영은 이미 면세점 팀장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김 팀장, 면세점 중앙에 즉석비빔밥을 높이 쌓을 수 있는 전시공간을 만들어. 내가 문구를 줄 테니까 홍보 팝업 만들 준비도 하고. 그리고 럭셔리투어 가이드가 오면 원하는 비빔밥을 원하는 만큼 내줘. 알겠지?”
그리고 성현우를 향해 물었다.
“GM, 오늘 밤이라도 입고하게 할 거죠?”
성은영은 뭐든 빠릿빠릿했다.
단, 하나를 생각하면 다른 것은 간과할 때가 있었다.
“성 부사장님, 그건 부사장님 아들인 김정우 전무께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얼마 전, 성관규와 김정우의 승진 건에 대해 담판 지었다.
성관규는 김정우를 상무로, 자신은 부사장으로 주장했었다.
그리고 그 중간인 전무로 합의를 보며 미래외식에 설비투자를 약속했다.
당연히 HY컨텐츠 주문 건만 소화할 설비에 한해서였다.
성은영은 얼른 휴대폰을 들었다.
“정우야, 오늘부터 철야를 해서라도 면세점 것부터 만들어. 뭐긴 뭐야? 즉석비빔밥이지. 다른 건 모르는데 내가 맛있다고 한 것 있잖아? 스팸마요하고 샐러드, 불갈비, 불고기 비빔밥은 대량으로 가져와야 한다!”
성은영은 그 말을 하고 휴대폰을 아예 꺼버렸다.
이것은 아들의 반항과 말대꾸를 허락하지 않겠다는 성은영의 강력한 저항일 터.
성현우는 그런 고모를 보며 깨달았다.
성관규의 일방통행 성격이 성은영에게 그대로 흘러갔다고.
그런데 이런 사람을 컨트롤하는 건 의외로 쉽다.
성현우가 성은영을 향해 은밀한 목소리를 냈다.
“고모,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시아 다른 나라 공항면세점에도 루이비통이 들어갈 것 같다는 말이 있던데요?”
그 말을 들은 성은영이 파르르 떨었다.
“누가 그래?”
“샤롯면세점 사장이 아르노 회장을 만나러 프랑스까지 갔다나 봐요. 제 생각에는 일본 면세점에 넣으려는 것 같은데……”
“그래? 그걸 두고 볼 수는 없지.”
“무슨 방법이 있나요?”
“매장 위치를 바꾸고 자체 프로모션을 강화해야지 별수 있겠니?”
“그렇다고 샤롯면세점이 가만있을까요?”
“얘! 그쪽 사장은 서류에 사인만 했지 나처럼 유통에 직접 뛰어든 사람이 아니야. 심오한 유통 세계를 알 턱이 없어.”
“유통 세계가 심오해요?”
“당연하지. 명품이라고 다를 줄 아니? 다른 명품하고 매장 위치하고 면적, 이벤트, 매출을 얼마나 비교하고 분석하는데? 그나저나 아르노 회장 그렇게 안 봤는데 엄청 가벼운 남자였네? 아시아 유일 공항면세점 어쩌고 하더니 벌써 다른 데를 간 보고 있었다는 거야?”
그 말을 하는 성은영의 눈빛에는 어떻게 해서 아르노 회장을 골탕 먹일까가 들어있었다.
성현우는 성은영에게 슬쩍 미끼를 던졌다.
“고모, 명품브랜드 아시아 총판을 가져오는 것도 생각해보세요.”
순간 성은영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그러나 그것은 즉석비빔밥 세계화 후 진행할 일이다.
성현우는 바로 호텔 조리실로 향했다.
* * *
일주일 후, 성현우는 우원호와 함께 청와대로 향했다.
조만식은 이미 청와대 조리실에 들어가 있는 상황.
성현우는 비서실 직원과 함께 오찬 테이블을 점검했다.
잠시 후, 재계 회장들이 오찬장에 들어섰다.
S그룹 이건호 회장을 비롯, 월드컵 후원사 그룹 오너들이었다.
맨 마지막에 한국항공사 회장도 들어섰다.
그런데 성현우를 보는 그의 눈빛이 좋지 않았다.
성현우는 그런 그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마치 그가 무슨 생각을 하던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선전포고인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