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199
-순결의 신관인데 어떻게 결혼함?
-신전에서 보쌈해서 항의하기도 전에 기정사실부터 만들었대.
-???
다시 말해 레온과 카리나는 친족. 그것도 직계혈족이다.
-어떻게 결혼함? 아버지와 딸인··· 설마 근──
-그럴 리가 있겠냐!
-너 그러다가 왕실 모독죄로 죽어!
어쨌든 친아버지인 이상 레온이 카리나와 혼인할 생각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레온의 목적은 하나로 귀추된다.
“끄응··· 폐하. 설마 구혼자들을 다 쳐낼 생각이십니까?”
결투장의 한가운데에서 레온을 마주한 콘월 옹이 그의 의도를 확인했다.
“왜, 그러면 안 되느냐?”
진짜군. 영국의 은기사 그레이엄 경이 예의를 갖추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어 폐하··· 저희들이 받은 퀘스트는 용제 폐하와 ‘혼인’하는 것이었습니다만?”
“그래서?”
“누가 됐던 구혼이 성공해야 게이트도 공략하고 빠져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노오오옴!”
레온의 호통이 온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왕족의 중대사를 한낱 미션 따위로 취급하다니!”
“아니, 사실이 그런 걸 어찌······.”
“너희들은 결코 나를 넘어서지 못하리라!”
틀렸어. 이 양반, 딸의 구혼 소식에 눈 돌아간 아버지야.
“시간 끌 것 없다! 네놈들 전원 덤벼라! 내 오늘 너희들의 자격을 시험하리라!”
자존심을 건드리는 그 말에 발끈한 건 독일의 S급 헌터 귄터였다.
“사자심왕. 그 명성은 유럽에서도 자자하지만··· 혼자서 우리 셋을 상대하겠다는 건 과용 아닌가?”
옆에서 그레이엄 경이 ‘될 거 같은데······’라고 말을 흘렸지만, 한 발자국 옆으로 피하는 것으로 그 이상의 의사표현을 멈췄다.
“호오? 네놈, 이름은 뭐지?”
“귄터 노르트. 독일 연방군 대령이오.”
“크크큭··· 과연, 전사를 자처할 만한 기개는 있구나.”
레온이 외쳤다.
“스탈리온!”
다음 순간, 공간을 찢고 나타나는 하얀 준마. 그 위에 올라탄 사자심왕이 마상창을 들었다.
“허나, 네놈은 결국 왕의 보물을 훔치려 드는 도적일 뿐.”
“자랑하는 그 기마돌격이란 녀석인가. 내 한 번 받아내 보지.”
“가자, 스탈리온!”
레온이 외치자 스탈리온이 맹수 같은 포효를 터뜨리며 지면을 박차기 시작했다.
“흥··· 말이 낼 수 있는 속력이라봤자.”
귄터는 자신의 거대한 방패를 들었다. 어지간한 사람보다도 큰 사각방패. 그것은 독일··· 아니, 유럽 최고의 탱커라는 그를 상징하는 물건이다.
‘고작 말이다. 헌터의 각력이 말 따위를 능가한다는 건 이젠 상식. 마력도 없는 말 따위가 빨라봤──’
-히힝!
‘음? 너무 빠른데?’
양자의 거리가 그렇게 멀었던 건 아니지만, 스탈리온의 돌진하는 기세는 너무나 맹렬하고 사나웠다.
-쾅쾅쾅쾅──!!
이건 말발굽 소리가 아니라 십수 톤의 거대 공룡이 사냥을 위해 달려드는 소리 같은 육중함.
극도로 발전한 하체가 내리치는 지면이 쿵쾅거리며 진동을 일으키고 있다.
‘말 따위’라고 하기에는 저 하얀 말의 기세가 끔찍하리만치 거대하다.
그럴 수밖에.
사자심왕과 함께 수백 년 전쟁의 역사를 함께한 맹우인 것이다.
전사로서의 격을 따지면, 지구의 그 어떤 헌터를 내놔도 대등한 이를 찾을 수 없는 전투마.
하물며 옛 피를 각성해 하늘조차 주파하는 신수가 아니던가.
“와, 완벽한 수호!”
그 압도적 존재감이 귄터로 하여금 성급한 스킬사용을 강요했다.
그가 철벽의 존재인 이유. 절대방어로까지 불리는 탱커 스킬 ‘완벽한 수호’.
체력과 마력으라 소모해 30초 동안 상대의 공격력 90%를 상쇄하는 초유의 치트 스킬.
그는 이것으로 S급 보스의 필살기술조차 막아냈다. 하지만──
“라이온 하트에──죽어라!!”
“······?!”
【 최강 돌격자 】 x 라이온하트 마상창 토너먼트 필살 랜스챠징.
사자심왕의 젊은 시절, 그는 이것으로 수많은 기사들을 쓰러뜨리고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
-꽈──!
충격의 순간, 귄터는 그 소리를 끝까지 듣지도 못했다.
소리보다 더 빨리, 귄터의 몸뚱아리가 저 멀리 튕겨 나간 덕이다.
“어?”
지나치게 강력한 충격에는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던가.
손이 으스러진 것 같은 묵직한 충격은 둘째치고 귄터는 자신이 어딘가를 향해 빨려 들어가고 있다 생각했다.
‘결투장의 입구?’
귄터의 신형이 계속해서 비행한다. 그것은 자신이 입장했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는 길.
귄터의 여정은 거꾸로 흐른다.
“······.”
“······.”
구혼 결투에 장외패는 딱히 없지만, 귄터는 명백히 장외패였다.
쾅! 콰쾅!
하고, 들려오는 소리에 그레이엄 경과 콘월 옹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시선을 교차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역린을 건드린 듯하군.”
“······선택지가 없지 않습니까.”
그레이엄은 귄터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도 포기하지 못했다.
이곳에는 미국과 일본 그 외에도 세계각국의 헌터들이 모여 있다.
영국 헌터의 양대 자존심인 자신과 콘월 옹이 겁먹고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없다.
‘쪽팔리니까.’
저 사자심왕 상대로라면 덜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나름의 호승심도 있다.
“방금 그거, 순간 가속에 가까웠지만, 대처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과연, 최속의 기사. 그걸 눈으로 좇았나?”
“저 혼자라면 상대가 안 되겠지만, 콘월 공작께서 지원해주신다면야.”
“맡겨주시게.”
콘월 옹은 십이환장을 들었다. 그의 마력이 주입되며 에픽 아이템의 힘이 발휘된다.
십이환장
열두 개의 대마법을 사용하는 기적의 에픽 아이템 그 아홉 번째 능력은 모든 버프 마법들의 강화.
콘월 옹의 마력 20%를 앗아가는 대신 10초 동안 그가 사용하는 모든 버프 마법들은 세 배의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그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 콘월 옹의 고유스킬이 발동한다.
고유스킬
마법의 발동시간을 극단적으로 감축해주는 자가 버프스킬. 그다음──
“, , , , , , , .”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버프 마법들. 하나하나가 최고위 마법사들에게나 가능한 궁극의 버프들이 단 한 사람을 향해 쏟아진다.
본래라면 파티 전원에게 분배되어야 할 궁극의 버프 마법. 그것을 그레이엄 단 한 명에게만 퍼부어진다.
“엄청난 힘··· 그야말로 전능감이 느껴집니다. 무엇이든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요.”
“내 마력의 절반 이상을 쏟았네. 지금의 자네라면 S급 헌터를 초월한 수준이지.”
“맡겨주십시오.”
다음 순간, 그레이엄의 신형이 사라졌다. 스탈리온의 돌격조차 넘어선 초신속.
“호오?”
레온은 말에서 내려 스탈리온의 소환을 해제하고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그레이엄을 훑어봤다.
빠르다.
그 속도는 실로 전광석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달리는 것만으로 결투장이 훼손될 정도로 지면을 밟아대며 레온의 주변을 맴도는 이유는 하나.
‘틈을 보인 순간, 최속최강의 일격으로 꿰뚫어주지!’
그레이엄은 체내시간조차 감속되어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레온을 주시했다.
콘월 옹의 버프 마법으로 압도적인 강함을 손에 넣었다곤 하나 사자심왕의 초인적인 강함은 널리 알려진 사실.
방심 따윈 하지 않는다. 사자심왕이 제 속도에 대응하기 전에 확실하게 박살낸다.
‘놈에겐 내가 보이지도 않을 거다.’
실제로도 그랬다. 퍼펙트 인비지빌리티로 불가시화한 그레이엄의 모습은 레온에게조차 보이지 않았으니까.
“날파리처럼 왱왱 시끄럽기도 하구나. 짐의 시야에서 벗어나면 피할 수 있을 줄 알았느냐.”
다음 순간 레온이 성검을 높게 들었다. 검술의 자세라기엔 너무나 단순하고 비효율적인 자세.
그것은 검을 휘두르기보다는 망치를 내리치려는 자세에 가깝다.
“아무리 빠르다 한들, 대지의 여신께서 짐과 함께하시는 이상, 누구도 짐의 허락 없이 땅의 은혜를 벗어날 수 없다.”
“허억···!”
숨을 삼킨 것은 관중석의 두 사람이었다.
이용완과 하유리. 한국 불새길드의 두 사람은 레온의 저 준비자세가 어떤 기사의 그것과 닮았다는 걸 직감했다.
공기마저 포악스럽게 집어삼키며 빨려 들어가는 무형의 기운. 그것이 ‘위험하다’는 걸 깨닫고 그레이엄이 달려들려는 순간──
신벌
검이 망치처럼 내리친다. 폭발하는 충격파를 가둬두었다 단번에 해방한 것처럼.
-꽈아아아앙!!
피할 수 없는 전방위로 충격파가 터져나갔다.
“크헉···!?”
무형의 전방위 충격파를 피하지 못하고 날아가는 그레이엄. 그가 숨을 토하며 얼얼한 표정으로 레온을 바라봤다.
“무슨 괴물이······!”
그러나 이미 그레이엄을 향해있는 성검의 검 끝. 그레이엄이 얼른 손을 들었다.
“하, 항복입니다.”
“흥···!”
레온은 잽싸게 백기를 든 그레이엄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더니 이내 늙은 노마법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 나도 항복하겠소.”
“패기가 없군. 그 지팡이를 쓴다면 몇 수는 더 버틸 수 있을 텐데.”
“승패가 정해진 싸움을 하기엔 내 나이가 좀 많소이다.”
“나이가 몇이더냐?”
“올해로 칠십을··· 넘었소만?”
“뭐냐, 한창 젊을 때가 아닌가.”
“······.”
새삼스럽지만, 눈앞의 새파란 청년 같은 사내가 사실은 300살 먹은 늙은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오늘 셋을 쓰러뜨렸으니 앞으로 팔십팔 명인가. 감질맛만 나는구나.”
세 명의 S급 헌터들을 그야말로 압도해버린 레온은 아연실색한 관중들을 향해 외쳤다.
“용제 카리나 드라고니아에게 구혼을 청하는 모든 사내들은 들으라!”
레온은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구혼자들을 향해 선언했다.
“백 명을 다 채울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시간을 버리는 일이겠지. 누구든지 좋다. 몇 명이 모이든 상관없다! 전부 덤벼라! 이 사자심왕의 진노를 감내할 용기가 있다면!”
안 그래도 힘든 백 명의 챔피언 방어전을, 규칙 따윈 없는 무제한 룰로 바꿔버리는 레온.
그 오연함에 콘월 옹이 말했다.
“사자심왕, 그대가 강한 것은 알고 있지만, 너무 불가한 발언 아니오?”
“불가하다?”
“그렇소. 이곳엔 우리 말고도 세계각국에서 모인 최고의 헌터들이 있소. 그들을 홀로 상대하는 것은──”
“짐에게 불가함을 논하다니. 과연, 젊은이의 패기로구나.”
“······.”
졸지에 젊은이가 된 노신사는 300살 어르신 앞에서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 어르신은 그가 다물 수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를 보여주었다.
-콰르릉! 쾅쾅!
마른하늘에 내리닥치는 번개.
-콰아아아아아!
물 한 모금 없는 허공에서 쏟아지는 파도.
-쿠와아아아아!
온 세상을 덮을 것처럼 치솟는 불꽃.
“보아라. 짐처럼 사랑받는 왕에게 불가함이란 없다.”
레온의 성검이 관중석을 향한다. 그것은 선전포고였다.
“누구도! 그 누구도! 이 사자심왕을 넘지 못한 자! 왕족의 사위를 자처할 순 없다! 그 누구도!”
그 꼴을 지켜보던 헌터들은 생각했다.
이러면 퀘스트 못 깨지 않나?
아버지와 딸
“잘도 그런 실력으로 짐의 사위를 자처하는 게냐!”
인도네시아의 S급 헌터 조코가 당했다. 사람이 구름보다 높게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사람들은 처음 알았다.
“이노오오옴! 이 정도도 못 버텨서 어찌 내 딸과 결혼하겠다는 거야!”
호주의 S급 헌터 제리 맥도웰도 박살 났다. 그는 유독 심하게 얻어터졌는데, 아마 경기장에서 ‘장인어른! 따님을 제게 주십시오!’라고 해서일 것이다.
“이용완, 네 이노오오옴!!”
“기, 기권하고 싶다.”
“다른 헌터들한테 도전은 했다고 시늉은 해야 할 거 아니야······.”
한국 불새길드의 S급 헌터 이용완 또한 그 도전자 중 한 명이었다. 이미 도전권을 획득한 뒤라 물릴 수도 없었고.
“폐, 폐하! 잠깐! 좀! 살살!”
“천한 짤쟁이가 어딜 넘보느냐!”
원거리 혐오라서 그런가 레온한테 얻어맞는 것이 더 아프고 서러운 이용완이었다.
그렇게 스물일곱 번째 도전자도 처참히 패배하고 돌아가는 길. 그들은 한숨을 쉬며서로를 바라봤다.
“안 될 거 같은데?”
“그럴 거 같음.”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다들 말하지만, 이게 정말 되는가 싶었다.
* * * *
레온이 챔피언에 자리에 올라 압도적인 디펜스 성적을 낸 것도 벌써 열흘하고도 사흘이 지났다.
“예, 예에~ 챔피언님, 부족하신 게 있다면 무엇이든 말씀만 주십시오. 저희가 모두 준비하겠습니다.”
“목욕물이나 준비하라.”
특히 역대 챔피언 중에서 유례없이 구혼자들을 압도하고 ‘구혼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레온쯤 되면 웃돈이라도 얹어서 데려올 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