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29
인류의 생존자가 3명뿐이라니.
그것도 울드 뺴면, 나머지는 갇혀 지내는 거나 다름없으니.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건, 그녀 1명뿐인 건가?
‘흠. 저 말, 진짠지 의아한데…….’
성지한이 그녀의 말을 쉽게 믿지 못할 무렵.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이드는 빛의 눈을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 소리쳤다.
“인류의 생존자가 3명뿐이라니! 남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이냐!”
[알고 싶으십니까?]이드를 바라보며 빛을 반짝이던 신안은.
“당연하지……!”
그 말을 끝으로.
들어왔던 문을 다시 나서기 시작했다.
“저, 저거…… 결국 자기 구해 달라고 하는 거 아닌가! 원시인! 저 여자, 사기 친 게 틀림없다!”
“원시인? 그거 나보고 한 말이냐?”
성지한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자, 이드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아니…… 네놈 스스로를 실험쥐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도 차마 실험쥐라고 하긴 그래서, 원시인이라고 불렀건만……!”
“원시인, 실험쥐 셀프 디스는 가능해도. 남이 그러는 건 아니지.”
“하. 따지는 것도 많군…… 그럼 뭐라고 부르면 되겠나?”
뭐 이렇게 이놈은 통성명을 하고 싶어 해.
“그냥 성이라 불러라.”
“성……? 알겠다. 그리 부르지. 성. 어쨌든,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라.”
이드는 신안이 나간 방향을 보며 이를 갈았다.
“저 눈깔의 말. 곧이곧대로 믿지 마라. 인류는 이미 불멸의 단계에 다다른 종족. 우리가 3명만 남고 전멸할 리가 있겠느냐? 저거…… 괜히 궁금증만 유발해 놓고, 자신을 먼저 구출하게 하려는 속셈이다!”
성지한은 그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뭐, 신안의 주인도.
순수한 선의로 자신을 도와줄 리는 없겠지.
다 자신의 목적이 있을 테고, 그 수단으로 성지한을 선택했겠지.
하지만.
“너보단 쟤가 나아.”
“뭣……?”
“애당초 넌 여기 오자마자 날 세뇌하려 들었던 놈이잖아.”
“그. 그건…….”
“거기에 어차피 생존자가 셋이든, 더 있든. 아크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을수록 좋으니 난 따라갈 거다. 넌 여기서 밥이나 먹을래?”
그러면서 성지한이 손가락으로 서버 접속기기를 가리키자.
꿀꺽…….
침을 소리 나게 삼키던 이드는 미련 남는 눈으로 그쪽을 쳐다보다가.
휙!
힘들게 이를 외면했다.
“아니…… 나도 저 미친 눈깔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더 들어봐야겠다. 식사는 나중에 돌아와서 하지.”
“그럼 결론 났네. 가자.”
그렇게 둘은, 남부 구역의 문을 나서서.
[이쪽으로 오십시오.]신안이 인도하는 방향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간혹 빛의 시계가 튀어나오면서 가로막곤 했지만.
화르르륵……!
성지한은 이를 가볍게 없애버리며 길을 텄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 방향이면, 서부 구역에 도달하겠군.]청홍의 안에서 적색의 관리자가 성지한에게 말을 걸었다.
남부 구역에서 헤파이스토스의 몸 안에 들어섰을 떄 여러 정보를 얻었던 그는.
신안이 인도하는 방향을 보고는,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했다.
‘서부 구역이면…… 이그드라실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이그드라실이 최초라…….’
자신을 구하라면서, 길을 안내하는 신안과.
그 방향의 끝에 이그드라실이 있는 서부 구역이 위치하는 건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
성지한은 묘한 느낌을 받은 채로, 계속해서 길을 나섰다.
그리고 두 방향으로 나뉘는 갈림길에 들어서자.
[이쪽으로 오십시오.]신안이 왼쪽으로 그를 인도했다.
‘오른쪽 방향에선, 짙은 생명의 기운이 흐르는군.’
저곳이 서부 구역, 이그드라실이 있는 곳인가.
성지한은 그 방향을 잠시 바라보다, 신안을 따라 이동했다.
그러자 거기엔.
네 명의 여자가 빛에 잠긴 채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여긴, 여성 격리자의 숙소군…….”
이드가 여자 방은 처음 와 본 사람처럼 두 눈을 쉴 틈 없이 굴리며 공간 내부를 보고 있을 때.
[저에게 오십시오.]신안은 네 명 중 가장 왼쪽에 누워 있는 사람에게 돌아갔다.
그러자.
스스스…….
빛의 눈이 그녀의 눈에 들어서더니.
누워 있던 여자의 입이 움직였다.
“정식으로 저를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부여받은 이름은 노아. 주시의 권능을 지닌 격리자입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또한 정부로부터 임명된…… 아크의 정식 감독관입니다.”
자신의 숨겨진 신분까지도, 바로 이야기했다.
* * *
아크에 노아라.
“……노아의 방주였나 여기?”
“고대 문헌, ‘구약성서’에 심취한 상관께서 지은 이름일 뿐. 신화와는 연관이 없습니다.”
그렇게 노아가 누워서 입만 움직이자.
이드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네가 감독관이라니…… 어떻게 격리자가……?”
“격리자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이곳을 감독하기 위해선 격리자가 감독관이 되어야 했습니다.”
“……그런가. 헌데 너, 시간의 감옥에 갇혔는데. 어떻게 입을 열 수 있는 거지?”
그는 그러며, 노아의 전신을 문신처럼 뒤덮고 있는 시계를 손으로 가리켰다.
옆에 있는 사람들과 똑같이 번쩍이는 시계 문양이 옷 위로 가득한 그녀.
라나 생기가 사라진 옆의 동료와는 달리, 그녀는 입을 부자연스럽게나마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의 감옥은 고통스러운 과거를 재반복하여 상대를 굴복시킵니다만…… 제 주시의 권능은 이를 회피할 수 있습니다.”
“회피……라고?”
“보기 싫은 건 안 볼 수 있습니다.”
울드가 시간의 감옥을 통해 과거를 재생해도 딴 거 보면 그만이라는 건가.
‘그런 식으로 회피할 수도 있구나.’
성지한이 그리 생각하며 빛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뭐. 좋아. 감독관. 아까 한 말은 대체 뭐지? 여기까지 왔는데, 사실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거짓이었으면 하는 것 같군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인류의 생존자가 3명이라는 것은.”
“……아니. 그게 대체 말이 되나? 어떻게 그 융성했던 인류가, 3명만 남는단 말이냐?”
“‘초월’에 대해 기억나십니까?”
노아가 초월 이야기를 꺼내자.
이드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초월……? 그건…… 그냥 헛소리 아니었나?”
“그건 또 뭔데? 니들끼리 아는 소리 하지 말고, 실험쥐한테도 좀 알려 줘라.”
성지한이 자신을 가리키며 그리 묻자.
“초월은 광체화光體化된 인류를 하나의 의식으로 묶어 통합하는 과정입니다.”
“하나의 의식으로……?”
“쉽게 말해, 전 인류를 합체시킨다고 보면 되겠군요.”
전 인류 합체라.
그렇게 말하니까 이해하긴 쉽군.
헌데.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지? 빛의 특성을 지닌 인류는, 잘나가는 거 아니었나? 뭐 하러 하나로 합쳐?”
“당연하다. 우리는 우주 최초의 지성체…… 육신의 한계를 넘어서 광체를 얻은 불멸의 존재다. 초월은, 굳이 할 필요가 없을 텐데……!”
이드의 반박에 노아가 빛의 눈을 반짝였다.
“수 세기에 걸친 대전쟁 등,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만…… 결국은 자원 고갈 때문입니다.”
“자원 고갈?”
“인류를 광체화하는 데에는, 특수한 자원이 필요합니다. 인류종과 파장이 맞는 항성…… 저희가 태양이라 부르는 별이죠.”
“태양이 자원이라고?”
미래 기술이 발전하긴 발전했나 보군.
태양을 자원 취급하고 말이야.
성지한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노아를 바라볼 즈음.
“우주의 항성은 수없이 많으나, 인류를 광체화로 이끌 수 있는 항성은 한정적이었습니다. 이를 손에 넣기 위해 인류는 대전쟁을 벌였고, 95%가 절멸한 끝에 인류는 하나의 정부로 통합할 수 있었습니다.”
“……대전쟁은 머나먼 과거의 일이다. 인구의 5%만 살아남았기에, 우리가 쓸 태양은 오히려 여유가 생겼어.”
“하나 인류는 이미 불멸의 존재. 대전쟁이 아니고선, 인구가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그건……”
“초월을 통해 인류종을 근간에서부터 뜯어고쳐야, 예견된 종말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드가 이에 말문이 막힌 듯 대답하지 못하자.
스으윽.
빛의 눈이 성지한 쪽을 바라보았다.
“이드와는 달리 당신은 아무래도 쉽게 이해가 안 되겠지요.”
“응……? 뭐. 그렇지?”
“역시…… 제가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노아는 왜 인류가 태양 타입의 항성이랑만 광체화가 되는지에 대해서 풀어놓기 시작했다.
“인류종은 태양의 영향을 받은 행성에서 탄생했습니다. 시작점부터 우리의 조상은 이 항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었지요.”
“어…… 그거야 이해된다.”
“시작이 이래서일까요. 인류종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광체화라는 신기원을 이룩해 냈을 때. 여기엔 태양의 에너지가 필수적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우주에 항성은 수도 없이 많지만, 하필 태양과 흡사한 것에서만 반응했지요. 이에 대한 증명은…….”
하나.
‘……뭔 소린지 모르겠군.’
성지한은 태양과 인간의 연관성에 대한 증명식이 나온 시점부터 이해를 포기했다.
애초에 빛으로 된 인간, 광체화도 아직 이해가 다 안 되는데.
거기에 태양과 궁합까지 따지는 이야기는 너무 나갔던 것이다.
“음. 됐고. 그냥 자원 부족해서 초월한다고 보면 되나?”
“……예. 그렇게 보시면 됩니다.”
성지한이 그 정도 선에서 이해를 완료했을 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납득이 안 된다! 태양이 부족한 건 인정하지. 하나 그건 머나먼 미래…… 그 시기 동안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지 모르는데, 벌써 포기하고 초월을 한다고?! 너. 알고 보면, 울드랑 한패 아니냐?”
아까 잠시 반박을 못 하고 수그러들었던 이드는.
다시 기세를 되찾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정부의 관료인 저와, 반란의 수괴인 울드를 한패라고 하다니…… 제가 살면서 들은 말 중 가장 불쾌하군요.”
“허. 사람들이 이를 찬성했을 리 없다. 우리 아버지도, 어머니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초월 의식을 진행했을 리가…….”
“그걸 하나하나 동의받고 했을 것 같습니까?”
노아의 입꼬리가 평소와는 달리 비틀렸다.
“뭐……?”
“초월에 대해선, 찬성 여론보다 반대 여론이 높았죠. 당신처럼 아직 광체화에 쓸 항성이 많이 남았는데, 왜 그런 걸 하냐는 의견이 주류였습니다.”
“근데…… 그 반대를 모조리 무시하고, 일을 그냥 진행시켰다고?”
“예. 정부에서는 미래를 위해서. 인류 모두가 ‘초월’하도록 광체 시스템을 수정했습니다.”
지이이잉…….
신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하나의 화면이 나타났다.
거기엔.
번쩍! 번쩍!
신체 일부가 빛으로 되어 있는 사람들이 새하얗게 점멸하다 사라지고.
광체화되지 못한 육신의 파편만 남아 땅에 나뒹구는 모습이 나타났다.
“초월에 함께하지 못한 이들은 빛의 특성을 1개밖에 지니지 못한 격리자들 뿐. 남은 정상 인류는 모두 하나의 빛, ‘초월체’에 모였습니다.”
정상인은 모두 초월하고 격리자들은 이에 동참하지 못한 건가.
성지한이 그렇게 아크 바깥의 상황을 파악해 나갈 때.
“그리고 인류의 빛이 모두 모인 초월체는 미완성된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지이이잉…….
신안이 새로운 장면을 보여 주었다.
주먹만 한 크기로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빛무리.
그건 마치 백열전구가 내뿜는 미약한 빛이나 다름없어서, 밝기 자체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백광을 지녀보니 알겠군. 저기엔 백광의 힘이 고도로 응축되어 있어.’
성지한도 이제 나름, 빛의 일족에 한 발 디뎠기에.
저 작은 빛 덩어리의 실체를 눈으로 보고 파악할 수 있었다.
저게 스탯창에 수치로 뜬다면.
아마 무한을 상징하는 기호, ∞이 떠오르겠지.
그건 이드도 마찬가지였는지.
“저게…… 초월체…….”
그간 못 믿겠다는 반응과는 달리.
저 작은 빛무리를 보고는 대번에 이게 초월체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헌데 크기는 저래도, 빛의 힘을 무한히 품은 저 빛무리가 미완성이라고?’
성지한이 그렇게 초월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을 때.
지이이잉…….
이를 확대했던 화면이 서서히 줌아웃하여 주변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에선 두 눈을 감고 서 있는 울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여자가…… 왜 초월체 앞에 있지?”
그걸 본 이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그야, 초월체는 아크의 중심부에 있으니까요.”
노아가 당연하다는 어조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