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artial God who Regressed Back to Level 2 RAW - Chapter 630
아크의 중심부에 초월체가 있다니.
성지한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초월체가 대체 왜 그 공간에 있는 거지? 신인류는 특성을 1개만 지닌 격리자를 정상인 취급도 안하지 않았나?”
“예. 일반 대중들은 격리자들의 특성을 ‘장애’로 인식했습니다만…… 연구자들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그, 그래?”
자기도 모르는 이야기인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는 이드.
빛의 눈은 그를 잠시 바라본다 싶더니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격리자들이 지닌 빛의 특성은 하나하나가 강력한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울드의 시간 역행은 물론이거니와, 제 주시의 권능도 시공간을 초월하여 세상을 바라볼 수 있죠. 저 남자도 지성이 덜떨어진 것과는 달리 권능 자체는 쓸 만하지 않습니까?”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내 지성이 뭐가 어때서!”
“그건 스스로가 더 잘 알겠지요.”
노아는 그리 말하며 시선을 다시 성지한 쪽으로 돌렸다.
“이 중 아크에 격리된 자들은 한층 더 강한 빛의 특성을 지닌 사람들…… ‘초월체’는 이들의 권능까지 모두 흡수해야, 완전해질 수 있었습니다.”
“흠…….”
특성 2개 이상의 정상인 인류는 이미 다 초월체에 편입이 되었고.
이제 남은 건 격리자들뿐.
그리고 이들의 특성이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하나하나는 쓸 만했기에.
이게 다 초월체로 합쳐져야 완전체가 된다 이건가.
성지한은 그렇게 나름대로 이야기를 정리하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시간 끌 거 뭐 있지? 그냥 흡수하면 되잖아?”
“제가 방금 전, 초월에 대해 뭐라고 말씀드렸습니까?”
“광체화光體化된 인류를 하나의 의식으로 묶어 통합하는 거라며.”
“정확히 기억하셨군요. 저희 격리자들은 이 조건에 부합하질 않습니다. 저희는 광체화가 불완전하게 이루어진 존재니까요.”
성지한은 그 말을 듣곤 미간을 찌푸렸다.
특성 1개가 특출 나게 뛰어나서, 격리자들도 한 몸으로 흡수해야 하는데.
막상 먹으려니 광체화가 제대로 안 돼서, 못 먹어치운다고?
“그거야 초월체가 생기기 전의 조건이지, 이미 저렇게 생겨난 이상 그냥 격리자들을 먹어치워도 되는 거 아니야?”
“이미 시도해 봤습니다만. 제대로 된 흡수 효율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미 시도했다니…… 어떻게?”
“초월체에 가장 쓸모없는 특성을 지닌 격리자 1명을 던져 봤죠.”
저벅.
이드는 노아의 대답을 듣고는 한 걸음 뒷걸음질 쳤다.
지금 이렇게 무력하게 누워 있어도 역시 감독관은 감독관이라 이건가.
“그럼, 격리자를 정상인으로 만들어 흡수해야 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격리자에게 빛의 특성을 1개 더 부여하여, 초월체에 합류시킨다…… 그것이 아크의 진정한 존재 의의였습니다. 실제로, 여러 차례 성공하기도 했구요.”
“성공을……했다고? 우리 격리자가 빛의 특성을 정말로 얻었단 말이냐?”
이드가 두 눈을 부릅뜨자, 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이미 72명이 성공하여 초월체에 합류했고, 73번째 격리자. ‘울드’도 특성 획득에 성공하여 초월체에 합류할 예정이었습니다.”
“울드가……?”
“예. 하지만, 그녀의 차례에서 모든 게 망가졌습니다.”
지이이잉…….
화면이 뒤바뀌자.
울드는 아까와 똑같은 공간에서 설레는 얼굴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노아가 덤덤한 표정으로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 * *
[73번째로 격리 신분에서 해방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이때만 해도, 훈훈한 분위기였지만.
번쩍……!
초월체가 반짝이며 울드의 몸이 빛으로 물들었을 때.
[이건…… 역시 순순히 풀어줄 리가 없나 싶더니.]째깍. 째깍…….
그녀의 몸에서, 빛의 시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격리자 신분에서 해방되어 사회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거, 거짓말이었군요?] [다, 당신. 어떻게……] [혹시나 해서, 제 몸을 이곳에 들어오기 전의 상태로 고정시켜 두었죠. 그런데……]빛에 잠겨 있던 울드의 몸에서 시계가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크를 점거한 빛의 시계와 똑같은 형태의 시계.
[여기에 담긴 빛의 힘…… 정말로 대단하네요. 서버 창조 같은 걸 무슨 힘으로 하나 했더니. 초월체의 힘으로 진행한 겁니까?] [그것까지, 파악했습니까……?] [저는 잠시 저것과 연결되었거든요. 그래서 자연히 초월체임을 알게 되었죠. 정상인의 광체光體가 모인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원……]그러며 울드가 화사하게 웃었다.
[헌데, 통합 의식이라 해도…… 잘만 하면 차지할 수 있겠던데요?] [뭣……?] [격리자의 능력이 중요했나 봐요? 생각보다 초월체의 완성이 덜 되었어요. 초월체가 완전해지기 전에, 미리 작업을 해 놓으면…… 초월체의 주인으로 군림할 수 있겠어요.] [그게 허용될 거라……] [왜 안 될 거라 생각하세요?]탁!
빛의 시계가 노아에게 달라붙고.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란 표정을 했던 그녀가 처음의 순간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가고.
저벅. 저벅…….
급기야는 뒷걸음질을 치면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정말 되네…… 이제 다른 사람의 시간도 조종할 수 있구나.]그리고 그걸 본 울드는 입꼬리를 올렸다.
[‘정상인’도 사라졌으니…… 아크, 바로 장악해도 되겠네.]그런 그녀의 뒤로.
빛의 시계가 무수히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꺼지는 화면.
이드는 노아가 보여 준 장면을 보곤, 탄식을 흘렸다.
“……허. 이게, 울드가 아크를 장악한 시작점인가?”
“그렇습니다.”
“초월체는 왜 그녀를 장악하지 못한 거지?”
“초월체와 울드가 합일하려는 순간. 그녀의 특성 ‘시간역행’이 초강화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울드는 초월체에서 힘을 일부 흡수하여, 자신의 권능을 타인에게도 적용시킬 수 있게 되었구요.”
성지한은 그 말에, 반문했다.
“원래는 자기만 되돌아갈 수 있었나?”
“그렇습니다. 격리자 울드의 권능은 원래 자기 신체의 시간만 역행시킬 수 있어, 그리 높게 평가받는 특성이 아니었습니다. 그게 초월체와 연결되며 터무니없는 위력을 나타낸 것이죠.”
아니, 그럼 결국.
“울드의 저 무지막지한 권능도 니들이 싼 똥이었냐?”
“……그렇게 되겠군요. 하지만, 당신한테는 다행 아닙니까? 덕분에 태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허. 그게 그렇게 되나?”
“예. 울드가 초월체를 컨트롤할 방법을 찾기 위해 서버를 4212번까지 운영하지 않았다면, 당신의 세계는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초월체에 그녀가 흡수되지 않은 덕에, 서버가 여기까지 만들어 진 건가.
어떻게 보면, 그녀가 창조주나 다름없네.
‘뭐. 그래도 없애야 할 적이란 건 변하지 않지만.’
창조를 해 준 건 해 준 거고.
그녀가 스탯 청을 노리는 이상, 얌전히 죽어 줄 수야 없지.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며, 노아에게 물었다.
“그래…… 어쨌거나, 상황은 대강 알겠다. 정상인은 죄다 초월체로 모여 있고, 초월체는 울드의 권능을 먹으려다 역으로 당한 거군 결국.”
“간단히 정리하면 그렇습니다.”
“그래서 넌 내게, 정확히 뭘 원하는 거지?”
“아크의 울드를 죽여 주십시오.”
울드를 죽여라.
그거야, 이쪽도 원래부터 바라는 바였다.
하지만.
이번에 노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지한에겐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울드를 죽이는 건 그렇다 쳐도. 걔 죽이고 나면, 우리 서버는 어떻게 되는 거냐?”
“서버는 원래 초기화시키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녀를 없애 주시면, 서버 4212를 영구적으로 유지하겠습니다.”
“글쎄다. 그 말, 쉽게 믿긴 힘든데?”
“당신 입장에선 그렇겠지요.”
성지한의 의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동의한 노아는.
그에게 방법을 알려 주었다.
“울드를 죽이고, 그녀에게서 아크의 감독관 자리를 가져오십시오. 그 다음에 아크에 허용된 권한으로 서버를 영구 유지시키면 당신의 세계를 지킬 수 있습니다.”
“감독관은 너라며?”
“그 자리야, 당연히 울드에게 빼앗겼습니다.”
그거 참 자랑이다.
성지한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노아를 내려다 볼 무렵.
“……허. 초월체라니.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뻔했군…….”
이드는 초월체와 관련된 이야기가 사실임을 깨닫고는.
어두운 얼굴로, 자신의 민머리만 만지고 있었다.
“이러면, 내가 빛의 특성을 1개 더 얻는다고 해도, 저것에 흡수되는 건가……”
“초월체에 통합되는 건,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인류인 당신이 그걸 부정합니까?”
“허. 그럼 너나 통합되지 그랬나?”
“할 수 있으면 하고 싶습니다만…… 전 울드에게 장악당한 상태입니다.”
그러면서, 노아의 눈에서 떠오른 신안이.
지이이잉…….
그녀의 배 쪽을 비추었다.
그러자, 그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빛의 시계.
거기선 시계바늘이 거꾸로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흠…… 근데 다른 격리자들도 살아 있기는 하네?”
성지한은 노아의 옆에 나란히 누워 있는 격리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녀처럼 배에 시계가 붙어 있는 이들은.
얼굴에는 혈색이 돌고, 호흡도 고르게 하고 있었다.
어째 이들보다 이드가 더 삐쩍 말라 있어서 환자같아 보이는 상황.
“너보다 오히려 살 만해 보인다?”
“……허. 그래 보이는군. 나는 보호의 권능으로 혼자 틀어박혀 있었는데.”
“울드가 격리자들을 왜 살려 두고 있는 거지?”
“저희의 권능을 뽑아서 쓰더군요.”
“뽑아서 쓴다고? 그냥 가져가면 안 되나.”
“그러면, ‘정상인’으로 분류되어서 초월체에 흡수되겠죠.”
성지한은 그 말에 아까 봤던 장면을 떠올렸다.
“울드는 분명히, 초월체의 흡수를 시간역행으로 이겨내지 않았던가?”
“예. 하지만 그건 특성이 1개였던 시점으로 되돌아가서, 흡수에 저항할 수 있었던 겁니다. ‘정상인’인 상태로 계속 있었다면, 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초월체에 저항하진 못했겠죠.”
“흠……”
“그래서 그녀는 격리자들의 숨통을 붙여 놓고, 서버가 종료될 시점에만 저희의 권능을 쓰고 있었습니다.”
“서버 종료 시점에?”
성지한은 그 말에, 동방삭의 세계가 끝났던 장면을 떠올렸다.
분명 그땐, 울드가 저 신안과 같은 눈을 사용해서 동방삭을 찾아냈지.
서버 종료가 시작될 때는 다른 격리자의 권능도 쓸 수 있는 건가.
‘서버가 종료될 상황을 만들면 절대 안 되겠네.’
시간 역행만 해도 피곤한 능력인데.
다른 격리자의 것까지 다 사용하면, 더 답이 안 나오겠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고 있을 즈음.
“저는 제가 아는 전후사정을 다 설명했습니다. 서버의 존재여. 저와 손을 잡으시겠습니까?”
신안이 번뜩이며, 성지한에게 그리 질문했다.
[울드도 울드지만, 저 여자도 온전히 신뢰하긴 힘들어 보이는군.]‘어. 서버 영구 유지 약속이라니…… 울드 죽었을 때 입 싹 씻으면 그만이잖아?’
격리자 1명도 초월체에 테스트 용으로 내던졌던 노아다.
서버 4212에서 탄생한 성지한이야, 얼마든지 쓰고 버릴 수 있을 테지.
하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은 그녀만큼 아크에 해박한 상대가 없단 말이지.’
이드는 보아하니 아는 거 없는 쭉정이고.
실질적으로 울드에 대항할 정보를 쥐고 있는 건, 노아였다.
상대가 아무리 꺼림칙하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대적을 상대하기 위해 협력해야 했다.
나중에 상황 보고, 뒤통수를 치긴 치더라도.
“지금 당장은 손을 잡을 수밖에 없겠군.”
“좋은 생각입니다. 그럼.”
지이잉…….
신안이 노아의 몸에서 완전히 분리되고.
[당신의 신체부터 업그레이드하러 가시죠.]눈이 둥둥 떠오르며, 문 밖으로 나갔다.
“하…… 뭐가 어떻게 되려는 건지……”
“넌 여기 있을 거냐?”
“무슨 소리냐? 당연히 따라가야지. 신체를 갈아 끼우는 거면 의무실을 가는 걸 텐데. 거기엔 뭐 먹을 게 있지 않겠나?”
이 상황에서도 먹을 걸 챙기는 군.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면서, 이드와 함께 신안의 뒤를 따라 나갔다.
그리고 곧, 아까의 갈림길에 도착하자.
[이쪽으로 오십시오.]노아는 생명의 기운이 짙게 흐르는 방향.
‘서부 구역’으로 성지한 일행을 인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