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133)
133 화 추격.
추격.
술렁대는 인파를 가르며 나아간다. 화살이 날아왔던 곳으로.
백주 대낮에 일가족을 학살한 데다 이젠 연설하는 영주에게마저 화살을 날리는 대담함과 그 솜씨. 범상치 않은 자가 분명했다. 그에게도 어떤 사연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이야 일단 잡고 나서 고민해도 늦지 않았다.
이런 판단의 뒤에는 저 화살 맞은 영주가 살아남았을 경우, 범인을 잡아 온 내게 베풀 특혜에 대한 계산도 깔려 있었다. 방금의 모습으로 보건대, 분명 그는 범인을 잡아 온 자에게 막대한 보상이나 특혜를 베풀리라. 범인은 살려서 데려간다면 더더욱 큰 보상을 주겠지.
“어이쿠!”
“헉!”
“조심하…”
“지금 범인을 쫓고 있습니다!!!”
부드럽게 밀어내고 사이를 비집고 지나간다. 인파를 거스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내게 밀린 이들은 이내 내가 일부러 풀어헤쳐 보인 사제복과 내 말에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스로 자리를 비키기 시작했다.
마침내 인파의 끝자락까지 헤치고 지나왔을 때, 또 한 발의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바닥에 쓰러진 영주에게로 날아갔다.
까앙!!!!
화살은 영주를 둘러싸고 있던 기사들이 쳐냈다. 분노한 기사들이 성난 목소리로 아우성쳤다.
“저기다!!! 저기서 화살이 날아왔다!!!”
“당장 잡아 족쳐라!!!”
다들 흥분한 탓에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지만, 첫 화살에 비해 두 번째 화살은 너무나 약하고 느렸다. 거기다 날아온 건물도 미묘하게 틀렸다.
두 번째는 미끼다.
“물러나라!!!”
“저 건물이다!!! 당장 입구를 막아!!!”
기사들과 병사들이 두 번째로 발사 지점으로 우르르 몰리는 와중, 나는 첫 번째 발사 지점을 향해 침착하게 나아갔다.
에베도스의 시내에는 3, 4층의 크기의 건물들이 즐비했다. 창문을 가린 암막이 흔들렸다.
아직, 아직 범인은 그 자리에 있었다. 인파를 벗어난 나는 발을 더욱 빨리해 뛰어갔다.
콰앙!!!
잠긴 문을 걷어찼다. 부서진 조각을 사이로 몸을 던지며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지금부터 이 건물 내에서 발견되는 이들은 잠정적 공범들이었다. 최소한 다리 하나는 분질러 놓고 나서 이야기해도 늦지 않았다.
흩날리는 먼지와 몸에 달라붙는 거미줄. 이 집은 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듯했다. 나는 서리강철 검을 한 손에 쥐고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삐걱거리는 소리.
3층정도 인가. 아직 누군가 위에 있었다. 아니, 범인이 위에 있었다. 나는 빠르게 발을 놀려 계단을 향해 뛰었다. 문을 부수고 들어온 이상, 이제부턴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쾅!!!
위치가 발각될 때를 대비한 것인지, 계단엔 온갖 장애물들이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나를 막아서는 거대한 나무 가구들과 잡동사니들을 단칼에 베어 내고 걷어차고 부쉈다.
삐걱대는 소리가 빨라졌다.
장애물을 부수고 마지막 계단을 뛰어올라 3층 방문을 걷어찼다. 날아가는 문 조각들 사이로 로브를 눌러쓰고 입가를 가린 자를 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자는 막 정리를 끝낸 짐을 등에 메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당장 거기 서십시오!!!”
서란다고 서겠느냐마는 나는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범인을 보곤, 나도 모르게 당장 멈추라고 소리쳤다.
쿵!
창밖, 다른 건물의 지붕 위에 부드럽게 착지한 범인은 바쁘게 다리를 놀려 지붕과 지붕 사이를 뛰어다니며 나아갔다.
쿵!
당연히 나도 그대로 곧장 창밖으로 몸을 날려 그를 쫓았다. 범인은 무척이나 가볍고 표홀한 몸놀림을 자랑하며 가방 하나를 어깨에 멘 채로 지붕과 지붕 사이를 넘나들었다.
쾅!
비스듬한 지붕을 뛰어넘으며 누군가를 추적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내 몸의 균형 감각과 반사 신경들은 이 기울어진 바닥에서 절묘한 균형점을 찾아내 몸을 앞으로 날렸다.
점점 더 가까워졌다. 손에 든 서리강철 검을 던져서 범인의 등을 맞출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혹시나 범인이 쳐내면 꼼짝없이 검을 주우러 가야만 했기에 참았다.
이거 다음엔 단검 몇 자루 챙겨 다녀야겠네.
콰앙!!!
급박한 추격의 끝이 다가왔다. 지붕을 박찬 나는 그대로 몸을 날려 검을 사건으로 내리그었다. 검면으로 사내의 옆구리나 다리를 때려 제압할 생각이었다.
후웅!
검에 맞기 일보 직전, 범인은 앞으로 나아가길 포기하고 지붕 위로 몸을 날렸다. 검면이 애꿎은 허공을 치고 나갔다. 사선으로 기울어진 지붕 위에서 착지를 포기하고 몸을 날린 그는 균형을 되찾지 못하고 그대로 지붕 아래로 추락했다.
쿵!!!
무척이나 둔탁한 추락음이 들려왔다. 왼쪽 어깨부터 바닥에 떨어진 범인은 한 바퀴를 굴러 벌떡 일어나 도시의 뒷골목 사이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딜!!!”
그를 쫓아 지붕 위에서 뛰어내렸다. 한쪽 어깨를 틀어쥐고 골목 사이를 달리는 범인을 보니, 방금의 추락 실패로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이제 저건 다 잡은 쥐나 다름없었다.
“당장 멈추면 특별히 이야기 정도는 들어 드리겠습니다!”
내 관대한 제안에 대한 그의 답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그는 골목 벽에 뒤집힌 채로 기대져 있던 수레를 밀어 넘어뜨렸다.
서걱.
검을 내질러 수레를 통째로 베어 냈다.
“소용없습니다!”
그 뒤로 그는 골목에 있던 온갖 것들을 밀어 넘어뜨리고 내던지며 시간을 끌었다. 나는 침착하게 나를 향해 날아오는 흙과 돌들을 피해 내고 바닥 위로 쏟아진 과일들을 뛰어넘어 그를 뒤쫓았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영주의 연설을 들으러 광장으로 간 탓인지, 골목을 벗어나 거리를 내달렸음에도 보이는 이들이 몇 없었다. 그 몇 없는 이들 또한 격렬한 추격의 현장과 내 복장을 보곤 잽싸게 숨어 버렸다.
이제 슬슬 지루해져 가는 추격의 끝이 다가왔다. 범인은 무척이나 날래고 도주에 능한 자였지만, 한쪽 어깨를 다친 데다 내 튼튼한 두 다리가 그를 쫓는 이상, 그가 내 손아귀에서 벗어난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이번에는 절대 못 피한다. 추격전의 마침표를 찍기 위해 검을 내지른 그때, 도망치던 범인이 여태까지와 다른 것을 내게 내던졌다.
“으아아아아!!! 사, 살려주십시오!!!”
자그마한 사내가 정확하게 내 검의 궤적 안으로 굴러들어 왔다. 골목에서 걸어 나오다 졸지에 범인한테 붙잡혀 내던져진 그를 벨 수는 없었다. 나는 한 손을 뻗어 넘어지는 사내를 붙잡았다. 이대로 넘어지면 크게 다칠 게 뻔히 보여서 그냥 놓아둘 수가 없었다.
“가, 감사합니다.”
범인이 멀어져 간다. 나는 재빨리 손에 든 사내를 살폈다. 이제 보니 키가 작은 게 아니라 그는 등이 휘어 있는 꼽추였다. 그의 전신에선 지독한 구린내가 풍겼다.
“혹시 던질 거 있습니까?”
“어, 없습니다.”
“그럼 가던 길 가십시오.”
대충 사내를 내려놓은 나는 이내 내게 검 말고도 던질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찰나의 깨달음과 함께 내 검집이 허공을 날아 도망치는 추격자의 등을 강타했다.
등 한복판을 얻어맞은 그는 그대로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바닥에 처박혔다. 나는 검집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곤 작게 감탄했다.
진작에 던질 걸 그랬네.
나는 드디어 제압하는 데 성공한 범인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귀족의 부인과 사용인들을 무참히 살해한 자라.
바닥에 처박힌 뒤로 범인은 꿈틀대지조차 않았다. 설마 넘어졌다고 죽은 건 아니겠지. 아니, 여태까지 몸놀림으로 보면 검집에 맞은 정도로 죽을 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 넘어짐을 기회로 이용해 반격했으면 했지. 나는 기습에 대비해 검의 손잡이를 억세게 틀어쥐었다.
미동조차 없었다. 나는 엎어져 있는 범인을 발로 밀어 뒤집었다. 예상과는 달리, 흙투성이가 된 범인은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 마치 숨이 끊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그거 맞고 죽었으면 곤란한데. 틈이 나는 대로 투척용 단검을 꼭 구비해 두리라고 다시 한번 다짐하곤 손을 뻗어 범인의 입을 가린 복면을 끌어 내렸다.
“음?”
하지만 내가 그의 복면을 내리자, 범인의 몸이 순식간에 녹아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자리에 남은 건, 헐렁한 옷가지와 그의 어깨에 메여 있던 가방 하나뿐.
“헉?! 사제님!!! 사, 사람이 녹아내렸습니다!!!”
내가 하는 모양새를 훔쳐보고 있던 꼽추 사내가 호들갑을 떨었다. 나는 그 호들갑을 들으며 침착하게 주변을 살폈다.
이건 마법도 신성으로 만들어진 권능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런 기괴한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내가 아는 한에선 단 하나의 경우밖에 없었다.
악마.
악마가 이번 일과 얽혀 있는 게 분명했다.
“흐음.”
예상했던 것보다 일이 복잡해졌다. 나는 범인이 남긴 가방을 대충 챙기고 일어섰다. 지금은 일단 일행들에게로 돌아갈 때였다. 여태 내 옆에 서 있던 꼽추의 사내가 일어나는 날 향해 말을 걸어왔다.
“저기…”
“편히 말씀하시면 됩니다.”
자세히 보니, 그는 꼽추이기만 한 게 아니라 왼쪽 다리가 조악한 의족이었다.
“아, 아까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애초에 내가 범인을 쫓지 않았으면 그렇게 내던져질 일도 없었을 사람이었다. 자리를 뜨려 하자 그가 나를 불러세웠다.
“사제님!”
“예.”
“이, 이자가 사, 사람들을 주, 죽인 범인입니까?”
“일단은 그렇게 보입니다만…”
“나쁜 놈!!! 이 천하의 나쁜 놈!!!”
그는 바닥에 놓인 옷가지를 멀쩡한 발로 짓밟으며 성을 냈다. 분노한 그의 얼굴로 보건대 무슨 사연이 있기라도 한 듯했지만, 묻는다고 범인에 대한 정보가 튀어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예, 예! 그, 그런데 호, 혹시 제가 도,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저, 저도 범인을 잡는 데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시, 싶습니다.”
“마음만으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현장을 목격했기에 열과 성을 다해 쫓은 것이지, 나는 이번 일의 범인을 찾아내려는 사명 같은 건 없었다. 거기다 악마가 이번 일과 관련됐다는 걸 한시라도 빨리 일행에게 알리고 논의를 해 봐야 했다.
내 거절에 꼽추는 시무룩한 채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나는 그를 뒤로한 채 가방만을 챙겨 골목을 빠져나왔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슬쩍 뒤를 돌아보니, 꼽추는 자신이 짓밟아 흙투성이가 된 옷을 주섬주섬 줍고 있었다.
옷 재질이 좋아 보였으니,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고 깨끗하게 빨아서 팔면 푼돈은 되겠지.
저자의 속물적인 행태를 굳이 쫓아가서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나도 따지고 보면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었으니까.
***
숙소로 되돌아와 일행과 합류했다. 이번 일에 악마가 관련되었다는 내 설명에 제일 먼저 질색한 건 지젤이었다.
“이거 그냥 우리는 성물만 수색해 보고 몰래 빠져나가는 게 좋겠는데. 악마랑 얽히는 난 반대야. 완전 반대. 악마랑 일이 얽히면 당최 한 치 앞을 예상할 수가 없다고.”
그건 솔직히 나도 동감이었다.
“일단 제가 챙겨 온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부터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젤은 내가 챙겨 온 가방을 보곤 마치 더러운 걸 보기라도 한 듯이 슬쩍 뒤로 물러났다.
“저거 여는 순간, 저 안에서 악마가 튀어나오는 거 아냐? 그냥 갖다 버리고 우리 성물이나 찾는 게 어때?”
“후후후.”
쟈멜은 홀로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녀는 질색하는 지젤을 힐긋 보고는 무척이나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지젤은 겁쟁이구나?”
“뭐래, 나는 연관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이야기했을 뿐인데 뭐가 겁쟁이야?”
“쫄보!”
“뭐?”
“나는 겁쟁이가 아니어서 이런 것쯤이야 내가 단번에 열어 볼 수 있어!”
가방을 번쩍 든 쟈멜이 지젤을 비웃었다.
“자, 봐봐! 바로 연다! 이렇…”
“그러다 그거 쾅 하고 터지면? 너 바로 손 날아갈걸?”
“엇?!”
지젤의 한마디에 쟈멜이 두 눈을 크게 뜨고 가방과 지젤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꼴깍.
침을 삼킨 쟈멜이 떨리는 눈으로 나를 힐끔 바라보았다. 놓치지 않고 그 눈빛을 알아챈 지젤이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뭐해? 너는 나랑 달리 쫄보 아니라며? 어서 열어 봐.”
“그, 그래. 나는 쫄보가 아냐…”
파들파들 떨리는 손가락. 쟈멜의 이마를 타고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쟈멜은 가방의 단추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도 눈빛으로 내게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했다.
“여, 연다? 진짜 연다?”
“어, 열어. 뭐 해, 빨리 안 열고.”
솔직히 저 가방이 터질 확률은 지극히 낮았지만, 쟈멜은 진짜 가방이 폭발물이라도 되는 듯이 신중한 손놀림으로 단추를 풀었다.
“여, 열린드아아아아…”
다 함께 쫄보 쟈멜의 재롱을 구경하고 있던 그때. 가방이 열림과 동시에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쿵!
“히이이이익!!! 터졌다!!! 가방이 터졌다!!! 내, 내 손!!! 마르낙 사제님!!! 제 손 어떻게 해요!!! 지금 제 손이… 멀쩡하네…?”
“방금 그건 문 두드리는 소리였어요. 쟈멜.”
다키아는 키득키득 웃으며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무장을 한 병사들이 빠르게 눈으로 일행을 훑어보곤 이내 내 얼굴에 시선이 멈췄다.
“오늘 도시로 들어오신 마르낙 사제님 되십니까?”
“아, 네. 맞습니다.”
병사는 공손하고 고개를 꾸벅 숙이곤 짧게 말했다.
“영주님께서 사제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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